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기분이 좋다. 내가 사는 곳은 송파구 잠실동...위력적인 강남 4구 중 하나이다. 나경원을 안찍으면 큰 일이 날 것 같은 분위기에서 아내와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투표소로 잠시 갖고 나들이를 했다. 5시 쯤 동생이 문자가 왔다. 선거했냐고. 조금 후달리니 친구들에게 투표를 독려해달라는 문자다. 동생은 희망 제작소 사직 후 희망 캠프에서 선거 운동 중이다. 간 밤에는 D도스 공격으로 고생을 했나보다. 컴, 아이패드, 블랙베리를 옆에 놓고 하는 선거운동원이다. 물론 친구들은 거의 다 투표를 했으니 내가 해 줄 것은 없고. 5시 40분 39.9%! 가슴을 졸인다. 내색은 하지 못하고 퇴근 후 넥타이 부대에 희망을 걸었다. 역시 희망은 통했나 보다. 동생이 트윗에 이런 글을 올렸다. "선거 진행을 보면서 하나님이 살아계시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상당히 보수적인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 지금까지 하나님 은혜로 공부 했고, 살아왔으니 이제는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며 사회 복지 공무원 시험을 보라는 형과 누나의 갈굼을 견뎌내더니 희망 제작소에 들어갔다. 한동안 박원순 변호사 비서 겸 희망 제작소 연구원을 하더니 팔자에도 없는 선거 운동을 하게 되었다. 나경원이 정말 싫었고, MB가 대통령에 당선된 날 한돌이 채 안된 딸 아이를 붙잡고 "아빠가 미안해"를 되뇌였는데 벌써 3년이 흘렀다. 그리고 이제야 딸에게, 그리고 그 후에 태어난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어본다. 앞으로 총선과 대선을 통해서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더 사라지기를 기대해 본다. 

  서울 시장 선거가 끝이 나면서 몇가지 생각을 해본다. 향후 내가 바라보는 정치 양상이나 보수층의 반응이다.

  첫째 며칠 내로 조중동과 한나라당은 박원순 당선자의 선거 운동을 문제 삼을 것 같다. 으레 선거가 끝나면 선거법 위반으로 자기측 후보가 아닌 사람을 공격해왔던 행태로 보아 분명히 조중동은 불법 선거 운동이 있었다고 나발을 불어 댈 것이다. 그리고 검찰은 전격적으로 조사에 들어가고 조금씩 언론에 흘려서 보수층의 마음을 움직이려 할 것이다. 지금까지 패턴으로 보면 그럴 소지가 다분하다. 물론 백조 나경원은 다음 선거에서 다시 중구에서 출마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나경원을 버리는 패로 사용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불법 선거 운동 관련해서 문제를 제기할 곳은 박원순 펀드가 되지 않을까? 김총수가 예언한 대로 종북단체 혹은 좌편향 단체의 자금이 박원순 펀드로 흘러 들어갔다고 할 것이다. 아마 이게 최후의 카드일텐데 이것은 선거 후를 위해 아껴둔 것 같다. 

  둘째 이번 선거를 지켜보면 다음 선거의 판도가 보인다. 차기 대권 주자로 나는 문재인을 꼽는다. 어떤 사람들은 안철수를 꼽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안철수의 참신함이 조금씩 사라질 것이고, 그것과 맞물려 박근혜 측의 견제가 들어가면 신인 안철수가 버티기에는 조금 힘들지 않을까 싶다. 안철수와 문재인의 7~8%의 지지율은 아마도 비슷한 수준 혹은 5%미만으로 줄어들 것 같다. 내가 안철수보다 문재인이라고 보는 이유는 MB의 대항 세력으로 부상하게 될 친 노무현 세력의 결집 때문이다. 친 노무현 세력의 결집만으로는 세가 딸리고 이번처럼 여기에 범 야권의 연대가 있겠지만 주요한 세력은 친노무현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두관 안희정 유시민을 아우르는 노무현계의 세력을 결집하기에는 안철수의 파워가 약하지 않을까 한다. 물론 안철수가 나설 가능성도 보지만 지금까지의 상식으로 생각컨대 문재인이 나서고 안철수가 지지를 표명할 가능성이 더 크다. 물론 박원순의 당성도 지금까지의 상식으로는 의외이긴 하기에 그 역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더하여 나꼼수와 트위터가 측면 지원을 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노빠 김총수가 문빠가 되기로 작정을 했으니 한나라당이 다시 한번 네거티브 전략을 사용하기에는 조심스럽지 않겠는가? 

