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동생과 엄마는 걸으면 5분 거리인 위치에 살고 있다. 명절을 맞아서 내가 움직여야 하는 이유는 그것뿐이었다. 두 사람이 가깝게 살고 있고 내가 가장 멀리 살고 있기 때문에 멀리 있는 사람이 오라고 했다. 명절 선물로 가득한 가방을 짊어지고 두 여자가 있는 도시로 떠났다.



명절 음식을 먹지 않고 우리는 유명하다는 만두전골 집을 찾았다. 맛은 좋았지만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좀처럼 맛을 느끼기에는 힘든 상황이었다. 비가 한번 내릴 때마다 시원해졌던 날씨가 다시 더워져서 짧은 가을이 사라진 것 같았다. 에어컨이 켜진 식당이지만 계속 열리는 입구의 열기가 냉기를 모두 거둬갔다. 전골이 끓어오르면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사실 더 힘들었다. 잘못된 선택의 메뉴였다.



만두전골을 먹고 쏟아져 나오는 땀을 닦으며 앞으로는 오지 말자고 했다. 겨울에 오자고. 여름에는 절대 오면 안 될 것 같아. 그렇게 세 여자는 말을 하며 시원한 커피를 마시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머리가 깨질 것 같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얘기했다.



어쩌다 우리 모두, 시댁이 없는 여자가 되었을까.




세 여자 모두 그 부분에 큰 상실감이나 슬픔을 느끼지 못했다. 뭐랄까 속이 시원하다고 할까. 특히 시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엄마는 좋다고 하셨다. 그간 엄마의 고통스러운 날들을 목도했던 나는 엄마의 그 좋다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시댁에 가지 않는 엄마를 위해 더 좋은 날들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미리 예매해 놓은 영화관으로 세 여자는 자리를 또 옮겼다. 베테랑 2를 보는 동안 극적인 장면에 엄마는 긴장하며 보셨다. 전편에 비해 시시해 하는 두 딸들에 비해 엄마는 매우 만족하셨다. (류승완 감독님 우리 엄마는 재밌었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엄마가 재미있었다면 그걸로 됐다며, 우리의 영화의 만족도는 필요 없다고 했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 가벼운 식사를 하고 그렇게 헤어졌다. 나는 다시 먼 길을 달려 집으로 돌아왔고 우리 루키의 생일을 축하하는 파티를 했다. (파티라고 해봐야 사진 찍는 것이 전부였지만) 동생이 선물해준 루키의 간식을 조공했고 루키는 만족스러워했다. 하루에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니 나 스스로에게 놀라며 긴 하루를 마무리 했다. 그 와중에 나는 책도 두권이나 잃었다는것, 그것이 중요한 포인트였다고나 할까.







시댁이 없는 세 여자의 추석날은 이렇게 끝이 났다. 앞으로도 우리의 명절은 이렇게 흘러가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몰다우 - 프리드리히 스메타나가 작곡한 교향시 주니어 음악동화 3
마르코 심사 지음, 도리스 아이젠부르거 그림, 홍미라 옮김 / 주니어북스 / 201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음악을 들으면서 읽으면 현장감을 느낄수 있는것 같다. 다만 그 내용이 조금 미약하다는 느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학원은 독서 관련 수업도 있는데 아이들이 놓고 가거나 홍보용으로 받아 놓은 책들이 많다. 그동안 화수분 같은 내 책들을 읽느라 동화책들은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가슴이 답답한 어느 날 눈에 들어온 동화책 한권을 읽고는 눈물이 맺혔다. 그래서 주변에 있던 책들중 읽고 싶은 책들을 골라 놓고 시간이 날 때마다 계속 읽고 있다. 오늘은 다섯 권 정도를 읽는데, 나 이러다가 한 달 동안 100권 읽는 것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고나 할까.




