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났다. 으레 선거가 끝나면 있기 마련인 고소 고발이 줄줄이다. 고소 고발도 정도가 있지 요즘 해도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든다. 한나라당에서는 서울 시장 재보선 결과가 의미하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나머지 지역에서 한나라당이 싹쓸이를 했다고 정신을 못차리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 정도 알아챌 수 있는 센스도 없는 것일까? 

  나경원 후보가 낙선되고 난 후 했던 인터뷰 기사의 골자가 "정치권이 더 반성하고 더 낮은 자세로 변화하라는 뜻으로 알겠다."였다.(http://www.dailian.co.kr/news/news_view.htm?id=264977&kind=menu_code&keys=1)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한나라당의 분위기 역시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이 시민들에게 특히 20대 30대에게 가까이 다가가겠다고 했다.(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0/27/2011102701613.html?news_Head1) 한나라당이 뼈를 깎는 노력으로 변화하려나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다. 어제까지 나온 기사들을 뽑아보면 이렇다. 

  박원순 선거법 위반 http://www.newdaily.co.kr/news/article.html?no=95657 

  나꼼수 멤버 조사 http://news.donga.com/3/all/20111028/41454233/1 

  공지영 조사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1102810260066742&outlink=1 

  신지호 고소1 http://www.independent.co.kr/news/article.html?no=33108 

  신지호 고소2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46910 

  아모레 퍼시픽 세무 조사 http://www.newspim.com/view.jsp?newsId=20111027000463 

  어청수 임명 http://  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1/10/28/6175898.html

  FTA강행처리 시사 http://news.donga.com/3/all/20111027/41427066/1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하는가? 낮아지겠다, 겸허해 지겠다, 국민의 뜻을 읽겠다 하면서 위의 기사는 무엇인가? 위의 기사는 어제 하루 만에 쏟아져 나온 기사들이다. 지금 나는 심히 헷갈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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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0-28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거 진짜 웃기지 않습니까.
오늘 안철수 교수님께서 서울대 기술원장직 사임한 배경이 무엇일까요?
한나라당이 서울대 예산 운운했다는 기사도 뜨던데,,,

아우, 배웠다는 분들이 쪽팔려서.

saint236 2011-10-28 23:39   좋아요 0 | URL
어찌보면 한나라당은 자기 적들을 나서서 만드는 것 같습니다. 속직히 지금까지 많이 팔아서 팔릴 쪽이 어디 있겠나요?

전호인 2011-10-28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않는 가카와 개념상실한 딴나라당입니다.

saint236 2011-10-28 23:40   좋아요 0 | URL
그분들은 솔직하게 너무 예측이 가능하십니다. 어떤 면에서는 아주 솔직하신 분들이죠.

transient-guest 2011-10-29 0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어법이 아닐까요? 역대 최고로 부패한 정권 =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 이런식으로보면 변화하고 낮은 자세로 임하라고 배웠다 = 더 때려잡고 겁박해야한다고 느꼈다?

saint236 2011-10-29 11:47   좋아요 0 | URL
오늘 신문에는 동아일보에서도 당청이 오감마비되었다고 질책하네요. 이젠 자기 편에게도 욕을 먹습니다.
 

  먼저 기분이 좋다. 내가 사는 곳은 송파구 잠실동...위력적인 강남 4구 중 하나이다. 나경원을 안찍으면 큰 일이 날 것 같은 분위기에서 아내와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투표소로 잠시 갖고 나들이를 했다. 5시 쯤 동생이 문자가 왔다. 선거했냐고. 조금 후달리니 친구들에게 투표를 독려해달라는 문자다. 동생은 희망 제작소 사직 후 희망 캠프에서 선거 운동 중이다. 간 밤에는 D도스 공격으로 고생을 했나보다. 컴, 아이패드, 블랙베리를 옆에 놓고 하는 선거운동원이다. 물론 친구들은 거의 다 투표를 했으니 내가 해 줄 것은 없고. 5시 40분 39.9%! 가슴을 졸인다. 내색은 하지 못하고 퇴근 후 넥타이 부대에 희망을 걸었다. 역시 희망은 통했나 보다. 동생이 트윗에 이런 글을 올렸다. "선거 진행을 보면서 하나님이 살아계시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상당히 보수적인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 지금까지 하나님 은혜로 공부 했고, 살아왔으니 이제는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며 사회 복지 공무원 시험을 보라는 형과 누나의 갈굼을 견뎌내더니 희망 제작소에 들어갔다. 한동안 박원순 변호사 비서 겸 희망 제작소 연구원을 하더니 팔자에도 없는 선거 운동을 하게 되었다. 나경원이 정말 싫었고, MB가 대통령에 당선된 날 한돌이 채 안된 딸 아이를 붙잡고 "아빠가 미안해"를 되뇌였는데 벌써 3년이 흘렀다. 그리고 이제야 딸에게, 그리고 그 후에 태어난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어본다. 앞으로 총선과 대선을 통해서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더 사라지기를 기대해 본다. 