  셋째 한나라당의 내분이다. 이번 선거에서 보면 강남 4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한나라당이 열세다. 관악구vs서초구(대략 2배의 지지율 차이), 금천구vs강남구(대략 17% 차이)의 대결 구도로 이번 선거가 마무리 되었고, 홍반장의 앞마당 동대문구에서도 한나라당이 밀렸으니 한나라당 의원들의 마음이 매우 불안할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대단하신 가카의 성은에 힘입어(?) 한나라당은 계속 열세에 접어들지 않을까? 결국 한나라당은 MB를 공격하는 박근혜계와 친이계의 세력 다툼이 더 강해지지 않겠나. 물론 둘이 손에 손 잡고 하나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도끼 머리에 뿔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더 빠를 것 같다. 한나라당은 대략 박근혜를 중심으로 친이계가 견제하는 구도로 재편되지 않을까? 

  넷째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행보를 주시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문재인이나 안철수를 중심으로 야권의 연대가 현실화 되면 손학규는 불복하고 분당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손학규는 제 2의 이인제가 될 것이고, 행여라도 그가 결과에 승복하고 민주당에 잔류한다면, 그리고 민주당의 중심 의원으로 입지를 굳힌다면 차차기 대선에서 그가 대선 후보로 부상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만약 그가 분당한다면 김영삼vs김대중의 전철을 밟아 한나라당에 대권을 넘겨줄 가능성이 크다. 내가 한나라당이라면 손학규를 먼저 공략할 것이다. 

  다섯째 야권에게 남겨진 숙제가 많다. 서울시장 후보를 당선 시켰다는 현실에 만족해서 그들이 지금까지처럼 미련한 행동들을 계속한다면 이번 선거의 영향은 총선이나 대선에 그다지 큰 영향력을 줄 수 없을 것이다. 20대와 30대의 몰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짚어야 한다. 일단은 철저하게 민생 중심 현안을 점검하고 거기에 부합하는 정책을 평쳐야 한다. 앞의 네 가지를 무시하더라도 다섯번째만 제대로 한다면 총선과 대선에서 20대와 30대의 지지가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민주당과 민노당, 진보신당, 국참당의 초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섯째 가카는 괴롭다. 국민들의 마음이 무엇인지 覺하는 것도 괴로울 것이고, 퇴임이 채 2년이 남지 않은 가카도 괴로울 것이다. 퇴임 후 본인의 정치적 영향력 유지와 안정적인 노후 대책에 답이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아마 오세훈이 노후 대책으로 재부상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일곱째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소설이다.(^^;) 절대적으로 추정이다. 혼자 휘갈겨 본다. 젠장! 이렇게 자기 검열을 해야 하다니...  

  어찌 되었든 오늘은 매우 즐겁게 잠이 들 것 같다. 아니다. 어쩌면 너무 기분이 좋아 잠을 못 잘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잠이 안와서 이렇게 장문의 소설을 끄적이고 있으니 말이다. 총선과 대선의 관전 포인트는 대략 위의 여섯가지가 될테니 조금만 더 노력해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소리만큼은 안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혹 관심이 있는 사람은 다음의 책을 같이 읽고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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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10-27 0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 못드는 사람 여기도 있어요~~~~~~ 공감의 추천 꾹!!^^

saint236 2011-10-27 06:54   좋아요 0 | URL
총선과 대선도 고고입니다. 중구도 무너졌으니 한나라당의 고민이 더 깊을 것 같네요. 아쉬운 것은 전라도 민주당, 경상도 한나라당의 지역구도가 전혀 무너지지 않은 것이죠.

blanca 2011-10-27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 주셨네요. 동감합니다. 저는 자꾸 노전대통령이 승리하던 날 그 노란 풍선이 생각나 울컥하더라고요. 솔직히 이제는 당선 자체도 두려움이 엄습해서요. 검찰조사로 만신창이를 만드는 수순이 떠올라서요. 이 글을 야권이 봤으면 좋겠어요. ^^ 잘 읽고 갑니다.

saint236 2011-10-27 10:32   좋아요 0 | URL
정말 당선 자체해도 두려움이 들게 만드는 힘은 참 대단합니다.

BRINY 2011-10-27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saint236님의 첫번째 생각이 바로 들더라구요. 이런 걱정을 미리부터 하게 만드는 상황이 참 불안스럽습니다.

saint236 2011-10-27 10:33   좋아요 0 | URL
앞으로 1주일 길게 잡아도 2주일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stella.K 2011-10-27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손학규 당장 한나라당을 저지 하기위해
박원순을 밀어줬다고는 하지만, 모르긴 해도 박원순과 손학규의
2라운드가 시작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안철수야 심정적으로 좋지만, 정치 비주류에서 대통령을 낸다는 건
시기상조 내지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저도 재인 아저씨가 좋긴한데 박근혜가 만만찮겠죠?;;

saint236 2011-10-27 18:06   좋아요 0 | URL
제 생각에 안철수는 서포터로서 가장 큰 역량을 발휘할 듯 합니다. 정치에 뜻이 있다면 당장 나오기 보다는 장관으로 입각해서 무엇인가 업적을 보여 주는 것이 더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