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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힘든 날에도 나는 나를 지키고 싶다
강지윤 지음 / 그로우웨일 / 2025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이나 주관적인 서평]
첫인상은 마치 한편의 시집 같았던 이 책은
그 내용도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의 얼굴처럼
처음 파악되던 그런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떤 부분에선 심리서와 시집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해보지만
그래도 심리학책은 심리학책.
정확한 칼로 환부를 도려내는 듯 상대를 분석하기 보단
상처인듯 간직한 무엇이 일종의 환상통일 수 있기에
가능하면 운좋게 이해하고 미리 비껴갈 수 있도록
조언보다는 지혜 쪽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편안하게 건내주려한 노력이 보이던 책이다.
마음에 드는 구절보다는 와닿는 단어들로 인해
생각해 보게 되던 순간들이 참 많았는데
그런 단어들 중 특히 미성숙은 좀더 그랬다.
나는 성숙하고 타인을 미성숙하다 부르려거나
반대로 나를 그리 지칭하고자 선택해 본 단어는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나를 성숙하다고 여기진
않는 것도 분명히 밝히면서 이어가자면,
미성숙이 꽤 의미있는 단어가 될 수 있던 이유로
계속되는 고민과 생각만 반복하던 삶의 끝은
미성숙한 성인으로 남을 위험성이
클 수 있다는 귀결을 언급함에
미성숙이란 단어가 의미있던 이유가 존재한다.
그래도 미성숙이란 단어가 가진 혐오적 느낌보다는
미성숙을 가지고 늙어야하는 누군가의 아픔이
오히려 더 안타깝게 다가오기도 했으며.
늙으면 자연스럽게 지혜와 성찰이 절로 샘솟는가?
절대 그렇지 않은건 나도 알도 모두가 알 것이다.
리어카를 끌며 가족들의 생계를 지키려하는 여중생과
자기를 돌보라며 끝끝내 투정을 부리는 할머니가 있다면
이들 중 당신은 누굴 지혜롭다 할 것인가?
책은 이런 부분을 독자로써 상상하게 만든다.
나이든 온화한 얼굴이야 운좋게 세월로 지니게 될 수 있지만
그 안에 아직 아이로 남아있는 실존적 자신이
진짜 본모습인 사람들이 꽤나 많은 시대다.
저자는 본인의 이야기를 타인의 이야기와도 함께 들려주면서
어떤 이야기는 직접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근거로 묘사했고
어떤 이야기는 간접적으로 타인의 사연을 해석하며 흐른다.
원가족내에 크게 문제가 있다고는 할 수 없는 환경이었지만
저자에게는 큰 우울증이 되어버린 뭔가는 있었나보다.
그랬던 어떤 시기에 커튼을 치고 누워있는
저자에게 들어온 한줄기 빛.
이 얘기를 듣고 먼저 상상해 본다면
그 다음은 무슨 일이 벌어지거나
어떤 생각이 이어졌을거 같은가?
저자는 어두운 방에 얇게 들어온 빛을 느끼고
그 빛을 희망의 증거가 아닌
어둠을 뚫고 가늘게 들어온
가냘픈 빛 한줄기임에도 자신의 팔꾹이
베이는 것 같은 칼날과 같았다고 회고한다.
우울증은 가치관을 변형시킬 수 있는 질환이다.
감각과 인지도 바뀌게 한다.
지금은 심리학 박사를 거쳐 교수도 역임하고 있는 저자지만
힘들었던 그 시간대의 본인 이야기 속엔
공개가 쉽진 않았을 그때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에세이처럼 읽어도 충분히 그 가치를 할만한 책 같다.
그런 흐름임에도 하고 싶은 심리학적 얘기들은
충실하게 담겨있음이 독자로써는 좋은 책이라고
여기며 읽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꽤 괜찮은 구성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