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하루 일과는 뭔가를 찾는 것부터 시작된다. 출근 후 매일 하는 일이 어느 나라가 좋을까 구글 지도를 살펴보는 일이다. 나는 지인들에게 말했다. 우리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감당하는 것이 힘들겠다 싶으면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떠나겠다고.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살 수 있는 어느 나라가 있을 것이라고. 그 나라에서 남은 재산을 모두 쓰고 사라지겠다고. 뭐 큰 재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동남아시아의 나라에서 아끼면 10년은 살 수 있지 않을까...아니 5년? 아니 1년? 뭐 어찌되었던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에서 살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런 마음으로 목포를 다녀왔다. 목포는 50살 이후에 내가 살기로 작정했던 도시였다. 후배가 정착해서 살고 있는 도시에 내려가 보겠다고 한 것이 5년 전인데 이제야 내려갈 수 있게 되었다. 가지 못할 이유는 많았지만 어쩌면 그건 다 핑계일지 모르겠다. 언젠가 한번 내려갈게라고 한 그곳에 도착해서 나는 1시간 만에 나의 도시가 그리워졌다. 해변 없는 바다에서 불어대는 바람을 견디며 걸어 다니는 것이 얼마나 힘들던지. 따뜻한 남쪽 나라라고 누가 말한 건가 싶을 만큼 추웠고 습했다. 나 도시 여자였나?




1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함께 간 후배에게 말했다. 난 서울 여잔가 봐. 서울이 좋네. 물론 지금은 경기도 외곽에 살지만 말이야. 도시가 좋네....목포에서 사는 건 없던 일로 해야겠다. 후배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나는 선배가 목포로 내려가서 산다고 했을 때 안 믿었어요. 함부로 나를 간파하지 마라, 후배님아.

도시를 이렇게 좋아하는 난데, 그래서 목포도 포기한 나이지만, 여전히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다.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의 주인공처럼 워홀을 갈수 있는 나이도 아니지만, 분명 한국이 싫어서 떠나게 될 것이다. 시인과 촌장의 <풍경>의 노래처럼 제발 모든 것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마음 놓고 책도 읽고 다시 여행을 떠나는 날들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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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자 이야기
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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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자 이야기 _ 조경란





책장에 쌓여 있는 책들을 꺼내고 읽고 있다. 사 놓고 읽지 않는 책들이 얼마나 많은지 책을 꺼낼 때마다 반성의 시간을 잠시 가졌다. 좋아하는 작가들의 시리즈 책들을 모두 모아 놓고 즐거워하며 읽지 않았다. 그렇게 10년 혹은 20년이 지난 책들을 이제 이별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서 꺼낸 책들이 조경란의 책들이다.




96년 등단한 저자가 2004년에 내 놓은 단편 소설집 [국자 이야기]는 저자의 초기작들이 많이 들어 있다 보니 저자의 자라온 환경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는 묘사들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봉천동에서 산다>를 기준으로 그녀가 살아온 환경, 그 속에 우울한 가족사의 삶.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판타지적 환상으로 뭉쳐진 단편 아닌 장편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가 살았던 1990년대의 봉천동은 관악구의 언덕이 많은 산동네의 한 곳이었고 그곳에서 살고 있던 풍경은 지금은 없는 모습이다. 그곳은 대부분이 아파트로 바뀌었고 높은 아파트 가격을 자랑하고 있다. 그녀가 살았던 그곳은 높은 언덕에서 밤이면 반짝이는 별빛들을 수놓은 아름다운 밤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없는 추억의 장소가 되었다. 그곳에 살았던 그녀의 자매들은 아버지가 원하는 서울대를 가지 못했지만 나름 S대를 나왔고 아버지의 기대와 다른 이후의 삶을 살아갔다. 그런 아버지의 실종, 그리고 다시 돌아온 아버지의 만남. 이후 어머니의 이별들이 단편 속에 녹아 있다.



소설 속의 ‘나’는 작가와 동일시되어 읽히지만 어쨌거나 소설이기 때문에 저자와 다른 ‘나’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옥상에서 침울하게 앉아 있는 그녀가 그려진다. 기린처럼 키가 큰 아버지가 정말로 저자의 아버지 같은 느낌. 그래서인가 아버지의 모습에서 저자의 우울한 느낌이 깃들여져 보인다.



빼곡하게 써진 소설을 읽는 동안 마음이 차분해졌다. 누군가의 상흔을 같이 느낀다는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당신의 슬픔을 나도 공감 할 수 있다는 그 공간적 상상이 와 닿을 때 느껴지는 따스함, 모처럼 기온이 높아진 3월의 시작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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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미숙 창비만화도서관 2
정원 지음 / 창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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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상흔에 나도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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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빛
장자크 상페 지음, 양영란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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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도에 8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신 상페가 그리워지는 그림들의 향연.
더이상 그의 새로운 그림이 없다는것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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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철학자 - 어른이 되기 전에 먼저 펼쳐보는 세상 그루터기 4
박완서 외 지음, 이량덕 그림 / 다림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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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기 전에 먼저 펼쳐보는 세상이라는 얘기라는데, 한참 어른이 된 지금 읽으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훨씬 많은것 같은 느낌이다. 무엇보다 나는 황대권님의 글이 제일 마음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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