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과 유진 - 개정판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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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쓰다듬으며 [유진과 유진 -이금이]



길을 걷다가 우연히 동창을 만나는 일, 혹은 오래전 헤어진 첫사랑과 길거리 해우를 그려보지만 여태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들을 꼭 만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길거리에서 연락이 끊긴 친구를 만나 와락 끌어안고 서로의 안부를 물어보고 싶기도 하다.



[우연과 상상]이라는 영화는 이렇게 시작 된다. 동창회를 나갔던 나츠코는 자신의 동창을 찾고 싶었지만 만나지 못했다. 20년 만에 찾은 고향이라 그녀는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동네를 산책하다가 그녀의 동창 아야를 만나게 된다.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아야와 벅찬 마음을 나눈 나츠코지만 아야는 그녀를 기억해 내지 못했다. 나츠코가 찾고 있던 동창이 아야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아야는 잊혔던 동창의 이름을 떠 올리게 된다. 서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었던 두 사람은 우연한 만남으로 어쩌면 계속 되는 인연을 이어 갈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옛 친구가 아니었지만 앞으로 그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확장 될지 궁금하게 만들었다면 그렇지 못한 만남도 존재한다.



[유진과 유진]은 제목처럼 이름이 같은 두 아이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유진이라는 두 명의 아이. 중학교 2학년이 시작되는 날 같은 반에 배정 받았다. 한명의 유진은 동명의 같은 유진을 기억해 냈다. 그 유진은 자신과 같은 유치원을 다녔던 아이. 같이 졸업을 못 하고 어느 날 유치원에서 사라진 아이. 외국으로 갔다는 얘기만 들었고 엄마의 원망 섞인 이야기를 들었던 아이. 그러나 엄마의 그 원망도 어떤 내용이었는지 생각이 잘 나지 않았던 기억속의 그림처럼 남아 있었던 유진.



학교에서 이 둘을 큰 유진과 작은 유진으로 부르기로 했다. 큰 유진은 작은 유진의 존재를 알고 있지만 작은 유진은 큰 유진을 알지 못했다. 소설은 이들의 서로 다른 시선으로 같은 사건을 바라본다. 이소라의 노래 ‘바람이 분다’의 가사에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라는 말처럼 두 유진에게는 같은 사건이 다르게 적혀 있다. 작은 유진을 알고 있는 큰 유진은 지난날을 회상하며 잊혔던 일들을 생각하게 된다. 큰 유진의 시선은 작은 유진에게로 가고 작은 유진은 마음속의 판도라 상자를 열게 된다. 그들은 왜 서로 다른 시선을 가지게 되었을까?



두 사람, 특히 작은 유진이 서서히 기억해 내는 일들은 끝까지 몰랐으면 좋았을 일이었다. 큰 유진도 그런 부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작은 유진에게 일부러 기억을 소환 시키려 하지 않았고 자극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이 다시 만난 그 현실의 시간은 과거를 자꾸만 부르고 있었다. 유치원 원장이 어린 여자 아이들에게 저지른 성추행은 사회에 많은 논란을 만들었고 큰 소송도 걸었다. 당사자였던 작은 유진은 사건 중심에 있었지만 어느 날 작은 유진의 가족들은 미국으로 떠났고 남은 사람들만 싸움을 계속 이어 나가야 했다. 명확한 증거가 있었지만 작은 유진이 없어지며 힘든 싸움이 되었고 많은 이들은 작은 유진네 가족들을 원망했다. 그 과정에서 생긴 원망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회자 되었다.



