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mind)」은 중요한 의미에서 3원적이다, 즉 마음의 과정은 궁극적으로 3개의 부류로 나누어진다는 생각은 오랜 세월 동안 논란의 여지가 전혀없는 공리(公理)처럼 간주되어왔다. 지금도 우리는 종종 마음이나 영혼은사고, 감정 및 의지라고 하는 세 부분을 갖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 좀더형식적인 어투로 말하자면, 마음이나 영혼의 기능은 더 이상 환원이 불가능한 세 가지 상이한 양태인 인지적 양태 (Cognitive mode), 정서적 양태(Emotional mode) 및 의욕적 양태 (Conative mode)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내가 밝히고자 하는 바는 정서 (emotion)라는 단어가 적어도 서너 가지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이다 : 「경향성 (혹은 동기)」, 「기분」, 「(심적) 동요 (動搖)」, 「감정」등이 그것이다. 동요 (agitations 혹은 commotions)를 포함해 경향성 (inclinations)과 기분(moods)은 발생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공적으로건사적으로건 도대체 발생하지 않는다. 즉 이것들은 행위나 상태가 아니라 타고난 기질이다. 

이에 반해 감정은 발생사건 (occurrence)이다. 그렇지만 인간행동을 서술함에 있어 감정에 관한 언급이 차지하는 위치는 통상적인 이론들이 인간행동과 관련하여 차지하는 위치와 판이하다. 
기분 혹은 마음상태(frames of mind)는 동기 (動機)와는 달리, 그러면서도 질병이나 기후상태와유사하고 일정하게 사건들이 「결합된 일시적 상태이며, 그 자체가 발생사건 외부에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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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프루스트!

좋긴한데
얇아서... 소설 뒤에 부록으로 들어갈 양이라 ...
의아함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물건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권이었습니다.(당시 영어판 번역서의 제목은 『과거의것들에 대한 기억이었습니다.) 나는 손에 들어온그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열이 떨어지지 않은 내 상태가 아마도 그 이유 중 하나였을텐데, 나는 책의 시작 부분과 콩브레 부분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나는 그 부분을 읽고또 읽었습니다.  - P27

아름다움은 차치하고라도 프루스트가 하나의 일화를 다음 일화로 이끌어 가는 방식에 전율했습니다. 사건과 장면의 순서는 일반적으로 요구되는연대순을 따르지 않았고, 직선형 구성 방식 또한따르지 않았더군요. 그 대신 서로 관계가 없어보이는 생각의 연상이나 변덕스러운 기억이 하나의 일화에서 다음의 일화로 그 글쓰기를 추동해 가는 듯했습니다. 나는 무심결에 이렇게 자문하곤 했습니다.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 두 순간이 어째서 화자의 마음속에서 나란히 자리 잡게된 것일까? 그러다가 문득 내 두 번째 장편 소설을 위한 흥미로우면서도 더 자유로운 구상 방식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오직 책 속에서만 풍부함을 만들어 내는, 그 어떤 화면으로도 포착할 수 없는 내면의 움직임을 제공하는 방식 말입니다. 화자 생각의 연상과 자유롭게 흐르는 기억에 맞추어 하나의 구절에서 다음 구절로 나아간다면, 추상 화가가 화폭에 형태와 색채를 선택해 담아 내는 것 같은 방식으로 소설을 구성할 수 있을 터였습니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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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 꿈꿀자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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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4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다. 역사니까. 하지만 자폐의 역사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임상기록의 역사는. 두껍지만 쉽게 읽혀서 생각만큼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도날드 트리플렛은 최초로 보고된 자폐아이다. 1930년대에는 아직 자폐증이라는 진단명이 없었다. 트리플렛 부부는 아들 도널드를 요양원 시설에 보낸다. 엄마 메리 트리플렛이 아들을 과도하게 자극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의사의 권고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들이 처음 보내진 곳은 결핵예방요양원이었다. 메리와 비먼 부부는 이 요양원은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아들을 도와줄 의사를 찾는다. 레오 카너와 도널드 트리플렛은 그렇게 만났다. 메리는 아들에 대한 진단이 필요했다. 레오 카너는 1943도널드 T.’라는 소년이 등장하는 자폐적 장애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다. 드디어 진단명이 붙여진 것이다. 이것은 조현병에서 나타나는 자폐증이나 자폐적이라는 용어를 차용한 것이다. 그것을 볼 수 있는 관점을 발견한 것이었다.

