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삼시세끼>가 인기가 있었다. 먹방의 인기를 타고 자급자족 유기농 라이프를 내세우며 모든 것을 손으로 직접 만들어 먹는다는 방송취지가 사람들에게 먹힌 것이다. 지금은 그 인기가 약간은 수그러든 느낌도 드는데 그 틈을 비집고 지금은 <백선생의 집밥>이 대세인 듯도 하다. 말해 의하면 해당 방송이 나가기 시작하면 그 다음 날 마트에 관련 상품이 동이 날 정도란다. 나도 언젠가 닭갈비 하는 것을 보고 그것을 그대로 따라해 본 적이 있다. 이렇게 <삼시세끼>는 그냥 보고 웃고 말지만 확실히 <백선생의 집밥>은 뭔가 따라해 보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그런데 <삼시세끼>도 그렇고, <집밥>도 그렇고,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남자들이 진행을 한다는 것이고, 그 하는 음식이 건강에 좋던지 말던지 중요하진 않고 일단 맛만 좋으면 좋다라는 주위라는 것이다. 그래서 두 방송을 보다면 남자들이 요리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긴 하지만 저대로 뒀다가는 건강은 장담 못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지난 주 금요일 <삼시세끼>만 보더라도 이선균이 콘버터를 만든다며 악마의 레시피를 공개를 했는데 정말 그것 하나가 5000칼로리는 족히 될만큼 그 양념이 장난이 아니었다. 물론 우리가 먹으면 매일 먹냐며 칼로리 신경 안 쓰고 먹는 음식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그 방송이 문제가 됐던 건 그들이 그것만 먹었던 것이 아니라 고기를 세 차롄가 궈 먹고, 콘버터를 먹은 후, 밥을 먹는다며 제육볶음과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를 먹었다는 것이다. 물론 남자의 위가 여자의 그것 보다 크긴 하겠지만, 한때 뭘 먹으면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을 돌아야 칼로리가 소모가 된다는 속설이 있었는데 내가 볼 때 그들이 먹은 건 49번하고도 반은 돌아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보고 있노라면 이게 진짜 유기농 라이프를  지향하고 있는 것 맞나 싶기도 하다. 물론 밭에다 옥수수와 각종 채소를 직접 심어 요리도 하고 장에 갔다 팔고 하는 걸 보면 유기농 라이프가 맞긴 하다. 하지만 그들의 먹는 것을 보면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아 보인다. 특히 매회 고기가 빠지지 않고,  MSG를 사용하느냐 안 하느냐로 옥신각신 하는데 그것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면 설탕도 쓰지 말아야 원칙일 것이다. MSG의 주원료가 사탕수수니 말이다.

 

그건 둘째치고 지방 섭취의 문제는 확실히 따져 볼 문제다. 물론 그들의 촬영은 2주의 한번씩 이루어지고, 집이 아닌 곳에서 지내다 보면 당연 고기가 당길 것이다. 먹방에서 고기가 빠진다면 채워 넣을 비주얼이 무엇이 있겠는가? 하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매일 고기만 먹는 것처럼 보인다. 더구나 이제는 콘버터 같은 국적불명의 악마의 레시피까지 등장했다. 그들이 추구하는 유기농 라이프에 맛은 있을지 몰라도 건강은 그다지 있어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과연 유기농 라이프가 맞는가? 건강도 생각하는 게 진정한 유기농 라이프는 아니겠는가? 그들의 열악한 주방시설은 60년 대고, 음식은 현대의 고도화된 지방식이다. 고지혈증의 승리가 눈앞에 보인다. 뭔가 언밸런스는 아닐까?

 

더구나 먹방이 그것만 아니고 보면 채널을 돌릴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하는 지방식들을 보면 먹고 싶은 충동은 수시로 일어난다. 물론 TV가 어느 한 가지만을 지향해 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한쪽에선 그렇게 먹방을 하고, 또 어느 한쪽에선 다이어트 내지는 건강을 내세운 방송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 돼지나 소의 사육을 지금 보다 얼마를 줄이면 지구도 살리고 건강도 증진이 된다. 물론 우리가 고기를 아주 안 먹을 수는 없겠지만 문제는 너무 많이 먹는다는 것에 있지 않은가? 우리가 방송에서 흡연 장면을 없앴던 것처럼 언젠가는 지방 섭취 장면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당분간이면 모르되 남자들에게 요리하는 칼자루는 맡기지 않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여자들은 가족의 건강을 생각해 요모조모 따지지만 남자들은 오로지 맛만을 위해 요리를 한다면 말이다. 언젠가는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넘어간 요리하는 칼자루를 되찾아야 할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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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8-24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버지 같은 경우에는 기름지고 튀긴 음식을 좋아해요. 반대로 어머니는 짜고, 지방이 있는 음식을 되도록 입에 안 대려고 해요. 두 분 다 식성이 많이 차이가 나요. 그래서 아버지가 고기를 구우면 고기가 약간 탈 정도로 바짝 굽고, 어머니는 타는 고기를 싫어해요. 만두 요리할 때도 갈라져요. 아버지는 군만두, 어머니는 찐만두를 좋아해요. 저도 건강에 중점을 두는 어머니 식습관을 존중해서 만약에 제가 요리를 한다면 짜게, 기름지게 음식을 만들지 않을 거예요.

stella.K 2015-08-24 19:04   좋아요 0 | URL
ㅎㅎ 너넨 식사할 때마도 고민이 많겠다.
하긴 우리 부모님도 그렇긴 했어.
나의 돌아가신 아버지는 생선을 좋아하셨지.
그에 비해 엄마는 비릿한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하지만 엄마는 당신은 안 잡숴도 아버지가 잡숩겠다면
그때 그때 대령을 하곤 했지.
서로 그렇게 달라야 균형이 맞기도 할 거야.

하긴 뭐, 남자라고 다 그렇게 먹는 건 아니겠지.
여자들 중에도 문제적 식성을 가진 사람도 있을 거야.
편견일수도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거고
아무래도 주부들은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는 내무부장관이 많잖아.
좋은 습관이다. 그런데 요리는 아직 만들어 보진 않았군.
한번 해 봐. 요즘 이것도 본능이겠다 싶다.ㅋ

yureka01 2015-08-26 0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기농 라이프도 백선생도 온통 먹는데만 올인하는게 ㅎㅎㅎㅎ 어떻게 읽는데 올인 프로그램이 하나도 없는 이유랑 맥이 닿더군요.ㅋㅋㅋ

stella.K 2015-08-26 12:12   좋아요 0 | URL
정말 하도 봐서 그런지 저도 진작 셰프나 돼 볼 걸
그랬다 싶더라니까요.ㅎㅎ

페크pek0501 2015-08-26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리가 취미인 남자와 사는 여자는 좋을 것 같아요. 남이 해 주는 음식이 맛있잖아요.
이제 부엌 담당은 여자다, 라는 시대는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남녀를 불문하고 자기 입에 들어가는 것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하는 게 맞는 것 같고요.
만약 음식을 전혀 할 줄 몰라서 외출한 아내가 돌아올 때까지 굶고 있는 남편이라면
매력 없어요. 거기에다가 굶었다고 화까지 내겠지요.
음식을 해서 먹고 아내에게 줄 음식까지 남겨 놔야 매력 있죠.

