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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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카 초임 시절의 이야기이다. 당시 돌풍을 일으키던 닌텐도 위를 보신 가카께서 한 마디 하셨다. "우린 왜 이런거 안 만드나?" 이 한 마디 말에 인터넷은 시끌거렸다. 닌텐도의 위대함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하드웨어를 통하여 구현되는 소프트웨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을 잘 모르셨던 가카께서는 왜 이렇게 대단한 경제적인 효과를 불러오는 닌텐도 위를 만들지 않는냐는 질책을 하셨다. 물론 가카께서는 절대로 그럴 분이 아니시다. 아마도 밑에 있는 사람들이 잘 몰랐거나 가카의 말을 오해했던 기자들이 잘못 쓴 기사였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아이폰이 돌풍을 일으킬 때에도 마찬가지의 말을 하셨을 것이나 본인은 졸라 추정해 본다. 어디까지나 추정이다. 우리 가카께서는 절대로 그럴 분이 아니시기 때문이다. 

  나꼼수 23회에 홍반장이 출현했다. 적진에 뛰어든 그의 배짱이나, 김총수와 봉도사 그리고 누나 전문 주기자의 날선 공방에 적절하게 물을 타 주시는 그의 언어 구사 능력이 작렬했던 장장 3시간짜리 관훈토론회였다. 팟캐스트를 잘 몰랐던 홍반장께서는 황금 시간대 1시간을 요구했고, 이에 김총수는 디테일한 진행 능력으로 3시간이 약간 넘는 그 긴 시간 동안 홍반장의 뒤통수를 꼼꼼하게 때리곤 했다. 홍반장은 광고 없이 무얼 먹고 사냐 광고라도 받아라는 진심어린(?) 그의 충고는 그 토론회의 백미였다. 팟캐스트가 무엇인지, 아이폰을 왜 아이폰으로 부르고, 갤럭시를 포함한 나머지 스마트 폰들을 왜 그냥 스마트 폰으로 부르는지 모르시는 홍반장만이 가능한 유머였다. 나는 절대로 홍반장이 진심으로 그런 말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도 코털 킴 형님과 라디오를 진행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홍반장 특유의 고난이도의 유머였을 것으로 졸라 추정된다. 우리 홍반장께서는 절대로 그러실 분이 아니시기 때문이다. 혹 김총수의 절친 백수 오세훈이라면 몰라도.

  위의 두 이야기는 우리나라 집권층의 사고를 그대로 보여주는 일화이다. 커다란 방을 가득 채웠던 애니악에서 출발하여, 책상 위의 데스크 탑의 단계를 넘어 이동성이 현저히 보강된 랩탑으로, 그리고 손 위의 컴퓨터인 팜 탑의 스마트 폰 시대에 돌입했지만 집권층들은 여전히 하드웨어적인 사고 방식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폰의 절대 강점인 소프트 워어를 깨닫지 못하고 그저 왜 이딴 기계 하나 못만드냐고 호통을 치시는 분들을 보면서 4대강 사업과 재건축, 뉴타운, 물고기 로봇이라는 판타스틱한 상상력이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최첨단을 달리고 있지만 그분들의 사고는 여전히 현대 건설 사장 시절에 멈추어서 있는 것이 그냥 이해가 안 될 뿐이다. 뭐 그것도 자신들이 가진 강점으로 일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그리 나쁜 선택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물론 그 선택에 대한 책임 또한 본인들 몫이다. 다만 그 선택의 여파가 본인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강요된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 노빠를 자처하는 김총수의 발칙한 반항이 더할 나위 없이 반갑다. 노무현 대통령을 잃고 난 다음 봉하마을을 한번도 찾아가지 않았고, 공적인 자리에서는 검은 넥타이를 고수하고 있는 그만의 추모 방식에서 김총수의 발칙함이 단순한 발칙함만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이 책의 표지 사진에서도 역시나 김총수는 검정 넥타이를 메고 있다.) 김총수의 나꼼수 방송은 그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강점이요, 그렇기 때문에 골리앗과 같은 거대한 현실 속에서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단단한 짱돌이 된다. 그 짱돌이 어떤 역할을 감당할 지는 10월 26일 서울 시장 재보선을 통해서 검증될 것이다. 

