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로츠끼주의란 무엇인가? - 뜨로츠끼의 주요 이론적 가정들에 대한 비판 노동자 교양문고 2
토니 클라크 지음, 문영찬 옮김 / 노사과연(노동사회과학연구소)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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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년 러시아 혁명사를 보다 보면, 최소 한번쯤은 절대로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인물이 있다. 그가 바로 레온 트로츠키(Leon Trotsky). 러시아 혁명에 참가했고, 적백내전에 참전했다 레닌 사후 스탈린과의 경쟁에서 패배하여 멕시코로 망명하여 삶은 마감한 트로츠키는 사실상 맑스-레닌주의 진영에서 거센 비판의 대상이었다. 심지어 멕시코 망명 시절 별도의 좌파 조직을 만들어 활동했고, 그게 바로 제4인터내셔널(Fourth International)이었다. 현실 사회주의권에서 트로츠키의 사상은 당연히 규탄과 비판의 대상이었고, 이에 대해 트로츠키를 지지하는 측에선 스탈린주의라는 말로 비판했었다.

 

의외로 트로츠키주의(Trotskyism)로 알려진 세력들은 생각보다 많았는데, 아시아에서는 초기에 중국과 베트남(주로 코친차이나 지역)에 있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에서도 세력이 형성되었으며, 1960년대 급진적 좌익주의였던 적군파 또한 트로츠키주의의 영향을 받았었다. 트로츠키주의와 트로츠키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와 감정과는 별개로 트로츠키주의가 좌파 진영 내에서 영향력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극단적 반공주의 국가인 한국에서도 트로츠키의 사상은 그 영향력이 강한데, 이는 트로츠키주의를 변형적으로 받아들인 토니 클리프의 이데올로기를 따르는 노동자 연대의 영향력이 크다. 이들은 더 나아가 트로츠키의 해석과는 달리 소련과 현실 사회주의 체제를 국가 자본주의라고 해석했다. 사실 국내에 나온 마르크스주의 관련 서적들을 보면 이들이 발행한 책들이 상당히 많고, 나 또한 사회주의를 그들의 책을 통해 접했었다.

 

그러나 트로츠키와 트로츠키 사상 그리고 트로츠키주의 집단에 대한 비판을 담을 서적들은 의외로 국내에 많지 않다. 우선 알라딘에 사회주의 관련 서적들을 검색하면, 국가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해석한 책들은 쉽게 찾을 수 있는 반면, 트로츠키에 대한 체계적인 비판을 담은 서적들은 찾기가 매우 힘들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트로츠키는 패배자였고, 승리자는 현실 사회주의와 스탈린이었다. 트로츠키의 사상을 따르는 세력들은 그 패배를 마치 스탈린주의자들의 간신배적 행위로 둘러대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트로츠키 추종자들은 현실 사회주의에서의 마르크스-레닌주의주의자들 보다 조직을 광범위하게 끌어들이지 못했다. 이는 중국 혁명과 베트남 혁명에서 잘 드러났다.

 

트로츠키를 좋아하는 이들이 항상 착각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레닌이 트로츠키의 사상과 우호적인 입장을 많이 취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들이 얘기하는 레닌의 반스탈린적 입장은 일부분의 발언을 발췌한 것일 뿐이지, 레닌의 전반적인 스텐스는 아니었다. 레닌 또한 트로츠키와의 논쟁을 통해 트로츠키의 사상과 행동을 일목요연하게 비판했었다. 대표적으로 1921년 노동조합 논쟁에서 레닌은 트로츠키의 관료주의적인 방식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 외에도 레닌은 트로츠키와의 논쟁에서 트로츠키를 사상적으로 비판했었으며, 1917년 러시아 혁명 이전 시점으로 간다면 말할 것도 없을 정도로 비판했다. 거기다 그 시절 트로츠키는 멘셰비키였기에 사실상 레닌과 대립 점에 있던 인물이었다.

 

이러한 점들을 생각해 보았을 때, 레닌을 마치 트로츠키의 서포터 혹은 사상적 동지로 묘사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이번에 읽은 책 <뜨로츠끼주의란 무엇인가?>는 영국 공산당 동맹의 토니 클라크(Tony Clark)가 쓴 논문으로 트로츠키와 트로츠키주의에 대한 이론적, 강령적 그리고 방법론적인 비판을 담고 있다. 트로츠키가 주장하는 영구혁명이나 스탈린이 추구한 일국사회주의에 대한 비난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했으며, 트로츠키의 이런 일련의 주장들이 어떻게 해서 말이 안되는 접근법인지를 폭로하고 있다. 트로츠키주의와 레닌주의를 구분하는 분석은 간단하게 두 개의 사고방식인데, 저자에 따르면 트로츠키주의의 추상적추론과 대비되는 레닌주의의 구체적추론이라고 한다. 즉 레닌주의와 트로츠키주의의 대립물의 투쟁은 구체적 쟁점을 놓고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또한 20세기 사회주의의 수많은 혁명과 운동 그리고 여러 민족해방투쟁들이 트로츠키주의에 입각한 것이 아니라 맑스-레닌주의에 입각했다. 즉 이런 점에서도 트로츠키주의는 좌파 투쟁에서 크게 기여한 바가 없다. 심지어 토니 클리프의 경우 소련을 국가자본주의와 스탈린 관료라는 해석을 했다가, 반식민주의 진영의 지도자 호치민과 식민주의 진영의 압제자 바오다이 황제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선넘는 행위를 했었다. 즉 호치민과 바오다이를 같은 선상에서 관료주의 압제자 혹은 착취자로 비교했던 것이다. 물론 이것은 트로츠키주의의 전반적인 입장은 아니지만, 비상식 비과학적인 분석이었다.

 

200페이지가 좀 안되는 분량을 가진 이 책은 내용의 35%부록1’부록2’로 채웠다. ‘부록1’1970년대 알바니아 공산주의자가 분석한 현대 트로츠키주의에 대한 분석이고, ‘부록2’는 스페인 내전 관련한 트로츠키주의자와 아나키스트 그리고 우파들의 논리에 대한 반박 글이다. 전자의 경우 현실 사회주의권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유지하려 했던 나라의 분석이라 흥미로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스페인 내전 관련 글이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다. 예를 들면 영화감독 켄 로치(Ken Loach)가 제작한 랜드 앤 프리덤(Land And Freedom)’이 얼마나 편향된 시각을 가진 영화인지 알 수 있었다. 근래에 들어 스페인 내전에 관해 관심이 생기는데, 반공우익 역사학자 앤토니 비버(Antony Beevor)가 쓴 스페인 내전(The battle for Spain)’을 비교해가며 읽게 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정통적인 맑스-레닌주의 집단에서 트로츠키주의를 어떻게 비판하는지를 알고 싶은 이들과 트로츠키주의의 문제점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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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man 2021-07-09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트로츠키주의가 무엇인가요? 제목과 달리 트로츠키주의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트로츠키주의 무엇이 잘못됐나 같네요

NamGiKim 2021-07-09 17:52   좋아요 0 | URL
‘사이비 좌익‘이라는 단어로 요약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