오로지 맛만을 위한 요리는 저도 반대예요...

stella.K 2015-08-27 11:27   좋아요 0 | URL
그럼요. 사람은 언제 혼자될지 몰라요.
남자들도 요리를 해야해요.
아내에게 줄 음식을 남겨두는 건 기본이죠.
안 그러면 소박 맞습니다. 요즘이 어떤 시덴데...ㅋㅋ

yamoo 2015-08-30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요즘 케이블 티브에서 하는 먹방들 죄다 싫습니다. 동물 나오는 것두 싫고 슈퍼맨이 돌아왔단가...뭐 그런 것도 싫고 복면가왕도 싫고...드라마도 싫고....여튼 볼게 없습니다. 그나마 강적들 세바퀴 호박씨 정도의 토크쇼 비스무리한 프로가 좋습니다. 먹방이라도 수요미식회 정도 되면 괜찮을 듯해요...여튼 저는 확실히 기호가 대중적이지 않나 봅니다. 다 좋아하는 프로를 극도로 싫어하니 말입니다..ㅎ 개그 프로그램도 안보니..

stella.K 2015-08-30 19:15   좋아요 0 | URL
ㅎㅎ 저랑 정말 취향이 비슷한 것 같아요.
저도 개그는 아주 가끔 보면 재밌는데 대체로 안 보죠.
삼시세끼는 저도 질려서 더 이상 안 봅니다.
수요미식회는 약간의 교양이 함께 하는 것 같아서 관심은 갑니다.
전 토크쇼는 말장난이 심한 것 같아 잘 안 보죠.
드라마는 아주 끌리는 몇 편은 보고 있죠. 저는 <심야식당> 한국판도
상당히 좋은 것 같더라구요.
이러면 제가 야무님과 취향이 좀 다르긴 하네요.ㅎㅎ
 
곁에 두고 읽는 니체 곁에 두고 읽는 시리즈 1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정은 옮김 / 홍익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니체의 <짜라투라투스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은 건 십대 말이었다. 뭘 알아서 읽었던 건 아니고, 어찌나 어렵고 난해 하던지  그냥 나도 그 책을 읽었다는 이름 하나 짓고 싶어서 였던 것 같다. 말하자면 나이에 맞지 않은 지적 허영. 하지만 그 책을 읽고 내가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면 내가 이해 할 수 없는 책은 그것이 아무리 좋은 책이어도 무익한 것이 아닐까 하는 회의 정도였다. 즉 책의 수준에 나를 맞추다 열등감을 느끼기 보다, 이렇게 어려워 읽은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라면 그 저자를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어쨌든 별로 유익한 책을 쓴 건 아닐 것이라고 자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책을 읽은지 얼마 안 되서 니체는 기독교에선 거의 적그리스도로 매도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것은 바로 '신은 죽었다'라고 했던 니체의 말 때문이었다. 또한 내가 그 책을 읽었던 80년 대는 한창 우리나라  기독교 부흥기를 맞이했던 때였다. 그러니 니체의 그 말이 얼마나 가당치 않게 들렸겠는가. 신은 이렇게 살아 계셔서 성령의 은혜를 폭포수와 같이 부어주고 계시는데 신이 죽었다니!  그건 신성모독이었던 것이다. 그러자 나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그래 뭐, 니체 아저씨는 시대를 잘못 만나 적그리스도로 매도 됐다고 쳐도 철학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니체가 이단의 수괴었다면 그렇게까지 고민하진 않았을 것이다. 분명 철학잔데 철학이란 학문은 신에게 배치되는 학문일까? 물론 철학이란 학문이 어렵기도 하겠지만 내가 믿는 신과 배치된다면 난 철학같은 건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우스운 생각이긴 하지만 이건 확실히 (적어도 그때의)철학과 기독교가 잘못한 바가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다양성이 결여된 시대이기도 했다. 이것 아니면 저것이었고, 권위의 시대였다. 한 번 그런 식으로 매도가 되면 영원히 낙인된 것처럼 인식이 되던 시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 날 어떠한 학설이나 사고가 재해석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렇다면 니체 역시 마찬가지다. 무조건 적그리스도라고 매도하기 보다 철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왜 그가 그렇게 얘기를 했어야 했는지를 알아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래야 그의 나머지가 그 말 때문에 사장되지 않고 후세에도 전해질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   

 

그가 그렇게 외쳤던 건 1800년 대 기독교적 윤리관은 지나치게 내세만을 강조했기 때문이었다. 그 보다 현재를 온전히 살게 하는 진리와 선, 그리고 도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오늘 날 그의 말은 기독교에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납득이 가능한 말이다. 기독교가 발전되어 온 발자취가 그렇지 않은가? 내세만 강조하고 기복의 잔재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사관이 기독교의 질을 떨어 트려왔던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또 다른 기독교 진영에선 새로운 각성을 촉구하기도 하고 그것은 니체가 주장하는 것과 일맥 상통하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니체가 적그리스도가 아니라 그런 각성의 촉구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떨치지 못한 1800년 대식 기독교가 적그리스도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러니까 더 정확히는 신이 죽은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죽였다고 해야 옳은 것은 아닐까.

그런 점에서 니체가 그렇게 웅변했던 것은 오히려 감사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철학계의 책임이 아주 없다고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철학은 철학대로 어찌나 어렵고 까탈스러운지.도무지 상아탑에 갇혀서 나올 줄을 모른다. 그래서 권위는 있을지 모르나 대중과 소통할 줄 모르고 학문으로 전락한 것도 사실 아닌가. 물론 그나마 요즘엔 대중과 눈높이를 같이 하는 노력들을 많이 해서 다행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에 대한 일환으로 이런 책도 나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냥 에세이집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것도 니체의 아폴리즘을 인용한 에세이 말이다. 저자는 정말 니체를 사랑하는 것 같다. 나는 솔직히 <짜라투라투스는 이렇게 말했다>를 하도 어렵게 읽어 그후 지금까지 니체를 읽어 볼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그의 책에서의 잠언을 인용해 저자 특유의 생각을 자유자제로 풀어 쓰고 있다. 결국 읽으면서 니체가  새롭게 보인다.

 

특히 니체가 불행한 삶을 살았던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의 정신까지 불행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항상 향상심을 독려했고,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인 삶을 살도록 요구했다. 그런데 그런 그가 과연 그렇게 말하는 게 타당한가 의문스럽기도 했다. 뭔가 모순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내 맞겠다 싶기도 하다. 누구나 고난을 겪으면 그 삶은 더 단단해지고 깊어지는 법이다. 더구나 그는 철학자다. 얼마나 깊은 고독 속에서 그런 잠언을 끌어 올렸겠는가? 그러므로 고독을 두려워 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식하지는 마라. 항상 편안하고 만족스런 삶을 살아 온 사람에게선 결코 얻을 수 없는 인간 심연 깊은 곳을 그는 이미 여행하고 그 같이 설파했다.

 

그의 삶을 보면 왠지 반 고흐의 삶과도 닮았다는 느낌든다. 특히 그렇게 많은 저작을 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당대에서는 빛을 보지 못하다가 그의 사후에 조명을 받았다고 하니 더욱 그렇지 않은가.