  서울 시장 선거가 끝이 나면서 몇가지 생각을 해본다. 향후 내가 바라보는 정치 양상이나 보수층의 반응이다.

  첫째 며칠 내로 조중동과 한나라당은 박원순 당선자의 선거 운동을 문제 삼을 것 같다. 으레 선거가 끝나면 선거법 위반으로 자기측 후보가 아닌 사람을 공격해왔던 행태로 보아 분명히 조중동은 불법 선거 운동이 있었다고 나발을 불어 댈 것이다. 그리고 검찰은 전격적으로 조사에 들어가고 조금씩 언론에 흘려서 보수층의 마음을 움직이려 할 것이다. 지금까지 패턴으로 보면 그럴 소지가 다분하다. 물론 백조 나경원은 다음 선거에서 다시 중구에서 출마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나경원을 버리는 패로 사용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불법 선거 운동 관련해서 문제를 제기할 곳은 박원순 펀드가 되지 않을까? 김총수가 예언한 대로 종북단체 혹은 좌편향 단체의 자금이 박원순 펀드로 흘러 들어갔다고 할 것이다. 아마 이게 최후의 카드일텐데 이것은 선거 후를 위해 아껴둔 것 같다. 

  둘째 이번 선거를 지켜보면 다음 선거의 판도가 보인다. 차기 대권 주자로 나는 문재인을 꼽는다. 어떤 사람들은 안철수를 꼽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안철수의 참신함이 조금씩 사라질 것이고, 그것과 맞물려 박근혜 측의 견제가 들어가면 신인 안철수가 버티기에는 조금 힘들지 않을까 싶다. 안철수와 문재인의 7~8%의 지지율은 아마도 비슷한 수준 혹은 5%미만으로 줄어들 것 같다. 내가 안철수보다 문재인이라고 보는 이유는 MB의 대항 세력으로 부상하게 될 친 노무현 세력의 결집 때문이다. 친 노무현 세력의 결집만으로는 세가 딸리고 이번처럼 여기에 범 야권의 연대가 있겠지만 주요한 세력은 친노무현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두관 안희정 유시민을 아우르는 노무현계의 세력을 결집하기에는 안철수의 파워가 약하지 않을까 한다. 물론 안철수가 나설 가능성도 보지만 지금까지의 상식으로 생각컨대 문재인이 나서고 안철수가 지지를 표명할 가능성이 더 크다. 물론 박원순의 당성도 지금까지의 상식으로는 의외이긴 하기에 그 역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더하여 나꼼수와 트위터가 측면 지원을 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노빠 김총수가 문빠가 되기로 작정을 했으니 한나라당이 다시 한번 네거티브 전략을 사용하기에는 조심스럽지 않겠는가? 

  셋째 한나라당의 내분이다. 이번 선거에서 보면 강남 4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한나라당이 열세다. 관악구vs서초구(대략 2배의 지지율 차이), 금천구vs강남구(대략 17% 차이)의 대결 구도로 이번 선거가 마무리 되었고, 홍반장의 앞마당 동대문구에서도 한나라당이 밀렸으니 한나라당 의원들의 마음이 매우 불안할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대단하신 가카의 성은에 힘입어(?) 한나라당은 계속 열세에 접어들지 않을까? 결국 한나라당은 MB를 공격하는 박근혜계와 친이계의 세력 다툼이 더 강해지지 않겠나. 물론 둘이 손에 손 잡고 하나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도끼 머리에 뿔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더 빠를 것 같다. 한나라당은 대략 박근혜를 중심으로 친이계가 견제하는 구도로 재편되지 않을까? 

