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연수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3
김려령 지음 / 비룡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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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연수가 되길 [모두의 연수- 김려령]

열다섯의 연수는 명도단의 유명한 아이다. 어린 시절 부모 밑이 아닌 이모에게 키워진 아이. 한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연수는 그렇게 키워졌다. 이모의 시댁, 그러니까 사돈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슈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신의 몫을 잘 챙기며 살아가고 있다. 연수를 그렇게 만든 것은 모두 자상한 어른들의 울타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면서 나는 한동안 어떤 어른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고민이 된 적이 있었다. 누군가를 위해 희생을 할 수 있을까. 혹은 누군가를 위해 애써 주는 시간을 만들 수 있을까.


미로 같은 명도단의 골목에서 길을 한 번도 잃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연수가 길을 잘 찾은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연수를 잘 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나쁜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이유, 자신을 낳다가 죽은 엄마를 대신해서 키워준 이모와 이모부, 그리고 나머지 가족들을 위해서 연수는 모두의 연수가 되었고 그렇게 열다섯이 되었다.

문득 나의 열다섯은 어떤 삶이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정말로 까마득한 옛날이라 생각이 잘 나진 않지만 나의 열다섯은 암흑기 같은 시간이었다. 자신의 생부를 알 수 없었던 연수가 느꼈던 그 불안과 공포가 나에게도 있었다. 그 깊이가 서로 달랐을 뿐. 연수의 친구들도 그랬다. 모두 자시만의 우물에 깊은 비밀 하나쯤은 던져 놓고 살고 있었다.

나에게는 그때 시작된 첫사랑의 열병에 엄청 힘들었던 시기였었다. 나와 사귀었던 남친이 나도 모르게 본인만 겨울 캠프를 신청하고 그곳에서 바람이 났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건 어느 유투브에서 나오는 그런 내용일까 싶지만 2000년도도 아닌 90년도에도 있었던 상투적 사랑싸움이 한창이었다. 남친은 캠프서 여자 친구가 있음에도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와서는 한 달 후 환승 이별을 선택했다. 그때가 중1, 열 네 살 때의 겨울이 그렇게 쓸쓸 할 줄 몰랐다. 남녀 공학이었던 나는 2학년 때 남친을 다시 같은 반에서 만났다. 그리고 그 바람피우고 환승 연애한 여자애도 나랑 같은 반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학급 반장이 되었고 남친이 부반장이 되었다. 남친의 환승 연애 한 여자애는 체육부장이 되었다. 학급 회의때가 제일 힘들었다.


나는 환승 이별을 선택한 남친과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별을 고할 때도 그냥 알겠다고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열다섯, 2학년이 되었고 같은 반에서 만나게 된 두 사람과의 관계를 다른 친구에게 듣고 나서도 전남친을 따로 불러 큰 소리 내며 싸운 적이 없었다. 하지만 학급회의 때는 반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정말로 호랑이처럼 굴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매일 펑펑 울었었다. 왜 내가 아닌 저 여자애였을까를 일 년 동안 고민하다가 나의 사랑의 대상이 바뀌었다. 그렇게 나의 열다섯의 시련이 사라졌고 그때 나는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는 때였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으로 이렇게 사람이 유치해 질 수 있다는 것, 사랑 때문에 이렇게 옹졸해질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그리고 비록 환승 이별로 나를 더 슬프게 했지만 두 사람의 안녕을 빌어주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한번 정도 이별을 했다가 다시 만나서 결혼 했다는 얘기를 동창회에서 들을 수 있었다. 어쩌면 그 둘에게는 그 열다섯의 처음 맞았던 겨울이 첫 사랑이 아니었을까. 나의 열다섯은 이런 일들로 힘겨웠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해 놓고선 막상 그해의 날들을 떠 올려보니 30년 전의 과거가 이렇게 또렷하게 기억이 다시 나다니.

