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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작은 친구들 세트 - 전2권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도나 타트의 <작은 친구들>은 솔직히 말해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그만큼 주변에 추천하고 싶은 책도 아니다. 쓸데없는 정보는 너무 많은 반면 필요한 정보는 모자랐기 때문에 읽는 내내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런 류의 소설은 대게 카타르시스를 기대하고 읽기 마련인데, 그 마저도 없었다.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작가는 어린 해리엇의 눈을 통해서 ‘우중충하고, 추하고, 무섭고, 결론 없는‘ 세상을 잔인할 정도로 정확하게 보여 준다.˝
위 발췌문은 ‘옮긴이의 말‘에 있던 말을 가져온 것이다. 다른 추리/미스터리 소설과 달리 작가의 의도가 이런 것이었다면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 의도가 명확히 전해지지 않을 것 같다. (나도 이 문장을 읽기 전에는 결말을 향해 책장을 넘길 뿐으로 작가가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은지 생각해보지도 못했다. )
그 이유 중 한 가지는 문화차이이다. 특정 주요 인물들은 약에 취해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그렇지 않은 등장인물들조차 하나 같이 충동적이고 다혈질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런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미드 같은 곳에서나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쉽게 공감하지 못했다.
또 다른 이유는 소설에서 우연이 너무 많이 겹친다. 처음 이 소설의 소개글을 읽었을 때는 ‘오빠의 죽음이 간직한 비밀을 파헤치는 소녀‘라는 문구에 끌렸었다. 그러나 파헤치는 소녀는 어느새 사라지고 근거없는 소문과 감만으로 특정 인물을 범인이라고 단정짓고 (그가 범인이든, 아니든) 복수하려는 어린 소녀만 남아 있었다.
소설을 읽기 시작했을 때, 12살인 해리엇이 얼마나 영리하게 행동하는지 기대했었기 때문에 ‘그럴 거 같다‘에서 곧바로 ‘그렇게 해야한다‘로 이어지는 해리엇의 모습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소설의 주요 인물들은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하고, 또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스스로도, 독자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는데, 그런 행동과 생각이 스토리를 주도하고 있었다.
인과관계가 확실하지 않은 전개에 장점이 있다면 결말을 예측하기 어려워 다음 장을 읽어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저런 실망을 하긴 했지만 어쨌든 이 덕분에 이 소설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은 있는 소설이다. 뒤로 갈수록 점점더 재미있어지기도 했는데, 해리엇의 행동을 자기들 멋대로 잘못 생각하고 두려워하는 대니와 패리시의 모습이 블랙코미디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결말은 결국 실망으로 끝났다. 물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겠지만 내 기준에서는 얻은 것도 없이 찜찜한 마음으로 책장을 덮은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