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수요일

유월의 독서

그림자가

먼저 달려드는

산자락 아래 집에는

대낮에도

불을 끄지 못하는

여자가 살고

여자의 눈 밑에 난

작고 새카만 점에서

나도 한 일 년은 살았다

여럿이 같이 앉아

울 수도 있을

너른 마당이 있던 집

나는 그곳에서

유월이 오도록

꽃잎 같은 책장만 넘겼다

침략과 주름과 유목과 노을의

페이지마다 침을 묻혔다

저녁이 되면

그 집의 불빛은

여자의 눈 밑 점처럼 돋아나고

새로 자란 명아주 잎들 위로

웃비가 내리다 가기도 했다

먼 능선 위를 나는 새들도

제 눈 속 가득찬 물기들을

그 빛을 보며 말려갔겠다

책장을 덮어도

눈이 자꾸 부시던

유월이었다

*박준 시인의 시 '유월의 독서'다. 마침 비가 내렸다. 싱그러움이 가득한ᆢ.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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