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과 지휘 - 명령을 내리는 법, 조직을 움직이는 법
마쓰무라 쓰토무 지음, 강모희 옮김 / 보누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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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도서에 쓴 주관적 서평입니다]


집필요청을 받은 저자 스스로가

요즘 전쟁기술에 관심있는 일반독자가 

과연 있겠느냐는 고민부터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책탄생의 의미를 다수가 아닌

있을지 모를 1명에 잡고 시작.


일단, 내용들이 정말 실제 전장을 다룬다.


읽기 위해 약간의 지식이 필요할 경우

책초반 그런 걸 싣는 구성이 이 책에도 쓰였는데,

편제용어나 쓰이는 각종 기호들 및 약칭에 대해 

일정부부 설명해 놨다.


첫 절반분량엔 전략과 전술을 개략적으로 논한 후

정확히 중반 이후엔 Q섬이란 가상지역을 설정하고

침투 및 진격하는 시뮬레이션을 그려 놓았다.


사용된 단어들을 숙지해야만 읽을 수 있진 않다.

다만, 대비되게 쓰인 단어들 몇몇은 

재미도 있고 착각하기 쉬운 것들이라 정리해본다.


먼저 전략과 전술을 보자면,

전략이 거시적인 숲이고 전술은 미시적 존재로

전략이란 틀에 맞춰 전투시 사용되는게 전술.


추적과 추격이란 말도 눈에 들어오는데

단순히 쫓는건 추적, 

쫓아서 격퇴까지 하면 그런 추격.


부대기호도 그림 안에 쓰이기에

눈에 띄는 것들을 나열해 보면,

부대편성은 모두 직사각형의 네모 형태로써

보병은 네모 안에 X표가,

포병은 네모 안에 검은 동그라미,

기갑부대는 네모 안에 궤도모양을 그려넣었다.


결국 이 책의 백미는, 

Q도라는 섬에서 이루어지는 가상전투로

말이 아닌 실전을 이해시키려 등장한다.

가상의 연합군 적과 대치하는데

역사속 유명한 전투들을 각 대치상황마다 응용했고

유명한 장군들의 전술들 또한 거기에 활용됐다.



일례로, 혹시 영화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란 작품을 봤는가?


첫장면이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시작하는데

총알받이처럼 해안에 상륙하려는 미국측과

이를 기관단총의 연사로 막아내는 독일군 사이의 대결을 보여준다.

실제 이런 역사적 전투장면을 이 책에서는

스케일은 축소시킨 미니전투로 그려놓았고,

역사와 반대로 미국에 밀린 독일이 아닌

대등한 3가지 전제를 가정해 놓았다.


1. 국지전에서 밀리지 않은 독일군

2. 히틀러 암살 시도가 없었다고 가정

3. 독일 사령부가 건재했을 경우


독일승리를 바라며 쓴 억지 가정이 아닌

전술과 전투상황시 더 대등한 대치상황을 

가상하고 열세를 줄여본 것.


흐름이 하나처럼 전개되지만

이런 노르망디 상륙작전부터 6.25 전쟁 중 중공개입까지 

여러 전투들이 이 Q섬 모의전투마다 응용됐다.

매 전투마다 아이디어를 다 밝히진 않았기에

뭉뚱그려 하나처럼 전개됐다고 말했고

모든 배경은 마지막에 정리하듯 설명된다.


보다가 특별히 놀란 몇개의 상황들이 있다.


지뢰가 깔린 지역을 통과할 때

우회 않고 지뢰를 밝으며 

전진해 결국 적진에 다다른다는 가정은

기동을 높여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단순한 작전이었다.


적진을 뚫듯 치고 들어갈 때

일단 뚫린 그 지점만 진격하는 모습이 아닌,

뚫린 첫관문의 바로 좌우를 넓히듯 들어가면서

마치 퍼지나가는 모양으로 공격을 지속하는 전술.


어떤건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다거나 

어떤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더란 말은 생략하겠다.

다만, 사람과 사람이 일대일로 싸우는 경우의 수만큼

집단 대 집단으로 상대하는 전투 또한

더 치밀했고 과감한 기동까지 겸해

수싸움에서 반걸음 앞서는 모습을

최대한 묘사한 거라 이해해 본다.


