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기업 - 그들은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가
한스 바이스.클라우스 베르너 지음, 손주희 옮김, 이상호 감수 / 프로메테우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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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이키, 아디다스, 맥도날드, 코카콜라, P&G, 리복, DKNY, 월 마트, 리바이스, 포드, 치코, 셸, 바이엘, 화이자, 디즈니, 포드, GM, 몬산토, 델몬트, 엑슨 모빌, 토미 힐피거, 지멘스, 마텔, 도이체 방크, 갭, 글락소 미스클라인, 네슬레, 노바르티스, 놀, 다임러 크라이슬러, 돌, 알리안츠, 마이스토, 미쓰비시, 베링거 인겔하임,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 BP, 삼성, 셰링, C&A, 아벤티스, 아지프, 알디/호퍼, HVB, OMV AG, OTTO, 유니레버, 치키타 브랜즈, 카슈타트크벨레, 크래프트 푸즈, 토탈, 트라이엄프, 하인리히 다이히만 제화, 헤네스 앤 모리츠, 이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는가? 생활 용품에서, 약품, 의류, 제화, 에너지, 전자 제품, 자동차 등 모든 물품을 총 망라하는 다양한 기업들인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세계의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초국적 기업들이라는 것이요, 두번째는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CSR)을 중요시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기업들이라는 것이며, 세번째로 나쁜 기업이라는 책에 의하여 그들의 부정이 고발된 단체라는 것이다. 이들은 수천억대의 돈을 쏟아부어서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홍보전략을 구사하지만 실제로는 그 이미지와는 맞지 않게 하청업체와 노동자들을 쥐어짜내어 이윤을 극대화하는 나쁜 기업들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어떻게 전세계적으로 자원을 착취하고 있으며, 인간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는가를 사실에 근거해서 비판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블러드 다이아 몬드"라는 영화와 장 지글러의 "세계의 절반은 왜 굶주리는가?"라는 책이 생각이 났다.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시에라리온의 내전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로서 세계의 일류 기업들이 어떻게 시에라리온으로부터 다이아몬드를 사들이고 있으며, 다이아몬드 구입 대금으로 받은 돈들이 어덯게 무기 구입을 위하여 사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고, 강제 노동을 하고 있는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이다. 디카프리오의 멋있는 얼굴도, 다이아몬드라는 보물도 이 영화의 주인공이 아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피의 다이아몬드라고 부를 수 있는 시에라리온의 현실이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비극이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라 기업들의 이윤극대화라는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글러의 "세계의 절반은 왜 굶주리는가?"라는 책에서 이야기하던 네슬레의 횡포에 대하여 이 책도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세계 곡물 기업들이 그 곡물들을 식량이 아닌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기업들의 이미지에 속지 말 것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파렴치한 회사에서는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하여 기업들이 얼마만큼의 홍보예산을 편성해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지, 그리고 그 뒤에서는 인권이 어떻게 무시되고 있는지를 실례와 구체적인 자료를 통하여 보여주고 있다.

  2장에서는 휴대폰과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콜탄의 생산지 콩고가 어떻게 초국적 기업들의 이윤추구를 위하여 이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삼성도 여기에 연루되어 있음을 이야기한다. 삼성이 비도덕적인 기업인 것은 익히 알고 잇지만 독일 사람에 의하여 지적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새로운 느낌을 준다.

  3장은 의약품 다국적 기업들의 비윤리적인 작태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플라시보 연구는 의약적으로도 비윤리적인 것인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의약 기업들이 아직까지도 플라시보 처방을 내리고 있음을 지적한다. 약이 없는 것도 아니고, 치료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닌데, 신약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하여 플라시보 처방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UN의 헌장을 무시하는 행위이지만 이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이렇게 사람을 모르모트로 사용하고 있는 기업들에는 화이자와 바이엘이 대표적이다.

  4장에서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축복이자 저주인 석유 산업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예를 들어서 기업들의 파렴치한 모습을 고발한다. 석유를 더 쉽게,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하여 각국의 기업들이 어떻게 개싸움을 벌이는지, 얼마만큼 환경을 파괴하는지, 그리고 얼마만큼 무책임한지 보여준다.