 

처음엔 에세이라고는 하지만 뭔가 자기계발류의 느낌도 없지는 않다. 하긴, 심리학이 자기계발에서도 쓰이고 있으니 철학이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저자가 확실히 좀 박식해 보인다. 니체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지식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어 니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겐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만큼 쉽게 쓰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고. 하지만 이런 책은 그야말로 입문을 위한 책일뿐 이왕 니체에 빠져 보겠다면 그의 저작물 내지는 그의 사상을 다룬 책을 읽어야 진짜 읽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딱 그만큼의 책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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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8-22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 고흐와 니체가 서로 은근히 닮은 점이 있어요. 일단 두 사람 다 수염이 있죠. 아버지가 목사에요. 독신으로 살다가 죽었고, 정신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어요. 매독에 걸려서 고생했어요. 고흐의 남동생이 형의 그림과 편지를 정리했고, 니체의 여동생이 오빠의 저작물을 관리, 편집했어요.

stella.K 2015-08-23 09:34   좋아요 0 | URL
완전 평행이론이군!ㅎㅎ

yureka01 2015-08-26 0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니체의 여자들도 한번 보세요.재미난 슬픈 사랑들...

stella.K 2015-08-26 12:10   좋아요 0 | URL
앗, 그런 책이 있습니까?
니체가 루 살로메를 좋아했다 요즘 시쳇말로 까였다는
말은 들어서 알고 있는데 말이죠.
읽어 봐고 싶단 생각이 불끈 드네요.ㅋ
 

어제 엄마의 대장암 수술이 있었다. 다행히도 수술이 잘 끝나서 지금은 일반병동에서 회복중에 계시다.

 

요즘은 진짜 의술이 좋아졌는지 사람들은 대장암을 이제 예사로 알고 있다. 뭐 맹장수술과 동급쯤이라고 하면 좀 심한 표현이려나? 그것을 몰랐을 땐 걱정이 한가득이었는데 대장암 수술을 받고도 오래 장수하시는 어르신들이 많다는 말을 들으니 일단은 마음이 놓였다. 특히 병력이 있거나 따로 먹고 있는 약이 없으면 예후는 더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크게 염려 하지 않아도 된다고 사람들 저마다 입을 모은다. 다행히도 엄마는 노인이라고 해도 건강하게 지내왔던 분이라 예후가 좋을 거라고 했다. 오죽하면 동생의 친구가 의산데 폐의 경우 자신 보다 엄마가 더 좋다며 추켜세운다. 그렇다면 뭐 크게 문제 없겠다 싶었다.

 

참고로 엄마는 대장암 3기라고 한다. 모르면 언제 3기까지 갔다 싶기도 하겠지만, 내가 아는 지인의 아버지는 2기인데도 다른 장기에 까지 전이가 된 것은 물론이고, 2기하고도 여러 갈래가 있어 다루기가 까다로워 의사들은 그럴 바엔 차라리 아예 3기가 낫다고 했단다. 

 

게다가 대장암이나 위암의 수술 성공율은 우리나라가 세계 탑이라고 하니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 법도 한데 막상 수술 당일이 되고 엄마가 수술실에 들어갔다는 연락을 받았을 땐 걱정이 안 될래야 안 될 수가 없다. 수술 전날 저녁 엄마에게 전화해 "엄마, 고난 속에 흔들리지 않는 게 진짜 믿음이야. 사람들은 신앙생활 잘 하면 하나님이 건강 축복 주신다고 하지만 그건 반쪽짜리 신앙이고 미신이야. 그러니까 담대한 마음으로 수술 받아. 알았지?" 하며 엄마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 드렸지만 그건 실은 나에게 하는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겁 먹을수록 겁 먹지 않은 척 일부러 오버하는 기합 같은 거 말이다. 그런데 고난이 믿음을 강하게 하긴 하는 모양이다. 몇 수십 년 동안 하지 않았던 아침 금식(아침을 금식하며 기도하는 것)도 이틀 동안이나 했다.

 

의사는 수술은 보통 2시간 정도고 그 보다 더 소요될 수도 있다고 했단다. 엄마는 혹이 커서 복강경으로 할지 개복으로 할지는 수술 시작하면서 결정하겠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간에도 전이가 된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절제가 필요할 것이라고도 했다. 

 

수술이 시작되고 나의 기도도 시작됐다. 그 두 시간 남짓 동안 내가 망부석이 되어 줄창 기도만 했을 리는 없다. 우리네 엄마들 입시 날만 되면 교회고, 절이고 자녀들이 시험 끝날 때까지 줄창 기도한다던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신기할 뿐이다. 어쨌든 그동안 기도했다, 누웠다, 아주 잠깐 잠이 들었다 하면서 참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앞서 말한 지인은 아버지를 수술실에 들여보내놓고 어떤 마음이었을까? 나의 또 다른 지인은 몇 년 전 겨우 위암 1기였는데도 하나 있는 딸 걱정에 수술 전날까지도 딸에게 여러 가지 유언 같은 당부를 했다고 한다. 특히 나도 10살 때 어쩔 수 없이 수술실에 들어갔어야만 했는데 나를 그곳에 들여보내놓고 엄마와 아버지 마음이 딱 지금의 내 마음 같았겠구나 싶으니 짠했다. 또한 나는 평소 누가 나에게 기도 부탁을 하면 얼마나 성심껏 기도를 잘 했을까 반성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엄마가 아프고 수술을 받게 되니 여기저기 기도 부탁하는 내가 참 부끄럽게도 느껴졌다.

 

예상 소요시간을 훨씬 초과했는데도 병원을 지키고 있는 동생으로부터 이렇다할 연락을 받지 못하자 안절부절이 됐다. 뭔가 잘 못된 건 아닐까? 집도의가 힘든 수술이 될 수도 있다고 겁주던데 정말 그런 상황인 건가? 벼라별 걱정이 다 돼 갈수록 기운이 빠져 점심을 먹을수가 없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먹는 수 밖에. 오죽했으면 먹는 중에 동생으로부터 불미스런 소식을 듣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하며 먹었을까? 그랬다면 그 먹는 것이 목구멍에 걸려 넘어가지도 내뱉지도 못하고 었겠지.

 

그런데 수술을 시작한지 4시간 가까이 되었을 때쯤 동생으로부터 참으로 다행한 소식이 들렸다. 엄마는 개복없이 복강경 수술로 수술을 마쳤으며, 무엇보다 간에는 전이가 되지 않아 그대로 뒀다고. 그리고 다른 몇 마디의 말도 덧붙였는데 종합해 보면 엄마는 아주 무난하고도 양호하게 그리고 생각 보다 일찍 수술을 마쳤다는 것이다. 그 소식을 듣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찌나 신경이 곤두섰던지 긴장이 풀리자 잠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이제 엄마는 회복하는 일만 남았다. 혹시 몸에 남아 있을지 모를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한 달 후 정도부턴 항암치료를 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환자의 나이와 건강상태를 고려해 생각보다 심하지는 않을 거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의사에게 당신이 만일 암에 걸리면 항암치료를 받겠냐고 하면 열의 아홉은 받지 않겠다고 하면서 왜 일반환자들에겐 이것을 하는지 모르겠다.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르랬다고 병원에 들어 온 이상 병원의 치료법을 따를 수 밖에 없는 것이 관례라는 것이 좀 씁쓸하다. 엄마는 바로 이것이 싫어서 병원을 안 가려고 그토록 버텼던 건데 한번 들어 온 이상 짜여진 프로그램에 의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게 마음이 편치가 않다. 단지 내가 처음 들었던대로 대장암은 예후가 좋아 수술 받고도 오래 장수하는 노인이 많다 말 하나 위안을 삼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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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08-21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으로 다행이고 반가운 소식입니다!!
어머님께서 잘 회복하시길 함께 기도드리겠습니다~*^^*
스텔라님께서도 애 많이 쓰셨구요..

stella.K 2015-08-21 14:49   좋아요 0 | URL
아, 애플님! 잘 지내시죠?
네. 저의 어머니 회복 잘 하실 겁니다.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cyrus 2015-08-21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읽어보면 저자가 환자의 병을 무조건 치료하려고만 생각하는 의료인의 태도를 비판해요. 저자는 의사 출신이에요. 환자가 질병의 고통과 언젠가는 다가올 죽음의 공포를 잊을 수 있도록 그들의 말을 들어주고, 심리적으로 안정시켜주는 것이 중요해요.

