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다녔던 학원을 그만뒀다. 늘 그만두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던 그곳을 떠나서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일을 하게 되었다. 4개월 동안 그곳에 있으면서 내가 떠나 왔던 곳의 소중함과 안락함도 알았다. 사람은 이렇게 뭔가 하나를 놓치기도 해야 가지고 있었던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는 것도 같다.




있었던 직장에서 늘 허기졌던 것은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었다. 출 퇴근이 일반 직장인들과 조금 다르다보니 나름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았다. 늦게 출근하면 또 늦은 만큼의 게으름이 따랐다. 그리고 늦은 퇴근이 오면 또 집에 와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한스러워 했다. 책을 읽고 싶은 욕구는 많지만 늘 부족한 시간이라며 우선 사 놓고 보자 주문한 책이 식탁에 한가득 쌓였다. (책장에 책을 더 이상 꼽지 못하게 된지 벌써 3년이 흘렀다. 책들은 어느덧 책장 바닥에 식탁에 쌓이게 되었다)



새로 들어간 직장으로 옮기며 나는 그동안 미뤄왔던 독서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직장이 집과 더 멀어지면서 1시간 출퇴근 시간이 2시간으로 바뀌며 책을 읽는 일은 더 할 수 없었다. 그동안 그렇게 애지중지 키웠던 게임 캐릭터도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지 3개월이 흘렀다. 그리고 드디어 4개월 프로젝트가 끝이 났고 드디어 내가 그토록 원했던 백수가 되었다.



그리고 백수가 된지 5일이 흘렀다. 그런데 그 5일 동안 4일은 책을 못 읽었다. 사실 읽고 싶지 않았다. 프로젝트 일을 하느라 5월에는 2틀 밖에 쉬지 못했다. 하루에 10시간 이상 앉아서 일을 한 적도 많았다. 너무 고통스러웠던 날들이라서 그냥 아무 일도 안하고 싶었던 것 같다. 스스로 우선 일주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지만 침대에 누워 눈앞에 펼쳐진 책들의 무덤을 보는 것이 괴롭기만 했다. 아주 얇은 책을 골랐다. 그래, 이거라도 좀 읽어보자. 어때…….우선 읽는 거잖아. 얇은 것만 우선 다 읽자...그렇게 시작한 읽기가 이틀 이어졌다. 이 시작이 계속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유투브로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책을 읽던 아버지들이 첫 장부터 오열을 하기에 얼마나 슬퍼서 그런 것일까...싶어 나도 사 봤다. 음.....나는 다 읽는 동안 단 한 번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왜 안 슬픈걸까.  이런 마음이라면 그 어떤 것에도 공감하지 못하고 나 혼자 잘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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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6-06-21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일을 했을 때 독서량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오히려 구매한 책이 많아졌고, 읽지 못한 책들도 늘어났어요. 정말로 일 때문에 지쳤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지쳤다는 핑계로 독서와 서평 쓰기를 미뤘어요. 그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제 알라딘 서재가 더 썰렁해졌어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읽고 서평을 써보려고 합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을 그냥 흘러버릴 수 없어서요. 혼자 책 읽고 서평 쓰는 내 모습을 사진으로 남길 수 없고, 이를 알아주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결국 내가 좋아하는 일을 했다는 것을 기록으로 꼭 남겨야겠다고 생각하니 나태함이 사라졌어요. 혼자 집안일을 하고, 늦게 퇴근하면 책을 안 읽거나 못 읽는 날이 생기지만, 크게 아쉬워하지 않아요. 느려도 지속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마음이 느슨해지는 주말에 오후즈음님의 글을 읽은 덕분에 책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 주 금요일과 일요일이 독서 모임 세 개가 있는데, 독서 모임 지정 도서 두 권은 아직 안 읽었거든요. ^^;;
 

첫사랑을 길에서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몇 달 만에 동창을 만났다. 그녀는 나의 유일한 고등학교 동창이며 친구다. 모든 지인들과 정리를 했지만 그녀만큼은 하지 않았던 이유는 오로지, 그녀의 부지런함 때문이었다. 그녀에게 오는 연락이 훨씬 많았던 탓에 우리의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잊을 만 하면 그녀에게서 날아오는 카톡으로 서로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래도 내게 아직 이런 친구가 있다고 할 수 있는 건 앞에서도 말했듯이 다 그녀의 부지런함에서 오는 인맥 관리 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가 부지런 한 것은 이런 인맥 관리뿐만이 아니라 자기 관리에서도 있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가 내 앞에 나타나기 5미터전, 얼굴을 보자 나는 빵 터졌다.