  김총수는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빈수레는 아니다. 무학의 통찰이라는 말을 끌어다 쓰지만 그의 통찰은 절대로 무의미하지 않다. 오히려 절대적으로 유의미하다. 다만 잘난 맛에 살기 때문에 게으르다. 특히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책을 쓰는 면에서는 절대적으로 게으르다. 거의 지존급이다. 아마 그가 "건투를 빈다"는 책을 쓰는 황당한 일을 하지 않았다면 그의 게으름은 거의 신급으로 지칭되도 무방할 것이다. 그는 그냥 무학의 통찰로 절대적으로 유의미한 말들을 쏟아낼 뿐이다. 다른 진보 지식인들에게, 특히 진중권에게 이러한 김총수는 이해불가의 생물일지도 모른다. 알라딘에 둥지를 틀고 있는 엘신님처럼 우주에서 갑자기 침입해 온 생물인지도 모른다. 그런 김총수에게 지승호는 그야말로, 관우의 적토마요, 장비의 장팔사모요, 유비의 제갈량이다. 만약 지승호가 탁월한 인터뷰어 지승호가 없었다면 닥정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책이라는데 500원을 건다.  

  닥정은 나꼼수의 정리판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나꼼수 전회를 다 청취하고 이 책을 읽은 내가 내린 결론은 이 책을 절대로 나꼼수와 분리해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나꼼수에서 이미 한번씩 했던 말이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카 헌정 방송을 표방하며 시작한 나꼼수는 podcast 정치부문 세계 1위를 달성했다.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카의, 가카에 의한, 가카를 위한 대한민국에서 놀랍게도 김총수는 가카께 벌써 24번의 짱돌(ipod)을 던진 것이다(cast). 물론 그것도 상당히 디테일하게 말이다. 이 짱돌에 대해서 꼼꼼하신 가카께서 어떤 디테일로 대응하실지 관심이 쏠린다. 적어도 가카의 디테일이 절대로 방통위 규제라는 눈에 보이는 정수는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다. 혹 그런 정수를 쓰신다고 해도 그것은 가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아랫 사람들의 실수일 것이다. 가카는 절대로 그럴 분이 아니시기 때문이다.  

  가카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김총수는 짱돌을 던지면서 딱 한마디 한다. 

  "닥치고 정치나 하셔" 

  나는 그의 한 마디 말에 "닥치고 투표나 하는" 행동으로 대답하련다. 그래야 정치인들이 닥치고 정치나 하는 그 날이 다가올테니 말이다. 아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들이 소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운받은 나꼼수 24회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ps. 닥정 띠지의 용도는 김총수도 인정했듯이 본인은 참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는 지상렬과 싱크로율 99%인 그의 얼굴을 가리기 위한 용도라고 졸라 추정된다. 골리앗 가카께 짱돌을 던지는 시대의 다윗 김총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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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0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11-10-20 13:49   좋아요 0 | URL
ㅎㅎ 낙선 기념이라. 그렇지 않아도 눈에 밟히던 책이었습니다. 지난 1주일간 폭풍 독서하고 있습니다. 닥정, 유령 세상에 주먹을 내밀다 운명까지^^

전호인 2011-10-20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전회를 다 듣진 못했지만 어제 23회 홍반장 편을 들었습니다. 역시 홍반장의 꼼수 또한 만만찮더라구요. 불리할 때 물타기하는 수법이라던지 정점을 살짝살짝 비켜가는 것을 보면서 천상 대한민국형(?) 정치인이란 것을 새삼 느끼게 되네요. 24회는 곧 청취하게 되겠지만 나꼼수의 정확하고 꼼꼼한 분석에 다시한번 감탄을 하게 됩니다. 꼼수라곤 하지만 정수의 거대한 짱돌인거죠.ㅋㅋ

saint236 2011-10-20 13:50   좋아요 0 | URL
지금 24회 듣고 있는데 역시 재미있습니다. 내곡동 짱돌이 MB 사저라는 골리앗을 무너뜨리고 말았네요. 봉도사 사학 짱돌이 나후보를 무너뜨릴지 초미의 관심입니다.

yamoo 2011-10-21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꼼수다..들어보니, 이 책을 반드시 사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세인트님 리뷰도 구매질을 부채질하고...아흐~ 낼 서점 가서 동생보고 사라고 꼬셔야 겠어요..ㅎㅎ

saint236 2011-10-22 02:00   좋아요 0 | URL
ㅎㅎ 정말 재미있습니다. 이번주 토요일에 야권 얼굴마담 토론회가 계획되어 있답니다. 박지원, 이정희 문재인 초청이라는데 정말 블럭버스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