대부분 한사람이 지휘하고 타인을 움직이는 

전술과 전략을 보여주기에,

지휘관의 고뇌가 실전처럼 느껴지던 것도 특색.


근데 어느 사례에선 진격 중

자기가 몰던 장갑차를 버리고 갈 수 없다고 

남겠다고 우기는 병사마저 

신경써주는 지휘관의 묘사는 진짜인가도 싶다.

 

단순 복종보다는 다소 이해 안가는 이 같은

의견수렴까지 많이 보여주는 이런 변수마저도 

많이 등장시킬만큼 구성자체가 단순하지 않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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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예찬 - 불확실성을 환대하는 방법
안 뒤푸르망텔 지음, 이세진 옮김 / 사람in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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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도서에 쓴 주관적 서평입니다]


굉장히 독특한 에세이다.

철학자이자 정신분석가로써의 글들이라 

복잡하고 사색적으로 묘사한 게 많아

쉽게 진의를 즉각 파악하기란 

꽤 까다롭기도 하면서.


그런데 진짜 신기했던 건,

몇몇 단편들은 놀라우리만치 

독특한 와닿음이 즉시 이해가 되며

호흡처럼 받아들여지는 기분이었달까.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그리스 신화 속 두 인물로 이 책은 시작한다.

책마무리조차 이 두 인물을 다루며 끝을 맺는데

전체내용은 수십개의 철학적 에세이들임에도

가장 신경써 다뤄진 이 소재를 우선 돌아보고 싶다.


이 신화의 모티브라면,

죽은 자를 그리워 한 남자가

다시 살리고 싶다는 망상적 바램을

기어코 현실로 만들어 낸 기적으로 보여진다.


오르페우스는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다시 이승으로 데려오기 위해 지옥으로 간다.

자신의 탈 인간급 능력으로 결국 

지옥의 신 하데스마저 설득하고

아내를 데리고 나오는데,

허락을 받았음에도 조건이 하나 붙었다.


'다 빠져나갈 때까지 절대 아내를 뒤돌아보지 말 것'


고생 끝에 성공한 그였지만

완전히 데리고 나가기 전까지

오르페우스는 계속되는 불안함에 힘들다.


'따라오고 있나?' 

'진짜 나와 동행 중이긴 한건가?'


그러다 거의 도착했을 때 

마치 부인이 오르페우스를 시험하듯

돌아볼 수 밖에 없도록 유도한 것처럼 묘사했는데 

어쨌건 마침내 뒤를 돌아보고만 오르페우스.

그 순간 다시 빨려 들어가듯 아내는 사라져 버린다.


이 소재로 저자가 쓴 모든 문장들은 극적이다.


그중 에우리디케가 다 빠져나온 지옥으로 

되돌아 갔다는 결말이 아니라

이승과 저승 중간쯤에 머물게 되버렸단 저자의 해석은,

신화적 결말을 2차 가공한 작위적 상상이긴 하나 

다 읽는 나로써는 이 상상의 이유에 공감해 볼 수 있었다.


정신분석가란 약력으로 짐작해 보고

위험예찬이란 제목에서도 이해해 보듯,


많은 심리적 부담이란,

저마다의 무의식 속엔 넘어서지 못하게 설정된 

기억 안나는 원초적 불안이 초래한 결과물이고,

그걸 마주하고 감당할 수 없기에

2차적 부산물처럼 그 원인제거 없이 

왠지 불안한 조짐을 안고 사는 

일종의 선택적 불이익처럼 묘사했다.


이는 용기를 내라는 격려거나 인도도 아니다.


다만, 모든 것에 이유가 있고 

만일 불편한 무언가를 깨야한다면

마주하게 만드는 건 용기가 아닌 

'선택'이라 사실만은 명확하다는 정도일 뿐이기도 하다.


이 신화 속 오르페우스를 저자는

마치 다 이룬 소원을 놓친 인물로써가 아닌,

지옥을 빠져나온 에우리디케를 

또다른 혼란에 놓이게 한

불행의 원흉 정도로 그려놓는다.