  넷째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행보를 주시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문재인이나 안철수를 중심으로 야권의 연대가 현실화 되면 손학규는 불복하고 분당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손학규는 제 2의 이인제가 될 것이고, 행여라도 그가 결과에 승복하고 민주당에 잔류한다면, 그리고 민주당의 중심 의원으로 입지를 굳힌다면 차차기 대선에서 그가 대선 후보로 부상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만약 그가 분당한다면 김영삼vs김대중의 전철을 밟아 한나라당에 대권을 넘겨줄 가능성이 크다. 내가 한나라당이라면 손학규를 먼저 공략할 것이다. 

  다섯째 야권에게 남겨진 숙제가 많다. 서울시장 후보를 당선 시켰다는 현실에 만족해서 그들이 지금까지처럼 미련한 행동들을 계속한다면 이번 선거의 영향은 총선이나 대선에 그다지 큰 영향력을 줄 수 없을 것이다. 20대와 30대의 몰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짚어야 한다. 일단은 철저하게 민생 중심 현안을 점검하고 거기에 부합하는 정책을 평쳐야 한다. 앞의 네 가지를 무시하더라도 다섯번째만 제대로 한다면 총선과 대선에서 20대와 30대의 지지가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민주당과 민노당, 진보신당, 국참당의 초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섯째 가카는 괴롭다. 국민들의 마음이 무엇인지 覺하는 것도 괴로울 것이고, 퇴임이 채 2년이 남지 않은 가카도 괴로울 것이다. 퇴임 후 본인의 정치적 영향력 유지와 안정적인 노후 대책에 답이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아마 오세훈이 노후 대책으로 재부상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일곱째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소설이다.(^^;) 절대적으로 추정이다. 혼자 휘갈겨 본다. 젠장! 이렇게 자기 검열을 해야 하다니...  

  어찌 되었든 오늘은 매우 즐겁게 잠이 들 것 같다. 아니다. 어쩌면 너무 기분이 좋아 잠을 못 잘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잠이 안와서 이렇게 장문의 소설을 끄적이고 있으니 말이다. 총선과 대선의 관전 포인트는 대략 위의 여섯가지가 될테니 조금만 더 노력해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소리만큼은 안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혹 관심이 있는 사람은 다음의 책을 같이 읽고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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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10-27 0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 못드는 사람 여기도 있어요~~~~~~ 공감의 추천 꾹!!^^

saint236 2011-10-27 06:54   좋아요 0 | URL
총선과 대선도 고고입니다. 중구도 무너졌으니 한나라당의 고민이 더 깊을 것 같네요. 아쉬운 것은 전라도 민주당, 경상도 한나라당의 지역구도가 전혀 무너지지 않은 것이죠.

blanca 2011-10-27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 주셨네요. 동감합니다. 저는 자꾸 노전대통령이 승리하던 날 그 노란 풍선이 생각나 울컥하더라고요. 솔직히 이제는 당선 자체도 두려움이 엄습해서요. 검찰조사로 만신창이를 만드는 수순이 떠올라서요. 이 글을 야권이 봤으면 좋겠어요. ^^ 잘 읽고 갑니다.

saint236 2011-10-27 10:32   좋아요 0 | URL
정말 당선 자체해도 두려움이 들게 만드는 힘은 참 대단합니다.

BRINY 2011-10-27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saint236님의 첫번째 생각이 바로 들더라구요. 이런 걱정을 미리부터 하게 만드는 상황이 참 불안스럽습니다.

saint236 2011-10-27 10:33   좋아요 0 | URL
앞으로 1주일 길게 잡아도 2주일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stella.K 2011-10-27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손학규 당장 한나라당을 저지 하기위해
박원순을 밀어줬다고는 하지만, 모르긴 해도 박원순과 손학규의
2라운드가 시작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안철수야 심정적으로 좋지만, 정치 비주류에서 대통령을 낸다는 건
시기상조 내지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저도 재인 아저씨가 좋긴한데 박근혜가 만만찮겠죠?;;

