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있으면 이사를 가야한다.
현재 살고 있는 집보다 좁다. 비록 집이 좁아지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는 생활 여건이 좋기에 기대를 하고 있는데, 아내가 옷을 정리하면서 한마디 한다.
"이사가기 전에 안보는 책들 정리해. 알라딘에 가서 팔아."
순간 멈칫한다. 이 책들을 어떻게 사모았는데. 어떻게 봤는데. 이런 마음에 야속한 생각도 든다. 비록 지금 다시 펴보지는 않는 책들도 많이 있지만 한권한권마다 손때가 묻어 있어서 정리한다는 것이 선뜻 내키지 않는다.
아직까지도 책을 읽는 속도보다는 사는 속도가 빠르다. 비록 애들이 커가면서 용돈이 줄어서 책을 사는 속도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아직은 사 놓은 책들만 읽어도 한동안은 버틸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책이 나오면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한다. 물론 아내가 책을 정리하라는 말을 야속해 하면서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다.
정말 이사가는 날, 혹은 임박해서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 때 생각해 보기로 한다. 분명한 것은 아직까지 책을 팔아 버린다는 것이 내게는 낯선 일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