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 꿈꿀자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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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4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다. 역사니까. 하지만 자폐의 역사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임상기록의 역사는. 두껍지만 쉽게 읽혀서 생각만큼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도날드 트리플렛은 최초로 보고된 자폐아이다. 1930년대에는 아직 자폐증이라는 진단명이 없었다. 트리플렛 부부는 아들 도널드를 요양원 시설에 보낸다. 엄마 메리 트리플렛이 아들을 과도하게 자극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의사의 권고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들이 처음 보내진 곳은 결핵예방요양원이었다. 메리와 비먼 부부는 이 요양원은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아들을 도와줄 의사를 찾는다. 레오 카너와 도널드 트리플렛은 그렇게 만났다. 메리는 아들에 대한 진단이 필요했다. 레오 카너는 1943도널드 T.’라는 소년이 등장하는 자폐적 장애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다. 드디어 진단명이 붙여진 것이다. 이것은 조현병에서 나타나는 자폐증이나 자폐적이라는 용어를 차용한 것이다. 그것을 볼 수 있는 관점을 발견한 것이었다.

 

자폐의 연구와 기록의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트리플렛 부부를 시작으로 같은 증상을 가진 자녀들의 부모들로 모임이 형성되고 정보를 교환하고 자폐아들을 대상으로 한 치료와 연구의 역사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진단명

육체에도 병의 증상은 있지만 정확한 진단명이 없다는 것은 환자에게도 의사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치료의 시작은 진단이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같은 증상을 보이던 아이들의 부모는 자폐라는 병명으로 모임을 갖게 된다. 그들에게 진단명이 있다는 것은 치료의 가능성, 아니 회복의 희망을 갖게 해주는 것이고, 고통을 나누고 아이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힘을 모을 수 있는 공동체가 생겼다는 의미였다. 진단명을 갖기 위한 부모들의 고군분투가 절실하게 전해져 왔다.

 

냉장고 엄마

병에 걸리면 원인을 찾게 된다. 초기 자폐라는 병이 세상에 알려 지게 되면서, 자폐아의 엄마에게 원인이 있다는 이론이 알려졌다. 베텔하임은 엄마들이 자녀들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 것 때문에 겪는 최악의 정서적 장애라고 발표한다. 자폐아를 가진 엄마들은 소통할 수 없는 아이들과 사회로부터 오는 비난으로 이중적인 고통을 겪게 된다. 항상 죄의식으로 고통을 받았다. 그들은 자신이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비난에 대항하여 연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브루노 베텔하임의 주장은 틀렸다는 것이 밝혀진다. 자폐는 심리적유발인자에 의한 부상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다.

 

학자들

자폐 치료와 연구에 참여한 많은 심리학자들과 의사들이 있다. 초기 이들의 연구와 많은 논문들 치료로 인해 우리는 오늘날 자폐에 대한 지식을 갖게 되었고, 많은 자폐인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초기 자폐치료는 축적된 지식이 없어서 그 자폐아들과 부모들에게 고통을 주었다. 미국에서는 주로 행동심리학자들에 의해 치료와 연구가 이루어졌는데, 언어와 행동장애가 나타나는 아동을 치료하는 방법들이 등장한다. 경악스러운 것은 처벌에 의한 방식인데 핫샷Hot-shot (가축몰이용 전기막대)에 의한 치료이다. 또는 소리지르고 때리고 사랑해주는 방식으로 그들의 행동을 교정했다. 그밖에 마약류를 투여한다든지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방법들이 동원되었다. 이 과정에서 주목한 것은 심리학자들이 성취와 명예에 도취하여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자폐아들을 이용했던 사실이다. 물론 헌신적으로 자폐치료연구에 평생을 바친 사람들도 있다. 초기에 이렇게 헌신한 학자나 의사들의 경우는 대부분 자신의 자녀들이 자폐증을 갖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전문적인 분야의 연구나 이론은 대립되는 가설과 주장이 난무하고 무리하게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려고 대상이 되는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경우가 있다.


유럽에서는 주로 생물학적인 원인을 규명하려는 연구가 이루어졌는데 영국의 학자들과 미국의 학자들간에는 상호교류도 이루어진다. 하지만 2차 대전이 끝난 후 독일에서 이루어진 연구는 오랫동안 외면당해 왔는데, 히틀러 당시 이루어진 의학적 업적에 대한 혐오와 기피 때문이었다. 오스트리아 의사 아스퍼거에 의해 밝혀진 증후군은 로나 윙에 의해 영어권에 소개되었다. 이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 스펙트럼 포함되고, 이 증후군의 명칭은 후에 폐지된다.아스퍼거의 나찌 전력 때문이기도 하다. 많은 정신지체 아이들을 슈피겔그룬트로 보내 죽게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연대

자폐의 역사에 있어 치료와 연구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한 것은 무엇보다 부모들의 헌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여러 지역에 있는 자폐아들을 찾아 설문조사를 하고 네트워킹을 형성했다.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얻어내어 연구를 지원하고 자폐아들을 위한 국가정책지원 수립을 위해 일생을 바쳤다. 모두가 무관심하고 냉담한 환경에서 이런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연대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냉장고 엄마라니헛소리인 것이다.