stella.K 2015-08-21 18:13   좋아요 0 | URL
그런게 정말 필요한데 의사들은 너무 바빠서 그렇게 안 하잖아.
그렇다고 각 과마다 상담사를 따로 두는 것도 아닐테고.
호스피스 정도가 전부 아니겠니?
지금으로선 병원에서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정도야.
새들은 어디서 죽는지를 모르잖아. 나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살아 있는 사람들한테 잔인한 건가?ㅎㅎ

붉은돼지 2015-08-21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힘내세요!!!
어머님께서 빨리 쾌차하시길 기원합니다^^

stella.K 2015-08-22 10:56   좋아요 0 | URL
네. 고맙습니다.^^

hnine 2015-08-21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장암 3기셨군요. 이젠 수술 받으셨으니 더 이상 아니실거예요!
조금 아까 우연히 TV를 켜니 EBS에서 대장암에 대한 것을 하더라고요. 대장을 1.5m나 절제해내고도 회복되어 잘 지내고 계신 분이 나오셨어요.
수술이 끝나기까지 4시간이나 기다리시며 그 심정이 어떠셨을까요 ㅠㅠ
stella님은 열살 어린 나이에 수술실에 들어가신 경험이 있으셨다니, 에효...
한달 후 항암치료 들어가기 전까지 충분한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잘 견디셔야하니까.
어머님을 위해서, 그리고 stella님을 위해서도, 꼭 회복하시기를 기도드릴께요.

stella.K 2015-08-22 11:04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가 대장암 치료 성공율이 높다는 건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저의 엄마도 생각 보다 종양의 크기가 크다고 하는데
다행히 잘 제거가 됐다고 해서 일단 한시름 놓았습니다.
이제 잘 회복하시는 일만 남은 거죠.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h님.^^

페크pek0501 2015-08-22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큰일을 겪으셨군요.
큰일은 이미 지나갔고 앞으로는 회복하실 일만 남았다니 얼마나 다행스런 일입니까.
어머님도 스텔라 님도 고생 많으셨어요. 함께 기도하는 마음을 갖겠습니다.

stella.K 2015-08-22 11:23   좋아요 0 | URL
십년감수한 느낌이어요.
뭐든 남의 일은 쉽고 내 일은 어려운가 봅니다.
비교적 쉬운 암이라는데도 저는 왜 그리도 긴장이 되고 걱정이
되던지 동생한테서 수술 잘 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구요. 수퍼스타 K 1등 먹은 기분을 이에 비하겠습니까?ㅎㅎ

책읽는나무 2015-08-23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의 수술 잘되신 것 정말 다행입니다 더불어 회복도 빨리 잘되시길 바랍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stella.K 2015-08-24 11:36   좋아요 0 | URL
아, 책나무님 잘 지내시죠?
그렇지 않아도 어머니 수술 이후 어제 처음 병원엘
다녀왔는데 회복이 순조로운 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응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yureka01 2015-08-26 0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부디 쾌차 하시길...저도 기도 할께요.....

stella.K 2015-08-26 12:1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한동안 문학에 그렇게도 구애를 퍼부었던 나도 어느 순간 시들해짐을 넘어 아예 냉담해지기까지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된 원인엔 적어도 나에게 3 가지 악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건 그토록 좋아했던 국어 선생님의 결혼과 교지에 내 글이 실리지 않은 것,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을 겨냥한 한 발의 총성과 함께 시작된 민주화 항쟁이 그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별 이유 같지 않은 이유다. 국어 선생님 같은 경우 그 분의 결혼에 미련 같은 게 남아 있을 리 없다. 물론 잠시 아쉽긴 했지만 곧 선생님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렸고 오히려 이런 내가 대견하기까지 했다. 솔직히 실연 당한 사람들 마음 아프다고 질질거리고 추태 부리고 하던데 솔직히 나도 그렇게 되면 어쩌나 했는데 의외로 덤덤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1]

또한 내 글이 교지에 실리지 않은 건 좀 아쉽고, 충격적이긴 했지만 어차피 작가가 되는 건 장기전이고 결국 나이 먹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미리부터 낙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2] 하지만 그 시대가 나의 작가의 꿈을 앗아갔다는 건 부인할 수 업을 것 같았다 

TV나 신문은 연일 시위와 군부독재를 타도하는 소식으로 들끓었고 나는 그게 남의 일인 양 바라보고 있을 때가 많았다. 그 시절 나의 아버지 같은 기성 세대는 요즘 젊은이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시위한다고 못 마땅해 했다. 정치는 정치인이 하고, 군인은 나라 잘 지키면 되는 것이고, 장사꾼은 장사나 잘하면 되는 것처럼 학생은 그저 공부나 잘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시대의 기성세대들은 결코 범상치 않은 시대를 거치며 살아왔다. 나라가 하나되지 못하고 갈라진 것은 유감이긴 하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좀 전쟁의 불안에서 벗어나 안정되게 살 수만 있다면 그도 다행이겠다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박정희 대통령 같은 힘 있는 사람이 이 불안한 휴전의 시대를 버텨줄 수만 있다면 그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가 이루어 놓은 게 좀 많은가? 무엇보다도 잿더미 같았던 남한의 땅을 이만큼 발전시켜 놓은 건 그의 힘이었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기성 세대들은 잘 몰랐을 것이다. 진정한 자유가 무엇이고 다양성이 공존한다는 것이 뭔지를. 워낙 수직적이고 전통적 가치관에 길들여져 왔을 뿐만 아니라 못 먹고 못 살던 시절이었으니 따숩게 밥 먹고 잠자는 것 외에 그것 너머의 자유가 허락될 거라고 누가 감히 상상하겠는가? 때문에 그 시절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하는 건 기성 세대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들의 옷과 먹을 것 등록금이 어디서 나온 건데, 다 땅 팔고, 소 팔고, 기계 기름칠해 돌려 가며 번 돈 아니겠는가? 그런 피 같은 돈과 정력을 학교에 바치지 못하고 시위현장에 바치고 있으니 통탄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도 기억이 나는 건 집 앞에서 교회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하는데 하필 시위가 일어났다. 이상한 일이었다. 보통 대학생 시위는 대학가 같은 번화한 곳에서 할 텐데 그런 곳과 한참 떨어진 시장 앞 도로변에서 시위를 하다니.

그 때문일까? 나는 한참 만에 목적지까지 가는 버스를 탔지만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마침 버스 안에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어떤 아저씨 둘이 서로 초면에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물론 그들은 버스 안에서 창문을 통해 바깥의 상황을 보고 같은 마음이 되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시사 논평에 밝은 사람들 아닌가?

그런데 그 광경이 나에게 너무나 극명해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누가 더 자유로운 사람이었을까? 버스라는 우리 안에 갇혀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며 한담을 나눴던 그들이었을까? 아니면 대학이란 상아탑 안에 갇혀 있는다는 것이 위선이라고 생각해 저렇게 거리에 쏟아져 나와 행진을 했던 것이 자유였을까?    

어쨌든 그들은 어쩌면 그리도 이야기가 잘 통하는 사이가 되어버렸는지 나도 보면서 신기할 정도였다. 저 나이쯤 되면 저렇게 이물 없이 낯선 사람과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인가? 그들의 호방함에 나의 소심한 성격이 유난히 쪼그라드는 느낌도 들었다.

다행히도 길은 얼마 만에 뚫렸고, 그들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한쪽이 먼저 목적지에 이르자 그 동안 말 벗이 되어준 것이 고마웠던지 상대 남자에게 어디까지 가시는지 모르겠지만 안녕히 가시라고 먼저 인사를 했고, 상대 역시 답례 인사를 하고 헤어지는 것이었다.  