 

자폐의 연구와 기록의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트리플렛 부부를 시작으로 같은 증상을 가진 자녀들의 부모들로 모임이 형성되고 정보를 교환하고 자폐아들을 대상으로 한 치료와 연구의 역사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진단명

육체에도 병의 증상은 있지만 정확한 진단명이 없다는 것은 환자에게도 의사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치료의 시작은 진단이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같은 증상을 보이던 아이들의 부모는 자폐라는 병명으로 모임을 갖게 된다. 그들에게 진단명이 있다는 것은 치료의 가능성, 아니 회복의 희망을 갖게 해주는 것이고, 고통을 나누고 아이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힘을 모을 수 있는 공동체가 생겼다는 의미였다. 진단명을 갖기 위한 부모들의 고군분투가 절실하게 전해져 왔다.

 

냉장고 엄마

병에 걸리면 원인을 찾게 된다. 초기 자폐라는 병이 세상에 알려 지게 되면서, 자폐아의 엄마에게 원인이 있다는 이론이 알려졌다. 베텔하임은 엄마들이 자녀들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 것 때문에 겪는 최악의 정서적 장애라고 발표한다. 자폐아를 가진 엄마들은 소통할 수 없는 아이들과 사회로부터 오는 비난으로 이중적인 고통을 겪게 된다. 항상 죄의식으로 고통을 받았다. 그들은 자신이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비난에 대항하여 연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브루노 베텔하임의 주장은 틀렸다는 것이 밝혀진다. 자폐는 심리적유발인자에 의한 부상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다.

 

학자들

자폐 치료와 연구에 참여한 많은 심리학자들과 의사들이 있다. 초기 이들의 연구와 많은 논문들 치료로 인해 우리는 오늘날 자폐에 대한 지식을 갖게 되었고, 많은 자폐인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초기 자폐치료는 축적된 지식이 없어서 그 자폐아들과 부모들에게 고통을 주었다. 미국에서는 주로 행동심리학자들에 의해 치료와 연구가 이루어졌는데, 언어와 행동장애가 나타나는 아동을 치료하는 방법들이 등장한다. 경악스러운 것은 처벌에 의한 방식인데 핫샷Hot-shot (가축몰이용 전기막대)에 의한 치료이다. 또는 소리지르고 때리고 사랑해주는 방식으로 그들의 행동을 교정했다. 그밖에 마약류를 투여한다든지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방법들이 동원되었다. 이 과정에서 주목한 것은 심리학자들이 성취와 명예에 도취하여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자폐아들을 이용했던 사실이다. 물론 헌신적으로 자폐치료연구에 평생을 바친 사람들도 있다. 초기에 이렇게 헌신한 학자나 의사들의 경우는 대부분 자신의 자녀들이 자폐증을 갖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전문적인 분야의 연구나 이론은 대립되는 가설과 주장이 난무하고 무리하게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려고 대상이 되는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경우가 있다.


유럽에서는 주로 생물학적인 원인을 규명하려는 연구가 이루어졌는데 영국의 학자들과 미국의 학자들간에는 상호교류도 이루어진다. 하지만 2차 대전이 끝난 후 독일에서 이루어진 연구는 오랫동안 외면당해 왔는데, 히틀러 당시 이루어진 의학적 업적에 대한 혐오와 기피 때문이었다. 오스트리아 의사 아스퍼거에 의해 밝혀진 증후군은 로나 윙에 의해 영어권에 소개되었다. 이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 스펙트럼 포함되고, 이 증후군의 명칭은 후에 폐지된다.아스퍼거의 나찌 전력 때문이기도 하다. 많은 정신지체 아이들을 슈피겔그룬트로 보내 죽게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연대

자폐의 역사에 있어 치료와 연구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한 것은 무엇보다 부모들의 헌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여러 지역에 있는 자폐아들을 찾아 설문조사를 하고 네트워킹을 형성했다.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얻어내어 연구를 지원하고 자폐아들을 위한 국가정책지원 수립을 위해 일생을 바쳤다. 모두가 무관심하고 냉담한 환경에서 이런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연대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냉장고 엄마라니헛소리인 것이다.

