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형성사
박창환 지음 / 대한기독교서회 / 1997년 7월
평점 :
품절


  예전에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읽었던 책이다. 예전에는 2천원짜리 소책자였는데 그 이후로 다시 만들어 내면서 책 크기가 커지고 가격이 배로 올랐다. 커진 책을 보면서 들고 다니는 불편함을 생각해보고, 얄팍한 상술에 내 마음이 더 불편해진다. "내용이 증편된 것도 아니고 그저 책의 판 형태만 바꾸는 것인데 이렇게까지 해야하는가?"라는 불평이 입까지 나오지만 애써 꾹꾹 참아본다. 이렇게 해서라도 이 책이 절판되지 않고 계속 나온다면 그만한 불편과 언짢음이야 감수해야하지 않겠느냐는 생각 때문이다. 그 만큼 이 책은 성경을 이해하기 우히ㅏ여 정말 잘 만들어진 책이다. 지금까지 연구되어온(물론 이 책이 쓰여지던 1960년대까지지만) 신학적인 내용을 기초로 전문적으로 신학을 공부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도 성경에 관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성경에 대한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10년이 넘게 흘러 우연한 기회에 다시 읽어보게 되었지만 역시나 수작이다. 성경에 관하여 이 만한 책을 아직 찾아 볼 수 었는 것이 안타깝다면 안타깝달까?

  한국 기독교인들은 성경에 대하여 엄청난 애정을 가지고 있다. 성경에 신적인 권위까지 부여하여 때론 성경을 우상화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배가 아플 때 성경을 배 위에 올려 놓고 잔다는지, 머리가 아플 때 성경을 베고 잔다든지 하면 아픈 곳이 낫는다는 식의 말도 안되는 성경 이해를 가지고 있는 것이 한국 기독교인들이다. 어느 신학교에서는 하나님의 말씀이 땅에 떨어진다고 책의 터진 부분이 아래로 내려가지 않도록 들고 다닌다는 이야기도 있다.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은 예전에 교회 수련회를 갔다을 때의 일이다. 어디를 가면서 베개를 가지고 다니는 거추장스러움을 피하기 위하여 성경책에 수건을 깔고 베개를 대용으로 자고 있는데 한 사람이 오더니 나를 혼내는 것이었다. 전혀 일면식도 없었던 사람인데 대뜸 나를 혼내면서 하는 이야기가 어떻게 거룩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책을 베고 잘 수가 있냐는 것이다. 도무지 내 기준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쏟아내는 사람을 보면서 성경을 이렇게까지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국 교회에 가득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동시에 왜 저렇게 무식하게 생각하는 것일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한국 기독교인들은 성경책에 대한 신성화가 습관이 되어 있다. 그래서 성경책을 지독히도 안 읽는 사람도 성경책은 거룩한 책이라고 한다. 물론 거룩한 책이다. 그러나 이렇게 거룩한 책에도 번역상의 오류가 있고 서로 맞지 않는 역사관들이 양립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서는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성경에 대한 반론을 받게 되면 신앙을 포기하던지 반대로 독선이 되어 버린다. 세상과의 소통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자기만의 성에 갇혀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성경을 곧이곧대로 믿지도 않는다. 참 웃기는 일이 아니라 할 수 없다.

  나는 기회가 있는대로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성경도 사람이 기록한 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내가 기독교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기독교를 매우 사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성경은 그 자체로 신성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읽고 그 안에 감추어진 하나님의 말씀을 내가 듣고 삶이 바뀌어 가기 때문에 신성하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성경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책이 아니다. 전설처럼 에스겔이 하나님의 영에 사로잡혀 환상중에 40일동안 끊임없이 이야기하여 제자들이 받아적어 완성된 책이 아니다. 십계라는 영화에서처럼 번개가 쳐서 초자연적으로 기록한 것 또한 아니다. 인간의 역사 가운데에서 하나님을 만났던 사람들이 자신의 신앙고백을 기록한 책이다. 부디 이 책을 읽고 성경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갖는 이들이 늘어 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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