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金弘道, ‘주상관매도舟上觀梅圖’
내게는 매화梅花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이 그림이다. 매화야 예부터 사람들이 워낙 좋아해서 마음으로 담아 그림으로 남긴 작품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탐매도라는 이름의 수많은 작품을 비롯해서 전기의 매화초옥도, 조희룡의 매화서옥도, 홍매대련 등 유명한 그림들이 부지기수다. 이런 그림들 가운데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김홍도의 ‘주상관매도舟上觀梅圖’ 만의 특별한 맛을 좋아한다.
강 건너 멀리 보이는 높은 언덕에 소담스러운 매화가 피어 있다. 아스라이 보이는 언덕이지만 매화만은 뚜렷하다. 건 듯 부는 봄바람에 실려 온 향기가 강가에 이르러 뱃전에 부딪친다. 이미 술잔을 기울인 노인은 비스듬히 누워 매화를 바라본다. 매화와 배를 이어주는 것은 텅 빈 공간이다. 그 공간이 주는 넉넉함이 매화를 바라보는 이의 마음 속 여유로움과 닮은 듯싶다.
老年花似霧中看 노년화사무중간
노년에 보는 꽃은 안개 속인 듯 희뿌옇게 보이누나
그림 속 이 화제는 두보와 관련이 있다지만 배 위에 늙은이를 매화를 유독 좋아했던 김홍도로 여기며 매화 감상에 나선 그의 마음을 흠모한다.
김홍도의 매화 사랑은 지독했다. 하루는 어떤 사람이 매화 한 그루를 파는데 아주 기이한 것이었다. 돈이 없어 그것을 살 수 없었는데 마침 그림 값을 미리 주는 사람이 있어 돈 3천 냥을 받았다. 그중에서 2천을 떼 내어 매화를 사고, 8백으로 사다가는 동인들을 모아 매화음梅花飮을 마련하고, 나머지 2백으로 쌀과 땔나무를 샀을 정도였다고 한다.
금둔사 납월홍매, 통도사 자장매, 화엄사 흑매, 단속사지 정당매, 선암사 선암매, 백양사 고불매, 전남대 대명매 등 가까이 또는 멀리 있는 매화를 보러 탐매길에 나선다. 나귀나 말에서 타고 자동차나 기차로 이동수단만 달라졌을 뿐 매화를 보러 나선 사람들의 마음자리는 같을 것이다.
서둘러 봄을 불러오던 매화는 이미 봄바람에 밀려 지고 있다. 김홍도의 주상관매도를 보며 이른 봄 섬진강가에서 함께 매화를 보았던 이들을 떠올려 본다. 매화처럼 곱고 깊은 향기로 기억되는 탐매의 추억이다.
#옛그림_속에_핀_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