saint236 2011-10-27 18:06   좋아요 0 | URL
제 생각에 안철수는 서포터로서 가장 큰 역량을 발휘할 듯 합니다. 정치에 뜻이 있다면 당장 나오기 보다는 장관으로 입각해서 무엇인가 업적을 보여 주는 것이 더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문재인의 운명 (반양장)
문재인 지음 / 가교(가교출판)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박원순과 문재인(스포츠서울 인터넷 기사에서 인용)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이 책을 구매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 문재인이라는 노무현의 측근이 노무현을 변호하기 위하여 쓴 글이겠다 싶어서이다. 그런데 곳곳에서 문재인의 이름이 계속 언급이 된다. 노빠임과 동시에 공인된 문빠가 되기로 작정한 김총수는 나꼼수를 진행하면서 시시때때로 문재인 띄우기에 열중한다. 서울시장 후보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문재인이 보인다. 며칠 전에는 박원순 후보 유세장에 나타나 지지를 호소했다. 인터넷 게시판에 특전사 시절의 사진이 돌아다닌다. 문재인이 대선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책을 구입했다. 그리고 읽어 나가기 시작했는데 3일만에 다 읽었다. 3일만에 책 한 권을 읽는 것이 뭐 대수겠냐 싶겠지만 지난 금요일부터 원인을 모르겠지만 손가락이 퉁퉁 붓기 시작했다. 쉬는 날에는 통증을 잊기 위해서 하루 종일 잠을 잘 정도였는데 화요일 저녁에 이 책을 잡고부터 밤을 새며 읽었다. 화요일 밤에 책을 읽다가 2시에 잠이 들었는데 도무지 잠이 안 온다. 문재인, 노무현, 안희정, 김두관 등등 참여 정부 시절의 굵직했던 사건들이 꿈에 나타나 숙면을 취할 수 없었다. 결국 수요일에는 밤을 꼬박 샐 수밖에 없었다. 이틀을 뜬 눈으로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피곤하지 않았으며,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왜 그랬을까? 내가 이 책을 만난 것이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운명적인 만남이라고 하면 흔히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남녀간의 만남을 떠올리기 싶지만 문재인은 자기에게 노무현이 운명적인 만남이라고 한다. 노무현이 이 시대의 진보와 개혁을 자기 운명으로 받아 들였듯이 문재인은 노무현을 자기의 운명으로 받아 들였다. 부산 변호사 사무실에서 시작된 노무현과의 만남은 운명적인 만남이 대개 그러하듯이 부엉이 바위에서 비극적인 결말을 맺는다. 현임 대통령의 탄핵, 전임 대통령의 검찰 소환과 투신이라는 비극적인 두 가지 사건이 모두 한 사람에게 집중되고, 그것은 그 한 사람과의 만남을 운명으로 받아 들였던 또 다른 한 사람에게는 지워버리고 싶은 상처요 아픔이 되었다. 그 상처와 아픔을 삭히던 그가 2년 동안 마음을 추스르고 운명이라는 책을 내놓는다.  

  그런데 이 책, 참 마음이 아프다. 그 아픔 때문에 내가 이 책에 더 열중했는지도 모른다. 책의 하단 페이지 숫자 옆에 있는 작은 사람을 유심히 살펴보면, 좌편에는 노무현이, 우편에는 문재인이 인쇄되어 있다. 마치 노무현의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따 온 것 같은 “운명”이라는 제목 또한 내 마음을 아리게 한다. 노무현과 문재인은 서로에게 운명같은이 아니라 말 그대로 운명이었다.  

  Fate와 Destiny! 모두 운명으로 번역할 수 있는데 둘 사이에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Fate는 자기가 컨트롤할 수 없는 숙명을 의미하는데 반하여, Destiny는 자기가 컨트롤할 수 있는 운명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Fate라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 신이 정해준 불가피한 것이라면, Destiny는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삶의 결과물로 맞게 되는 것이다. 문재인이 이 책을 통하여 말하는 운명은 Fate인가 아니면 Destiny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던졌던 질문이 바로 이것이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이 책까지의 그의 행보가 Fate라면 이 책 이후의 그의 행보는 Destiny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그는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만났고, 노무현을 통하여 세상을 보았으며, 노무현을 돕는 역할을 했다. 물론 노무현을 회고하고 그 업적을 기리기 위한 이 책도 그에겐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적고 있는 것이다.  

  술을 한 잔 마시면 가끔씩 옛날을 추억한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 인생에서 노무현은 무엇인가. 잘 모르겠다. 하여튼 그는 내 삶을 굉장히 많이 규정했다.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의 삶은 전혀 달랐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운명이다. 그런데 그것이 꼭 좋았냐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도 너무 많아서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와의 만남부터 오랜 동행, 그리고 이별은 내가 계획했던 것도 아니었지만, 피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가 남긴 숙제가 있다면 그 시대적 소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p.441)

  노무현을 만나 본인이 원하지도, 의도하지도 않았던 정치의 한 복판에 이끌려 왔고 많은 기쁨과 슬픔을 경험했지만 자기 인생에서 노무현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대답을 할 수 없다. 그저 노무현이라는 운명에 이끌리다 보니 여기까지 왔고, 이별을 경험했고, 자기 앞에 새로운 숙제가 남겨져 있을 따름이다. 여전히 꿈일지라도 한번씩 만나기를 소망하며 그를 그리고 살아간다. 이것이 문재인의 운명(Fate)이다. 그러나 이것이 문재인의 운명(Destiny)은 아니다. 문재인은 위의 글에 이어 바로 이렇게 적고 있다. 

