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1950 미중전쟁 - 한국전쟁, 양강 구도의 전초전
KBS 다큐 인사이트〈1950 미중전쟁〉 제작팀 지음, 박태균 감수.해제 / 책과함께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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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냉전(Cold War)1990년에 구소련과 동유럽이 붕괴되며 끝났다고 한다. 1991년 구소련 연방이 해체되면서 전 세계 패권은 미국을 중심으로 흘러갔다고 할 수 있는데, 소말리아 침공이나 유고슬라비아 내전 개입 및 코소보 내전 개입 그리고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까지 미국은 세계 패권국가로서 막강한 무력을 타국을 침공하고 공격하는 데 사용했었다. 그러던 2000년대 미국의 새로운 라이벌로 등장한 국가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중화인민공화국 즉 중국이다.

 

1976년 마오쩌둥 사망 이후 중국 공산당의 지도자가 된 덩샤오핑은 이른바 흑묘백묘라 불리는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자본주의화가 가속화되었고, 1989년에는 중국 내에 있던 사회주의 세력과 반체제 세력이 천안문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일이 생겼었다. 소위 천안문 항쟁이라 불리는 이 집회는 결과적으로 덩샤오핑이 탱크와 군대를 동원함에 따라 잔혹하게 진압됐다. 당시 서방언론은 천안문 시위에 대해, ‘중국의 민주화라는 구호로 미화했으나, 사실 천안문 시위에는 적잖은 마오주의자들 그러니까 중국의 수정주의화 내지는 자본주의화에 반발한 사람들도 많았었다.

 

물론 서방이 홍보했던 중국의 서방식 민주주의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신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을 통해 중국 경제를 성장시키는 방향을 선택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경제는 성장세를 달렸고, 2000년대에 들어서 경제규모로만 세계 2위에 도달했다. 심지어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중국의 경제는 큰 타격을 받지 않았고 성장세를 달렸다. 중국은 1인당 GDP2010년대 후반에 1만 달러를 돌파했다. 더 나아가 중국은 2012년 시진핑이 집권하며 대외팽창 그러니까 미국의 아시아 대중국라인을 돌파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몇몇 이들인 현재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New Cold War) 시대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사실 신냉전이라는 표현이 어떤 면에선 다소 과장된 표현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시작된 미국과 소련의 냉전의 경우 미국과 소련의 경제관계가 그다지 깊지 않았던 반면, 현재 미국과 중국은 좋든 싫든 때기 힘든 경제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런 사실을 보았을 때, 이러한 시각도 틀린 주장은 아니다. 영화 강철비2를 보면, 미국과 중국의 분쟁을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역학관계를 통해 잘 설명하고 있다. 영화의 첫 시작은 센카쿠 열도(중국 댜오위다오)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 대립을 하는 것으로 나온다. 물론 여기에는 군사적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도 그 운명에 휩쓸리게 되며, 남북 평화회담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온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은 20세기 들어서 전쟁을 치렀던 적이 있다. 그것은 1950년 한반도에서 일어났다.

 

한국 현대사를 전공한 박태균 교수가 감수한 책 <1950 미중전쟁>은 현재 미중분쟁의 기원을 1950년 한국전쟁에서 찾고 있다. 책은 1946년 미국이 소련을 위협하기 위해 스폰지밥의 고향으로 유명한 비키니 섬에서 핵실험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러면서 냉전 초기 미국의 대아시아 전략과 반공주의적인 대소전략이 어떠한 것인지 보여주며, 1950년 한국전쟁을 얘기한다. 한국전쟁에서 미국과 중국이 치른 전투를 심도 있게 설명한 뒤, 중국과 미국이 또 다시 대립했던 베트남 전쟁과 1972년 데탕트를 얘기하며, 마지막으로 미중분쟁이 현재 지속되고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이에 따라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책의 결론이다.

 

책에 따르면 한국전쟁은 초기에는 남북한의 내전의 성격을 띄었다가 중국이 참전하면서 사실상 국제전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즉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이 적으로 부딪히면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과 같은 신세가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이런 주장이 아주 일리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냉전이라는 분쟁적 성격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냉전이라는 분쟁은 반식민주의 대 제국주의라는 대립의 성격도 다분했기 때문이다. 책에서 설명하는 것과 같이, 1950년 미국의 전략은 특히 베트남에서 식민주의적 성격을 띄었다. 그리고 그 전쟁은 이후 미국에 맞선 베트남인의 독립투쟁인 제2차 인도차이나 전쟁 즉 베트남 전쟁으로 이어졌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유가 어찌됐든 중국과 미국의 대립은 1950년에 정점을 찍었다. 사실 1949년 중국 공산당이 내전에서 승리하자 미국의 반공 전략은 소련 핵개발의 영향과 더불어 전면적인 수정을 거쳤는데, 한국전쟁에서 중국과 전쟁을 치르면서, 전술적인 면에서도 변했다. 특히나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이 북진하지 않고 단순히 남베트남을 지키는 선에서 전쟁을 마무리 하려고 했던 점은 1950년 한국전쟁 시기 북진의 실패에 기반을 둔 것이다. 또한 호치민이 미국과의 전쟁에서 전면전인 남진을 하지 않고, 게릴라전을 통해 50만의 미군을 베트남이라는 수렁에 빠뜨린 것도 한국전쟁의 교훈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전쟁 이후 중국과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비록 교전을 치르지는 않았지만, 공식적인 부분에서 적이었다. 그러나 1972년 미국 대통령 닉슨이 베이징을 방문하여 마오쩌둥과 만나면서 데탕트가 시작됐는데, 이러한 미중 데탕트는 미국의 대소전략의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그러나 1990년대 중국이 급속도로 경제성장을 하고 2000년대에 강대국이 되면서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필연적으로 발생했고, 그 분쟁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 분쟁의 기원은 1950년 한국전쟁이었고, 실제로 중국은 유사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당시 중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니 빈말은 아니다.

 

<1950 미중전쟁>2020년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에 KBS에서 방영했던 3부작짜리 다큐멘터리다. 즉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만든 것이다. 책의 감수는 한국 현대사 전공자인 박태균 교수가 감수했다. 상당히 신뢰할 수 있는 학자의 검증을 받았다. 현재의 미중분쟁은 한국 내의 갈등도 초래하는 것 같다. 일부는 중국을 매우 혐오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다른 일부는 중국과의 협력을 주장한다. 앞으로 우리가 어떠한 길을 선택할 지는 말 그대로 우리의 몫이다. 책에서 주장하듯이 분명한 것은 단순히 적대적인 감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미중분쟁에 대한 우리의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미중분쟁을 이해하기 위해선 한번쯤은 읽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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