 

 

레인맨

198812월 개봉한 영화 <레인맨>은 사람들에게 자폐에 대한 관심을 폭발적으로 일으켰다. 이 영화는 자폐에 대해 정확하게 묘사함으로써 관람객에게 자폐에 대해 효과적으로 정보를 제공했다. 더스틴 호프만은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나에게도 더스틴 호프만의 연기와 영화의 메시지는 이제까지의 정신지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전복시키는 것이었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레인맨은 자폐증의 서사를 영원히 바꿨다. 대중은 자폐증이 어떤 상태인지 어렴풋이나마 짐작했고, 우호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다.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힘은 지식보다 예술에 있다. 마음을 움직이니까.

 

 

어느 자폐인 이야기

1986년 템플 그랜딘의 책 어느 자폐인 이야기는 자폐인으로서 성공을 거두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도움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자신이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보는지 어떻게 소통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랜딘은 대학에 진학하고 박사학위를 받은 가축관리에 관한 전문가이다. 그녀는 많은 자폐아의 부모들에게 희망이 되었다.

 

이 책은 다시 '최초의 자폐아' 도널드 트리플렛의 이야기를 하며 끝을 낸다. 제목은 행복한 사람이다. 2013년 그의 80세 생일파티를 위해 100명이 넘는 사람이 모인 장면을 그리고 있다. 당시, 그는 최고령 자폐인이다. 그가 이 지역에서 고등학교와 전문대학을 나오고 은행에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어머니 메리 트리플렛과 가족들의 공이 컸다. 또한, 그가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미시시피 포레스트라는 지역공동체가 그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폐인으로 미시시피 주의 소도시 포레스트라는 곳에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변화가 빠르지 않고 어려서부터 도널드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지역에 평생을 살아온 것은 도널드에게 행복하고 안정된 느낌을 전해 주었을 것이다. 그는 여행도 하지만 주말에는 항상 포레스트로 돌아온다. 일요일마다 포레스트 장로교회에서 열리는 성경공부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서이다. 그는 언제나 그랬듯이 사람들에게 고무줄 총을 날리며 인사를 하고,골프장에 나가 골프를 즐긴다

그는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그가 행복한 사람인 이유는 바로 포레스트라는 지역공동체 때문인 것이다.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서 지역공동체가 어떠해야 함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우리나라에 님비라는 말을 처음 등장시킨 때부터 지금까지 장애인 학교에 대한 지역의 불편한 시선을 어쩔 수 없이 떠올린다.

 

이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폐의 역사와 관련하여 등장한다. 결국 어떤 역사이든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의 고통, 극복을 위한 분투, 헌신과 연대의 역사이다. 눈물겨운 그들의 이야기 곳곳에서 부모로서 나의 마음을 울렸고, 자폐 스펙트럼보다는 발달장애라고 힘주어 말했던 지인들의 얼굴들이 떠올랐다. 자폐보다는 발달장애, 사회성 결여라는 말이 덜 절망적인 것이다. 수많은 밤을 잠 못 이루고 뒤척이면서, 자녀의 앞날보다는, 내일 당장 아이와 겪을 일들을 생각하며 한숨을 짓던 그들이 기억나서 눈물이 났다. 이 책을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하고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도움은 줄 수 없더라도 공감하는 마음은 전해줄 수 있었을 것이다.

 

 

다시 나의 생각은 도널드가 친구들의 축하를 받으며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앞의 장면으로 돌아가게 된다. 졸업앨범의 친구들 사진 밑에는 "돈 너는 내가 학교에 다니는 내내 영감을 주었어. 언제나 행운을 빈다." 와 같은 축하 메시지들이 서명과 함께 남겨져 있다.

 

도널드는 자신의 앨범에 삐뚤빼뚤 축하 인사를 남겼다.


