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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잡지 - 18~19세기 서울 양반의 취향
진경환 지음 / 소소의책 / 2018년 7월
평점 :
한양 양반 일상 따라가기
늘 상 손에서 놓지 않고 있는 것이 책이다. 다양한 방면의 책을 읽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중심에는 역사책이 다수를 차지한다. 그 중에서도 조선의 후기 문화사에 관심이 많다. 조선 후기 문화사라고는 하지만 그 범위를 좁혀 살펴보면 새롭게 사회적 흐름을 형성했던 북학파에 있다. 홍대용, 박지원, 박제가, 유득공, 이덕무, 등의 활동을 살펴보면서 시대적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중이다.
이들이 중심적으로 활동했던 조선 후기, 18~19세기는 내ㆍ외적으로 변화에 직면했던 시대다. 엄격한 신분제 사회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한양을 중심으로 한 양반들의 생활모습을 살피는 것 역시 흥미로운 것 중에 하나다. 단편적인 키워드 몇 개로 고정된 시각을 통해 바라봤을지도 모를, 어쩌면 제도와 관습 속에 갇혀 살았지만 그 안에서 자유롭고자 했을 그들 일상의 다양한 모습은 역사를 이해하는 한 구성요소가 된다.
그 시대적 흐름의 선두에 서 있었던 유득공(柳得恭, 1748~1807)은 조선의 중심지였던 서울 지역의 양반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생생하게 기록한‘경도잡지京都雜志’를 남겼다. 경도잡지는 풍속과 세시 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19개 항목으로 나누어 서울 지역의 풍속과 양반의 생활상을 담고 있다. 조선 후기의 풍속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 받는다.
진경환의 이 책 ‘조선의 잡지’는 유득공의 '경도잡지'를 근간으로 양반들의 삶과 그에 관련된 것들의 유래, 취향 등을 살펴보며 그동안 어쩌면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을지도 모를 것들에 대해 돌아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의관 갖추어 행차할 제’, ‘폼에 살고 폼에 죽고’, ‘먹는 낙이 으뜸일세’, ‘멋들어지게 한판 놀아야지’라는 테마로 분류된 이야기는 의식주와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양반들의 일상을 따라간다. 남성 양반의 쓰개부터 장가들고 시집가는 풍습에 이어 양반들의 서재를 살피고 꽃 키우고 새를 기르는 일, 술과 담배 등 먹거리와 꽃놀이 다니며 연주하고 춤추는 일상에 투전판 타짜들 이야기까지 담겨있다.
역사는 단절이 아니다. 기록으로 남겨져 내려오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의 모습 속에 생활 풍습으로도 이어진다. 이들의 모습을 살피며 현대를 사는 이들의 일상과 겹쳐지는 부분에 흥미를 갖는다. 물건의 수집, 꽃놀이와 단풍놀이에 독서회, 음악활동 등 갖가지 취미 활동에 이르기까지 조선 후기 양반들의 모습과 겹쳐지는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주목했던 모습 중 하나는 서울의 명소에 철따라 피는 꽃을 감상하는 나들이의 모습을 보면서 현대인들 속에서 꽃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과 유사함에 주목하였다.
조선 후기는 현대인들과 가장 가까운 역사이기에 우리에게 남겨진 흔적은 여전히 많다. 그들이 남겨준 유 무형의 유산이 우리들 일상을 보다 풍요롭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무엇을 어떻게 누리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의 질은 달라질 것이다. 일상의 여백에 한번쯤 돌아봐도 좋을 그때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