그 어려운 여정을 다 겪어놓고서

결국 마지막 순간 스스로 믿지못하고 

확인하고 싶어진 오르페우스의 조바심이

자신의 과업도 망쳤고 

아내도 되돌려 받지 못한 듯 말이다.


그리고 여기에 바로 갑자기 

정신분석을 받는 누군가의 현실을 

한편의 소설처럼 연이어 등장시키는데, 

그 인물의 이름은 에우리디케다.


지명도가 있는 한 정신분석가에게 찾아가 

1차 상담을 받은 그녀는 기대보다 

애매한 말들임에도 오래된 불안의 실마리를 얻었다고 느낀다.

자신이 죽고 싶어한다고 믿는거 같지만

사실은 살고 싶다는 반증 아니냐는 분석가의 말에서.

그후 다시 찾아갔을 때 그 상담가의 부고소식을 들음.


죽음을 두려워한 사람은 살아있고

죽음의 이유를 평가한 사람은 죽어있다.


사람이 가장 불안해 할 상황을 죽음으로 꼽지만

어떤 죽음이라도 예정돼 있는 것이란 전제하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완전 예측불가능한게 아닌 죽음을

그 시기만 예측하기 어렵단 사실 때문에

죽음의 도래를 그리도 두려워하며 

살아내는지에 대한 통찰로 느껴지는 구성.


많은 죽음의 가능성들이 죽이지 않고 우리를 지나갈 때

우린 그것을 모르고 지나치고 살아간다는 저자.

사는동안 마지막에만 접할거라 믿는 죽음의 순간들이 

실은 생애 중 가장 맨마지막에만 있지 않다는 

이런 해석도 무척 철학자 다웠다. 


스토리가 아닌 문장에 매력이 존재하는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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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 2 - 지친 영혼을 위한 동심 처방 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 2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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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도서에 쓴 주관적 서평입니다]


몰랐던 작가인데 다시 만나고 싶던 2권의 동화가 

모두 이 사람 책들 속에서 다뤄지기에 읽고 싶었다.


파랑새, 행복한 왕자...


다만, 파랑새는 1권에, 

행복한 왕자는 이 2권에 있다.

생각만으로 간직해 온 이런 책들을 

한사람이 모두 언급한 경우라 신기했고 

이런 계기가 한편으론 고마우면서 기대됐다.


결론적으로 행복한 왕자에 국한해

내 정서와 작가의 감성엔 차이는 있었다.

작가는 빈곤과 자비를 주요 모티브로 

행복한 왕자를 공유하고 싶어했고,

난 이 작품을 슬픔으로 더 대하기에.


이 단편 포함, 모든 수록된 동화들은

원전을 이해하는데 도움되도록 

발췌된 중요문장들이 매 작품마다 실려있다.

당연히 행복한 왕자 또한 그러하고.


일단 '행복한 왕자'는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

그냥 오스카 와일드란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처음 행복한 왕자를 그가 쓴 걸 알고 놀랐던 기억도 난다.

이렇게 짧고 단순하며 쉬운 동화가 이 작가꺼였다니...


높은 망루에 세워져 있던 왕자의 동상...


그의 눈에 밟히는 수많은 사람들은 계속 돕다가

결국엔 넝마가 되어버린 행복한 왕자의 조각상.

우연치않게 왕자를 돕게 되다가 떠날 때를 놓친 제비는 

추워진 날씨와 체력소진으로 결국 왕자 발치에 떨어져 죽는다.

그때 왕자는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으로 

납으로 만든 심장이 두동강 나면서 

그또한 제비처럼 생을 마감.


어린 나이였지만 이 작품은 

참 많은 걸 느끼게 해주던 스토리로,

당시 7살 나이였던 내 나이대까지 기억하며 

이 작품을 음미할 정도로

잊고산듯 살면서도 안에 간직하던 작품이었다.


제비의 선한 마음은 어린 나이였지만 어리석어 보였고,

제비를 진심으로 걱정하긴 했지만 

제비없이는 남을 도울 수 없던 왕자의 선함이 

제비를 결국 죽게했다는 아이러니도 

어린 나였지만 매우 슬프게 느꼈던 동화였다.


