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프 멘케의 『예술의 힘』 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미학은 예술에 대한 철학적 숙고로서 예술의 진실에 대해 묻는다.1 이런 저런 예술작품을 묻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인간의 정신이 예술에 나타나며, 예술의 존재가 인간의 정신적 기원, 상태, 운명에 대해 무엇을 말하는지를 묻는다. (중략) 미학은 예술의 관조에서 인간의 정신을 숙고하는 학문이다.˝
첫 문장에 옮긴이가 붙인 첫 번째 주석이 있다. 주석은 1 쪽이 넘는 분량인데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미학(Ästhetik)은 그리스어 aisthesis에서 유래하며 단순히 아름다움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기보다는 “감각”, “감성” 등의 기본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으며 나아가 감각, 감성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인식의 범주로 분류되기도 한다. 단순히 미학을 언급하는 경우에 말의 본래적 의미가 지니고 있는 미세하고 섬세한 뉘앙스를 많이 놓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어려움은 이미 헤겔이 『미학강의』 서문에서 언급한 바 있다.) 헤겔의 말대로 “단순한 이름”으로 받아들이면서 “미학”이 언급되는 경우에 그 안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의미들, 즉 감각, 아름다움, 감정, 심미성 등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옮긴이 역시 크리스토프 멘케의 『미학적 힘』을 참고하였음을 밝혔다.)
참고로, 크리스토프 멘케는 ˝미학적 인류학˝을 구상하고, 인간의 정신이 미학적 힘과 이성적 능력 사이에 놓인 갈등에 근거하고 있음을 내용으로 하는 『미학적 힘』(그린비,2013)을 저술하였다. 그리고, 이 저서에서 소홀하였던 예술의 미학적 개념 문제를 『예술의 힘』(W미디어,2015)으로 풀어냈다.
헤겔의 『미학강의』는 미학 이론의 고전이다. 번역서는 3 권으로 모두 합쳐서 2080 쪽이 넘는다. 엄청난 분량이다. 박배형이 지은 『헤겔 미학 개요』(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2014)는 헤겔 미학 입문서로 『미학강의』 전체가 아니라 ‘서론‘만을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370 쪽에 달한다. 감당하기 벅차다. 내용의 난이도 뿐만 아니라 저술의 분량에 실로 압도 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