면접이라도 보러 오는 사람처럼 차려 입은 그녀가 내 앞에 섰다.



​"나 만나고 어디 가냐?"

"어딜가, 요즘 체력이 떨어지니 약속 하나 있음 바로 집으로 간다."

"그런데, 왜? 이런 차림이지? 너를 보니 내가 뭔가 잘못 한 느낌이랄까"


​면접보다는 맞선이 맞을 것 같은 차림으로 온 친구에게 미안한 차림으로 앉아 밥을 먹고 차를 마시다 헤어졌다. 그리고 식사를 하며 친구에게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왜 늘 한결같이 이런 모습으로 나오는지, 집 앞 마트에 갈 때도 이렇게 나간다고 하던데, 왜 그러는지 물었다. 친구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말했다.



​"나 있잖아. 이런 경험 딱 한번 뿐이긴 했어. 주말에도 아침에 일어나 씻고, 가벼운 화장하고 살았던 내가 그날은 정말 너무 정신이 없었던 거지. 둘째가 좀 느려. 걔는 뭐든 느려. 지 아빠 닮아서. 정말 속이 터져. 그날도 그랬어. 둘째가 그날은 더 늦는 거야. 밥도 한 숟가락을 10분 먹더라고. 애를 거의 보쌈 하듯 데리고 나왔어. 나는 하필 그날 아무것도 쳐 바르지도 못한 거야. 그렇게 나와서 애들 유치원 버스 태워 보내고 한시름 놓고 나를 보는데 슬리퍼도 짝짝이로 신고 나왔더라. 그런데 건너편에 어떤 남자가 나를 한 참 보기에 안경 닦으며 나도 봤어."

"누구였어?"

"너 알지, K대 다녔던 그 S말이야..."

"아, 네 첫사랑? 알지. 건너편 남자가 걔였어?

"응.... 나 그때부터 밖에 나올 때마다 매일 면접 보는 느낌으로 산다."




​어디서든 누군가를 만나더라도 늘 한결 같은 모습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일까. 나는 그런 마음보다는 20대에 만났던 그때의 사람들이 마흔을 넘어 오십을 바라보는 지금의 시간을 살고 있는 모습이 궁금하다. 너도 나처럼 흰머리가 늘고 얼굴에 주름이 늘고, 열심히 운동해도 줄지 않는 체지방을 간직하고 있는지. 부지런해도 늘 한결 같다고 생각하는 나의 외형적인 모습은 이럴지라도 다른 부분은 또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무엇보다 나는 길을 가다가 여태 단 한 번도 사귀었던 남자들을 다시 마주친 적이 없다. 어쩜 나와 같은 경우의 수가 현실적인 수치가 아닐까.



​그녀가 여전히 예쁜 얼굴로, 단단하게 자리 잡은 날씬한 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늘 존경스럽지만, 나는 그렇게 못 살 것 같다. 내 첫사랑이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그도 나처럼 늘어진 티셔츠를 입고 집에서 뒹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매일 늘어나는 흰 머리가 신경 쓰이지만, 염색 따위 귀찮아서 하지 않고, 늘어나는 체지방이 걱정 되지만 그만큼의 인격과 인성이 단단해 지길 바라며 독서를 더 많이 하는 사람이었음 좋겠다. 그래서 지금의 모습으로도 반갑게 만나면 인사하고 싶다. 너도, 나도 이렇게 나이가 들었구나...그런 마음으로.


하지만 나는 그보다 조금 더 젊은 모습으로 만나고 싶은 마음은 있다는 이 아이러니한 마음속의 결말은 뭘까.





언젠가 유투브 알고리즘이 보내온 이 영상을 보고 길을 걷다가 한참을 울었다. 30년이 지난 어느 가수의 모습에 눈물이 났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첫사랑을 만난 기분이었다. 젊은 시절의 모습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고, 오로지 백발이 된 그의 나이든 모습만 기억에 남았다. 어쩌면 친구가 말하는 그 첫사랑을 길에서 만나게 되는 그런 기분이 이런 것일까. 뭔가 어른답게 늙어 있는 모습으로 만나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을 위해 헬스클럽 회원 등록을 하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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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리커버)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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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찾아 오는 늙음의 나날들
아름답게 마무리 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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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토끼 (리커버)
정보라 지음 / 아작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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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게 읽어서 미안할 정도로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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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5-08-28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 모임 선정 도서라서 처음 이 책을 만났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어요. ^^
 
타코피의 원죄 - 하
Taizan5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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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에 놀랐네. 타코피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엔딩은 어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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