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심리학 - 사소한 우연도 놓치지 않는 기회 감지력
바버라 블래츨리 지음, 권춘오 옮김 / 안타레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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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라는 한가지 주제로 쭉 나아가는 듯 보이지만,

운과 연결시켜 볼 수 있는 이론과 연구 결과들을

개별적으로 소개해 나가는 동시에

그걸 종합적으로 연결해 이해도 봄으로써,

독자 스스로 기회, 운, 뇌의 작용을 

연관짓고 확대해가며 상식처럼 알아가게 돕는 책이다.


기회와 운 자체의 직접적 언급보다는,

뇌가 상황을 처리함에 있어서 

각자가 어떻게 처한 일들을 받아들이고 인식하냐를 보고,

기회를 운으로 만들기도 하고 못하기도 하는

서로 다른 결과를 내놓는 내부원인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많은 이론과 연구들이 등장하지만

그 중 3개 정도는 맥락상 이어지는 내용이기도 했다.


행운의 분류,

귀인 이론,

한스 베르거의 뇌파연구.


제일 먼저, 행운을

무작위적 기회와 부단한 노력의 조합으로 보고

신경과학자 제임스 오스틴은 총 4종류로 분류했는데,

아무 이유없이 우연하게 잭팟이 터지듯 만나게 된 

확률적 행운은 '제1종 행운', 즉 눈먼 행운으로,

'제2종 행운'은 계속 움직이며 무언가를 할 때

아이디어가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하며 나아가

잠재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얻게 된 것을 의미,

'제3종 행운'은 오로지 준비된 마음을 통해 오며

준비 안된 행운은 흘러간다는 이론,

'제4종 행운'은 개인의 행동과 준비가

그 개인의 고유성향과 결부돼 발생됨을 상징.

이 중, 제2종 행운은 이후 소개되는 

한스 베르거의 연구궤적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귀인 이론이란,

행동의 원인을 설명하는 이론으로써

누군가의 행동이 특정 원인과 귀속되어 있음을

연결지어 설명해 보는 이론이다.

즉, '왜?'라는 이유에 대해 어떻게 답하는지의 방식문제다.

이는 일종의 심리적 속성인 '편향'과도 결부되는데,

개인 속성에서 이유를 찾는 '기질적 귀인',

특정 상황과 환경의 탓이라 믿는다면 '상황적 귀인'이 있고,

차가 망가졌을 때,

미리 대비 못한 운전자의 잘못에서

이유를 찾는 건 '내적귀인'이며,

차의 자체결함 여부를 의식하는 건 '외적귀인'으로,

이는 운전자는 개인이라는 내부이며

자동차의 상태란 상황을 뜻하는 원인으로써 외부다.

또다른 분류의 귀인에는, 

운전자의 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

평소 계속 유지해 온 기질로 말미암았다고 본다면 '안정귀인',  

갑작스런 날씨나 도로사정이 원인이었다면

일시적 긴장을 유발시킨 요인을 '불안정 귀인'이라 칭한다.


최초 뇌전도 EGG를 증명하고 연구한 한스 베르거의 연구는,

인간끼리의 감응의 이유가

보이지 않는 정신 에너지의 교류라 생각했지만

과학적 연구로써 이를 증명하려다 보니

이것저것 시도와 실패를 거듭했던 과정이 있었다.

그러던 와중, 1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많은 이들의 두개골 부상을 치료해 줄 일들이 생김으로써

뇌 내부를 직접 접할 기회가 많이 생기게 된 계기를 활용해

뇌에서 발생되는 전기신호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 냈으나,

당시 획기적인 발견으로 인정되기 보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이라 인식됐었다.

그를 비과학적인 과학자로 보는 이유도 됐는데

결과를 찾기 위해 증명해 나가는 과정과 방법들이

과학적 계량이나 절차는 무시된 게 많았기 때문이었다.

전기를 주로 이용하는 연구를 오래 지속해 왔으면서도

전기 관련 물리적 기반과 지식이 너무 무지했기에

연구자로써의 그의 자질은 낮게 평가받았다.