D.G.


내 자신에게 행운을 빌며.


D.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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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7-02 14: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엄마탓으로 돌렸다니 막 화가 나네요. 아이가 아프면 더 아픈게 엄마인데 ㅠㅠ 저는 자폐하먄 레인맨이 생각나요. 그 때 처음으로 자폐란 병에 대해 알게 된 것 같아요 더스틴 호프만 연기도 좋았고요.

그레이스 2021-07-02 20:25   좋아요 3 | URL
더스틴 호프만의 이 역에 대한 열정이 상 탈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즈음은 성인 자폐에 대한 영화들이 나오지만 그때는 레인맨이 처음이었다고 하네요.

레삭매냐 2021-07-02 2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레인맨에 나오는 노래
벨 스타즈의 <아이코 아이코>
를 참 좋아했었답니다.

무심한 듯 살짝 각도를 튼
얼굴의 더스틴 호프만의 연기
는 참 대단했습니다.

아, 이 사람은 진짜 배우구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헌신과 연대의 역사를 현실의
모습이 참 씁쓸하기만 합니다.

그레이스 2021-07-02 20:31   좋아요 1 | URL
노래를 다 기억하시네요@@
저도 더스틴 호프만의 연기에 감탄했습니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어떻게 지구를 망치는가
마이클 셸런버거 지음, 노정태 옮김 / 부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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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내내 찜찜한 기분이었다. 뭔가 새로운 사실을 전달하고 설득이 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반박하고 질문하고 싶은 내용들이 있었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까닭에 제대로 반론을 펼칠 수 없는 답답함을 안고 읽어갔다. 리뷰를 쓰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잘 알지를 못하니.

 

환경과학 분야의 멜서스주의자와 기술만능주의자 사이에서 의견 차이는 오랜 시간에 걸쳐온 갈등의 역사를 갖고 있다. 멜서스주의자들은 지구자원은 한계에 다다를 것이고 지속가능하지 못함을 주장한다. , 기술만능주의자(Cornucopian)들은 기술의 발전이 풍요를 가져다 줄 것이고 이런 환경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일단, 이 책의 부제에 대한 의견부터 쓰고 싶다. 부제는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어떻게 지구를 망치는가라고 되어 있다. 아마도 이 책의 원제 ‘Apocalypse Never’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붙인 것이라 짐작한다. 절대로 지구 종말은 오지 않는다는 뜻이리라. 종말론적 환경주의자들은 실제로 환경과 지구 자원은 한계에 다다랐으며, 어느 지점을 지나면 절대로 회복 불가능하고, 멸망을 향해 점점 가속도가 붙을 것이고, 지구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주장한다.

나의 문제의식은 이 책의 저자가 모든 환경의 쟁점이 되는 사항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종말론적 환경주의자로 몰아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러 단계에서 사항마다 입장을 달리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극단으로 몰아놓고 해야 반론을 펼치기도 쉽고, 효과적이긴 하다. 이런 논리는 상대편의 의견을 단순화 시켜서 사람들을 호도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지구 종말의 모습은 콩고민주공화국 사람들의 삶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환경보다 개발을 더 원하고 있고 경제발전이 더 시급하다고 한다. 너무나 비참한 삶을 살고 있어서 야생동물 보호보다는 그 동물들이 농작물들을 망치는 것에 더 분개하고 있다고 한다. 멀리서 야생동물보호를 위해 운동하는 사람들은 그 콩고 사람들의 생존을 막는 행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방글라데시의 사람들이 생명을 잃거나 해를 입는 것은 낙후된 환경 때문이지 지구온난화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아마존 밀림이 소를 키우거나 콩을 경작하는 농민들에 의해 파괴되는 것을 비판하는 것도 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브라질의 숲은 증가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부분적으로 과학적 근거가 있고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아마존이 파괴되면서 그 안에 사는 다양한 생태의 계층을 이루는 생물계의 멸종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넘어간다. 또한 브라질에서 조림으로 숲이나 녹지가 늘었다고 하는데 인위적인 것으로 오랫동안 생태의 균형을 이뤄온 밀림을 대신할 수는 없다. 그것을 면적으로만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 단순한 논리인 것이다. 또한 그들이 마음껏 아마존 경계의 숲을 밀어버리고 경작하고 목축하는 것을 하게 한다고 해서 경제상황이 나아진다고 보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가 비판하는 강대국의 제국주의적인 논리는 나도 공감한다. 그렇다고 기후와 환경에 대해 경고하고 있는 자들의 소리를 그저 양치기에 비유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호각은 환경파괴에 대한 경계심을 갖게 해준 효과가 있다.