  하물며 나는 더욱 그렇다. 기꺼이 끌어안고 남은 삶을 살지 않으면 안 된다.(P.441)  

  지금까지는 피할 수 없는 Fate였다면 이제는 숙제를 끌어안고 살아가야 하는 Destiny라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은 노무현을 위한 회고록이라기보다는 노무현이라는 운명에 이끌려 새로운 숙제 앞에 선 문재인의 출사표이다.  

  묘하게도 이 책의 출간 이후에 권력층으로부터 수많은 러브콜을 받았던, 그렇지만 한결같이 고사했던 두 사람이 권력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사시 합격 동기이자 모두 권력에 대해서 담백한, 그리고 지독한 원칙주의자 박원순과 문재인이 한 장의 사진 안에 나란히 선 것 또한 운명일 것이다. 조영래와 박원순의 운명적인 만남, 노무현과 문재인의 운명적인 만남, 노무현과 조영래의 운명적인 만남은 얼키고 설켜서 문재인과 박원순이라는 새로운 운명으로 귀결되었다. 이 운명이 어떤 흐름을 만들어 낼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에게 남겨진 운명은 불가피하게 강요된 운명(Fate)가 아니라 역사의 숙제 앞에서 많은 고민과 결단, 그리고 책임있는 응답을 쌓아 도달하게 될, 아니 도달해야 하는 운명(Destiny)이다. 물론 그 운명은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에게도 동일하다. 

  ps. 프레시안에 실린 박원순과 문재인의 운명적인 만난에 대한 한 시민의 기고문 링크를 걸어둔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1011092617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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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1-10-26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깊이 읽으시고 정리하시는 것 같습니다. 님께 배워야 겠습니다. 댓글을 남겨주신 덕에 올 수 있었네요.

saint236 2011-10-26 17:23   좋아요 0 | URL
이런. 황송한 이야기를.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이묘 2015-07-14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fate와 destiny에 대한 기본적인 오해
 
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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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카 초임 시절의 이야기이다. 당시 돌풍을 일으키던 닌텐도 위를 보신 가카께서 한 마디 하셨다. "우린 왜 이런거 안 만드나?" 이 한 마디 말에 인터넷은 시끌거렸다. 닌텐도의 위대함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하드웨어를 통하여 구현되는 소프트웨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을 잘 모르셨던 가카께서는 왜 이렇게 대단한 경제적인 효과를 불러오는 닌텐도 위를 만들지 않는냐는 질책을 하셨다. 물론 가카께서는 절대로 그럴 분이 아니시다. 아마도 밑에 있는 사람들이 잘 몰랐거나 가카의 말을 오해했던 기자들이 잘못 쓴 기사였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아이폰이 돌풍을 일으킬 때에도 마찬가지의 말을 하셨을 것이나 본인은 졸라 추정해 본다. 어디까지나 추정이다. 우리 가카께서는 절대로 그럴 분이 아니시기 때문이다. 

  나꼼수 23회에 홍반장이 출현했다. 적진에 뛰어든 그의 배짱이나, 김총수와 봉도사 그리고 누나 전문 주기자의 날선 공방에 적절하게 물을 타 주시는 그의 언어 구사 능력이 작렬했던 장장 3시간짜리 관훈토론회였다. 팟캐스트를 잘 몰랐던 홍반장께서는 황금 시간대 1시간을 요구했고, 이에 김총수는 디테일한 진행 능력으로 3시간이 약간 넘는 그 긴 시간 동안 홍반장의 뒤통수를 꼼꼼하게 때리곤 했다. 홍반장은 광고 없이 무얼 먹고 사냐 광고라도 받아라는 진심어린(?) 그의 충고는 그 토론회의 백미였다. 팟캐스트가 무엇인지, 아이폰을 왜 아이폰으로 부르고, 갤럭시를 포함한 나머지 스마트 폰들을 왜 그냥 스마트 폰으로 부르는지 모르시는 홍반장만이 가능한 유머였다. 나는 절대로 홍반장이 진심으로 그런 말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도 코털 킴 형님과 라디오를 진행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홍반장 특유의 고난이도의 유머였을 것으로 졸라 추정된다. 우리 홍반장께서는 절대로 그러실 분이 아니시기 때문이다. 혹 김총수의 절친 백수 오세훈이라면 몰라도.

