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일본사 처음 읽는 세계사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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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교과서 논란이 거세다. 우편향이니, 좌편향이니 온갖 시비가 난무한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본격적으로 교과서를 바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잘못된 내용을 바로 잡는 것이야 무엇이 문제가 있으랴만은 바르게 서술된 내용도 특정한 목적에 맞추어서 왜곡하려하니 그것이 문제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움직임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데 있다. 과거에는 더 공공연하게 과거를 특정한 목적에 맞추어서 왜곡했고,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어느날 우리가 배워왔던 것들이 역사적인 사실과는 전혀 다른 것임을 알게 되었을 때의 느낌이란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성질의 일들이다. 가령 과거에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이나, 국화 옆에서의 미당 서정주 같은 시인이 친일파 중의 한 사람임을 알게 되었을 때 느끼는 배신감과 허탈함은 한국 사람이 아니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아니겠는가?

 

  왜 역사 교과서를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 수정하려고 하는가? 자기들의 역사적인 주장을 위해서라면 전문 서적을 내는 방법도 있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 서적을 내는 방법도 있는데 왜 하필이면 아이들이 들여다 보기도 지긋지긋해 하는 역사 교과서인가? 그것은 교과서가 가지는 특징 때문일 것이다. 교과서는 대체로 모든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만한 내용들을 상식적인 선에서 대략적으로 다룬다. 교과서의 목적은 역사적인 사안들을 학생들에게 자세하게 가르쳐 주기 위함이 아니요, 국가와 민족이라는 특정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사관을 주입하기 위함이다. 바른 역사관이라는 말도 간단하게 말하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것이라는 의미이다. 만약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왜곡되고 수정된 교과서를 가지고 공부한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래서 그 교과서의 주장을 일반 대중들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그것은 현실이 되는 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미화가 교과서를 통하여 이루어졌고, 그 결과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를 살린 대통령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사실이냐 거짓이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렇게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교과서를 수정하려는 움직임은 비단 우리 나라뿐만이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과거 가해자였던 일본의 후쇼사 교과서는 너무 유명해서 그 내용이 무엇인지 몰라도 교과서 이름과 출판사 이름을 왠만한 한국 사람들이 알 정도이지 않은가? 반대로 한국에서 이번에 문제가 되는 교과서는 교학사 교과서인데 일본에서 나오는 평이 한국판 후쇼사 교과서라고 한다. 아마 일본 사람들에게도 한국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교학사라는 이름을 알고 있는 신기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지 않겠는가?

 

  역사를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왜곡하는 것도 불사하는 시대 속에서 자신의 역사도 아닌 타인의 역사, 그것도 과거 가해자였던 일본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안다는 것은 지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단 한국 사람에게 일본은 증오의 대상이요, 쪽바리인데 그들의 역사에 대해서 경외심을 가지고,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하여 접근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처음 읽는 일본사"가 책을 풀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 아니겠는가? 일본에 대한 편견과 피해의식,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왜곡되고 우리에게 학습된 과거의 역사관들을 벗겨내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지 않겠는가? 전국역사교사모임에서 이러한 불가능에 도전한 것만큼은 높이 쳐줄 수 있다. 그들의 이러한 도전은 헛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꽤 유의미한 작억이라고 하겟다. 이 책은 역사 교과서 논란과 더불어서 우리에게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우리가 왜 역사를 공부하는 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들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들도 역시 한계를 벗어나기는 어려웠나보다. 자신들이 어려서부터 학습되어져 왔던 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또한 의식적으로 벗어나려고 하다보니까 오히려 더 그러한 굴레데 같힌 것은 아니겠는가?

 

  이 책은 여러가지 역사적인 사실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역사적인 사실들을 단편적으로 늘어 놓은 것은 아마도 왜곡된 역사관에서 탈피하기 위한 노력이 아닐까? 그렇지만 바로 그 순간부터 이들은 자신들이 탈피하고자 하는 역사관에 갇히는 것이다. 코기리는 생각하지 말라는 주문이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코끼리를 떠올리게 만드는 것처럼 자신들이 벗어나고자 의식했던 그 역사관 때문에 그들은 일본사를 서술 함에 있어서 자유가 구속받게 된 것이 아니겠는가? 역사는 해석의 문제일텐데 해석을 제외하고 역사적인 내용들을 늘어놓기에 급급한 책의 구성은 안타깝기만 하다.

 

  또한 역사 서술이 특정한 지배 계층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는 한계가 드러난다. 천황과 무사와 상인이 일본사를 만들었는가? 물론 그들이 일본사의 흐름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맞을 것이다.그러나 그들이 역사의 모든 사안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 덴노와 천황과 상인이 아무리 이런저런 일들을 만들어 간다고 할지라도 그 일을 이루어가고 반대하고, 때로는 뒤집기까지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백성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 책 어디에도 이런 백성들의 모습은 없다. 인물을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자칫 역사를 영웅에 의해 주도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그러한 영웅을 기다리는 역사관에 정당성을 주게 될 뿐이다. 마치 경제 대통령 MB를 기다리고, 반인반신이신 박정희 대통령님의 따님을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오해할까봐 분명히 말하지만 이 책이 잘못 씌여졌다는 것은 아니다. 왠만한 책보다 훨씬 더 낫다. 특히 중고등학생들에게는 읽히면 좋을 법한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기준이 높아서인지 아쉬운 부분을 조금씩 적어본다. 이 책에 대한 평가를 한마디로 하자면 "나는 다음에도 이러한 시리즈가 나오면 또 사볼 것이다."라는 말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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