이렇게 틈틈이 책을 읽을 수 있었는데, 그동안 뭘 하며 비어 있는 시간을 소비 한걸까 반성의 시간이 왔다. 사실 빈 시간이라는 것은 없는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은 없다. 그 시간에 생산적 일을 하지 않을 뿐이다. 그 시간에 대부분 인터넷 쇼핑, 인터넷 서핑, 로열 매치(레벨이 무려 1050입니다!)를 했고, 수다를 떨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을 텐데.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늘 책만 쌓아 놓고 살았던 것일까. 반성하자



내일부터 더 가열차게 진열대에 모아 놓은 동화책들을 다 읽어버릴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엄마의 이사





동생은 결혼을 하면서 엄마 집에서 같이 살았다. 그 전에 나는 그 집을 떠났다. 엄마와 함께 살았던 동생은 어느 날 엄마와 함께 살기 힘들다고 했다. 엄마도 나에게 동생과 함께 살기 힘들다고 전화를 하셨다. 그때 나는 둘 중 한 사람이 나가서 살면 어떠냐고 했고 그중 가장 결단력이 있던 엄마가 이마트 쇼핑백 3개에 옷가지와 필요한 화장품, 신발, 가방만 넣어 자신의 명의로 있는 집을 나오셨다. 가전들을 사지 않아도 되는 오피스텔에 달랑 3개의 짐을 풀며 엄마는 홀가분하다고 하셨다. 근데, 왜 동생네 집 근처에서 얻으셨는지.




어찌되었던 오피스텔로 들어가는 날, 건너편 이마트에서 필요한 밥솥부터 그릇, 숟가락, 젓가락, 칼, 도마, 휴지, 수건 등등 사서 아무것도 없었던 오피스텔을 채워 넣었다. 엄마는 물건을 늘리지 않고 살겠다고 하셨는데, 그건 엄마의 오만이었다.




다리가 아프다며 1층으로 집을 얻으신 엄마의 오피스텔은 매일 물건들이 채워져 나갔고 그렇게 한 살림이 차려졌다. 그런 살림이 때로는 집을 나갔고 때로는 무더기로 어디서 얻어온 것들로 차려졌다. 2년이 넘어 위층에서 수도가 터져 1층으로 흘러 대참사가 일어났다. 집을 말리고 다시 도배 하면서 살기로 한 집은 일 년도 안가 자신이 머금었던 습기를 뿜어내어 온 집안을 곰팡이 천국으로 만들었다. 오피스텔 주인과 얘기하여 비어 있는 2층으로 옮기기로 얘기를 하고 집 상태로 보러 갔다. 1층보다 조금 좁았지만 집기류도 대부분 새것들이라 훨씬 좋은 조건이었다. 엄마는 깨끗하게 발라져 있는 도배부터 마음에 든다며 당장 집을 바꾸겠다고 하셨고 계약서는 다시 쓰기로 하고 우선 짐부터 옮기기로 했다.




같은 동의 2층이라서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사는 착각이었다. 한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엘베 없는 오피스텔의 계단을 20번쯤 오르락내리락 할 때쯤 이사가 끝이 났다. 큰 집기류는 없어 살살 옮기면 되겠다 싶었는데 아니었다. 엄마의 짐은 화수분처럼 계속 나왔다. 이마트 장바구니 달랑 3개로 이사를 왔지만 3년동안 엄마의 짐은 코스트코 장바구니로 스무 번을 왕복을 해야 끝이 났다. 다리가 안 좋은 엄마는 짐을 정리하라고 하고 내가 짐을 옮겼는데 집에 돌아와 다음날까지 일어나지 못했다.




집에 돌아와 불이 나는 발바닥을 만지며 나의 방을 보는데, 앞으로 있을 우리 집 이사는 또 어떻게 진행이 될 것인지 걱정이 됐다. 미니멀은 내 생에 없을 것 같지만, 맥시멀만은 되지 말자고 다짐해본다.








요즘 마음이 혼탁하여 동화책을 읽고 있다. 읽으며 키득거리고 있다. 누군가를 저주했던 마음도 키득거리며 사라질 때도 있다. 이렇게 누군가를 미워했던 마음을 죽이며 분노를 조금 미니멀 한 가슴을 만들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오늘 넌 최고의 고양이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20
후지노 메구미 지음, 아이노야 유키 그림, 김지연 옮김 / 책속물고기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