  위의 두 이야기는 우리나라 집권층의 사고를 그대로 보여주는 일화이다. 커다란 방을 가득 채웠던 애니악에서 출발하여, 책상 위의 데스크 탑의 단계를 넘어 이동성이 현저히 보강된 랩탑으로, 그리고 손 위의 컴퓨터인 팜 탑의 스마트 폰 시대에 돌입했지만 집권층들은 여전히 하드웨어적인 사고 방식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폰의 절대 강점인 소프트 워어를 깨닫지 못하고 그저 왜 이딴 기계 하나 못만드냐고 호통을 치시는 분들을 보면서 4대강 사업과 재건축, 뉴타운, 물고기 로봇이라는 판타스틱한 상상력이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최첨단을 달리고 있지만 그분들의 사고는 여전히 현대 건설 사장 시절에 멈추어서 있는 것이 그냥 이해가 안 될 뿐이다. 뭐 그것도 자신들이 가진 강점으로 일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그리 나쁜 선택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물론 그 선택에 대한 책임 또한 본인들 몫이다. 다만 그 선택의 여파가 본인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강요된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 노빠를 자처하는 김총수의 발칙한 반항이 더할 나위 없이 반갑다. 노무현 대통령을 잃고 난 다음 봉하마을을 한번도 찾아가지 않았고, 공적인 자리에서는 검은 넥타이를 고수하고 있는 그만의 추모 방식에서 김총수의 발칙함이 단순한 발칙함만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이 책의 표지 사진에서도 역시나 김총수는 검정 넥타이를 메고 있다.) 김총수의 나꼼수 방송은 그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강점이요, 그렇기 때문에 골리앗과 같은 거대한 현실 속에서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단단한 짱돌이 된다. 그 짱돌이 어떤 역할을 감당할 지는 10월 26일 서울 시장 재보선을 통해서 검증될 것이다. 

  김총수는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빈수레는 아니다. 무학의 통찰이라는 말을 끌어다 쓰지만 그의 통찰은 절대로 무의미하지 않다. 오히려 절대적으로 유의미하다. 다만 잘난 맛에 살기 때문에 게으르다. 특히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책을 쓰는 면에서는 절대적으로 게으르다. 거의 지존급이다. 아마 그가 "건투를 빈다"는 책을 쓰는 황당한 일을 하지 않았다면 그의 게으름은 거의 신급으로 지칭되도 무방할 것이다. 그는 그냥 무학의 통찰로 절대적으로 유의미한 말들을 쏟아낼 뿐이다. 다른 진보 지식인들에게, 특히 진중권에게 이러한 김총수는 이해불가의 생물일지도 모른다. 알라딘에 둥지를 틀고 있는 엘신님처럼 우주에서 갑자기 침입해 온 생물인지도 모른다. 그런 김총수에게 지승호는 그야말로, 관우의 적토마요, 장비의 장팔사모요, 유비의 제갈량이다. 만약 지승호가 탁월한 인터뷰어 지승호가 없었다면 닥정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책이라는데 500원을 건다.  

  닥정은 나꼼수의 정리판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나꼼수 전회를 다 청취하고 이 책을 읽은 내가 내린 결론은 이 책을 절대로 나꼼수와 분리해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나꼼수에서 이미 한번씩 했던 말이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카 헌정 방송을 표방하며 시작한 나꼼수는 podcast 정치부문 세계 1위를 달성했다.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카의, 가카에 의한, 가카를 위한 대한민국에서 놀랍게도 김총수는 가카께 벌써 24번의 짱돌(ipod)을 던진 것이다(cast). 물론 그것도 상당히 디테일하게 말이다. 이 짱돌에 대해서 꼼꼼하신 가카께서 어떤 디테일로 대응하실지 관심이 쏠린다. 적어도 가카의 디테일이 절대로 방통위 규제라는 눈에 보이는 정수는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다. 혹 그런 정수를 쓰신다고 해도 그것은 가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아랫 사람들의 실수일 것이다. 가카는 절대로 그럴 분이 아니시기 때문이다.  