그런 한스 베르거에 대해 이 책에서는 

조금 다른 평가로 이어지는데,

4가지 행운이론과 귀인이론 등과 연관지어

한스 베르거의 놀라운 발견은,

뚜렷한 목표치를 향해 나아간 중에 이룬 발견이었다기 보다,

정신적 에너지를 증명하고자 한 

한스 베르거란 인간 자체의 순수노력과 끈덕짐이,

'제2종 행운'에서 말하는 결과를 가능하게 했고,

원인을 알고자 한 노력과 생각이 

뛰어난 연구결과에 우연히 반영되어 버렸기에

이를 귀인이론과도 연결시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상식을 넓히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듯

생각을 해나가는데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마음에 들 구성의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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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수업 -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알려주는
한국정신신체의학회 지음 / 시그마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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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정신과에서 비만치료를 하고 있다는 뉴스를

TV를 통해 접한 적이 있어서 읽고 싶어진 책이었다.

대강 어떤 원리로 내과가 아닌 정신과에서 

비만치료를 다룬다는게 가능하다는 건지는 

느낌적인 추론은 가능했으나, 말그대로 추측은 추측일 뿐 

사용되는 약물과 원리들을 좀더 정리된

공신력 있는 자료로 접해보며 이해해보고 싶었다.


이 책 자체의 구성을 먼저 말해보고 싶은데,

왜냐면, 책의 초중반 3분의 2정도까지는 거의 

생리적 기전과 영양학적인 부분을 많이 다루기 때문이다.

그로인해 초반엔 왠지 읽기가 쉽지 않았다.

기능해부학적인 내용, 영양학적인 내용,

비만 자체의 신체적 정신적 악영향,

요요현상이 일어나는 원리, 운동법 등에선 

이미 아는 내용이 주로 많았기에.

부제로 붙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알려주는'이란  

그런 내용 위주로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다소 상관없어 보이는 초반 설명들이라 느껴져서.

어쨌건, 총 252p 중 177p까지가 위와 같은 내용들이다.


그러다, 178p부터 내가 궁금해하던 내용을 읽을 수 있었는데

사실, 이 부분부터가 좋았기도 했지만

담긴 내용이 예상보다 훨씬 괜찮고 좋았다.

비만 치료를 위해 쓰여진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잘 씌여진 내용이라고 볼 수 있었지만,

비만치료에 쓰이는 약물과 더불어

관련된 인지행동치료에 관한 꼼꼼한 정리라,

해당 지식 이외에도 인지행동치료 전반에 관한

필드에서 행해지는 단계적인 접근법에 대해서도

효과적으로 이해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먼저 약에 대해서 살펴보자면,

성인과 청소년을 나눠 이름을 달리한

동일성분의 약들이 여럿 소개되고 있었고,

복용기간을 12주를 기준으로 그 이내로 할 것인지

그 이후에도 적용 가능한 약인지가 비만치료제로써의 

주요 고려대상이란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었다.

특히, 성인의 경우, 

야식과 불규칙한 외식을 감안하여

단순 지방차단제 역할만을 필요로 해

단발성 약으로써도 비만치료제를 사용가능하다며,

특정 영양요소의 차단을 위해 복용해도 

효과적일 수 있다는 소개부분은 신선했다.

비유가 좀 그렇겠지만, 술깨는 약처럼 

체질상 필요한 사람은 이런 도움을 받기가

꺼려질 이유가 없다는 설명처럼 들리니 말이다.


두번째로 인지치료가 나오는데,

비만환자에게 해당 행동치료도 중요하지만

인지 즉, 생각을 바꿔가는 인지행동치료가 진행될 때

비로소 오래 유지될 수 있는 스스로의 습관이 안착된다는

이론적 설명은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게 다가왔다.

그리고, 단순히 심리상담하는 방식을 떠나

인식변화로 행동변화까지 이끌어 내는 

비만환자와 동행하는 모니터링 방식이면서,

그 기저에 비만치료를 향한 부정적인 의지로 

역기능적인 면모가 있을 경우까지 감안한다는 점이나,

조작적 조건화인 '강화'의 이론소개는 매우 유용했다.