그렇게 80년 대는 서로 모르는 사이도 금방 공감대를 형성하고 친해질 수 있는 사이로 만드는 처절한 세대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 문학은 어디로 갔던 것일까? 그렇게 민주화로 인해 촉발된 문학은 온통 참여문학 일색아니었던가? 그래서 문학이 그런 것이어야 한다면 나는 문학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있어 문학은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것이고, 천일야화 같은 상상력의 본체 같은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 옛날 선생님으로부터 요셉 이야기를 듣고 이 세상 어디엔가 요셉은 존재하지 않을까란 희망을 가지고 살았던 것처럼 말이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문학은 그렇게 상상력과 별을 쫓는 모험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별이 손에 닿지 않는다고 별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것 처럼 문학을 하는 작가는 그렇게 불가능한 것이 가능한 것인 양 독자에게 끊임없이 상상력을 불어 넣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척박한 세상이 되어버린 현실에 기름이라도 붓겠다는 것인가?

그렇게 끊임없이 상상력을 퍼 올려야 하는 문학이 고작 현실과 야합(?)해서 참여문학이란 그때까지 듣도 보도 못한 이름으로 나온 것에 나는 적잖이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어쩌자고 그 시대의 작가들은 하나 같이 현실을 비판하는 글만 써 댔던 것일까? 이렇게 척박한 세상일수록 누군가는 계속 상상력 가득한 글을 써야 하는 것 아닌가? 이대로 한 세대만 지나면 문학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문학을 멀리했던 이유가 정말 이런 이유에서일까에 확신이 없었다. 문학에 대한 내 관심 자체가 시들했던 건 아닐까? 그것을 그렇게 참여문학에 덮어 씌웠던 것은 아닌지. 무엇보다 우리가 왜 소설을 읽어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는 것이다. 이것은 지난 사춘기 시절, 인간은 어차피 죽을 건데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나의 염세주의적 사고방식과 맥락을 같이 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소설의 일회성이 나의 이런 생각을 더 부추겼다. 한 번 읽고 마는 소설에 기꺼이 돈을 지불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더구나 그 시대의 문학은 돈 내고 사 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 역시 이 돈 안 되는 일에 나 자신을 투신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혼자 문학을 떠났던 것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세월이 한참 흐른 요즘에 와 드는 생각은 그 시절이 척박했다고 과연 문학이 문학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그것을 어디서 알 수 있느냐면, 나는 1982년부터 내가 완독한 책을 기록하는 손바닥만한 노트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지금도 아주 가끔 들여다 보는 때가 있다(사실 내가 이 노트를 아직까지도 가지고 있을 거라곤 나 자신도 몰랐다. 잃어버리려면 충분히 잃어버릴 수도 있었던 건데 말이다). 그것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이런 책을 읽었던가?’ 조금 놀라기도 하고, 그 책을 읽은 건 확실히 기억이 나는데 내용이 뭔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 책도 있다. 그렇다면 그런 책들은 언제고 날 잡아서 다시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또한 문학은 항상 보면 그 시대를 풍미하거나 대표하는 작가와 작품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참여문학이던 아니든 간에 말이다. 나는 또 문학에 애도를 표한다고 해 놓고 그 작가들의 작품을 야금야금 읽고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면, 당시 문학계는 수필이 강세를 보였는데, 여류 수필가로 신달자와 유안진이, 남자로는 철학자 김형석과 안병욱이 쌍벽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들의 작품 한 두 권쯤은 다 읽었다독보적 지성으로는 이어령 교수가 있었고, 소설로는 박경리 선생과 박완서 선생이 있었다. 이들의 책 역시 난 몇 년간에 걸쳐 서너 권 이상은 읽었다.  

또한 외국 작가로는 <빙점>으로 유명한 미우라 아야꼬 씨의 책들을 좋아했는데, 그녀가 구사하는 작품의 정서가 우리나라의 그것과 흡사해 좋아했다. 무엇보다 나는 그녀가 쓰는 작품마다 기독교 작가로서 그 특유의 영성이 돋보여 좋아했다.

서양 작가로는 가톨릭 작가로 유명한 A. J 크로닌의 작품을 좋아했다.

의 작품을 알게 된 계기는 사실 난 교회를 다니기 전 성당엘 잠시 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영세(세례)를 받을 때 나의 대모[3]에게 그의 책 <인생의 도상에서>란 책을 다른 책과 함께 축하 선물로 받았었다. 그런데 아무리 뚝배기 보다 장맛이라고 하지만 판형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활자가 작은 편이어서 당장 읽을 맛이 나질 않았다. 그렇게 몇 년간 내 방 책장에 꽂혀 있었는데 우연히 어떤가 싶어 뽑아서 한 두 장 읽기 시작했는데 그게 또 의외로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후 그의 책을 생각 외로 많이 읽었다.

그때 이미 나의 신앙은 가톨릭에서 기독교로 옮긴 상태였는데, 좀 웃긴 것은 그렇게 미우라 아야꼬와 크로닌의 작품들을 읽어서일까? 내친김에 아예 종교 문학에 발을 디뎌 볼 생각으로 집에서 한 정거장 정도 떨어진 곳 신사역 가는 길에 기독교 서점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에 가면 기독교 문학에 관한 책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어느 날 마음 먹고  갔다.

처음으로 가 본 그곳은 내가 찾던 기독교 문학 책은 그다지 있어 보이진 않았고, 주로 신학이나 신앙 서적을 팔고 있었다. 조금 실망은 했지만 이대로 나오기가 뭐해 용기를 내 그곳 주인에게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이 있냐고 물어 보았다.

그 무렵 이문열의 책들이 문학계를 주름잡고 있었다. 내가 알기론 그가 이전에도 책을 내긴 했지만 이 책에서야 비로소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내가 그 책을 찾았을 싯점은 그나마 그 인기가 한풀 꺾인 때였다. 그렇게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았지만 그 서점에 들어 온 이상 그 책이라도 사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말하는 순간 내가 뭔가를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그 책을 이런 기독교 서점에서 찾고 있는 건지 순간 아찔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나는 그때까지 그 책이 기독교 문학인 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던 것이다. 그동안 그렇게 서점을 기웃거리고 다녔으면서 하필 여기 와 그런 실수를 하다니? 그래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나 주워 담을 수도 없고 그냥 모른 척 주인이 어떻게 나오나 지켜 보는 수 밖에.

그런데 의외로 나를 대하는 주인과 그 친구의 태도가 참 마음에 들었다. 보통은 왜 그런 책을 여기서 찾나 의아해 할 수도 었을 텐데 다소 얼떨떨한 표정 지으며 그들은 내가 찾는 책에 대해 진지하게 의견을 나누는 것이었다. 이마에 내천 자까지 그리면서. 그리고는 그거 소설책 아니냐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이었다. 그제야 그들은 어떠한 결론에 도달한 듯 주인이 그건 여기엔 없으며 일반 서점에 가보라고 말해주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들도 그 유명한 책을 읽지 않은 것이다. 아무리 베스트셀러여도 그렇게 안 읽은 사람도 못지 않게 많다는 얘기다. 

나는 그런 그들의 진지함이 왠지 착해 보여 좋았다. 자칫 무안해질 수도 있는 상황을 그들은 직감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이런 손님을 진지하게 대해주니 오히려 고마울 정도였다.[4]

그리고 나는 그 후 그들의 말대로 그 책을 단골 서점에서 사 읽었고, 그 책이 문학으로는 잘 쓴 작품이긴 하지만 기독교 문학과는 전혀 상관 없는 책이라는 걸 확실히 알았다.

