배롱나무꽃

백일의 붉은 절조

詠百日紅 영백일홍

皤皤白髮主人翁 파파백발주인옹

曾見花開七月中 증견화개칠월중

作客已經三十日 작객이경삼십일

還家猶帶舊時紅 환가유대구시홍

배롱나무꽃을 읊다

하얗게 센 백발의 주인 늙은이

일찍이 칠월에 꽃이 핀 것 보았지.

나그네 생활로 한 달이 지났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예전처럼 붉게 피어 있네.

-신광한. 기재집 권9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마흔 번째로 등장하는 신광한(申光漢,1484~1555)의 시 "詠百日紅 영백일홍"이다.

배롱나무는 나무 백일홍을 말한다. 백일홍나무에서 배롱나무로 변화된 것으로 본다. 꽃이 백일 동안 핀다고 해서 백일홍이라고 하였다. 원산지인 중국에서는 자미화紫薇花라고 한다.

꽃은 여름에서 초가을까지 제법 오랫동안 꾳을 보여주며 주로 붉은색이 많으나 더러는 보라색, 흰색으로도 핀다.

햇볕을 좋아하는 남부수종으로 중부 이남에 심었다고는 하지만 요즘들어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 나무의 주요한 특징은 수피에 있다. 줄기 껍질은 붉은 갈색이고 벗겨진 곳은 흰색이다. 매끈한 줄기로 인해 줄기를 문지르면 가지와 잎이 간지럼을 타듯 흔들린다고 해서 간지럼나무라고도 했다.

위에 인용한 시나 책에 나와 있는 다른 시인 성삼문의 '비해당사십팔영도' 처럼 옛사람들이 배롱나무에 주목한 것은 오랫동안 피는 모습이었다. 조선 후기 사람 신경준 역시 마친가지다. 배롱나무는 꽃을 한꺼번에 피고 지는 것이 아니라 나누어 피어 오랫동안 붉은빛을 유지 한다고 '절도 있는 나무'라고 했다.

내가 사는 근처에 배롱나무 군락지로 유명한 곳이 있다. 꽃이 피는 때면 제법 많은 이들이 찾는 명옥헌이 그곳이다. 여름이면 한번씩 찾아 꽃그늘 아래를 서성이곤 한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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