이런 강화의 종류는 정적강화와 부적강화로 나뉘는데,

정적강화는 전달되는 느낌 그대로 어느 정도 해석 가능한

행동을 함으로 인해 '얻게 되는' 것을 뜻한다면,

부적강화는 부정적인 행동선택이 아니라,

무언가를 '회피하고자 선택한' 행동 그 자체를 지칭하고 있었다.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고, 매운 음식을 먹으려 하는 것까지 

모두 부적강화에 포함됐는데, 이는 부정적인 행동이라서가 아니라

일종의 스트레스를 회피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인지행동치료를 통한 비만치료의 총기간은 1년 6개월이 소요된다.

매우 긴 시간으로 느껴지겠지만, 이를 평생 유지될 습관을 안착시키고

이후 타인의 모니터링 없이 스스로 행하는 걸 목표로 볼 땐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있는 시간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그냥 다이어트나 비만치료 정보로써 봐도 좋을 만한 책이고

뒷부분에 주로 나오는 사용되는 약물이나

인지행동치료 등에 중점을 두고 읽어도 좋을만한 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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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릴 줄 알아야 부러지지 않는다 - 인생의 무게를 반으로 줄이는 마음 수업
김정호 지음 / 달콤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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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예전에, 그것도 아주 예전에 읽었다면

분명 안좋은 책이라고 말했을지 모른다.

옳은 이야기들의 향연...

상대가 아닌 나에게서 원인을 찾고 

받아들이고 수용하라는 이야기들...


지금은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싫지 않다.

맞는 얘기라고 공감할 수도 있으며

저자의 그 의도를 옳게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세상에 대한 설명이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들에 대한 설명이다.

바꿀 수 없는 것들,

바꾸고 싶지만 바뀌어지지 않는 것들,

고통이 아닌데 고통이라 스스로 여기는 인식 등

관점변화의 전환을 이루지 못한다면

영원히 밖을 향해 도전하 듯 

소리치며 살 수 밖에 없음을 경고한다.


책에 2번째 화살은 맞지 말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표현이 나름 꽤 유명한 설명인데

왠지 이 책이 그 시초는 아니었을까 생각됐다.

올해 첫출간 된게 아니라, 나왔던 책의 복간인데

2019년 전후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걸 보면

그때쯤이 첫 출간 아니였나 싶어서,

2번째 화살 얘기도 요즘에 많이 들은 듯 하니

화살 얘기가 이 책에서 처음 등장한건 아닐까란 추측이

아주 허황된 건 아닐 듯 하다. 아니라면 sorry~.

여기서의 화살이란 무엇인지 짐작은 될 것이다.

고통스럽게 한 밖으로부터 온 원인.

자신을 처음 고통스럽게 했던 그 이유로 인해

1번째로 맞은 화살처럼 고통스러웠었다면,

2차로 곱씹으면서 그로인해 계속 힘들게 되는 건

자신이 자기에게 꼽는 자해성 화살이란 얘기다.

속된 표현으론 재수없게, 혹은 불공정하게 불운하게 

1번째 화살을 맞았다면 그건 어쨌거나 OK.

그러나 2번째 화살부터는 아니지 않느냐는 발상.

2번째, 3번째, 4번째 화살은 날라온게 아니라 

자신이 1번째 온 화살을 뽑아 던지고서

다시 그 화살을 주워 자신에게 꼽는다는 의미.


대화로 주고받았다는 차를 소재로 한 얘기도 있다.

차를 누가 긁어놨다면 어떤가란 질문에

마음이 아플거 같다던 차주.

근데 긁힌 건 차고 아프다면 차가 아픈건데 

왜 사람이 아프다고 하는거냐는 질문에

순간 멈칫했다는 차주의 이야기.

나는 우선 차주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마치 선문답스러운 질문이라 

말문이 막혔을 수도 있는거지

속상하다는걸 영 어리석다고만 할 순 없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심리학자가 건낸

말 그대로 상황인식에 대한 재구성을 위한 질문이다.

내가 아닌 차에 일어난 일임을 생각해 보면서

조금 떨어져서 차 긁힘을 바라볼 때,

대비할 수 없었을 그 일에 일정수준 이상

반응하지 말라는 조언이었을 것이다.


불안이나 우울의 원인을 찾는게 초창기 심리학이었다면

긍정적 태도로 회복을 돕고 마음의 탄력성을 높이는게

요즘의 심리학이란 설명을 해 준 저자.

