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레미 말랭그레 그림, 드니 로베르 외 인터뷰 정리 / 시대의창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촛불 시위가 장기화 되면서 언론은 특히 신문은 완전히 두 편으로 나뉘어 버렸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우파 신문과 한겨레, 경향을 중심으로 하는 진보좌파 신문으로 나누어졌다. 둘로 갈라진 신문사들은 촛불 시위라는 하나의 사건을 보고 우리사회의 양극단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김정일의 사주를 받아 이명박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한 빨갱이들의 불측한 음모라는 조중동의 기사와 직접민주주의의 발현이라는 한겨에와 경향의 논조는 우리 사회가 양 극단으로 갈라져 있는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임과 동시에 국민들로 하여금 우로든지 좌로든지 치우칠 것을 우리에게 강요하는 압력이었다. 양쪽으로 갈려 피터지게 싸우면서 국민들은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지 시작했다. 조중동이 동일 사안에 관한 입장이 전 정부에서와 현 정부에서와 정반대라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불안하게 바라보면서 많은 국민들에게 불안을 조장하던 조중동이 정권이 바뀌자마자 세계에서 제일 안전한 쇠고기는 미국산임을 주장하면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안전을 문제 삼는 이들은 김정일의 하수인인 빨갱이로 매도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일부 선동자들에 의하여 촛불 시위가 격렬해 지고 있다는 조중동의 논조는 이 사회를 보수와 진보, 노와 소로 나누기에 충분한 파급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정권의 모습에 따라 자기 입장을 바꾸는 조중동의 모습이 새로운 것이 아니겠지만 이번엔 뭔가 달랐다. 조중동 불매 운동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국민을 무시하는 국가에 대한 분노가 조중동으로 옮겨가기 시작한 것이며, 이로 인하여 조중동에 광고를 내는 기업들의 물건에 대한 불매 운동을 벌이기 시작하였다.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하면서 진실을 왜곡하는 언론에 대한 사람들의 심판이었다. 그러나 불매운동이 잠시 수그러들기 시작하자 언론과 국가의 검은 카르텔이 작동하기 시작하였다. 온갖 법을 적용하여 불매운동을 벌인 사람들을 잡아들이기 시작하였으며, 언론은 이러한 국가의 만행을 정당한 공권력의 행사라는 아주 그럴듯한 말로 포장해주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국가와 언론의 카르텔에 기업이 참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들은 불매운동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약자라는 탈을 쓰고(기업이 약자인가? 중소기업을 팔아서 실리를 챙기는 대기업들이 약자인가?) 이 구도를 더욱 정당화하는데 일조하였다. 국가와 자본과 언론의 검은 카르텔은 자신들에게 적대적인 이들을 아주 성공적으로 제압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촘스키의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이런 경험때문이다. 오래 전엔 땡전뉴스라는 말이 있었다지만 실제로 국가와 자본과 언론이 손잡고 국민을 우롱하고 조작하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적어도 2008년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모습들을 목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던 내가 너무 순진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촘스키의 이야기는 간단하다. 우리 주위에 있는 이야기들은 날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주 세련되게 요리되어 올라오는 것들이라는 것이다. 아주 세련되게 요리가 되어 올라오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마치 날것 그대로의 것인줄 착각하게 만들 정도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2008년에 목격했다. 세상의 진실을 알아가는 것이 너무 힘겨워 외면해 버리고 싶지만 촘스키의 말대로 왜곡된 선전에 세뇌당하지 않는 최상의 방책은 진실로부터 고개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직시하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진실을 직시할 것을 주문한다.

PS. 책이 쉽기는 하다. 아마도 인터뷰를 출간한 책이기 때문이리라. 책의 곳곳에서 보여주는 뛰어난 통찰력에 무플을 치기도 하지만 인터뷰를 출간한 책의 한계를 다시 한번 느끼게 만든 책이다. 그러나 촘스키라는 이름값 하나로도 책을 읽어볼만하다. 책 값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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