같은 사건을 놓고 큰 유진은 모든 것들을 기억을 하고 작은 유진은 기억을 하지 못할까. 아이들에게 닥친 상처를 보듬는 방법은 어른들의 방식으로 서로 달랐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큰 유진의 부모는 아이와 상처를 서로 안으며 치유해 나갔다. 하지만 작은 유진은 그렇지 않았다. 작은 유진에게 닥친 혼돈의 시간을 기억에서 지우기에 급급했다. 집안의 수치라고 여겼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집안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절대 안 된다는 듯 미국으로 떠나고 작은 유진은 기억이 지워졌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 지워진 것은 아니었다. 어느덧 자신의 기억을 찾아가며 오랜 시절의 환영들이 작은 유진에게 머물렀다. 그리고 어느덧 잊고 있던 그 상처와 마주하게 되었다.



작은 유진이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며 이야기 하게 되는 부분은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주변의 아이들의 태도도 인상적이었고 훌륭했다. 하지만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은 작은 유진과 엄마와의 화해였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기에 어설펐던 모녀의 마지막 이야기가 안쓰러웠다. 잠을 자다가도 어느 날 문득 눈을 떠 고통스러운 그날의 모습이 계속 남아 있을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한 작은 유진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모습이 나약해 보였지만 그것은 또 그녀가 감당해 내야 할 몫인 것이다. 어른들의 책임져야 할 몫은 어떤 것들일까. 힘겨운 아이들이 잘 이겨 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큰 유진과 작은 유진이 서로를 보듬으며 어떤 생각을 할까. 서로가 다시 만난 것을 반가워 할 수 있을까. 알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떠 올리며 아픈 기억을 계속 생각해내며 살아가야 하는 두 아이에게 이 만남이 우연으로 남아야 하는 것일까.



두 아이들을 꼭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다. 어떤 상처가 생겨도 잘 이겨 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안아주고 싶었다.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가야 할 날들에 아이들이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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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10-07 2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 이 책이 리커버돼서 새로 나왔나봐요.
당선 축하드립니다 *^**

서니데이 2022-10-07 2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80세의 어머니. 글자도 모르고 사시다 알게 된 글쓰기. 그렇게 시작된 일기 묶음을 읽다가 많이 울컥했다. 이제는 세상에 안 계시지만 그 곳에서도 좋은 글쓰기 하고 계실지

세상에 태어나 글을 모른다는 게 얼마나 답답한 일인지 모른다. 이렇게나마 잠 안 오는 밤에 끄적끄적 몇 마디 남길 수있게 되었으니 더 바랄 게 없다. 말벗이 없어도 종이에다 내생각을 옮기니 좋다.
자식을 낳으면, 굶더라도 공부만은 꼭 시킬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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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 유방암 진단을 받고 6월에 수술을 하고 7월에 항암 여부 결과가 나와 항암 패스 하고 8월에는 본격적인 방사선 치료가 시작되었다. 총 29회의 방사선 치료가 6회가 줄어 23회로 결정이 되어 치료가 시작 되었던 8월의 날들. 무더위를 견디며 매일 찾아가는 병원이 집과 너무 멀어서 가까운 병원으로 옮길까 고민했었는데 수술한 병원에서 해결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23회를 참아 보려고 했다. 

수술을 하고 배액관을 차고 나온 어느 날 겨드랑이에 끼어 있는 배액관이 살짝 빠져서 거즈가 다 젖어 난리가 났었다. 주변 응급실에 전화를 걸어 거즈를 갈아 줄 수 있는지 물었더니 모두 수술한 병원이 아니면 해 줄 수 없다고 거부당했다. 마지막 집 앞 대학병원 응급실에 전화를 걸었는데 거부하기에 하소연을 하였다. 벌써 주변 응급실 3곳에서 거부당했는데 우선 보고 해 주실수 있으면 거즈를 갈아줘라. 수술한 병원이 멀어서 못 가고 있다. 부탁드린다는 사정에 우선 오라는 말을 듣고 병원에 갔더니 정말 5분도 안 걸려서 거즈를 갈아주셨다. 물론 병원비는 많이 나왔다.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수술한 병원에서 방사선 치료하기로 생각했다. 그러나 멀어서 오고 가는 시간이 KTX타고 부산을 가는 거리가 넘어 피곤하다. 

