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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들의 제국주의 - 한.중.일을 위한 평화경제학 ㅣ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3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6월
평점 :
2004년 12월 8일 노무현 대통령 자이툰 부대를 방문하다.
매번 책을 읽고 서평을 쓸때마다 사진을 하나씩 찾아본다. 각 책의 내용을 단 하나의 컷으로 표시할 수 있는 사진을 찾아본다. 이 사진을 찾는 일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느 순간 보았던 기사를 떠올리기도 하고 이렇게 저렇게 신문 기사를 뒤지고 인터넷을 뒤지다가 간신히 하나식 찾아내곤 한다. 이 책을 읽고 사진을 찾는 일도 마찬가지로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 어려움의 성격은 지금까지와는 너무 다르다. 지금까지는 사진을 찾지 못하여 어려움을 겪었다면 이번에는 너무나 많은 사진 가운데 어느 것을 선별하느냐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 사회 속에는 제국주의를 닮아가려는 속성이 너무나 만연해 있다는 의미이다.
내 조국인 대한 민국은 참 묘한 구석이 있는 나라이다. 미국 사람들도 믿지않는 미국 정부를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나라이다. 아무리 국민들이 불안에 떨어도 미국 정부가 보증한다면 믿어야 한다, 쇠고기가 그렇게 걱정인데 된장 고추장은 어떻게 먹냐는 말을 아무런 고민도 없이 함부로 내뱉는 사람들이 이나라를 이끌어 가고 있는 실세들이다. 사회 개혁을 이야기하면 빨갱이로 몰아 붙이고, 빨갱이는 백주 대낮에 맞아 죽어도 상관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나라가 2008년의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복잡한 세계 전략과 군사 전략에 대한 이해도 없이 무조건적으로 미국은 6.25의 은인이라 말하는, 그러면서도 쓰러져가는 명나라의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명의 편에 섰다가 청나라에 침범당한 조상들의 무지몽매함을 한껏 비웃는 나라, 이것이 내가 살고 있는 21세기의 대한 민국이다. 너무나 미국을 사랑하시는 분들이 넘쳐난다. 이곳이 대한민국이 아닌 미국의 코리아주로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뒤틀린 시각이 아닐 것이다.
미국 닮기는 영화를 비롯한 문화와 패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교육을 비롯하여 경제, 군사 분야까지 온 분야를 두루 포함하고 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에게 있어서 미국은 신의 나라요, 자유주의 국가요, 닮고 싶은 모델이다. 지금까지 정권들은 이것들을 조용하게 숨겨왔지만 이명박 정부는 백주 대낮에 거리낌 없이 한다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이다. 오죽하면 워싱턴 포스트지에서 토니블레어를 제치고 이명박 대통령이 부시의 새로운 애완견이 되었다고 비꼬겠는가?
왜 그렇게도 미국을 닮고 싶어 하고 미국 없으면 죽는 줄 아는가? 대한민국 지도층들이 촌놈이기 때문이다. 촌놈이 서울 오면 서울의 번잡함에 압도되어 버리고 만다. 마찬가지로 촌놈인 한국의 지도층들이 미국을 가까이에서 보고 경험하게 되면서 미국에 압도되어 버렸다. 그 거대한 압도감에서 벗어나는 길은 최대한 미국을 닮아가는 것이다. 미국에게 숙이고 들어가는 것이다. 한미 군사동맹 강화라는 측면에서 미국이 돌려 주겠다는 전시작전권도 돌려받으면 안된다고 이야기하는 보수꼴통이 넘쳐나는 이유도 이것이 아니면 설명이 안된다. 미국과의 안보강화, FTA 타결을 위해서는 국민이 어찌 생각하든 쇠고기를 열어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기가막힌 생각을 대통령과 장관이 갖고 있는 것도 미국을 닮고 싶은 열망이 아니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미국에서 강력한 대선 후보인 오바마가 한미 FTA를 재협상하겠다고 외치는 마당에서도 부시 정권에서 FTA 인준이라는 장밋빛 꿈을 꾸는 정부를 바라보며 기가 차서 말이 안나온다. 그것이 던져주는 영향력을 제외하고 말이다.)
그렇다. 대한민국에는 미국 아니면 죽는 줄 아는 촌놈들이 넘쳐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을 닮고 싶어한다. 미제국주의를 닮고 그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한류 상품이라는 이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된 문화침략, 국익이라는 명목하에 평화재건의 기치를 걸고 파병된 자이툰 부대, 그리고 한나라당의 딴지 걸기에 대한 반격으로 급작스럽게 행해진 노무현 대통령의 자이툰 부대 방문. 이 모든 과정을 꼼꼼히 살펴본다면 우리는 이미 제국주의를 위한 첫발을 내딛고 있는 것이 나 다름이 없다. 제도뿐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마음에서도 말이다. 한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이 사진을 바라보면서 감격적인 눈물을 흘리거나 가슴이 뭉클해지지 않았었는가?
촌놈들의 제국 주의는 무척 슬플 수밖에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촌놈은 촌놈이다. 촌놈들만의 삶이 있다. 촌놈들의 삶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스스로 촌놈인 줄 모르고 미국을 닮고 싶어하는 갑제형님 같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일본과 중국에 대해서는 그렇게 강성으로 밀어 붙이면서도 이상하게 미국 앞에만 서면 왜 그리 작아지는 사람들이 많은지...
우리나라 지도층들이 분명히 알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국가는 미국보다는 일본과 중국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세계 10권의 군사 대국 가운데 3개가 몰려 있는(북한을 제외하고) 동북아에는 전쟁의 그림자가 가실 날이 없을 것이다. 미국 군산복함체들은 이러한 동북아의 위기를 적절히 조장하고 확대할 것이다.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 말이다.
이미 동북아는 제국주의의 발걸음을 내 딛기 시작했다. 중국 유학생들의 폭동, 일본의 독도 문제, 중국의 동북공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과 중국사이에서도 발생하는 문제가 한반도를 전쟁의 위기로 내 몰수도 있다. 게다가 북한이라는 변수가 있으니 전쟁의 위기는 더 커질 것이다. 만일 북한이 남한의 새로운 식민지로 전락해 버린다면 그 위험은 더 커질 것이다.
촌놈은 촌놈으로 좋다. 욕심을 조금 버리고 유유자적하며 살아가는 정다운 촌놈이 좋다. 욕심부려 제국주의를 닮아간다면 그 길은 결국 북한의 내 동포들을 동포가 아니라 착취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서울이 이미 지방에 해왔듯이. 향후 북한에 남한 사람들이 진출해 "지역경제를 위해 이렇게라도 땅 사주는 것을 고마워하라"는 이동관식의 발언을 거침없이 던질날이 오지 않을 거라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제국주의 노선, 강경주의 노선, 민족주의 노선에 침몰하지 말고 평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라. 무임 승차객들이 두려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
ps. 뭐랄까? 책이 너무 성의가 없달까? 왠지 그런 느낌을 받았다. 내 생각에는 1만원 정도의 가격을 받는 것이 적절하게 생각될 정도의 편집인데 1만 2천원이다. 이 페이스로 가면 우석훈 시 책에 대해서 반감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