무조건적인 긍정의 힘을 추구하는게 아닌

관점변화만이 유일한 마음의 탈출구라는 설득을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놓지않는 베테랑 심리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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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열림원 세계문학 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이호철 옮김 / 열림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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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눈을 가지고 살아가면서

타인도 자기처럼 살아가고 있다 여기듯 

끈덕지게 살아내는 삶, 이게 어디 요조 뿐일까...


'실격'이라는 딱지를 스스로 붙인 요조의 삶은,

창착이 아닌 저자 다자이 오사무의 실제 삶이다.

그걸 모르고 읽었더라도, 독백처럼 흐르는 문체는 

소설을 회고록처럼 읽게 만드데 무리가 없다.


애초, 요조가 아닌 저자의 삶으로 읽어가며, 

그의 실제 삶이 어디서부터 틀어진 건지

정말 고전의 반열에 들만한 책이긴 한건지

스스로 찾고 이해하기 위해 집중했다.

고전으로써의 이유는 쉽게 명백해졌다.

1948년에 탄생한 책을 2023년에 읽는데 

시대적 정서적 격차가 안 느껴지기에.

다만 흔들렸던 삶의 이유는,

왜라는 의문으로 찾으려는 노력 대신

설명하고 싶었을 기억의 재구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편하게 접근해 볼 수 있었던 거 같다.


주인공 요조의 행복과 불행.

불행의 이유는 너무도 많았고

행복의 지속은 항시 위태로웠다.

정작 행복도 불행의 전주처럼 느꼈다는 그였기에.


사진 속 원숭이 같았던 아이는

타인의 감정을 평생 의식하며

자신의 감정은 감춘 채,

실제 자신은 누구도 못 느끼게 연기 듯 살아낸다.

때로는 그걸 능력으로써 자랑스러워도 하며.

그러나, 어른이 된 그에게

어릴 땐 자부심이었고 비밀 무기였던

광대같은 익살 처세는

스스로의 감정 배출구를 막고 마는 결과를 낳았다.


삶의 희미한 원동력이 되어준 어린 부인 요시코,

우연인 듯 겁탈장면을 보게됐을 때 조차

그는 자리를 피하고 망상에 빠져드는데,

이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속 주인공이 

가족에게 마저도 혐오함의 대상이었다가

아버지가 던진 사과에 맞고 

시름시름 앓다 죽어가던 애벌레를 연상케 한다.

오래된 친구 호리키에게 그렇게

자신의 가장 소중한 부분을 뺐겼으면서도,

누에콩과 2마리 동물의 환상이나 떠올리며

외마디 비명이나 분노조차 표현 못한 채

현실을 왜곡하고 삶의 희망을 놓아버리는 그.

부인을 대변하지도 친구를 탓하지도 않는 그다.

주어진 고민, 바꿀 수 없는 현실, 지나온 삶 

이 모두를 곱씹고 또 곱씹으며 

모든 건 자초한 불행인 듯 느끼며 바스러져 간다.

소설 내내 말한 것처럼,

'못하는 삶'이 아닌 '안하는 삶'의 모습 그대로.


그런 요조에게 예상치 못한 불행은 하나 더 언져진다.

술로 의지하며 눈밭에 각혈까지 하고마는 그가

근처 약국을 찾아 들어가 만나게 된

미망인인 절름발이 약사.

그녀의 모든 처방을 권위와 호의로 받아들이며

알코올 중독자의 삶 대신 모르핀 중독자의 삶으로 

너무도 자연스레 한발을 내 딛고 만다.

몸에 안좋은 술말고 생각날 땐

모르핀을 해보라 권한 그녀에게 감사해 하며.

일순간의 약기운으로 활력을 찾은 그는 

기적같이 샘솟던 기운도 잠시였을 뿐,

결국 술이 아닌 약을 간절히 찾아 헤매며 

그런 자신의 모습 앞에 다시 좌절하고 만다.


그렇다면, 모르핀을 권한 약사는 

요조를 의도된 파멸로 이끈 악한 인물인걸까? 

설사, 의도하지 않은 파멸을 야기 했을지라도 

결과론적으로 모르핀을 술 대신 권한 

그 죄만은 반드시 물어야 했을까?