그래도 총 23회 중 벌써 13회를 마쳤고 이제 10회만 하면 끝이 난다. 7월 한 달은 부분 절개한 가슴은 금방 아물었지만 림프절 절개한 부분이 너무 넓어 고생이 많았다. 그래서 핑계 같은 걸 해보면 겨드랑이 통증으로 아무것도 못했다. 즉 7월은 그냥 집에 누워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안했다. 아무것도... 운동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8월은 나름 열심히 살아보기 위해 만보 걷기와 책 읽기에 몰두했다. 그동안 일이 많다는 이유로 독서가 늘 멀리 떨어져 있었다. 







8월 한 달 동안 매일 만보를 걸었고 총 18권의 책을 읽었다. 책보다 만보를 걷기 위해 애썼던 시간을 스스로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잘했다. 잘했다...나자식

9월은 애쓰면서 살지 말자. 즐겁게 살자. 그렇지만 9월에는 물건을 사지 않기 운동을 해 보기로 했다. 잘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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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09-01 13: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애쓰셨습니다. 애쓰지 마시고 즐거운 9월 되시길🙏

오후즈음 2022-09-02 14:2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9월 한달도 즐겁게 보내겠습니다~ ^^

추녀 2022-09-01 2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나가다 글 보고 들어왔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9월엔 더욱 즐겁게 물건 안사고 운동하기 성공하세요

오후즈음 2022-09-02 14:21   좋아요 0 | URL
9월 목표도 홧팅 할게요~ ^^

닷슈 2022-09-01 2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네요.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오후즈음 2022-09-02 14:2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홧팅 할게요!!

scott 2022-09-01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쾌청해진 공기 한 껏 마시고 하루 빨리 완쾌 하시길 바랍니다

오후즈음 2022-09-02 14:22   좋아요 1 | URL
9월 날씨가 급 추워져서 당황스럽지만 또 잘 보내겠습니다!! 아자 아자

책읽는나무 2022-09-01 23: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매일 만보를??
정말이지 책 읽다가 걸으러 나가는 길이 정말 쉽지 않던데...더군다나 8 월은 날씨도 습하고 넘 더웠잖아요ㅜㅜ
장하십니다.
9 월에는 좋은 날씨가 이어져 즐거운 만보 걷기가 되시길요.
얼른 쾌차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오후즈음 2022-09-02 14:24   좋아요 2 | URL
만보를 걸었던 어느날은 그런 마음이 들더라고요. 이걸 내가 꼭 오늘도 해야 하는가. ㅋㅋ
그냥 오늘 하루는 하지 말까. 걸어도 걸어도 만보가 안되는 날은 길을 걷다가 울고 싶은 날도 있더라고요. 그래도 나에게 하는 약속이니 꼭 한달은 지키자며 걸었어요.
만족감이 너무 커요. 그때 참으며 걸었던 그 시간을 칭찬해 주고 싶더라고요.
응원 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

기억의집 2022-09-02 0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후님 고생하셨어요. 갑자기 이 페이퍼 읽으니 예전에 남편이 신우염으로 119 불러 응급실 갔을 때 입원실이 자기네 없다고 다른데 알아보라고, 그래도 일단 여기서 검사 받겠다고 해도 입원실 없으니 다른 병원 가서도 똑같이 검사 받으셔야 한다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응급실 생각보다 거부 많아서 교통 사고 나서 응급실 가면 의사 없다고 다 돌려보내는 실정이 대한민국 외과의 현실입니다… 진짜 사정사정해야 환자를 위해 무언가를 해 주는 것에 저는 놀랬어요.. 오후님 좀 만 더 힘내세요!!!