그 밖에도 80년대엔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이나 황인경의 <소설 목민심서> 같은 역사 소설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면서 나 역시 역사소설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바로 이런 책들이 시대의 질곡과 상관없이 80년 대를 대표하는 책들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무슨 근거로 80년 대는 문학적 상상력이 부재한 시대라고 단언하고 조용히 안녕을 고하려고 했던 걸까?

그런데도 80년 대를 생각하면 그 시절 내가 읽어 온 책들 보다는<해방 전후사의 인식>의 인식이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등과 함께 이념 서적들을 떠올리게 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누구는 문학을 함에 있어서 그 시대의 사회성과 참여정신을 닮지 못해 괴로워했는지 모르겠다. 문학의 길은 의외로 넓고 깊다. 

시대에 저항하는 문학을 하는 것이 문학하는 자의 자세인지 아니면 그것과 상관없이 문학 그 자체의 길을 도도하게 가는 것이 옳은 건지 잘 모르겠다. 물론 그건 선택의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나 개인적인 생각은 시대를 초월해서 좀 더 예언자적인 자세를 갖는 것이 문학하는 자세에 좀 더 가까운 것이 아닐까?

언젠가 조선일보의 북세션을 담당했던(지금도 담당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김광일 기자가 이런 말을 했단다.

“(뜨거운 시대를 살아야 했던 작가들은 너무 뜨겁다고 전제하고)독자들은 이미 다 잊어버리고 가볍게 걸어가고 있는데 작가들은 아직 그 짐을 어깨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헐떡이고 있습니다. 짐을 올려놓기도 어렵지만 내려놓기는 더 어려운 법이지요. 그 역사의 짐을 내려놔야 새 시대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라고.

나는 기자의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시대를 정확하게 읽는 것도 작가의 몫이긴 하겠지만 시대를 관통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그게 우리나라 작가는 조금 늦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나는 위에 열거한 작가들의 작품을 읽을 수 있어서 그 시절 나름 나쁘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1]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실연 당해보지 않은 인생을 인생이라 논할 수 있을까?

[2] 하지만 이런 생각은 살면서 생각해 보니 그다지 옳은 생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때 쓸 수 없는 글은 나이 먹었다고 써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글이란 축적의 산물이기 때문에 오직 오늘이라 일컫는 날에 할 수만 있으면 조금씩이라도 쓰고 쌓아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3] 가톨릭엔 대모, 대부 제도가 있다. 말하자면 영적인 어머니, 아버지를 일컫는 말로 내가 신앙인임을 보증해 주고, 영적으로 이끌어 주는 사람을 뜻한다. 이들이 있어야 영세를 받을 수가 있고, 여자나 남자나 같은 성으로만 이루어진다.

당시 나의 대모는 나 보다는 대여섯 살 위로 보이는 어느 여대생 언니였는데, 참해 보이긴 했지만 의외로 내가 그녀의 대녀인데도 잘 챙겨주지는 않았다. 아무리 그것이 형식적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나 몰라라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나는 그녀를 성당을 다니는 동안 두 번인가 세 번 밖에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제도는 정말 좋은 제도 같긴 하다고 생각했다.       

[4] 요즘은 책을 거의 인터넷에서 사는 형편이고 보면 이렇게 서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에 관해 할 말이 없는 것 같다.설혹 오프라인에서 책을 산다고 해도 직원들이 사무적인 친절로만 대할 뿐이니 그런 광경을 묘사할 일이 없어졌다.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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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15-08-13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참 잘 쓰셨어요.
이달의 마이페이퍼에 강력추천합니다.^^

stella.K 2015-08-13 16:27   좋아요 0 | URL
ㅎㅎ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이전에 썼던 페이퍼가 거시기 해서 가림막용으로 올린 건데
뜻밖에 그리 말씀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15-08-13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위의 댓글 보니 웃음이 나와요. 가림막용이라니요...
그런데 저도 사실은 그럴 때가 많아요. 마지막 글 때문에 민망해라, 빨리 다른 걸 올려야겠다...
지금도 그러고 있어요. 꼭 나의 발가벗은 몸을 높은 곳에 꽂아 둔 기분이거든요. ㅋ
하지만 우리 극복해야 해요. 뻔뻔해져야 한다니까요.

참여 문학, 생각납니다. 그때 소설들은 한결같이 데모하는 장면 같은 거나 나라에 대해 고뇌하는 장면이 들어가지 않는 소설이 없었어요. 꼭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던 시대였어요. 지금 생각하면
시대를 초월한 소설이 명작인 경우도 있는 건데...

미우라 아야꼬와 크로닌의 소설, 저도 읽었어요. 여기서 보니 반갑네요.

(비밀 댓글 : 이런 말씀 드리기 실례가 안 된다면... 님이 최근에 쓰신 글 중에서 저는 이 글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괄호 안의 글은 비밀 댓글임. ㅋㅋ

[그장소] 2015-08-13 19:21   좋아요 0 | URL
(저도 이거 비밀인데요,와...Stella.k 님 80년대를 현역으로 보내셨단 글인것..이죠? pek0501 님?? ㅋㅎ ~안뵈실까나.... )

아,그럼 세례명...스텔라...?
저도 대모님이 계셔요. 카타리나죠..제 세례명..

stella.K 2015-08-13 18:06   좋아요 0 | URL
ㅎㅎ 니르바나님 댓글에 쓴 저의 답글이 너무 노골적인 것 같아
냉큼 들어 와 비밀글로 돌려 놓으려고 했는데 결국 언니한테도
들키고 말았네요. 왜 이렇게 가면 갈수록 소극적이 되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언니 칭찬 들으니 기분은 좋네요. 고맙습니다.^^

[그장소]님,
그러니까요. 이러면 제가 엄청 나이가 많은 것 같아 안 쓰려고 했는데
결국 누구나 나이는 드는 거잖아요. 사람이 나이가 들면 꼭 한번쯤
갈음하고 싶어하잖아요. 이글도 작년부터 써 온 글의 연장인데
그동안 게을러서 이제야 또 한편 올리네요.
또 언제 올리게 될지 모르겠어요.
제가 이 비슷한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김봉석의 <나의 대중문화 표류기>
한번 읽어 보세요. 저와 같은 세대구요 저 보다 훨씬 글을 잘 썼어요.^^

페크pek0501 2015-08-13 18:09   좋아요 0 | URL
저, 다 봤어요, 그장소 님. 하하~~

저도 동의보감 상중하를 읽었고 사람의 아들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시대에 궁금한 마음에 읽었던 1인이에요. 이렇게 옛날 사람이랍니다. 스텔라 님보다 제가 더 옛날이어요.

제 입장에서 보면 sns의 좋은 점은 젊은이들과 친구처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죠.
늙어서 안 끼어 줘, 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점이에요. 오프라인이라면 분명 안 끼어 줬을 텐데, 하는 생각이...

나이가 많아도 글이 젊으면 오케이, 라는 거죠. 글이 늙었다면 늙은 대로 괜찮아 하는 공간이라는 거죠.

그장소 님, 반가웠습니다. ^^

[그장소] 2015-08-13 19:15   좋아요 0 | URL
Stella.k 님..엄청은 무슨요.제가 놀란건요..너무 동기간 같다고 하나, 격차를 못느끼니, 신기해 그랬어요.저 윗 글 처럼 작정하고 밝힌 글이 아니면 전혀 못느끼겠단..거죠..저와 같은 세댄줄 알고..그랬어요..(그치만, 전 윗 분들이 솔직히 더 편하고 좋습니다. 같은세대나 아래에는 제가 더 잘해야한단 노력이 따르잖아요..) 무리하기 싫고 ,,그저 흐르듯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면 싶거든요.따라가듯이..흘러가듯이..(저,,여우같은 거죠?! 재수없게!^^)ㅋㅋ
아..소개해 주신 책은 메모하고 꼭 읽어볼게요..고맙습니다..!!