생면부지의 둘이 처음 만나게 됐을 때

둘은 서로를 마주보며 마치 알아보듯 말없이 운다.

초췌한 요조를 보곤 이유도 모른채 울기 시작한 약사와

자신을 보고 울어주는 약사를 보며 우는 요조.

불행한 자는 다른 이의 불행을 민감하게 알아챈다는 것을 

불행했던 사람 요조는 육감으로 이미 이해하며 느낀다.

그래서인가, 어디에도 약사를 향한 원망은 없다.

친구 호리키에게 그랬던 것처럼.


몸의 고향이 아닌 마음의 고향이 없는 자.

그게 요조의 모습이자 다자이 오사무의 모습.


그에게 약사의 모르핀 또한 불행이었지만 언제나 그랬듯 

요조에게 불행의 시작은 익숙하고 거절하기 어려운 

선의나 신뢰처럼 다가와 버린다.


그는 소설의 마지막, 

다시 가족에게 자신의 구제를 요청한다.

그때 찾아온 여럿 중에, 겁탈범 호리키가 끼어 있는 건

인간실격이 자서전이지만 소설처럼 읽힐 수 있는 역설의 장치로,

자신을 망친 자가 자신을 구하려는 자들과 섞여 다가오며

거부할 수 있지만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않는

요조의 삶의 방식 그 자체를 이 순간에서도 보여주며 

독자마저도 좌절시키는 듯 보이게 했다. 


이 책이 '인간실격'이란 이름을 달게 된 건,

정신병원에서의 삶을 시작으로 

자신을 인간실격이라 불렀기 때문인지

이전까지의 모든 삶 모두를 고려해

그리 이름부치게 된 것인진 정확히 알 순 없다.

하지만, 결국 해볼 수 있는 모든 발버둥 끝에

최종적으로 자신을 포기하듯 내려 놓으며

스스로를 실격이라 부르게 되는 요조.


소설 속 주인공 요조의 삶은 27살까지의 기록으로 담겼고

저자 다자이 오사무의 실제 삶은 38살에 끝이 났었다.


스토리의 진짜 마지막은, 

요조의 소식을 아무도 모르지만

그가 남긴 기록과 사진을 두고

작중 화자 둘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요조의 마음을 대변하는 마무리인지

타인의 눈에 비춰진 본인의 삶이

이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것인지 

이 또한 알 수 없지만,

매정한 아버지가 잘못했다며 

요조를 위해 대신 편들어 주는 듯한 말을 하며

'하나님 만큼 좋은 사람'이었다는 말로 

요조를 기억해주는 마담의 모습에,

후일 실제 자살해버린 저자 다자이 오사무가

세상도 그리 자신을 바라봐 주길 원하는

간절한 바램이 담겼을지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유명 정신과 의사 오카다 다카시는

그의 책들에서 매번 '애착장애'로 고생했던 

대표적인 인물 3명을 등장시킨다.

부모로부터 기인했을 어린시절의 내적 불안정이 

평생을 고질병처럼 따라다닌 3명의 인물로써...

서머셋 모옴, 헤르만 헤세, 다자이 오사무. 

이 책을 읽기 전,

내가 아는 다자이 오사무는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엔

현재를 살고 있는 누군가의 평가로써가 아닌

과거 속 그 스스로가 묘사해 낸 모습으로 보면서 

새롭게 이해되는 해석들이 많이 생겨났다. 


시게코 같은 어린아이에게 조차 

자신의 정체를 들키는 것 같아 

부끄러워 자신을 방어해대던 요조.

그의 말 못할 외로움이 만들어 낸

오래된 습관의 고통들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하나님의 천국은 믿을 수 없지만

하늘이 내리는 단죄는 믿고 

그것만 곱씹는다던 요조의 내면의 목소리들.


다자이 오사무는 삶 내내 생각의 감옥에서 살다 갔다,

본인에겐 지옥이었고, 독자들에겐 선물로 남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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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직업은 치과기공사 - 치과기공사가 말하는 치과 밖의 또 다른 세계
이푸름 지음 / 설렘(SEOLREM)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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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느끼면 '치과기공사'에 방점이 느껴지는 책이지만

이 책은 '나의' 쪽에 지은이의 마음이 더 담긴 책이었다.