  5장에서는 식료품을 다루고 있는 돌, 델몬트, 몬산토, 치키타 같은 초국적 기업들의 비리에 대하여 고발한다. 지금 이순간에도 많은 이들이 굶어 죽어가지만 그것은 세계 식량의 40%를 소들이 먹어치우기 때문이지 식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여기에서 오는 광우병과 환경파괴를 지적한다. 또한 네슬레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산모와 어린이의 생명을 어덯게 우습게 여기는지, 그리고 다른 기업들이 바나나와 코코아 등의 열매를 생산하기 위하여 어떻게 노동력을 착취하는지 고발한다.

  6장에서는 완구를 만들어 파는 회사들이 15세 이하의 어린이들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으며, 최저 임금마저 무시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7장에서는 스포츠용품과 의류를 생산해 내는 회사들의 기만적인 행위에 대하여 8장에서는 수출업과 금융업들이 앞 뒤 재지 않고 단기 이익을 위한 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현상과 이로 인한 피해는 누가 보고 있으며, 이익은 누가 보고 있는지를, 9장에서는 기업들이 부정과 로비를 어떻게 저지르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세계적인 포럼과 위원회들이 어던 기업들을 위하여 봉사하고 있는지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것조차 잊지 않는다.

  10장에서는 각 기업들이 어떤 문구로 자기 기업의 이미지를 포장하는지, 그리고 실상은 어떤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우리가 해야할 일은 무엇인지 친절하게 가르쳐 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매우 선동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보면서 춘향가의 "玉盤佳肴千人膏 金樽美酒萬人血"라는 구절이 떠올랐다. 각국의 기업들이 오늘날 쌓아올린 부는 천짜서 만들어 낸 것이다. 지금도 변학도와 같은 기업들 때문에 신음하는 이들이 전 세계에 널려 있다. 인간을 원료로 보는 기업들은 자진하여 바뀌지도 않고 쉽게 바뀌지도 않는다. 소비자들이 항의할 때 비로소 바꾸려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움직여라. 속지마라. 지금 내가 들고 있는 휴대폰은 콩고의 내전을 부채질하는 자금줄이며, 내가 먹고 있는 바나나는 아이들을 노예로 사고 팔도록 만드는 원인이 된다. 쓰지 말자는 뜻이 아니다. 조금만 덜쓰자는 말이다. 수십만원짜리 휴대폰을 일년에 한번식 바꾸지 말고 조금만 더 쓰자. 그러면 그 기간만큼 콩고의 사람들이 덜 죽어갈 것이다. 나쁜 기업에 충성하는 나쁜 사람이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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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중심에 서다
한홍 지음 / 두란노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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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홍이라는 이름에 대하여 알게 해준 책이다. 세미나를 통하여 이 책의 내용을 접했고, 그 뒤 책을 구입해 읽었다. 한홍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리더쉽이다. 그의 책이 대부분 리더쉽에 관한 책이다. 때론 썰렁한 농담을 하기도 하고, 때론 말을 씹기도 하지만, 그래서 언변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지 않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 안에 숨겨진 열정에 나도 모르게 숨을 멈추게 된다.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몇번씩이나 그의 이야기에 내 시선과 마음을 집중하게 만든다. 이런 사람이 한국 교회에 있다는 것, 그것도 내가 바라보고 나가야 하는 선배로 있다는 것은 대단한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세상 중심에 서다."라는 말에서 느낄 수 있듯이 한홍목사의 이야기의 주제는 명확하다. 기독교인들이 크리스천 리더쉽을 가지고 한국 사회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 크리스천 리더쉽의 예로 이 책에서 인용되는 것이 느헤미야이다. 느헤미야는 포로민 3세대이다. 잡혀와서 떠난 고향을 그리워하는 1세대도 아니고, 그렇다고 페르시아에 적응하기 위하여 목숨걸고 노력하던 모르드개와 같은 2세대도 아니다. 이미 유대인들이 페르시아 제국에 적응하여 어느 정도 위치를 누리고 살아가던, 유대라는 나라보다 페르시아라는 나라가 더 익숙한 포로민 3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것도 그냥 3세대가 아니라 권력의 핵심에서 활약하는 최고 권력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위치에 선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너무나 뻔하지 않는가? 오늘날 이민 2세대 3세대들이 미국의 관료가 되어서 한국이라는 나라의 사정을 봐주는 것을 본적이 있는가? 오히려 한국계라는 자기들의 핏줄을 도구삼아 한국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빼앗아다가 미국에 주는 일을 당연히 여기고 있지 않은가? 이게 세상의 인심이요, 이치다. 그런데 느헤미야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고국 유대를 위하여 자기가 가진 모든 권력을 동원하여 예루살렘을 재건해 내지 않던가? 그것도 재건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재건 이후 모든 제도들이 정착할 때까지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가? 그렇기 때문에 페르시아의 총독인 느헤미야의 이야기가 성경에 기록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 시대 지도자를 꿈꾸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지도자가 되기 위하여 리더쉽을 키우기보다는 다른  곳에 관심을 쏟는다. 인맥을 키우기 위하여 강남의 큰 교회를 선택하고, 열렬한 불교 신자인 박정희를 마치 기독교 신자인 것처럼 포장한다. 정주영이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병상에서 이미 예수를 구주로 영접했다고 말하면 정몽준 의원 띄우기에 열심이다. 이런 한국 교회에서 느헤미야 같은 리더쉽을 갖기 위하여 노력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한국이기 때문에 느헤미야 같은 지도자가 더 필요한 것은 아닐까? 실력을 갖추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 솔선수범하고,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에 품을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이 이나라의 지도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느헤미야가 폐허가 된 예루살렘 성벽을 다시 세웠듯이 IMF로 폐허가 된 이 나라 경제와 사회 제도, 그리고 사람들의 무너진 마음과 황폐해져 가는 영혼을 다시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 이 나라에 느헤미야 같은 지도자가 나타나길 소망해 본다.