[그장소] 2015-08-13 19:14   좋아요 0 | URL
알아서 기겠습니다 .언니님들, 그리고 pek0501 님 ,Stella.K님 왕 재수 하고 욕한번 하셔도 저, 진짜 할말 없네요..^^ 어쩔까요? 이 글들을 비밀글로 전환해요? 지우긴 우리들 흔적이 아깝고..(단 제 글방의 글은 꼭 처리하겠습니다) 원하는 분부를 내려주셔요. 대놓고 메너가없는 경우였네요. (본의아니게) 그치만..그게 뭐? 합니다..저는 ..부럽거든요..사실..그 모든, 나이도..세월도 ,지금의 위치도..

stella.K 2015-08-13 19:21   좋아요 0 | URL
아유, 왜 그러십니까?
전혀 그런 생각하실 필요 없으세요.
이리 어려워 하시면 제가 님을 어찌 대하겠습니까?
그냥 예전처럼 편하게 대해 주세요.
그래야 저도 편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8-13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조심스럽게 이달의페이퍼 당선 예측해 봅니다. 박정희에 대한 평가는 저와는 상극이지만 ㅋㅋㅋㅋ 그래도 어떤 진실성이 엿보여서 좋습니다. 허세 가득한, 이해도 못하면서 철학자나 나열하는 것보다는 이런 글이 백 번 낫죠...

stella.K 2015-08-13 18:07   좋아요 0 | URL
곰발님이 당선이라면 당선입니다. 고맙습니다.ㅋㅋㅋㅋㅋ

페크pek0501 2015-08-13 18:21   좋아요 0 | URL
그런데 곰곰 님은 왜 새 글을 안 올리시는 건가요?
기다리고 있사와요... ^^

[그장소] 2015-08-13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튼, 그러거나 말거나, 빙점이나..사람의 아들이나,소설 동의보감,목민심서,등 저는 90년대초중반에 걸쳐 읽었거든요..(그리 따지면 별 차이가 없는겐가..?) 아니지.. 82년부터 완독한 독서노트라 하셨으니, 88 올림픽 때 내가 국민학교를 다니고 있었다는...흠,
아,, 어쨌든 sns는 좋은 것이 세대를 막론하고 (버릇없이) 친구를 (감히...끄응..)만들어도 준다는
겁니다... 고마운 노릇입니다.. 그런의미로 꼭 이달의 페이퍼에 올라가셔야 겠어요! ^^

stella.K 2015-08-14 14:35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럼요. 그장소님과 저는 친구입니다.
오앤만에 기대해 보죠. 이달의 페이퍼.ㅋㅋ


[그장소] 2015-08-13 19:14   좋아요 0 | URL
아, 너그럽게 양해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 조심할게요.
(이..괄호 비밀 글이 귀염 터져서 너무 막 나갔어요)..지키는 선은 지키겠습니다.
꼭.페이퍼 이~~얍..에너지 관리공단 째...힘 퐉~~드리고 갑니다..(제 방 글 수습하러..)에고 괜찮으신지..몰겠어서..확인하고 풀어야겠어서요.. 저는 상관없지만.. 두분이 걸린 문제잖아요..ㅎㅎㅎ 괜찮으신건가요?
그냥 두어도? 그럼..오픈?

stella.K 2015-08-13 19:00   좋아요 0 | URL
네. 상관 없습니다.^^

[그장소] 2015-08-13 19:19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젤루 많이 떠든 아이 였군요! 칠판에 이름쓰고 당번 시켜야 할 !!
아,하핫..저 개인적으로 비밀글을 좋아라하지 않아서 가급적 여럿의 글에선
걍 다 놓고 쓰는 주의 라..저도 이게 좋긴합니다..덕분에 저는 속 씨원하였습니다.
앞으로 잘하겠습니다~대인배셔요!

cyrus 2015-08-13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의 부제를 ‘응답하라, 80년대 문학’이라고 붙여도 좋겠어요. 제가 헌책방에 책 구경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과거에 독자들의 독서 취향이 궁금할 때가 있어요.

stella.K 2015-08-14 14:40   좋아요 0 | URL
그렇게 해도 좋긴하지.
그런데 나는 그 시대가 나같은 소시민에게도 미친 영향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
그 시대는 왜 꼭 정치인들과 몇몇 지성인들 그리고 그를 추종하는
젊은이들의 것인 것처럼 보여지잖아.
그 시대야 말로 문학이 죽어 있는 세대라고 생각해서
한쪽으론 마음이 쓰리기도 했다.ㅋ

yamoo 2015-08-13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미리 축하드려야 겠습니다. 8월의 이달의 당선작을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ㅎ

2015-08-15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0 0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0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0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붉은돼지 2015-08-21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언급하신 목록을 쭉 보니 제가 80년대 읽었던 도서목록과
거의 88%정도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요 ^^
종교적인 문제에도 나름 관심이 많아서 사람의 아들외에도
라하트 하헤렙(맞나??)같은 조성기의 소설도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잠시 추억에 잠겼습니다....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stella.K 2015-08-22 11:14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조성기 작가의 책 저도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나요.
오늘 우연히 TV에서 DJ 김기덕 게스트로 나와 토크쇼하는
프로를 봤는데 그것도 참 새롭더군요.
이종환, 김광한과 함께 트로이카였는데 지금은 다 가고 혼자
저렇게 남았으니 그도 참...
옛날이 새삼 그리워지더군요.ㅠ
 

 엄마가 마침내 병원에 입원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그토록 병원에 안 가겠다고 버티더니 이제 당신도 버티기가 어려웠던지 작은 아들 인도하는대로 순순히 따라 나선 것이다. 그게 지난 목요일 날의 일이었다.

 

내시경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긴 한데 지금까지의 검사 소견으로는 엄마는 대장쪽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왔다. 암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엄마의 암은 같은 대장암이더라도 전이가 빠르지 않고 비교적 예후가 좋은 암이라고 한다. 그게 뭐라고 전문 용어를 쓰더만 익숙치도 않은데다 뒤돌아 서면 잊어버리는 나의 단기 기억이 그것을 온전히 기억하고 있을 리 없다. 어쨌든 그래서 수술 밖엔 방법이 없으며 초기에만 조금 불편할뿐 삶의 질은 그렇게 많이 떨어지지는 않을 거라는 게 내 동생의 전언이다.

 

그런 말을 들으니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이것도 내시경 검사가 나오면 또 다른 말이 나올지 알 수가 없다. 그저 바라기는 더 이상의 이상 소견만 나오지만 않아도 하나님! 하겠다. 물론 그럴지라도 앞으로 해야할 일들을 생각하면 좀 캄캄하긴 하다.