게다가 난 만화책으로 봤는데, 

제비가 떨어져 죽는 순간

왕자의 심장이 끊어지듯 나뉘며 죽는 장면 또한 

그림으로 보면서 충격적이었고 

한편 너무 어리석은 왕자라 느꼈기에 또다르게 슬퍼졌었다.


많은 사람들을 살리려 노력한 왕자지만

가장 자신의 편이 되어준 제비를 죽인 건 왕자이니까.

이렇게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선행은

둘만의 죽음으로 끝을 맞이하며 말이다.


저자는 이 작품해석을 빈곤과 자비로

난 착하지만 어리석음을 슬퍼했던 '행복한 왕자'란 작품.


작가와 같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었지만,

이 작품과 관계없이 

몰랐거나 이해 못했던 다른 작품들 중엔 

저자때문에 알게돼 감사했던 것들도 있었다.


정글북, 끝없는 이야기.


정글북은 애니메이션으로만 보고 

너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으로 원전을 간접 경험하니

정글북의 모글리에겐 만화같은 해피엔딩은 아니다.

정글에서 키워졌으나 인간이라 동물들에게 밀어내졌고

돌아간 인간사회에선 인간과 다른 면 때문에 밀어내진다.

결국 그나마 주저앉지 않은 모두에게 거부당한 모글리는 

자기만의 무리와 동행할 수 있는 행운은 있었고

자신의 공간과 세계를 개척해낸 인물로 살아간다.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에선 

이 책을 통틀어 어른이 된 내게 

어릴 적의 '행복한 왕자'보다 

다른 느낌으로 가장 와닿는 작품이다.

물론 이또한 동화인거고.


아웃사이더인 주인공 '바스티안'은

엄마를 잃고 이젠 아버지와만 살면서 

아버지에게 정을 주지 않고 소원하게 군다.

학교나 친구 어디에서도 정을 붙이지 않는 아이이면서.

그러다 평범한 동화들 속 컨셉처럼 

특별한 임무가 주워지고 소명을 완수하지만 

이 주제 외에 하나의 주제가 더 존재했다.


'바스티안, 너의 진짜 소원이란?'


진짜 소원이 뭔지 아이 스스로

'자문'해 보는 것에서 시작된 숙제.


내 소원이 뭐지? 

소원, 소원, 소원이라...


그 앞에 "진짜"란 형용사까지 붙인 후

바스티안은 자신의 그 진짜 소원을 찾는다, 그건 


'자신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


작지만 영웅서사 마치고 긴 여정에서 돌아왔을 때 

바스티안은 그 환상에서 얻은 

다음과 같은 힘으로 현실을 살아낸다.


'환상세계도 절대 갈수 없는 사람도 있고,

갈순 있지만 영원히 거기 머무는 사람도 있다.

반면, 너처럼 갔었지만 다시 돌아온 사람도 있지.

너같은 사람만 결국 2개의 세계 모두를 건강하게 만든다'...


저자가 공유하고 싶던 

'어른을 위한 동화'란 컨셉을,

난 이 작품에서 좀더 명확히 느꼈다.


불만족스럽던 자신의 삶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한 건,

이젠 자신을 사랑할 줄 알게 된 

바뀐 자신이라서가 아니라,


바뀐 자신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건

바로 이 불만족스러운 현실 안에서라야 더 가능해지고 

이 현실에서는 바뀐 자신을 

더 체감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이 작품에서 이런 저자의 평가 또한 공감되고 훌륭했다.


자신을 찾으라던가 

단순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가 아닌,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자신을 아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부터 말해주니까.


이어서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는 건,

또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이 깨달은 사랑을 

알려줄 수 있게 됐음을 의미하는 거란 실

질적 조언도 매우 진실되다.


작고 앙증맞은 책이지만

동화가 지닌 상상력으로 독자의 채울

나머지 감성에 각자의 숙제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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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코올중독 의사였습니다
이준서 지음 / 모티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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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도서에 쓴 주관적 서평입니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읽은듯 하다.

뻔한 말이지만 단순히 읽기 시작해

생각보다 진솔한 얘기들에 빠져들었기 때문.


책의 기획의도는 전적으로 

알코올 중독자 스스로 탈출할 수 있도록

비슷한 경험의 저자가 본인의 히스토리를 공유를 하며 

타인도 자신처럼 될 수 있음을 가이드해 보는 것.


