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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복 - 누릴 복을 아껴라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8년 3월
평점 :
무엇이 오늘을 살게 하는가
연말이면 늘 빼놓지 않고 듣거나 하게 되는 말이 ‘다사다난多事多難’이다. “여러 가지로 일도 많고 어려움도 많음”을 뜻하니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아 그렇다는 말일 것이다. 결국 오늘에 중심을 두고 그 실체를 보자는 의미가 숨어 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연말에 접한 책 한 권이 오래 남는다.
정민 교수의 '석복惜福'이 그것이다. '석복惜福', 누릴 복을 아껴라. 채우지 말고 비우고, 움켜쥐는 대신 내려놓는다. 공존으로 이해한다. 승자독식이 아니라 함께 누리자는 말이다. 석복의 중심에 겸손과 공경을 두어야 사람을 대해야 한다. 지금의 내 삶에 긍정적인 가치를 두자는 의미라고도 이해한다.
돌아보고 오늘의 가치를 높혀 내일로 함께 가자는 의미로 이해하기에 본질에는 성찰이 있다. 이 성찰을 이끌어내는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사자성어 100편을 모았다. 이를 마음 간수, 공부의 요령, 발밑의 행복,바로 보고 멀리 보자라는 네가지 테마로 엮어 놓은 책이다. 이미 발간된 책 ‘일침’, ‘조심’, ‘옛사람이 건넨 네 글자’와 비슷한 유형으로 보인다. 이들 책을 유심히 살펴왔기에 다시 귀한 만남을 한다.
이 책 ‘석복’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하게 접하지 못했던 낯선 사자성어가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어원이나 해석을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며 공감하는 이야기들로 연결되니 어렵지 않게 읽어갈 수 있고, 옛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간을 건너와 지금의 현실에서 더 빛을 발하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
"좋은 운을 타고나지 못했고, 외모도 별 볼 일 없다. 이렇다 할 재주도 없고, 문장 솜씨도 없다. 특별한 능력과 재물도 없다. 지위나 말재주도 없고, 글씨도 못 쓰고, 품은 뜻도 없다."
無星, 無貌, 無才, 無文, 無能, 無財, 無地, 無辯, 無筆, 無志
본문에 나오는 이야기다. 오대五代의 풍도馮道(882~954)가 스스로를 일컬어 '십무낭자十無浪子'라 했다.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나 자신을 스스로를 돌아보는 마음이 이렇다면 자신을 무척 아꼈을 것임은 알겠다. 많은 이야기들 중에 유독 마음에 남은 구절을 옮겨왔다. 추사 김정희의 “소창다명 사아구좌 小窗多明 使我久坐”와 함께 오랫동안 머물렀던 글이다.
'십무낭자十無浪子'의 이야기는 지금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을 돌아보게 하며 오늘 지금의 스스로를 인정하여 그 바탕에 내일을 꿈꿀 수 있는 힘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던 책을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