나는 김려령의 작품을 좋아한다. 소소한 즐거움을 좋아한다. 때로는 상투적 내용이라도 그 즐거움을 놓치지 않고 읽어 나갔다. 그런데 처음 <완득이>로 나를 홀리게 했던 김려령의 소설들을 그동안 읽으면서 안타까운 것은 두 번째로 꼽히는 것이 더 없다는 것이다. <모두의 연수> 또한 그랬다. 나의 흑역사인 열다섯을 기억해 내고 말았지만 열다섯 연수가 조금 특수한 상황에 있다고 해도 전혀 불해해 보이지 않는다. 연수를 지켜줄 친구들도 있고 그들의 응원은 또 얼마나 근사한가. 소설을 읽는 동안 나는 연수가 부러웠다. 모두에게 사랑 받는 연수가 나만의 연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래서 나는 그토록 좋아하는 그녀의 두 번째로 빛나게 될 소설을 또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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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눈물이 난다고 해서 그게 감동은 아니다. 가끔 ‘많은사람이 오열한 작품!‘이라고 홍보하는 경우가 있는데, 눈물을자아내면 훌륭한 작품이라는 평가는 잘못되었다. 사람을 울리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맞으면 아프다고 느끼는것처럼 눈물은 슬픈 장면을 보면 나오는 단순한 반응이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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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이 필요한 시간 - 사람들 속에서 더욱더 외로운 나를 위한 치유법
모리 히로시 지음, 오민혜 옮김 / 카시오페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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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우면 뭐가 좋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좋은 점은 많다. 그것도 여러 면에서 우선 쉬운 이야기부터해보자. 일반적으로 ‘떠들썩함‘은 좋고 그 반대인 ‘외로움‘은 나쁘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서 외로움은 ‘조용하고 차분한 상태‘로바꿔 말할 수 있다. 파티는 떠들썩하지만 다실(다도를 위해 마련된공간) 안은 조용하다. 일본의 전통미에는 ‘와비사비(U)‘ 정신이 있다. ‘소박하고 한적하다‘는 뜻이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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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릇없는 노랑이를 신고합니다 저학년 책장
박정희 지음, 유승하 그림 / 오늘책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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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다 귀엽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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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창
구병모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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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切創 절창

벤상처(-傷處). 칼이나 유리(琉璃) 조각 따위의 예리(銳利)한 날에 베인 상처(傷處)]

<아가미>때부터 구병모가 좋았던 것 같다. 파과를 읽으면서 더 좋아졌다. 영화를 보고 소설을 다 읽고 역시, 소설이 더 좋았다며 파과를 세 번 읽었다. 그렇게 구병모에게 빠졌었다.이후 읽지 못했던 책들을 구매하며 아끼며 읽다가 만난 구병모의 신작 <절창>은 내가 처음구병모에게 빠졌던 <아가미>를 떠 올렸다. 아가미를 갖고 있는 소년의 이야기. 그 판타지적서사에 놓여 있는 인간애에 대한 이야기가 절창으로 가는 걸음이 조금 힘들었다. 읽어도 읽

어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긴 문장. 수식어 위에 수식어가 또 있어서 그 앞에 말한 내용은누구인가 다시 생각해 봐야 했던 초반을 지나야 내가 좋아 했던 구병모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보육원에서 자란 소녀는 어느 행사장에서 겪지 않아도 될 일을 마주하게 된다. 어느날 친구를 통해 알게 된 능력, 상대방의 상처를 만지면 머릿속의 생각들이 언어들로 자신에게 전달된다는 것. 그 능력이 그날 또 발현되고 말았다. 그날 그곳에서 소녀는 오언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아무도 자신의 말을 믿어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말했지만 오언은 달랐다. 18살이 넘어 시설을 나온 소녀가 오언을 다시 만나기까지의 날들은 평탄치 않았다. 마치 너는 오언을 만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듯 일한 곳에서 무시를 당하고 착취당하며 시련을 겪게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정도 시련쯤 견뎌야 오언이 주는 호의가 싫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녀의 도착지는 오언 말고는 없다는 듯. 오언을 만나자 소녀는 그녀가 되었고 아가씨가 되었다. 마치 <파과>에서 조각이 이름을 갖게 되는 순간처럼 느껴졌다.

여기까지의 이야기가 참 길고 힘들었다. 소녀가 깊은 상처에 손을 닿아야 상대방의 이야기를 알아낼 수 있는 것처럼 나도 구병모의 이 <절창>을 공감해 나가는 것에 깊은 상처가 필요해 보였다. 이것은 책을 읽기 전의 작가가 권고한 내용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도 있다.