  만일 지도자가 되길 꿈꾼다면 꼭 읽어보도록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PS.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홍목사는 어린 시절 미국에 이민갔다가 돌아온 사람이어서 그런지 사고의 틀이 미국식이라는 것이다. 합리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때론 합리적이라는 미명하에 상당히 보수적인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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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형성사
박창환 지음 / 대한기독교서회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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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읽었던 책이다. 예전에는 2천원짜리 소책자였는데 그 이후로 다시 만들어 내면서 책 크기가 커지고 가격이 배로 올랐다. 커진 책을 보면서 들고 다니는 불편함을 생각해보고, 얄팍한 상술에 내 마음이 더 불편해진다. "내용이 증편된 것도 아니고 그저 책의 판 형태만 바꾸는 것인데 이렇게까지 해야하는가?"라는 불평이 입까지 나오지만 애써 꾹꾹 참아본다. 이렇게 해서라도 이 책이 절판되지 않고 계속 나온다면 그만한 불편과 언짢음이야 감수해야하지 않겠느냐는 생각 때문이다. 그 만큼 이 책은 성경을 이해하기 우히ㅏ여 정말 잘 만들어진 책이다. 지금까지 연구되어온(물론 이 책이 쓰여지던 1960년대까지지만) 신학적인 내용을 기초로 전문적으로 신학을 공부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도 성경에 관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성경에 대한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10년이 넘게 흘러 우연한 기회에 다시 읽어보게 되었지만 역시나 수작이다. 성경에 관하여 이 만한 책을 아직 찾아 볼 수 었는 것이 안타깝다면 안타깝달까?

  한국 기독교인들은 성경에 대하여 엄청난 애정을 가지고 있다. 성경에 신적인 권위까지 부여하여 때론 성경을 우상화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배가 아플 때 성경을 배 위에 올려 놓고 잔다는지, 머리가 아플 때 성경을 베고 잔다든지 하면 아픈 곳이 낫는다는 식의 말도 안되는 성경 이해를 가지고 있는 것이 한국 기독교인들이다. 어느 신학교에서는 하나님의 말씀이 땅에 떨어진다고 책의 터진 부분이 아래로 내려가지 않도록 들고 다닌다는 이야기도 있다.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은 예전에 교회 수련회를 갔다을 때의 일이다. 어디를 가면서 베개를 가지고 다니는 거추장스러움을 피하기 위하여 성경책에 수건을 깔고 베개를 대용으로 자고 있는데 한 사람이 오더니 나를 혼내는 것이었다. 전혀 일면식도 없었던 사람인데 대뜸 나를 혼내면서 하는 이야기가 어떻게 거룩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책을 베고 잘 수가 있냐는 것이다. 도무지 내 기준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쏟아내는 사람을 보면서 성경을 이렇게까지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국 교회에 가득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동시에 왜 저렇게 무식하게 생각하는 것일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한국 기독교인들은 성경책에 대한 신성화가 습관이 되어 있다. 그래서 성경책을 지독히도 안 읽는 사람도 성경책은 거룩한 책이라고 한다. 물론 거룩한 책이다. 그러나 이렇게 거룩한 책에도 번역상의 오류가 있고 서로 맞지 않는 역사관들이 양립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서는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성경에 대한 반론을 받게 되면 신앙을 포기하던지 반대로 독선이 되어 버린다. 세상과의 소통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자기만의 성에 갇혀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성경을 곧이곧대로 믿지도 않는다. 참 웃기는 일이 아니라 할 수 없다.

