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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의 통일토크 - 남북관계 현장 30년: 이론과 실제
정세현 지음 / 서해문집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를 보던 어느 날이었다. 블랙하우스 채널에선 북한에 대한 방송을 했었다. 그날 방송에선 변화된 평양의 모습을 보여줬고, 24시간 불이 빛나는 려명거리의 모습을 티비를 통해 보게 됐다. 참으로 놀라웠다. “아니 저게 정말 평양이 모습이라니!!” 믿기 힘들었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나와 북한에 대해 얘기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바로 정세현이었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를 통해 정세현의 존재를 알게 된 나는 그가 하는 강연이나 방송을 찾아보게 됐고 그가 쓴 기사도 몇 개 읽어봤다. 정세현이 쓴 기사와 방송을 보면서 나의 대북관도 보다 넓어졌다. 그러던 중 알라딘 인터넷 서점에서 아는 분의 서평을 우연히 읽게 됐다. 매우 좋은 서평이었기에 나또한 이 책을 읽겠다고 결심한 뒤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 가서 빌렸고, 끝까지 다 읽었다.
책의 구성은 3부로 나뉘었다. 1부에는 남북관계의 역사에 대해 다뤘고, 2부는 통일문제를 심도있게 다뤘으며 3부는 저자 정세현이 직접 겪은 남북관계 현장 에피소드를 다뤘다. 저자 정세현은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을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저자 정세현은 김대중 정부의 통일 정책을 기존의 적대정책에서 벗어나 평화를 추구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 것이고, 이명박 정부의 통일 정책을 과거의 적대정책으로 갔기 때문에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추구했던 정책이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폐기됐고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사건이 일어났었던 사실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책에서 가장 집중해서 읽었던 부분은 남북통일비용의 문제와, 변화된 북한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직까지도 대한민국 사람들이 인식하는 북한은 1990년대 수백만이 굶어죽었던 고난의 행군이거나, 1960년대 무장공비나 간첩을 침투시켜 적화통일을 실현하고자 했던 북한의 모습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반공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극우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와 같은 관점은 현재의 북한을 제대로 보지 못한 관점일 뿐이다. 우선 책의 내용을 인용하겠다.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북한만 30년 넘게 바라보다 보니 이제 북한도 6.25때의 북한이 아니고 5.16 직후의 북한이 아니며, 1970년대 북한도 1990년대 북한도 지금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북한도 변화합니다. 21세기에는 변화한 북한을 상대로 통일을 고민해야지, 아직도 위장 평화 공세나 하던 1950~1970년대의 북한에 대한 시각으로 미래의 통일을 얘기하면 어떡합니까?”
그렇다. 저자 정세현의 말대로 북한 또한 변했고 현재 변하고 있다. 물론 수구세력들이 얘기하는 북조선 정치 체제의 완벽한 변화는 국민들의 일정한 봉기가 있지 않는 한 매우 힘든 일일 것이다. 분명한건 1991년 소련 해체 이후부터 김정일 사망과 장성택 처형까지 약 20년이라는 세월동안 수구세력들은 “혼란스러운 북한이 곳 망할 것이다.”라고 주장해 왔지만 북한은 망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자신들의 체제를 더더욱 공고히 했다. 미국과 UN의 제제도 소용없었다. 그런 고립된 상황에서 북한의 경제사정은 20년 전에 비해 훨씬 좋아졌고, 연3%의 경제 성장률까지 보이고 있다. 이런 사실을 아직도 인식하지 못하고 파블로프의 개마냥 북한하면 날카로운 이빨부터 들이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답답할 따름이다.
우리가 통일에 대해 논하다 보면 항상 논쟁이 되는 내용이 있다. 바로 통일 비용이다.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동독과 서독의 통일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통일을 위해 서독이 지불한 비용은 천문학적이었다. 이런 예시가 있기에 통일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책은 그 문제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해결책과 사실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 정세현은 말에 따르면 사실 통일 계산 비용은 일본이 의뢰하지도 않았는데 계산한 것이고, 독일통일의 예시를 곳이 곳대로 남북통일의 상황에 교차 검증 없이 대입했다고 한다. 즉 통일을 원하지 않는 일본이 통일 공포증을 유발시키기 위해 한마디로 방해공작을 한 셈이다. 저자 정세현은 일본의 방해공작에 대해 언급하면서 “동독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충분히 성공적인 통일을 이룰 수 있고, 통일 비용을 안정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20년전 북한의 상황과 현재 북한의 상황은 다르기에 우리가 그들과 협력한다면 얼마든지 좋은 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북한과의 통일을 생각할 때 독일통일의 한계점만 필요이상으로 걱정할 필요는 없고, 다른나라 통일의 한계점을 잘 찾아서 통일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면 된다.
잘은 모르겠지만, 저자 정세현 또한 극우세력들로부터 종북 빨갱이로 몰릴 것으로 추정된다. 책을 읽어보면 저자 정세현은 분명 남한체제와 북한체제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있고 북조선 체제가 3대 세습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정하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이지만 종북주의자라면 적어도 대놓고 “위대한 김일성 동지 만세, 혹은 주체사상만의 길이다”와 같은 말을 내뱉으며 북한체제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종북이지 그 외에 북한에 대해 자른 관점을 제시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종북은 아니다. 따라서 수구세력들이 그를 종북주의자로 몬다면 분명 잘못된 색깔몰이일 뿐이다.
북한문제와 통일문제를 아주 정확히 분석한 책을 이번에 읽었던 것 같다. 신은미 선생이 책을 읽고 난 뒤 이 책을 읽었다. 두 책을 비교하자면 신은미씨의 책은 북조선 인민에 대한 사랑과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았다면, 정세현 선생의 책은 이성을 가지고 통일 문제를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두 책의 공통점이라면 둘다 평화통일을 바라고, 이성을 가지고 북한을 봐라봐야 한다는 관점일 것이다. 앞으로 이런 책들이 많이 출판되어 젊은 이들이 ‘정세현의 통일토크’와 같은 책을 읽고, 보다 더 좋은 통일을 이룩하는데 이바지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