그런면에서 난 알콜릭은 아니라서

쉽게 공유하지 못할 술만의 경험들을 읽는게 

마치 누군가의 솔직함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에 미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알코올 때문은 아니더라도

공유되는 정서적 부분들이나 술 이외의 공통분모들로

충분히 이해되는 내용들도 많았기에,

비슷한 누군가의 인생단면을 느꼈봤다고 하고 싶다.


술자리에서 끝까지 술은 안 마시며 

같이있는 사람을 보면 싫었다는 저자는

술을 마시는 입장에서도 이를 한번 해설해 준다.

다들 취해갈 때 맨정신인 사람이 곁에 있는 건 

자신이 구경대상이 되는 듯해서 싫었다는 것.


알코올 중독과 관련된 다양한 내용들이 책에 많지만 

개인적으로 나만의 반전같던 느낌 중 하나는,

내가 알코올 중독관련 직접경험은 없음에도

AA모임에 대해서나 부가적 지식들을

생각보다 많이 알고있다는 그 부분 때문이었다.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며 

여러 치유 시퀀스들을 접하다가,

가장 손에 꼽았던 부분이 

AA와 대치되는 구조인 알아논이었기 때문.


AA가 알코올 중독자들을 위한 자조모임이라면

알아논은 알코올 중독자를 가족으로 둔 사람들의 자조모임.


알아논을 이해함에 있어서 

알코올 중독자들에 관한 심리나 가정환경도

자연스레 배우고 알게 됐으니까.

그런면에서 이번 이준서 선생의 책은

그가 전달하려 한 점과 더불어

색다른 부분이 내겐 존재했다.


거기에 이준서란 한사람만 보면

지금은 치유자로 전환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알코올 중독패해가 거의 본인에게만 머문 유형이자

대부분 스스로 상황분석이 가능했던 사람이었고

술이 '친구'였던 인생 상당부분 중에 추구한 도파민도

주변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알코올 중독자들 유형과는 

사실 많은게 달랐다고 느낀 점도 있었다.


다른 측면에선,

인간관계나 친목도모에서 술이 밀접한 한국사회에서 

이를 자신의 필요하에 자발적으로 끊어낸 경험자의 

가감없는 얘기자체로도 가치가 충분할 내용같기도 했다.


자신의 금주를 이끈 멘토 CK와

경험을 공유한 AA멤버들에게 남긴

책말미에 감사함도 한편으로 매우 뭉클하던 인간적인 장면.


술을 끊는 자조모임의 힘이란 결국 동병상련.

그러나 저마다의 경험들이란 것도 계속 듣다보니 

어느순간부터는 시큰둥해질만큼 비슷한 반복이라 

그룹활동을 끊고 홀로 단주를 이어간 저자는 

아쉽게도 1차 실패를 겪는다.


그 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 성공하는데,

그때 느낀 이 AA모임의 활동의 본질은

단순 금주의지를 이어가는 것만 공유하는게 아니라

저마다 겪는 일상을 AA멤버로써 오픈하고 공유하면서

더 자연스런 유대감을 형성하고 

격려와 걱정까지 마다않는 포괄적 공감대를 나눔으로써

함축적 치유로 이끈다는 걸 알게된 경험을 말해준다.

반복되는 소소함 때문에 빠지고 싶던 AA모임이

그 소소함으로 AA참여목표를 이루게 해준 경험상의 아이러니.


결국 술의 절제란,

최종적으로 심리적 포텐셜 상승이 결부됐을 때라야 

진정한 해피엔딩을 맞는거란 섭리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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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잠 - 덕자전성시대 덕자의 장편소설
박보미(덕자전성시대) 지음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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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도서에 쓴 주관적 서평입니다]


경직된 감정, 절제된 표현,

충격적 경험, 탓하지 않는 기질 등,

일관성 있게 흘러간 이런 주인공만의 정서는

소설 속 큰 주제들이 된다.


여주인공 '윤설'의 인생이

탄생부터 거의 죽음까지 등장하지만,

저자인 유튜버 '덕자'의 실제 인생스토리가 

여기에 녹아있다고 보여지는 이야기들이 많기에 

회고록 형식을 겸한 소설로 다가오는 부분들.


