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이 달라졌다. 바람이 전하는 풀 베는 냄새로 얼굴 가득 미소가 번진다. 습기를 버린 바람 덕분이다.
열매를 영글게하는 볕과 열매와 열매 사이를 넘나들며 분주히 이웃의 소식을 전하는 바람의 활약이 필요한 때다. 그 바람에서 전해진 가을의 걸음걸이 모습이 무엇을 담고 어디쯤에서 주춤거리고 있는지 짐작되는 바가 있다.
아랫마을 보다 가을을 먼저 맞이한 산 정상에서는 이슬방울을 단 산오이풀이 반긴다. 구름과 안개의 품에서 바람이 전하는 가을은 이미 구절초를 함께 피웠다.
산정山頂에서 담아온 가을 바람을 눈앞에 슬그머니 펼쳐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