“무언가를 읽을 때는, 읽음의 행위 끝에 도출한 결론이 틀렸을 가능성을 언제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하물며 무언가가 아닌 누군가를 읽을 때는 더욱 그러합니다.”P14

그녀의 특별한 능력을 통해 오언은 사업이 계속 번창했지만 부가 쌓일수록 그녀는 더욱 강압적인 삶을 살아야 했다. 통제 받고 감시당했다. 그녀의 능력은 오로지 오언만을 위해 쓰였다. 작은 상처에도 읽어 내는 능력을 가졌던 것이 어느 날부터는 더 깊은 상처가 필요했다. 늘 피투성이가 되는 손바닥을 지녀야 했던 그녀가 탈출 하고 싶은 마음이 왜 안 들겠는가. 결국 탈출하려 했지만 늘 잡혀 왔고 그럴 때마다 오언에게 깊은 증오와 혐오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그녀는 어느 날 기타를 치고 싶어 했다. 그녀가 공부 하고 싶은 분야에 선생님을 모시고와 공부 할 수 있게 한 것처럼 기타도 그녀에게 적당하게 가르칠 선생님이 왔지만 그만 둔다는 인사도 없이 떠나고 말았다. 이 부분까지 와서야 독서 지도사로 온 그녀가 아가씨와 번갈아 가면 나눈 이야기의 갈래가 이해가 되기 시작하고 답답하고 지루했던 앞의 서사가 조금씩 와 닿기 시작한다.

오언에게 그녀는 질문과 같은 존재라고 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지극한, 가장 어려운 질문. 대답하지 못하는 질문을 가지고 살아가는 오언에게 그녀는 정말로 어떤 사람이었을까. 자신에게 많은 부를 더 쌓을 수 있게 한 사람으로만 치부되지 않았을 사람이었을 것이다. 절대로 오언의 마음은 읽지 않겠다고 한 그녀는 마지막 오언의 마음을 어떻게 읽었을까. 어떤 내용으로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내었을까.

소설에서 오언을 빼고 대부분은 이름이 없다. 독서 지도교사, 기타 선생님, 강실장...그리고 그녀. 오언이 신분세탁을 하며 만들어 준 새로운 이름도 우리는 알지 못한다. 태어나 갖게 된 이름도 모른다. 어쩌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그 어떤 흔적도 없다. 마치 그녀와 독서 지도교사가 주고받았던 이야기는 처음부터 있지도 않았던 내용이었을지도 모른다. 서로가 가진 절창 속, 상처들로 만들어진 세상 밖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농담이 얼마나 흥하는지는 말하는 사람의 혓바다닥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귀에 달려 있지.” P117 듣는 사람들이 선택해서 만들어 놓은 어떤 신비한 소녀의 이야기로 이 이야기는 끝이 나는 것은 아닐까. 마지막도 마치 영화를 만들기 위해 짜인 마지막 씬 같다는 생각. 그래서 어쩌면 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꾸며낸 이야기의 마지막 같다.

“상처 없는 관계라는 게 일찍이 존재나 하는 것인지 나는 모르겠다. 상처는 사랑의 누룩이며, 이제 나는 상처를 원경으로 삼지 않은 사랑이라는 걸 더는 알지 못하게 되었다. 상처는 필연이고 용서는 선택이지만, 어쩌면 상처를 가만히 들여다봄으로 인해, 상처를 만짐으로 인해, 상처를 통해서만 다가갈 수 있는 대상이, 세상에는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P344

올해 나는 세 개의 그룹으로 나눠진 인간관계를 모두 단절했다. 첫 번째도 두 번째 그룹도 세 번째도 모두 상처 받은 마음 때문이었다. 그 상처 받음 마음을 다른 대상에게 위로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결국 첫 번째 받은 상처는 두 번째 그룹에서 더 확장이 되었고 이후 세 번째는 두 번째 그룹과 연결 되어 모든 관계가 망치고 말했다. 모두 나의 잘못이라는 생각으로 나는 그들을 떠나기로 했다. 내게는 절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의 상처를 들여다보며 알아줄 아가씨도 없으니 그저 스스로 치유해나가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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