  나는 기회가 있는대로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성경도 사람이 기록한 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내가 기독교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기독교를 매우 사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성경은 그 자체로 신성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읽고 그 안에 감추어진 하나님의 말씀을 내가 듣고 삶이 바뀌어 가기 때문에 신성하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성경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책이 아니다. 전설처럼 에스겔이 하나님의 영에 사로잡혀 환상중에 40일동안 끊임없이 이야기하여 제자들이 받아적어 완성된 책이 아니다. 십계라는 영화에서처럼 번개가 쳐서 초자연적으로 기록한 것 또한 아니다. 인간의 역사 가운데에서 하나님을 만났던 사람들이 자신의 신앙고백을 기록한 책이다. 부디 이 책을 읽고 성경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갖는 이들이 늘어 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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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레미 말랭그레 그림, 드니 로베르 외 인터뷰 정리 / 시대의창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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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 시위가 장기화 되면서 언론은 특히 신문은 완전히 두 편으로 나뉘어 버렸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우파 신문과 한겨레, 경향을 중심으로 하는 진보좌파 신문으로 나누어졌다. 둘로 갈라진 신문사들은 촛불 시위라는 하나의 사건을 보고 우리사회의 양극단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김정일의 사주를 받아 이명박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한 빨갱이들의 불측한 음모라는 조중동의 기사와 직접민주주의의 발현이라는 한겨에와 경향의 논조는 우리 사회가 양 극단으로 갈라져 있는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임과 동시에 국민들로 하여금 우로든지 좌로든지 치우칠 것을 우리에게 강요하는 압력이었다. 양쪽으로 갈려 피터지게 싸우면서 국민들은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지 시작했다. 조중동이 동일 사안에 관한 입장이 전 정부에서와 현 정부에서와 정반대라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불안하게 바라보면서 많은 국민들에게 불안을 조장하던 조중동이 정권이 바뀌자마자 세계에서 제일 안전한 쇠고기는 미국산임을 주장하면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안전을 문제 삼는 이들은 김정일의 하수인인 빨갱이로 매도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일부 선동자들에 의하여 촛불 시위가 격렬해 지고 있다는 조중동의 논조는 이 사회를 보수와 진보, 노와 소로 나누기에 충분한 파급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정권의 모습에 따라 자기 입장을 바꾸는 조중동의 모습이 새로운 것이 아니겠지만 이번엔 뭔가 달랐다. 조중동 불매 운동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국민을 무시하는 국가에 대한 분노가 조중동으로 옮겨가기 시작한 것이며, 이로 인하여 조중동에 광고를 내는 기업들의 물건에 대한 불매 운동을 벌이기 시작하였다.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하면서 진실을 왜곡하는 언론에 대한 사람들의 심판이었다. 그러나 불매운동이 잠시 수그러들기 시작하자 언론과 국가의 검은 카르텔이 작동하기 시작하였다. 온갖 법을 적용하여 불매운동을 벌인 사람들을 잡아들이기 시작하였으며, 언론은 이러한 국가의 만행을 정당한 공권력의 행사라는 아주 그럴듯한 말로 포장해주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국가와 언론의 카르텔에 기업이 참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들은 불매운동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약자라는 탈을 쓰고(기업이 약자인가? 중소기업을 팔아서 실리를 챙기는 대기업들이 약자인가?) 이 구도를 더욱 정당화하는데 일조하였다. 국가와 자본과 언론의 검은 카르텔은 자신들에게 적대적인 이들을 아주 성공적으로 제압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촘스키의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이런 경험때문이다. 오래 전엔 땡전뉴스라는 말이 있었다지만 실제로 국가와 자본과 언론이 손잡고 국민을 우롱하고 조작하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적어도 2008년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모습들을 목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던 내가 너무 순진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촘스키의 이야기는 간단하다. 우리 주위에 있는 이야기들은 날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주 세련되게 요리되어 올라오는 것들이라는 것이다. 아주 세련되게 요리가 되어 올라오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마치 날것 그대로의 것인줄 착각하게 만들 정도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2008년에 목격했다. 세상의 진실을 알아가는 것이 너무 힘겨워 외면해 버리고 싶지만 촘스키의 말대로 왜곡된 선전에 세뇌당하지 않는 최상의 방책은 진실로부터 고개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직시하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진실을 직시할 것을 주문한다.

