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노블 파리 코뮌 - 민중의 함성
자크 타르디 지음, 홍세화 옮김, 장 보트랭 / 서해문집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51일 노동절이 되면 집회에서 항상 부르는 노래가 있다. 그 노래의 시작은 일어나라!’로 시작하여 끝은 인터내셔널로 끝난다. 바로 인터내셔널가(The Internationale). 이 노래는 대다수의 현실 사회주의 국가에서 불린 대중음악으로 지금도 각종 시위 현장에서 불리고 있다. 이 곡이 대중적으로 불리게 된건 1888년이었지만, 처음으로 작사된 것은 1871년이었다. 1871! 이 해의 프랑스 파리는 역사가 새로 쓰였다. 바로 2개월간 지속되었던 파리코뮌(La Commune de Paris)이다.

 

1870년 비스마르크가 일으킨 보불전쟁에서 프랑스는 잘 훈련되고 규율 있던 프로이센군에게 참패를 당했다. 보불전쟁에서 패배한 프랑스는 비스마르크가 요구하는 것들을 들어주어야만 했고, 비스마르크의 군대는 프랑스의 수도 파리를 향해 진군했다. 그리고 18711월 베르사유 궁전에서 이른바 통일된 독일 제2제국을 선포했다. 보불전쟁에서 독일군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프랑스 정규군과 무능하기 짝이 없는 정부의 모습을 본 파리의 시민들은 이들에게 맞서 스스로 무장하여 봉기했다. 이것이 바로 파리코뮌이었다.

 

2개월간 지속되었던 파리코뮌에서 봉기한 시민과 노동계급은 선거를 통해 시 전역을 통괄하는 민중 주도의 새로운 입법, 행정 정부를 구성했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적인 측면에서 혁명적이고 진보적인 개혁들을 실시해나갔다. 비스마르크 군대로부터 대포와 탄약을 지원받은 프랑스 정규군의 고립 속에서도 코뮌속의 민중은 민주주의와 평등사회 그리고 진보사회를 위해 싸웠다.

 

파리코뮌이 전 세계에 보여준 엄청난 변화였다. 19177월 봉기 이후 핀란드로 망명했을 당시 레닌이 쓴 저서 국가와 혁명을 읽어보면 칼 마르크스가 1871년의 봉기를 지지했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마르크스는 파리코뮌이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이 혁명운동이 매우 중요한 역사적 시도이자 프롤레타리아 세계혁명에서 일정한 진보이며, 수백의 강령과 논의보다 더 중요한 실천적 일보라고 보았다.

 

사회주의 이론가 칼 마르크스가 생각했던 것과 같이 파리코뮌은 사회주의 역사 그리고 인류 역사에 있어 진보적 전진이었다. 안타깝게도 이 코뮌은 프랑스 정규군의 잔혹한 학살극으로 마무리가 됐다. 자주적이고 진보적이었던 노동계급의 코뮌은 권력과 침략군에 굴복한 프랑스 정규군에 의해 잔인하게 진압됐다. 프랑스 정규 군대의 진압에는 최신식 대포가 동원되었다. 또한 7만 명 이상의 진압군대가 동원되었다. 그 결과 코뮌에서 시민과 노동계급 최소 2만 명이 학살당했다.

 

서해문집 출판사에서 출간한 이 책은 현재 넷플릭스에서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설국열차(Snow piercer)의 원작자인 자크 타르디가 쓴 만화책이다. 책에서 중심적으로 전개되는 내용은 한 살인사건에 대한 수사와 한 개인의 복수를 향한 여정일 수도 있다. 물론 책은 그 과정 속에서의 코뮌과 그 코뮌속의 개개인들을 다각도로 보여준다. 또한 코뮌이 어떠한 열정에 차 있었는지도 생생히 느끼게 해준다. 부패한 관리들, 평등한 세상을 바라는 코뮌의 민중들, 비참한 사회에서 몸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했던 하지만 총을 들고 코뮌에서 싸웠던 파리의 매춘부들 그리고 진압군이었지만 항복하여 코뮌에 합류한 군인들까지 그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전개된다.

 

1871년의 파리코뮌을 얘기하면 우리에게는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바로 1980년의 광주민주화운동이다. 1979년 박정희가 살해된 뒤, 잠시나마 있던 서울의 봄은 12.12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이 대학생들을 광주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면서 다시 군사독재라는 지적 사상적 암흑의 터널로 들어갔던 역사가 우리에겐 있기 때문이다. 비록 파리코뮌보다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1980518일부터 27일까지 대략 10일간 광주 시민들은 무차별 학살과 폭력을 휘두르는 계엄군에 맞서 카빈 소총을 들고 싸웠다.

 

광주항쟁에서 계엄군의 총과 탱크에 맞서 싸웠던 이들 대부분이 민주주의를 원했던 학생들과 노동계급 그리고 시민들이었다는 점에서 1871년 프랑스의 파리코뮌의 혁명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1871년 프랑스 시민들의 투쟁이 1980년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총을 들고 저항을 했던 광주민주화운동에서의 민중들을 떠올렸다. 이랬기에 책의 내용이 더 와 닿을 수 있었다. 1871년의 프랑스 파리 그리고 1980년의 대한민국 광주. 이 투쟁이 연결되어 보이는 것은 아마 앞에서 설명한 그 유사성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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