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 레인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82
은소홀 지음, 노인경 그림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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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하고 싶은 열세 살들 [5번 레인-은소홀]




열세 살의 꿈이 이토록 확고하다니 놀라웠다. 주변에 스마트폰 게임에만 모든 시간에 홀릭되어 있는 조카들만 보다가 이렇게 꿈을 위해 모든 순간을 소비하는 열 세 살의 고군분투를 보니 감격스러웠다. 문득 나의 열세 살은 어떤 나이었을까 지나버린 나이를 떠 올려 보았다.



“나루가 레인 끝에 섰다. 앞으로 몇 번이고 왕복해야 할 길이 보였다. 어떤 날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어떤 날은 영 지루할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지금 나루가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것들은 전부 물속에 있었다. ” P226~227




노력하지만 1등이라는 등수가 오지 않는 강나루에게는 질투의 대상이 있다. 1등의 자리에 서 있는 초희다. 열심히 노력하는 나루는 매일 남들보다 빨리 학교에 갔고 아침 운동을 했다. 차가운 수영장속으로 들어가는 시간을 마다하지 않고 외로운 아침 시간을 견뎌냈다. 하지만 1등을 하고 있는 초희 때문에 4번 레인에서 5번 레인으로 밀려났다. 나루가 할 수 있는 것은 떠 빨리 팔을 저으며 나가는 일, 아침 수영을 빠지지 않고 하는 일이 전부였다. 그래도 5번 레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루는 초희가 입고 있는 반짝이는 수영복을 의심하게 된다. 혹시 초단위를 바꿔 놓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주변의 열세 살들이 이토록 치열하게 자신의 문제와 꿈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없기 때문에 내게는 나루라는 아이가 달라보였다. 자신의 문제를 받아들이는 과정도 대견스러웠다. 대부분의 스포츠를 다룬 영화나 소설속의 주인공들이 갖고 있는 어두운 내면도 나루에게 많이 보였다. 그래서 나루가 어린 아이로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소설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현실 어디쯤에서 수영장에서 힘차게 팔을 뻗으며 나아가고 있을 것 같은 나루였다. 그런 나루였기에 초희의 수영복을 훔치는 상황도 이해가 된다. 뭐 훔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찌 되었든 그런 상황에 빠졌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열세 살 다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나루는 그 수영복을 입어보고 수영을 해 볼 생각은 안했을까? 초희가 그 수영복 때문에 자신보다 빠르다고 생각됐다면 왜 입어보며 수영을 하지 않았을까? 그것은 나루가 갖어야할 순수함으로 선을 그어 놓고 있어야 했던 것일까.



자신에게 우승을 주는 행운의 수영복이 없어진 초희의 반응도 생각보다 싱거웠다. 소설의 갈등 포인트가 그쪽에 있지 않기 때문에 쉽게 넘어간 부분인가 생각해 보았는데, 초희에게는 전부였던 수영복이 아니었던가? 그 수영복이 사라진 부분이 약하게 다뤄진 것은 아닐까. 분명 남의 것을 가져 왔다는 죄의식을 갖는 나루였지만 그 이후의 행동은 전혀 그래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수영복이 사라짐으로 뭔가 큰 갈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싱거웠다. 그래서 초희가 다시 수영복을 돌려받고, 다시 초희와 슬기가 화해되는 과정의 클라이맥스가 없어 보였다.



나루가 수영 레인에서 반짝이는 수영복이 없어도 강나루 자신으로 서 있었던 그 순간. 자신이 쏟아 놓은 수영장의 수많은 시간 앞에서 당당하게 헤엄쳐 나올 시간은 오로지 나루의 것이 되었다. 수영은 오로지 우승을 하기 위해서, 1등을 하기 위해서 한다고 생각했던 그 믿음이 어느덧 사라지고 없었다.


하루 종일 수영밖에 몰랐던 나루에게 태양이라는 남자 친구도 생기고 초희에 대한 의문과 미안함, 그리고 자신만이 그 우승의 능선을 넘을 수 있다는 고비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 한번쯤 꼭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소설이었다. 이런 아이들이 주변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들의 고민들을 해결 해 줄 수 없겠지만 응원해주고 싶어진다.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들이 아이들에게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런 부분은 어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고민이 없어지는 요즘이 불안해지기도 한다. 나루처럼 꿈을 이루기 위해 애를 쓰는 날들이 얼마나 있었나 반성하게 된다.



“나루는 힘껏 벽을 차고 앞으로 나아갔다. 일순간에 바로 조금 전까지도 나루를 둘러싸고 있던 빛과 울림은 사라지고, 하늘색 타일 바닥과 보글거리는 물소리만 남았다. 쭉 뻗은 손가락 끝부터 엄지발가락까지 나루의 온몸을 물살과 훑고 지나갔다.” P227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나가는 나루처럼 모두에게 그런 순간들이 오길, 그래서 지치지 않은 응원을 계속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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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8-29 15: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았어요^^

오후즈음 2022-09-01 11:54   좋아요 0 | URL
네, 아이들의 이야기가 참 좋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