오후즈음 2022-09-02 14:26   좋아요 0 | URL
코로나 처음 국면때는 더 했더라고요. 그나마 저는 주변에 응급실이 4곳이나 있어서 전화라도 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어요. 그러다가 다 안된다고 하니까 얼마나 화가 나는지 ㅋㅋㅋ 마지막 순천향 병원에서는 정말 빌었어요. 큰 치료 아니니까 해 달라고 ㅠㅠ
앞으로 방사선 치료가 한 자리 수로 남았어요. 정말 빨리 이 또한 지나가리라며 걷고 있어요.
응원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2-09-02 14: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8월에 진짜 덥고 비오고 날씨가 좋지 않았는데, 매일 만보를 채우시다니, 진짜 대단하세요.
많이 힘들지는 않으셨어요?
앞으로 남은 방사선 치료 잘 받으시고, 건강 빨리 회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오후즈음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 2022-09-02 18: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힘든 일이 있으셨군요. 항암치료가 잘 끝나셔서 완쾌하셨음 좋겠습니다~!! 화이팅 하세요~!!

그레이스 2022-09-02 1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와중에 독보적은 저보다 성적이 좋으시군요;;
반성합니다.
꼭 건강해지실 거예요!
 
5번 레인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82
은소홀 지음, 노인경 그림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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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하고 싶은 열세 살들 [5번 레인-은소홀]




열세 살의 꿈이 이토록 확고하다니 놀라웠다. 주변에 스마트폰 게임에만 모든 시간에 홀릭되어 있는 조카들만 보다가 이렇게 꿈을 위해 모든 순간을 소비하는 열 세 살의 고군분투를 보니 감격스러웠다. 문득 나의 열세 살은 어떤 나이었을까 지나버린 나이를 떠 올려 보았다.



“나루가 레인 끝에 섰다. 앞으로 몇 번이고 왕복해야 할 길이 보였다. 어떤 날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어떤 날은 영 지루할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지금 나루가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것들은 전부 물속에 있었다. ” P226~227




노력하지만 1등이라는 등수가 오지 않는 강나루에게는 질투의 대상이 있다. 1등의 자리에 서 있는 초희다. 열심히 노력하는 나루는 매일 남들보다 빨리 학교에 갔고 아침 운동을 했다. 차가운 수영장속으로 들어가는 시간을 마다하지 않고 외로운 아침 시간을 견뎌냈다. 하지만 1등을 하고 있는 초희 때문에 4번 레인에서 5번 레인으로 밀려났다. 나루가 할 수 있는 것은 떠 빨리 팔을 저으며 나가는 일, 아침 수영을 빠지지 않고 하는 일이 전부였다. 그래도 5번 레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루는 초희가 입고 있는 반짝이는 수영복을 의심하게 된다. 혹시 초단위를 바꿔 놓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주변의 열세 살들이 이토록 치열하게 자신의 문제와 꿈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없기 때문에 내게는 나루라는 아이가 달라보였다. 자신의 문제를 받아들이는 과정도 대견스러웠다. 대부분의 스포츠를 다룬 영화나 소설속의 주인공들이 갖고 있는 어두운 내면도 나루에게 많이 보였다. 그래서 나루가 어린 아이로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소설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현실 어디쯤에서 수영장에서 힘차게 팔을 뻗으며 나아가고 있을 것 같은 나루였다. 그런 나루였기에 초희의 수영복을 훔치는 상황도 이해가 된다. 뭐 훔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찌 되었든 그런 상황에 빠졌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열세 살 다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나루는 그 수영복을 입어보고 수영을 해 볼 생각은 안했을까? 초희가 그 수영복 때문에 자신보다 빠르다고 생각됐다면 왜 입어보며 수영을 하지 않았을까? 그것은 나루가 갖어야할 순수함으로 선을 그어 놓고 있어야 했던 것일까.



자신에게 우승을 주는 행운의 수영복이 없어진 초희의 반응도 생각보다 싱거웠다. 소설의 갈등 포인트가 그쪽에 있지 않기 때문에 쉽게 넘어간 부분인가 생각해 보았는데, 초희에게는 전부였던 수영복이 아니었던가? 그 수영복이 사라진 부분이 약하게 다뤄진 것은 아닐까. 분명 남의 것을 가져 왔다는 죄의식을 갖는 나루였지만 그 이후의 행동은 전혀 그래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수영복이 사라짐으로 뭔가 큰 갈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싱거웠다. 그래서 초희가 다시 수영복을 돌려받고, 다시 초희와 슬기가 화해되는 과정의 클라이맥스가 없어 보였다.