 

탄소연료보다 원전이 환경적이고 핵폐기물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나라의 신고리 원전을 예로 든다. 잠깐 멈칫했다. 독일의 탈원전 정책을 예로 들면서 재생에너지가 그 전력소모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 부족한 부분을 탄소에너지가 감당하게 되면서 환경공해가 더 심해졌다고 한다. 예로 든 풍력발전이 조류의 생태에 위협이 된다는 설명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슈피겔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의 재생에너지는 탄소에너지를 넘어섰다고 한다. 결국 기술발전에 대한 투자를 어디에 하는가에 따라 재생에너지냐 원자력이냐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계속 개발해가면서 그 단점들을 보완해 가는 투자를 해야 한다. 그는 그 경제적 실효성을 주장하는데, 지금까지 투자해오고 개발해왔던 기간이 길었던 것이 지금당장은 경제적 효과가 큰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는 핵폐기물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데, 근거가 될 만한 실험이나 수치를 제시하지 않고 있어서 의혹이 생긴다. 후쿠시마와 체르노빌에서 유출된 방사선의 수치는 그리 치명적이지 않았고, 후쿠시마에서 사람들을 탈출하게 한 것은 잘못된 조치였다고 주장한다. 공포심을 조장해서 원전을 더욱 두려운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에는 증거가 필요한데 그의 주장으로 끝나고 있어 더욱 걱정스럽다.

 

작가가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이 있다. 비판하고 있는 환경단체들이 석유회사나 어떤 이익집단의 금전적 지원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과학이나 학문적 글이 아니라 음모론이 되고 만다. 서로 이런 비판을 하게 되면 논리와 진실은 가려지고 서로 극단에서 돌아올 수가 없다. 어느 단체나 연구나 활동을 위해서는 지원을 받게 되어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검은돈인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작가 자신도 이런 음모론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삼가고 정확한 진실과 과학적 사실만 주장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작가는 이 책을 쓴 목표를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것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보편적 풍요를 누리게끔 하는 것이라고 한다. 낙후된 지역의 사람들이 환경보호라는 명목으로 풍요로운 삶에서 제외되면 안 된다는 것인데, 근본적인 원인이 환경보호에 있는가는 생각해볼 일이다. 이렇게 반박하면서 나도 너무 무지하기 때문에 이 작가의 단순화주장을 답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답답하다. 그래서 반대편의 입장도 찾아보게 되었다.

 

피터 글릭의 비판

https://yaleclimateconnections.org/2020/07/review-bad-science-and-bad-arguments-abound-in-apocalypse-never/

https://newspeppermint.com/2021/05/10/m-apocalypse1/

 

암튼 아쉬움이 많은 책이었다.

두꺼운 책을 읽는 내내 계속 읽어야 할지를 망설였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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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6-30 17: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문득 극단적인 비건 주의자가
물고기도 고통을 느낀다며
수산물을 취급하는 레스토랑
에 가서 항의를 했다는 기사
가 떠올랐습니다.

자신이 하는 건 갠춘하지만,
왠지 자신의 신념을 타인에
게도 강요하는 건 참 그렇더
군요.