직업인으로써의 나도 많이 쓰려했고 써있지만

살면서 보냈던 그의 많은 하루들,

그것들을 보내고 쌓여진 나라는 사람에 대해

좀더 많은 걸 쓰고 싶어했다는게 전달됐다.


일기를 계속 써 왔고

6시에 기상하는 루틴을 지속하고 있다는 저자.

거기에 또하나의 루틴이라면, 

독서모임에 참석하고 이야기하고 어울려 왔던 생활.

어쩌면 드럼 연주까지도 그가 좋아했던 루틴.


그렇게 사는 삶도 좋았으나

이제는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는 듯한 저자.

하나 더,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세상에 천직은 없단 생각도 해본다.

군휴학 2년에 그냥 휴학 2년까지

그땐 치과기공사란 예정된 삶과 멀어진 시간이었다.

그러나, 남들보다 손재주가 없다는 그였지만

좀더 늦은 시간까지 혼자 남아 실습을 하는 등

지금의 직업에 갖춰야 할 시간들과 고민을 결구은 채웠고

현재는 고민하던 직업이 만족스러울 만한 일이 됐다.

자기와 같은 고민을 하다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애초 완벽하다 싶을 정도 맞아떨어지는 직업을 찾은 사람 중

어느 쪽이 더 돌연변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도 해오는 저자.


6시 기상의 생활패턴.

이도 참 재밌는게, 부지런하면 본인과 주변이 다 좋을 듯해도

저자의 경험을 보면 자신의 루틴이 공동체에 융화되려 할 땐

어떤 식으로던 잡음이 발생되는 것도 인지상정이지 싶었다.

일찍 출근하고 여유롭게 시작하는 아침이 좋은 저자는

입사초기 동기들에겐 미움의 대상이기도 했었다.

왜냐면, 정시에 출근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이런 그가 흡사 잘 보이려 노력하는 것 같고

자기들이 대조적으로 게으르게 보이는 듯 해 불편했을테니까.

그렇다고 저자 또한 그 분위기에 맞춰

자신이 소신껏 지켜온 패턴을 늦추는 건 또 어려웠을 듯.

그런데, 지금은 시간이 흘러 교정팀의 관리자 입장이 됐는데

이젠 직원들이 그의 생활패턴에 부담을 느끼는 듯 하다.

상사는 괜찮다고 하지만 항시 자기들보다 먼저 와 있으니.

그냥 아침 시간의 유용함을 즐기는 저자의 생활패턴은

이래저래 욕먹을 팔자인가도 싶으나,

못다한 일들을 마무리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여유있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그의 일관성에 더 공감되는 부분이 컸다.


나는 치과기공사와 관련 없지만

저자가 기공사과 된 이유와 거의 같은 인연으로

이 직업에 대한 궁금함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 많은게 해소된 느낌이다.

책 후반부엔 치과기공에서 사용되는 용어와 기술들을

해당 사진들과 함께 쉽게 접해볼 수 있는 코너도 있으니

아마도 '치과기공사'란 키워드 때문에라도

이 책을 선택한 사람들에겐 그 방향의 좋은 자료가 될 둣 싶다.

물론, 이 앞쪽에도 저자가 현직에서 경험한 일들이

책전체 3분의 1 이상의 분량으로 잘 정리돼 있으니 유용할거다.


예전엔 대개의 치과기공사들이 보수가 좋았나보다.

기대를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하지만, 지금은 이 분야 뿐만 아니라 어느 분야건

이미 포화상태이거나 그런 시절은 지난 쪽이 많으니

현재와 과거의 그런 차이도 책을 통해 느껴보면 좋을 듯 싶다.

절대적으로 나빠졌다는게 아니라 

과거에 비해 그렇다는 비교일 뿐이지 오해는 말길.

저자 또한 선배가 되어 자신의 일에 만족하며 

치과기공에 대해 이렇게 책까지 내며 안내해 주고있지 않은가.


치과기공사 일이 크게 4가지 정도로 갈리는데

그 분야 중 일찍부터 교정파트에 몸을 담아왔다는 저자.

글쓰는 이 치과기공사의 다음 책이 나온다면

그때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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