나루가 수영 레인에서 반짝이는 수영복이 없어도 강나루 자신으로 서 있었던 그 순간. 자신이 쏟아 놓은 수영장의 수많은 시간 앞에서 당당하게 헤엄쳐 나올 시간은 오로지 나루의 것이 되었다. 수영은 오로지 우승을 하기 위해서, 1등을 하기 위해서 한다고 생각했던 그 믿음이 어느덧 사라지고 없었다.


하루 종일 수영밖에 몰랐던 나루에게 태양이라는 남자 친구도 생기고 초희에 대한 의문과 미안함, 그리고 자신만이 그 우승의 능선을 넘을 수 있다는 고비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 한번쯤 꼭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소설이었다. 이런 아이들이 주변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들의 고민들을 해결 해 줄 수 없겠지만 응원해주고 싶어진다.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들이 아이들에게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런 부분은 어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고민이 없어지는 요즘이 불안해지기도 한다. 나루처럼 꿈을 이루기 위해 애를 쓰는 날들이 얼마나 있었나 반성하게 된다.



“나루는 힘껏 벽을 차고 앞으로 나아갔다. 일순간에 바로 조금 전까지도 나루를 둘러싸고 있던 빛과 울림은 사라지고, 하늘색 타일 바닥과 보글거리는 물소리만 남았다. 쭉 뻗은 손가락 끝부터 엄지발가락까지 나루의 온몸을 물살과 훑고 지나갔다.” P227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나가는 나루처럼 모두에게 그런 순간들이 오길, 그래서 지치지 않은 응원을 계속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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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8-29 15: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았어요^^

오후즈음 2022-09-01 11:54   좋아요 0 | URL
네, 아이들의 이야기가 참 좋더라고요
 

덥고 나른하고 그래도 걷는다.




방사선 치료가 시작되고 많이 힘들었던 것은 굳어간 어깨와 팔이었다. 림프절을 10개나 절개했기 때문에 운동은 더 많이 해야 했지만 나는 운동하지 않고 놀았다. 사실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고 담당 전문의가 얘기를 더 해줬더라면 이토록 고통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같은 자세를 만들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지지대를 만드는 시간은 30분동안 이뤄졌었는데 마지막 5분은 남기고 나는 울기 시작했다. 정말로 눈물이 줄줄 흘렀다. 만세가 되지 않는 왼팔을 올려 자세를 만드는데 너무 힘들어서 10초만이라도 내리게 해 달라고 했는데 금방 끝난다면서 계속 손을 들게 했다. 금방은 자장면이 언제 도착 하냐고 물어보면 금방 출발 했다고 하는 그 대화와 같은 것이었다. 시계를 보지는 않았지만 5분 이상이었을 것이다. 지지대 작업이 끝이 난 후 모의 방사가 시작이 되고 전문의가 들어왔을 때는 나는 폭풍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많이 힘드셨냐고 위로 해 주셨지만 위로가 안됐다. 그래도 어쩌겠는가....앞으로 남은 치료 횟차를 생각하며 매일 달력의 숫자를 지워나갈 수밖에.








8월부터 매일 만보를 걷고 있다. 어느 날은 집으로 돌아가는 날, 롯데 타워 앞에서 만보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문득 눈물 흘리며 치료 받고 있는 지금이 슬픈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차가운 바닥에 누워 전기가 통하는 것 같은 찌릿한 순간의 서늘함이 10여분간 지나가는 방사선실의 이별이 아직 멀었지만 만보를 걸으며 나는 매일의 행복을 찾아 나아가리라...그렇게 오늘도 병원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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