 

 

레인맨

198812월 개봉한 영화 <레인맨>은 사람들에게 자폐에 대한 관심을 폭발적으로 일으켰다. 이 영화는 자폐에 대해 정확하게 묘사함으로써 관람객에게 자폐에 대해 효과적으로 정보를 제공했다. 더스틴 호프만은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나에게도 더스틴 호프만의 연기와 영화의 메시지는 이제까지의 정신지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전복시키는 것이었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레인맨은 자폐증의 서사를 영원히 바꿨다. 대중은 자폐증이 어떤 상태인지 어렴풋이나마 짐작했고, 우호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다.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힘은 지식보다 예술에 있다. 마음을 움직이니까.

 

 

어느 자폐인 이야기

1986년 템플 그랜딘의 책 어느 자폐인 이야기는 자폐인으로서 성공을 거두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도움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자신이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보는지 어떻게 소통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랜딘은 대학에 진학하고 박사학위를 받은 가축관리에 관한 전문가이다. 그녀는 많은 자폐아의 부모들에게 희망이 되었다.

 

이 책은 다시 '최초의 자폐아' 도널드 트리플렛의 이야기를 하며 끝을 낸다. 제목은 행복한 사람이다. 2013년 그의 80세 생일파티를 위해 100명이 넘는 사람이 모인 장면을 그리고 있다. 당시, 그는 최고령 자폐인이다. 그가 이 지역에서 고등학교와 전문대학을 나오고 은행에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어머니 메리 트리플렛과 가족들의 공이 컸다. 또한, 그가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미시시피 포레스트라는 지역공동체가 그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폐인으로 미시시피 주의 소도시 포레스트라는 곳에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변화가 빠르지 않고 어려서부터 도널드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지역에 평생을 살아온 것은 도널드에게 행복하고 안정된 느낌을 전해 주었을 것이다. 그는 여행도 하지만 주말에는 항상 포레스트로 돌아온다. 일요일마다 포레스트 장로교회에서 열리는 성경공부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서이다. 그는 언제나 그랬듯이 사람들에게 고무줄 총을 날리며 인사를 하고,골프장에 나가 골프를 즐긴다

그는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그가 행복한 사람인 이유는 바로 포레스트라는 지역공동체 때문인 것이다.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서 지역공동체가 어떠해야 함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우리나라에 님비라는 말을 처음 등장시킨 때부터 지금까지 장애인 학교에 대한 지역의 불편한 시선을 어쩔 수 없이 떠올린다.

 

이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폐의 역사와 관련하여 등장한다. 결국 어떤 역사이든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의 고통, 극복을 위한 분투, 헌신과 연대의 역사이다. 눈물겨운 그들의 이야기 곳곳에서 부모로서 나의 마음을 울렸고, 자폐 스펙트럼보다는 발달장애라고 힘주어 말했던 지인들의 얼굴들이 떠올랐다. 자폐보다는 발달장애, 사회성 결여라는 말이 덜 절망적인 것이다. 수많은 밤을 잠 못 이루고 뒤척이면서, 자녀의 앞날보다는, 내일 당장 아이와 겪을 일들을 생각하며 한숨을 짓던 그들이 기억나서 눈물이 났다. 이 책을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하고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도움은 줄 수 없더라도 공감하는 마음은 전해줄 수 있었을 것이다.

 

 

다시 나의 생각은 도널드가 친구들의 축하를 받으며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앞의 장면으로 돌아가게 된다. 졸업앨범의 친구들 사진 밑에는 "돈 너는 내가 학교에 다니는 내내 영감을 주었어. 언제나 행운을 빈다." 와 같은 축하 메시지들이 서명과 함께 남겨져 있다.

 

도널드는 자신의 앨범에 삐뚤빼뚤 축하 인사를 남겼다.


D.G.


내 자신에게 행운을 빌며.


D.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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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7-02 14: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엄마탓으로 돌렸다니 막 화가 나네요. 아이가 아프면 더 아픈게 엄마인데 ㅠㅠ 저는 자폐하먄 레인맨이 생각나요. 그 때 처음으로 자폐란 병에 대해 알게 된 것 같아요 더스틴 호프만 연기도 좋았고요.

그레이스 2021-07-02 20:25   좋아요 3 | URL
더스틴 호프만의 이 역에 대한 열정이 상 탈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즈음은 성인 자폐에 대한 영화들이 나오지만 그때는 레인맨이 처음이었다고 하네요.

레삭매냐 2021-07-02 2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레인맨에 나오는 노래
벨 스타즈의 <아이코 아이코>
를 참 좋아했었답니다.

무심한 듯 살짝 각도를 튼
얼굴의 더스틴 호프만의 연기
는 참 대단했습니다.

아, 이 사람은 진짜 배우구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헌신과 연대의 역사를 현실의
모습이 참 씁쓸하기만 합니다.

그레이스 2021-07-02 20:31   좋아요 1 | URL
노래를 다 기억하시네요@@
저도 더스틴 호프만의 연기에 감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