  가카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김총수는 짱돌을 던지면서 딱 한마디 한다. 

  "닥치고 정치나 하셔" 

  나는 그의 한 마디 말에 "닥치고 투표나 하는" 행동으로 대답하련다. 그래야 정치인들이 닥치고 정치나 하는 그 날이 다가올테니 말이다. 아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들이 소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운받은 나꼼수 24회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ps. 닥정 띠지의 용도는 김총수도 인정했듯이 본인은 참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는 지상렬과 싱크로율 99%인 그의 얼굴을 가리기 위한 용도라고 졸라 추정된다. 골리앗 가카께 짱돌을 던지는 시대의 다윗 김총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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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0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11-10-20 13:49   좋아요 0 | URL
ㅎㅎ 낙선 기념이라. 그렇지 않아도 눈에 밟히던 책이었습니다. 지난 1주일간 폭풍 독서하고 있습니다. 닥정, 유령 세상에 주먹을 내밀다 운명까지^^

전호인 2011-10-20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전회를 다 듣진 못했지만 어제 23회 홍반장 편을 들었습니다. 역시 홍반장의 꼼수 또한 만만찮더라구요. 불리할 때 물타기하는 수법이라던지 정점을 살짝살짝 비켜가는 것을 보면서 천상 대한민국형(?) 정치인이란 것을 새삼 느끼게 되네요. 24회는 곧 청취하게 되겠지만 나꼼수의 정확하고 꼼꼼한 분석에 다시한번 감탄을 하게 됩니다. 꼼수라곤 하지만 정수의 거대한 짱돌인거죠.ㅋㅋ

saint236 2011-10-20 13:50   좋아요 0 | URL
지금 24회 듣고 있는데 역시 재미있습니다. 내곡동 짱돌이 MB 사저라는 골리앗을 무너뜨리고 말았네요. 봉도사 사학 짱돌이 나후보를 무너뜨릴지 초미의 관심입니다.

yamoo 2011-10-21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꼼수다..들어보니, 이 책을 반드시 사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세인트님 리뷰도 구매질을 부채질하고...아흐~ 낼 서점 가서 동생보고 사라고 꼬셔야 겠어요..ㅎㅎ

saint236 2011-10-22 02:00   좋아요 0 | URL
ㅎㅎ 정말 재미있습니다. 이번주 토요일에 야권 얼굴마담 토론회가 계획되어 있답니다. 박지원, 이정희 문재인 초청이라는데 정말 블럭버스터입니다.
 
유령, 세상을 향해 주먹을 뻗다 - 천만 비정규직 시대의 희망선언
홍명교 지음 / 아고라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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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켓에 씌인 "Lost My Job, Found an Occupation"이라는 문구가 너무 아프다!

  Wallstreet! 

  자본주의의 중심, 자본주의의 대명사, 자본주의의 상징이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월가가 점령당했다. 그것도 루저, 찌질이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백수들에 의해서 말이다. 세계 각 국에서 반 월가 시위에 동조하는 연대 시위가 발생했다. 물론 한국에서도 일어났다. 당연하게 한국 보수 언론들의 물타기가 뒤따랐다. 월가의 시위는 인정하지만 한국의 시위는 인정할 수 없다. 월가의 상황과 한국의 상황은 다르기 때문이란다. 꼭 이럴 때만 미국과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면서 차이점을 강조한다. 어찌되었던 자본주의의 상징 월가가 월가가 루저로 규정한 이들에게 점령 당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금까지 자본주의의 의해 무시되었던 이들, 그저 수치상으로만 존재했던 이들이 세상 속에 그 존재감을 알린 것이다. 이 책의 제목대로 말하면 유령이 세상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온 것이다. 그 의미를 우리는 깊이 숙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고려대 입학, 중퇴, 한예종 입학, 영화 공부! 