그레이스 2021-06-30 17:53   좋아요 4 | URL
극단주의는 분열만 양산하죠
상대방을 극단주의로 몰아가는 것은 몰이해를 드러낼 뿐 해결점을 찾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mini74 2021-06-30 17: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글 읽으니 이 작가분도 작가가 비난하는 환경단체만큼이나 극단적이고 편파적인것 같은데요 내 맘과 다른 책은 읽어내기 힘든데 ㅠㅠ 고생하셨어요

그레이스 2021-06-30 18:05   좋아요 5 | URL
감사합니다 ^^
맘고생 조금 있었어요 ㅋ

새파랑 2021-06-30 17: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계속 읽기를 망설이면서도 완독하신건 대단한거 같아요~! 이런 장르의 책을 안읽어봐서 잘 모르겠지만 작가가 자신의 주장을 위해 극단적인 글을 쓴것처럼 보이는군요 ㅜㅜ

그레이스 2021-06-30 18:07   좋아요 3 | URL
제가 편파적일까봐 걱정도 했습니다.ㅠ

미미 2021-06-30 18:0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이런 얘기인줄 모르고 구입했다가 프롤로그 읽었는데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바로 팔았어요. 시청자 우롱하는 뉴스같은 느낌.😔

그레이스 2021-06-30 18:06   좋아요 4 | URL
그러셨군요
제 맘 같았다니 반갑고 든든합니다 ^^

그레이스 2021-06-30 20:42   좋아요 3 | URL
저는 줄을 하도 많이 그어서 팔지도 못해요^^
잘 안읽히는 책은 읽으려고 줄을 더 많이 긋고, 여백에 질문이랑 반론, 근거 이런 것들을 적어놔서^^
‘why?‘ ‘So what?‘ ... 등등^^

미미 2021-06-30 21:19   좋아요 3 | URL
헉~멋져요!!! 그레이스님 보니 읽어보고 팔껄 아쉬워요. 그런 식으로 제대로 잘못된걸 집고 넘어가는게 더 필요하다 생각되요.👍👍

초란공 2021-06-30 21:2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애쓰셨내요^^ 무엇보다 이 책 추천사 쓴 사람들 책은 보다 의심해서 읽게될 듯 합니다. 스티븐 핑커와 리처드 로즈, 올리버 스톤 감독을 비롯한 유명인들 말이죠. 어쩌면 이 책이 거대한 백인 원전주위자 카르텔을 수면 위로 불러온 역할을 한 책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 그런 의미에서 올리버 스톤 감독이 쓴 미국 현대사도 의심의 눈으로 읽어봐야겠요.

그레이스 2021-06-30 21:25   좋아요 4 | URL
전문적인 지식과 관련되어 쟁점이 있는 지식은 어느 편의 주장이든 그대로 받아들이기 조심스럽죠^^
감사합니다 ~♡

희선 2021-07-01 0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은 안 봤지만, 이 책을 보고 쓴 글을 보고 그걸 믿어야 할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했습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으면서 맞다고 하기도 어려운... 과학이 발전해서 지구가 안 좋아진 건 맞기도 한데...


희선

그레이스 2021-07-01 07:05   좋아요 0 | URL
예쁜 보자기에 쌓인 가짜 꿀 같다고나 할까요? 과학적사실도 있고 논리적으로 맞는 말도 있어요. ^^

공쟝쟝 2021-07-01 2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꼼꼼히 읽었어요! ㅇㅣ 책 읽어보고 싶었거든요… 음모론이라고 하시니까 갑자기 신뢰가 딱…. 전형적인 환경운동이 브루주아운동이라 깎아 내리는 뭐랄까 발전옹호좌파(?)냄시가 나는…. 안 읽어보고 뭐라고 하긴 그렇지만요… 휴..휴머니스트시네요… 아이참..

그레이스 2021-07-01 22:45   좋아요 1 | URL
꼼꼼히 읽으셨다니 겁이 나네요
제대로 비판한건지 두려워서요
감사합니다

공쟝쟝 2021-07-02 00:46   좋아요 1 | URL
겁내지마세여 ㅋㅋ 그레이스님 글 읽구 다른 책읽기로 ㅋㅋㅋ 호호 ㅋㅋㅋ
 
아주 편안한 죽음 을유세계문학전집 111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강초롱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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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박한 죽음의 징후들은 시시각각으로 나타나고, 육신은 존엄을 잃어간다. 그 과정에 순응하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담담한 서술 뒤에 감춰진 딸의 감정은 낯섦과 경악이다. 죽음은 폭력이다. 그 앞에 누구든지 홀로 있게 하지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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