여자로써 공고 전기과를 나왔다는 이력은

윤설과 저자가 동일하고,

직장에서 힘들었던 덕자의 경험 또한

윤설의 직장스토리에 녹아있다.

노년까지 이어진 주인공 윤설의 삶이라

아직 젊은 덕자로서는 분명 가공된 이야기지만,

허구처럼 보여도 필연적으로 논픽션적 요소가 

많을 수 밖에 없던 구조는 맞다.


소설 속 큰 줄거리는 이렇다.


첫직장에서 겪게된 인간관계 속 버거움,

변호사 김우진에 대한 고마움과 숨겨진 진실,

알바동료로 만나 남친이 된 기영과의 기억,

주인없는 강아지 우주와의 만남,

공장동료로 만나 배우자처럼 맺어진 '친구'.


스토리로 풀자면 매우 단순한 이야기면서

보통 사람들도 겪을만한 일들 같지만,

몇명 안되는 사람들과의 인연만으로도

인생이 꼬이는 슬픈 스토리가 짜여지는건

윤설이 넘어설 수 없던 인간관계 속

능력치의 한계를 보여주는 일종의 고백과도 같았다.


다가가거나 잡고 싶지만 그리할 수 없던 수줍음은 

일종의 포기이자 바꿀 수 없는 기질같았다.

감정없이 깼다 잠들다를 반복하는 듯

살아낸 윤설의 비몽사몽처럼 보이는 삶은,

선잠이란 뜻의 '그루잠'이란 단어가 됐고.

  

사실을 알지 못한채 흘러가 버린 관계들도

'영혼의 세계'를 끼워 묘사함으로써,

몰랐거나 미진한 부분한 모든 것들이이

영혼의 세계 안에서 진상이 드러낸 채 존재한다.

단순 검색만으로도 파악가능한 일들로써.


지척에서 응원해주던 남친 기영은

윤설의 돈을 빼돌리고 잠적했고

그걸 채무로 떠안은 윤설은 힘겹지만 살아낸다.

자신을 도와준 줄 알았던 변호사 김우진도

실제로는 가해자와 뒤로 거래해 피해를 입혔고

윤설을 기만하며 본모습은 선량한 듯 숨겼었다.

보상금마저 상당부분 착복했던 사실도 드러나고.


신이 인간의 숨긴 이력도 찾아내듯 

많은게 검색가능한 영혼세계란 설정은,

실제 윤설이 속은 부분들처럼

덕자 본인에게도 그런게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설정인 동시에,

현실속 무력함을 소설 속 상상으로나마 

토로해 본게 아니었다도 싶다.


가장 결정적으로 몽환적 이야기들을

현실적으로 뒤집는 건,

마지막에 첨부된 주인공의 정신과 기록.


한페이지 밖에 안되는 기록 안에는,

현실과 구분 안되는 몽환적 현실의 이유를 찾고

몽상을 걷어낸 현실을 보여준다.


실은 외상이 됐었을 많은 상황들을 

가상공간에서 '재구성' 할 수 밖에 없던 이유는,

스스로 '정서적 안정'을 꾀한 것이란 정신분석적 해석은

한순간에 독자를 현실로 끌어당겨 앉힌다.


이마저도 가상스토리의 조각으로

읽고 넘어가야 될 부분일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인 덕자 본인의 경험이

소설창작에 사용됨으로써,

윤설의 감정을 대리차용해

일부 억눌린 감정분출을 가능하게 했을 수도 있겠고.


굳이 가상세계와 현실을 구분하며 

등장한 이야기들을 대하기 보단,

현실쪽에 더 무게감을 싣고 책장을 덮었다.


무덤덤한 윤설의 수많은 재스처들은

PTSD가 됐을 환경들과 인물들을 

맞닿드리기 싫은 처세였을거란 상상도 해보게 되면서.


쉬어가는 역할의 음악기호들이 챕터마다 삽입돼 있다.

작지만 철학적으로 다가온 감각적 배치들이다.

단순한 창작물이라기 보단 

자전적 이야기가 소설이란 외피를 썼다고 느껴져 

더 공감하며 읽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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