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아닐 때 우리는 무엇이 되기도 한다
김인자 지음 / 푸른영토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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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되고자 함인가

계절이 바뀌는 것에 민감하다몸이 감당할 무엇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연의 변화가 주는 선물을 하나도 놓칠 수 없다는 마음 때문이다그러다보니 휴일이나 평일의 짬나는 시간에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숲에 머물거나 그 숲 속에 있는 자신을 떠올리며 보네는 날이 제법 많다.

 

언제부턴가 숲을 찾았고 그것이 일상이 된 하루가 쌓여서 지금의 내가 있다그렇다고 숲 속에 사는 것은 아니다꽃을 본다는 핑개로 드나들기 시작한 숲은 산 아랫마을로 거처를 옮기고 난 후부터 보다 자연스러운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그 숲에서 지극히 평범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의 소중함을 배웠다.

 

나보다 앞서서 이런 삶을 훨씬 넓고 깊게 살아가는 이를 안다안다는 것이 규정하는 물리적 기준을 벗어나야만 가능해지는 일이라서 안다는 것을 번복해야지만 그럴 생각이 없다한 번도 만나본 적도 없지만 전하는 글 속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공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관령에 오시려거든'과 '사과나무가 있는 국경'으로 만났던 저자 김인자 선생님이 그이다. ‘아무 것도 아닐 때 우리는 무엇이 되기도 한다는 그이의 숲포토에세이다.

 

관심 있는 저자의 책 소식은 늘 반갑다그 중심에 저자와 교감하는 마음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단어 하나한 문장에서 심장이 멈칫거리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저자와 독자가 글을 통한 소통의 증거며 다시 책을 손에 드는 주요한 이유다.

 

누구도 울지 않을 때 언제 울어야 하는지를 안다는 듯 비를 머금고 있는 산벚꽃을 본다늦은밤 도착한 메시지는 명료하다. "비를 품었는데 어찌 이 꽃들이 견딜 수 있겠는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내 입술이 나도 모르게 다른 말을 할까 봐 불안에 흔들렸던 순간은 얼마나 많았을까.”

 

세상에 그토록 간절히 가지고 싶다는 게 있다면 그건 녀석의 것이 맞다.”

 

생각의 흐름을 멈추게 했던 문장들이다저자가 어떤 의미를 부여했던 그것과는 상관없이 지금 내가 머무는 이 순간이 저자가 모든 자연을 느끼고 향유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좋다라는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이것이 문장이 가지는 힘일 것이고 저자와 독자의 만남이 깊어지는 이유가 될 것이라 믿는다.

 

책을 읽어가는 동안 숲이 나무들이 무성하게 우거지거나 꽉 들어찬 것이라고 특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를 생각한다그렇게 규정된 숲이 주는 특별한 혜택을 누리고 그 속에서 자신과 세상을 향한 따스한 온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사람들 속에서 그 온기를 나누고 싶어 한다.

 

사람과 세상의 숲이 이런 온기를 얻고 나눌 공간이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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