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있으면 이사를 가야한다.

  현재 살고 있는 집보다 좁다. 비록 집이 좁아지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는 생활 여건이 좋기에 기대를 하고 있는데, 아내가 옷을 정리하면서 한마디 한다.

 

  "이사가기 전에 안보는 책들 정리해. 알라딘에 가서 팔아."

 

  순간 멈칫한다. 이 책들을 어떻게 사모았는데. 어떻게 봤는데. 이런 마음에 야속한 생각도 든다. 비록 지금 다시 펴보지는 않는 책들도 많이 있지만 한권한권마다 손때가 묻어 있어서 정리한다는 것이 선뜻 내키지 않는다.

 

  아직까지도 책을 읽는 속도보다는 사는 속도가 빠르다. 비록 애들이 커가면서 용돈이 줄어서 책을 사는 속도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아직은 사 놓은 책들만 읽어도 한동안은 버틸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책이 나오면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한다. 물론 아내가 책을 정리하라는 말을 야속해 하면서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다.

 

  정말 이사가는 날, 혹은 임박해서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 때 생각해 보기로 한다. 분명한 것은 아직까지 책을 팔아 버린다는 것이 내게는 낯선 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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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10-29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요즘 이북을 심각히 고려 중입니다.ㅎㅎㅎ 책이 자꾸 늘어나니...

saint236 2015-10-29 13:31   좋아요 0 | URL
전 책을 손으로 잡고 한장씩 넘기는 맛을 무시 못해서 이북으로는 아직 못가고 있습니다.

세실 2015-10-29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보는 책은 정리할 필요가 있기는 합니다만.......ㅎㅎ
저도 아직 책을 파는 일은 낯설어요.

saint236 2015-10-29 13:32   좋아요 0 | URL
평생 익숙해 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붉은돼지 2015-10-29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때는 책을 정리한다고 몇번 알라딘에 중고로 팔기도 하고 했는데요...
한번은 큰 맘 먹고 많이 팔았어요 2~3백만원 넘게 판 적도 있는데요..
요즘.... 그때 판 책을 다시 사고 있더라구요.ㅜㅜ
그래서 저는 앞으로는 책을 정리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머리 이고 있든,,엉덩이에 깔고 앉든간에 전부 끌어안고 가기로 했습니다.
역시 아내의 동의를 얻어내기가 최대 난관이죠 ^^;;;;

saint236 2015-10-29 13:33   좋아요 0 | URL
어떻게 해서든 구석구석에 숨겨 놓아야...할텐데 공간이 나올까가 고민입니다. 아내의 교육열 때문에 애들 책도 무시 못하거든요. 제가 보기에 애들책 정리하면 될 듯하지만 아내는 제 책을 정리할 생각을...쿨럭..

곰곰생각하는발 2015-10-29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팔면 엄청 후회합니다. 저 옛날에 낮술 마시고 갑자기 욱해서 오다가 아저씨 불러서 책장 가져가는 조건으로 책장 두 개에 꽂혔던 책 다 팔았는데, 그 돈으로 다시 술을....... 다음날 진짜 엄청 후회했습니다. 이중책장을 만들어보심이 어떻습니까... 에고고고....

saint236 2015-10-29 13:36   좋아요 0 | URL
이미 제 책장은 이중 책장입니다. 책꽂이가 조금 깊은 거라서 다본 책들은 안에, 안본 책들은 밖에 쌓아놓고 있는데, 아내가 이 사실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책상과 책장 구석구석 이중으로 잘 쌓아놓고 있는데 공간이 부족하네요. 저도 팔고 나면 후회할 것 같습니다.

만병통치약 2015-10-29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좋은 선례를 만드시면 안됩니다. 버티십시오!!! ^^ 불쌍한 우리 책덕후들.. 정부는 모든 책덕후들에게 이중책장을 보급하라!

saint236 2015-10-29 15:06   좋아요 0 | URL
제가 버티면 몇마디 잔소리하다가 말지요. 그래도 서운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stella.K 2015-10-29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주 좋아하는 책만 남겨두고 주민센터에 기증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이런 책을 내가 왜 읽었지 하는 책 있거든요.
그런 건 속아내야죠. 그러면서 좋은 책을 보는 안목은 더 높아진다.
뭐 이런 식으로 저 자신을 위로하며 내놓습니다.
좋은 책은 이 순간에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거든요.
아내님의 말에 너무 상처 받지 않으시길...

saint236 2015-10-29 15:0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책이 있지만 그런 책들은 어딘가에 박아 두거나 기회가 생기면 폐지 혹은 다른 사람을 주거나 그럽니다. 이미 그런 책들은 버리고 남아 있는 책들은 언젠가 한번은 다시 봐도 좋겠다 싶은 책들만 가지고 있습니다.

icaru 2015-10-29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어 하나하나가 절박하게 제 문제라서, 심하게 감정이입되네요.
저는 남편의 경고를 어떻게어떻게 지금껏 무시해오고 있는 중이었는데,,,, ㅜㅡ;;;
님의 심정보다 제가 더 설상가상인 것은 아이들 책도 정리 혹은 처분을 쉽게 못하겠는거죠..

saint236 2015-10-29 17:16   좋아요 0 | URL
아이들 책은 그래도 이제는 못 읽는 책들(어린 시절에 읽던 그림책)은 정리할 수 있을거 같아서요. 문제는 아이들도 절 닮아서 그런지 자기 물건들을 쌓아놓고 도무지 버리려고 하지 않네요. 몰래몰래 종이접기한 것들 버리는 중입니다.

cyrus 2015-10-29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팔아라... 애서가에 비수를 꽂는 잔인한 말입니다. ㅠㅠ

saint236 2015-10-29 17:17   좋아요 0 | URL
그냥 푸념한 말에 이렇게 댓글들이 달리니 과연 알라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으 파는 것이 아니라 쌓아놓는 물건이지요...

무스탕 2015-10-29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디너중 그런 고민 안 해도 되는 환경에서 맘껏 쟁여놓고 책 보시는분 얼마나 되겠어요?
님 맘이 내 맘이고 님 사정이 내 사정인게지요 ^^;;

saint236 2015-10-30 11:02   좋아요 0 | URL
글쎄 말입니다. 우리에게 맘껏 쟁여놓고 책을 볼 수 있는 자유를 달라...^^ 알라딘에서 이런 이벤트 하면 장난 아니겠네요. 호응이

yamoo 2015-10-30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내 분의 조용한 한 마디가 무섭네요...ㅋㅋㅋ
좀 심하게 화내면 세인트 님도 고민이 많이 되시겠습니다..ㅎㅎ

saint236 2015-10-30 11:02   좋아요 0 | URL
요즘 눈치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