  김예슬과 더불어 홍명교는 꽤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28의 나이에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도 그렇고, 가카가 나오신 고대를 때려치우고 영화 공부를 하기 위하여 한예종에 입학한 것도 그렇고, 새로운 학교에 입학했으면서도 노동 운동판을 여전히 기웃거리는 것고 그렇다. 또한 그 나이에 책을, 그것도 사회과학 분야의 책, 그 중에서도 비정규직 노동문제를 다룬 책을 내는 것도 그렇다. 무한 경쟁의 시대에 올인해도 부족할 판에 남들의 삶의 현장에 기웃 거리는 것도 이상하다. 그 이상한 행동들을 통하여 홍명교는 자신의 존재감을 세상에 드러낸다. 그도 평범하게 수치상으로만 존재할 20대 대학생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삶의 고민과 이야기들을 통하여 세상 속으로 걸어들어 온다. 홍명교 또한 한 명의 유령이었지만 세상을 향해 주먹을 뻗은 것이다.

  유령! 

  홍명교는 청소 노동자에 관한 글을 유령이라는 말로 시작한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 존재하지만 그 존재를 부정당한 존재! 노동자이지만 노동자이길 부정당한 청소 노동자를 포함하여 비정규직을 홍명교는 유령이라고 표현하다. 그리고 그들이 유령이 아니라 한 명의 당당한 노동자로, 그리고 나아가 인간으로 대접받기 위하여 우리가 어떻게 연대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비정규직 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니라 머지않아 우리가 직면하게 될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일깨운다. 

  매 분기마다 정부에서는 여러가지 수치들을 제공한다. 올해 실업율은 얼마이다, 경제 성장은 몇 %이며, 각 업의 고용 창출 능력은 얼마이다 등등. 우리는 정부에서 발표하는 온갖 수치 속에서 살아간다. 그런데 수치라는 것이 대개 그렇듯이 우리의 피부로 확 와닿지 않는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기 쉽상이다. 그런데 그렇게 그냥 넘어가는 그 수치 속에 내가 있고, 내 아내가 있고, 내 아이들이 포함되어 있다. 내가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정부가 발표하는 그 수치 속에 추상적으로 존재할 뿐이다. 이름도 없고, 성격도 없고, 꿈도 희망도 없다. 그저 아라비아 숫자만 있을 뿐이다. 그렇게 존재하는 숫자는 종종 그냥 넘어간다. 무시된다.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유령이 되는 것이다. 만약 정부가 실업율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하면 어떨까? 올해 대학 졸업자 중에 몇 몇의 고단한 삶을 심층적으로 조사하여,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사람의 숫자, 평균 임금, 불합리한 관행 등을 자세하게 발표하고, 이런 사람이 몇 명 중에 몇 명이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노동 유연성이라는 관념적인 표현이 아니라 재고용 탈락의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면 어떨까? 아마 세상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유령, 세상을 향해 주먹을 뻗다"는 이 책은 그렇게 수치와 관념 상으로만 존재하는 이들의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들을 우리 앞에 보여준다. 그리고 무엇을 느끼는지 우리에게 묻는다. 이런 현실에 순응하면서 넘어갈 것인지 묻는다. 그리고 유령이 될 것인가, 인간이 될 것인가를 묻는다. 비겁하게 타협할 것인가, 아니면 그들의 투쟁에 연대할 것인가 묻는다. 이 정도까지 보여주면서 진지하게 던지는 물음에 눈을 돌릴 만한 비정한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더군다나 그 유령이 내가, 내 가족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맞이하게 될 운명이라면 더 그렇지 않겠는가?  

ps. 그를 통하여 희망을 본다. 그렇지만 동시에 한계를 보기도 한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아서 그러려니 넘어가지만 자칫 잘못하면 그들만의 리그로 흐를 수도 있겠다 싶다. 그의 논조가 전형적인 비운동권들에게는 잘못하면 방언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조금만 더 자신의 생각을 대중적인 언어로 풀어낼 수 있다면 유령에게 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월 스트리트 영화를 같이 보면 또 다른 재미와 고민이 더해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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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공감이 권하는 책] 천만 비정규직 시대의 희망선언 - 『유령, 세상을 향해 주먹을 뻗다』
    from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블로그 2012-10-10 15:35 
    장마철, 물에 잠긴 은마아파트 지하에서 일하던 청소 아주머니가 감전을 당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후 나는 감전사를 당한 청소 아주머니와 유가족을 위해 법률자문을 하였다. 유가족으로부터 아주머니가 쓴 근로계약서와 각서, 급여 내역이 찍힌 통장 사본 등을 받아 보았다. 매일 아침 일곱 시부터 네 시까지 일하면서 아주머니가 받은 월급은 85만 원이 채 안 되었다. 근무 중 불의의 사고로 인하여 사망해도 본인의 귀책사유를 불문하고 이의를 제기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