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서, 조선을 말하다 - 혼란과 저항의 조선사
최형국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백성과 나라의 안위를 위해

삶에서 쉬운 길이 어디있으랴마는 유독 어려운 길을 가는 이들이 있다남들이 관심두지 않은 일에 매진하며 지향하는 바와 소소한 일상 사이의 간극이 그리 크지 않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그렇다한국 전통무예를 연구수련하는 저자 최형국에 대한 관심이 수원화성에서 보여주는 무예시범에 그치지 않고 반듯한 학자의 모습을 함께 볼 수 있는 기회가 그의 저작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병서조선을 말하다'는 바로 최형국의 근간이다.

 

왕조사를 중심으로 역사를 살피는 기존 시각에서 한 발 벗어나 다양한 테마로 접근하는 사례들이 늘어나면서 역사인식의 지평이 확대된 것은 사실이다여기에는 문화민중외교 등으로 분야 나누어 살피는 것도 있고 소나무를 중심으로 산림정책을 살피거나 소고기의 유통 과정을 통해 농업관련 정책을 살피는 것 등이 그것이다.

 

최형국의 '병서조선을 말하다'는 '전쟁과 병서'를 키워드로 하여 조선의 전쟁에 대한 정책과 제도를 살핀다전쟁이란 현대사회도 마찬가지지만 한 사회를 송두리째 몰락시키거나 때론 나라가 망하는 것처럼 치명적인 사건이기에 이를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하는가는 그 시대를 이해하는 핵심 사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진법역대병요국조정토록무예제보병학지남무예신보무예도보통지행동명장전융원필비,무비요람훈국총요무예도보신지

 

조선의 설계자 정도전의 진법부터 광복 후인 1949년 곽동철의 무예도보신지에 이르는 병서들이다. “병서라는 것은 크게는 국가의 흥망성쇠와 연관되어 있고 작게는 뭇 백성의 삶과 죽음에 이르는 것이다그러니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이는 선조실록에 기록 된 병서의 의미다군대의 조직과 군사의 편재를 포함하는 병서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잘 나타낸 것으로 이해된다저자 최형국은 이 책에서 조선시대의 주요 병서들을 소개하며병서에 반영된 조선의 모습을 생생하게 읽어낸다.

 

조선 후기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었던 영정조시대는 문무겸전론과 다양한 병서 편찬을 기반으로 가능했던 분석은 흥미롭게 읽힌다정조의 문치규장무설장용(문은 규장각으로무는 장용영으로 다스린다)’은 그래서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이처럼 시대의 흐름에 맞춰 그 당시 군사를 바라보는 정책이 반영된 병서를 살펴 시대상을 이해하고자 시도한다. “조선 건국부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정조의 개혁 정치쇄국과 문호 개방 등 조선 500년의 굵직한 사건들과 조선 내외의 정치·사회 변화의 맥을 짚어보고시대에 발맞추어 등장한 병서들을 소개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의 대결의 모습은 조선시대와 현대사회가 크게 달려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최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남북한의 지도자가 만나 65년 만에 종전선언을 이끌어내기 위한 중요한 합의를 했다이러한 일련의 과정 역시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걸린 중요한 일이라는 점에서 병서를 통해 조선 사회를 이해하고자 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그 중심에는 백성과 나라의 안위에 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