PS. 책이 쉽기는 하다. 아마도 인터뷰를 출간한 책이기 때문이리라. 책의 곳곳에서 보여주는 뛰어난 통찰력에 무플을 치기도 하지만 인터뷰를 출간한 책의 한계를 다시 한번 느끼게 만든 책이다. 그러나 촘스키라는 이름값 하나로도 책을 읽어볼만하다. 책 값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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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가 전하는 거짓말 - 우리는 날마다 '숫자'에 속으며 산다
정남구 지음 / 시대의창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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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일 싫어하는 과목이 무엇인가 꼽으라면 나는 단연코 수학을 꼽을 것이다. 다음으로 싫은 과목을 꼽으라면 사회학을 꼽을 것이다. 도무지 내 생리에 수학과 사회학은 맞질 않는다. 수학과 사회학이 내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둘다 숫자를 다루고 있다는 이유이다. 그만큼 나는 숫자를 들여다 보는 것이 너무나 싫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다가고 숫자 이야기만 나오면 얼른 넘겨버리는 버릇이 있다. 사회과학 서적을 읽으면서도 똑같이 행동한다. 혹시라도 책을 읽다가 통계라도 나오게 되거든 그냥 넘겨버린다. 흘깃보고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넘어간다. 신문을 읽으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다 보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 내가 체감하는 사실과 통계가 들어맞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똑같은 통계자료를 가지고 조중동에서 해석하는 것과 한겨레에서 해석하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 또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누가 틀린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의문이 풀렸다. 어느 누구도 틀린 것이 아니다. 다만 해석하는 시각이 약간 다를 뿐이다. 이 약간의 다름이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이다.

  철학자 데카르트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데카르트에게 있어서 모든 것은 도무지 믿음이 가지 않는 허상과도 같은 것들이었다. 절대적으로 변하지 않는 진리는 무엇인가? 계속 묻고 묻고 물어서 결국 자기가 지금 생각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생각하는 지금 이순간은 자기가 존재하고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끊임없는 의심하여 결국 전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전제에 이르렀을 때 그의 의심은 끝이 났다. 그리고 여기에서부터 자신의 철학을 만들어 갔다.

  통계를 대할 때 우리도 이런 모습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도대체 이 통계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고, 누가 만들었고, 이 통계를 통하여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가? 이것을 묻는 습관이 되어 있지 않다면 우리는 통계라는 그럴 듯한 거짓말에 번번히 당할 수밖에 없다. "통계는 심심풀이 장난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 지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통계를 조사하고 발표하는 기관이 어디인가에 따라서 통계는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한다. 통계를 다루는 사람들의 역할이 그것이다.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이 원하는 결론을 통계로 뒷받침 해주는 것, 조사 기관의 역할이다. 자기 기업에 전혀 이익이 되지 않는 통계 조사를 할 기업이 어디있겠는가? 그렇다면 우리의 역할은 무엇이냐? 그 통계를 의심하는 것이다. 계속 의심하고, 각 항목별로 세부적으로 살펴봐서 어디에서 왜곡이 되어 있고, 원래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통계라는 그럴 듯한 거짓말에 속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50가지의 사례들은 우리가 신문에서 너무나 쉽게 접하는 것들이다. 이런 것들이 어떻데 왜곡되었는지를 살펴보면서 내가 얼마나 정치인들이나 기업가들, 혹은 이익집단들에게 휘둘려 왔는지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세종류의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는 말의 의미를 실감하게 되었다.

  책의 구성이 50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엮여 있기 때문에 그렇게 어렵고 힘들지 않다. 차근차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어려운 통계표가 쉽게 눈에 들어온다. 그렇기 때문에 중고등학생들이나 사회학에 흥미를 가진 사람들이 부담없이 읽기에 좋은 책인 것 같다. 매일 신문을 접하면서 나와 같은 의문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더더욱 읽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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