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라는 안경을 통해 본 여성
신작로, 그 출발이 어디로 부터든 한 시대가 변화하는 과정의 산물로 본다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에서 일제 강점기를 지나 근대로의 진입을 용이케 했던 표상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신분사회에서 평등사회로의 전환하는 시대를 건너는 주체로 여성의 상황을 살펴보는 것은 근대를 이해하는 중요 요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환시대를 살았던 여성을 중심에 두고 그들의 변화를 다양한 분야에서 각기 다른 시선으로 살피는 과정은 매우 의미 있으며 흥미로운 주제다. 이 책 ‘신작로에 선 조선 여성’은 ‘한국고전여성문학회’에서 “‘고전여성문학’이라는 틀로 근대의 다층성에 접근하기 위해 시도된 책”이라고 한다. 목적의식을 가지고 여러 사람들이 뜻을 모아 만들었다는 것이다.
조선 여성의 자취를 찾아가는 14편의 글은 어떤 주제를 만나든 흥미롭기만 하다. ‘여성이 기록한 여성의 삶’. ‘여성에 대한 근대적 시선과 재현’, ‘근대전환기 여성 형상의 변화-근대전환기 모성의 재구성에 대하여’ 등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된 이야기는 ‘근대’라는 특별한 프리즘을 통해 근본으로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14편의 이야기는 그동안의 역사교육이나 책을 통해 접한 익숙함도 있지만 '근대'라는 낯선 시공간을 시각으로 만나는 낯섬도 있다. ‘신여성과 정분이 난 서울 남편과 소박데기가 되어버린 시골 색시’이야기나 파란만장한 ‘덴동어미’, 여성 가사문학의 여러 형태를 볼 수도 있고, 전통과 근대를 횡단하는 여성으로서 기생 그리고 ‘춘향’의 이미지가 변화되어가는 과정 등을 무척 흥미롭게 만났다
여성, 그것도 전근대시대의 다양한 계층의 여성을 만나는 특별한 기회다. 사회적 제약이 중층적으로 작용하던 시대를 살면서도 나름의 역할에 충실했던 사람들의 삶이 진지하게 다가온다. 특히 여성에게 ‘근대’로의 진입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유추해보는 유익한 시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