 

엄마가 병원에 가기를 한사코 반대했던 이유 중 하나는, 지나친 검사 때문에 몰라도 되는 병까지 잡아내 사람을 겁을 준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내시경 검사가 그럴테지. 딱 거기까지만 알면 좋겠는데 내시경 검사 결과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것까지 발견해내면 물론 병원측으론 병의 근원까지 확실히 알아내야 한다는 취지가 있겠지만 그게 환자로선 때론 엄청난 부담과 불편하게 한다는 것이다. 마치 병원은 병을 찾아내지 못해 안달 난 것 같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렇게 되고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무엇보다 엄마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지금까지 얼마나 당신의 몸을 아껴왔는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몸의 이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도 어떻게든 운동을 하려고 노력했다. 왠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고, 음식도 몸에 좋은 것만 가려 드셨다. 무엇보다 당신 몸 하나 건강한 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그것이 자부심이라면 자부심이었는데 이렇게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으니 마음이 편치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당신의 큰 아들을 먼저 떠나 보낸 계절이 2년 전 딱 이맘 때다. 그러니 그 마음이 어떨까.  

 

젠장, 빌어먹을! 난 도무지 이 세상을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제대로 이해하는 게 몇 가지나 되겠냐마는 뭐가 까딱하고 기침만 해도 암아라는 것인지, 당뇨라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우리가 뭘 얼마나 잘못하고 살기에 암이고, 당뇨라는 것일까? 난 자꾸 이게 조작된 것만 같고 이제는 아예 신화처럼 자리잡은 것은 아닐지 의심이 갈 정도다. 그래서 수잔 손택은 '은유로서의 질병'을 설파했던 것은 아닐까?

 

오늘 뉴스에도 이젠 당뇨가 30세 이상 성인에게서 세 사람 한 사람 꼴로 나타난다고 보도하고 있다. 암도 세 사람 가운데 한 명이라고. 이게 우리가 믿어야 할 신화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옛날엔 흑사병이나 폐병이 그런 것이라면 지금은 암 아니면 당뇨다. 믿을 수 있겠는가? 이거 다 병원과 정부의 짜고치는 고스톱은 아니냔 말이다. 그러면서 한쪽에선 건강 100세를 얘기한다. 우리 오빠를 비롯해, 마이클 잭슨, 하다못해 스티브 잡스도 다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구만 뭐가 건강 100세라는 건지? 좋게 말하면 다 은유고 나쁘게 말하면 개 잡소리 같다.

 

어쨌든 그러다 보니 요즘엔 다롱이와 함께 혼자 집에 있는 날이 많아졌다. 아니 이제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엄마는 언제 집으로 다시 돌아오게 될지 장담하기가 어렵게 됐다. 물론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이렇게 오래도록 집을 떠나 있기는 엄마도 처음이라  많이 당황할 정도일 것 같다. 평소 소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라디오나 TV를 오래 켜놓진 않은데 어제는 머리가 띵해질 정도로 TV를 보고 있기도 하고, 라디오도 일부러 오래 켜놓는다. 물론 또 그에 따라 책을 읽는 경우는 많이 줄어 들었고, 자꾸만 우울한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많다. 비교적 예후가 좋다고는 하나 아버지도, 오빠도 다 안 좋게 세상을 떠났던지라 엄마마저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닐까? 자꾸만 목이 조여오고, 뼈가 녹아내릴 것만 같고, 뭔가 아찔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느낌이랄까?

 

자꾸 귀찮은 생각이 들긴 하는데 오늘은 평상시처럼 교회를 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아는 지인을 만났다. 그 지인은 오래 전 엄마를 잃고, 작년엔 아버지마져 병으로 잃었었다. 그렇게 슬픈 일이 있었는데도 난 제대로 위로도 못해줬다. 그래도 동병상련이라고 1년의 시차를 두고 오빠와 아버지를 비슷한 시기에 잃은 사람과의 만남이니 짧지만 애틋했다. 그리고 서로 잘지내냐고 묻다 결국 난 엄마 얘기를 하고 말았다. 그러자 그는 별 것 아닌 양 "아유,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요즘엔 대장암 정도는 예후가 좋아서 70대 때 수술 받고 80 넘은 지금까지도 건강하게 사는 분들 많아요." 하는 것이 아닌가? 그게 어찌나 위로가 되던지... 사람이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더니 그 말 한마디에 천근만근 하던 마음의 짐이 다소 내려지는 기분이다.

 

그후 갑자기 만남 하나가 취소된 게 있어 이렇게 교회 나온김에 엄마 보러 병원엘 들려보려고 했다. 그런데 엄마는 내가 가면 큰 일이라도 날 것처럼 펄쩍 뛰며 오지 말라고 해 무안할 정도였다.  그리고 "너 내 성미 알잖아!" 이렇게 말하면 모르는 사람은 조폭은  아닐까 의심하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고, 엄마는 워낙 호불호가 분명한 분이라 싫은 건 싫은 거라 결국 내가 포기했다. 그리고 목소리에 힘이 들어있는 것으로 봐선 몸상태는 과히 나쁘진 않은 것 같다. 나중엔 부모 자식지간에 내외하냐고 웃고 말았데, 모르긴 해도 내 동생이야 엄마를 병원으로 인도한 당사자니 어쩔 수 없고, 환자복 입은 당신의 모습을 나에게까지 보이고 싶어하지 않으시는 것 같다. 그러니 따라 드리는 수 밖에. 나는 그래도 엄마가 어찌지내는지 한번 보면 마음이 놓일 것 같은데 말이다.

역시 사람 사는 집엔 사람 사는 소리가 나야 정상인데 이렇게 tv 소리와 라디오 소리만 나고 있으니 처량하긴 하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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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5-08-09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가족 중 한 분이 조직 검사 결과 기다리는 중이라 너무 힘들어 스텔라님 심정에 너무 공감가요. 세상이 비틀어져 보이고 삶도, 죽음도 다 너무 허무하고 무의미하게도 느껴지고...


제발 다음 주에 저도 스텔라님도 좋은 소식 들렸으면 좋겠어요...

stella.K 2015-08-10 15:34   좋아요 0 | URL
아, 이런... 브랑카님 마음이 많이 무거우시겠어요.
괜히 저의 글이 님의 마음을 더 무겁게 해 드렸던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제가 다음 주에 좋은 소식 들려 드리면 브랑카님 마음이 조금은
좋아지실까요?
부디 블랑카님 용기 잃지마시고 힘내세요. 꼭이요!^^

hnine 2015-08-10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시경 결과가 나쁘지 않게 나오면 좋겠어요. 결과 기다리는 동안의 마음이 얼마나 조마조마할까요.
어머님께서 의지력이 대단하시네요. 저희 엄마도 그러신줄 알고 있었는데 역시 연세는 속일수가 없는지 힘든 상황에 닥치자 여지없이 무너지시더라고요. 그렇게 자식들에게 짐되지 않고자 하시고 그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계셨는데 이제는 아무것도 할줄 모른다, 나 혼자 어떻게 하냐고 그러십니다. 누군가 옆에 계속 있어주시기 바라시고요. 왜 안그러시겠어요...
stella님댁 강아지는 다롱이군요. 제 엄마 집 강아지 이름은 아롱이. 아버지 병원에 계신 세달 동안 남의 집 더부살이 하다가 요새 다시 친정으로 돌아왔어요. 엄마께서 얘라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고 그러시네요.

stella.K 2015-08-10 15:0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엄마가 이렇게 아픈 것도 혹시 그동안 먼저 간 아들 때문에
참고 있던 것이 곪아 터진 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엄마가 그동안은 내색을 안하고 계셨다 지난 봄에 한의원 다녀오시고
그런 말씀 하셨거든요.
결과가 어떻게 나오던 저와 동생을 위해 살아 달라고 바짓가랑이라도
붙들고 늘어지고 싶은 심정이에요.
어제 그 지인의 말에 의하면 평소 몸 관리를 어떻게 해 왔느냐에 따라
예후가 달라지기도 한다고 하더군요. 의사는 아니지만 그 지인도
겪을 것 다 겪고, 볼 것 다 봤으니 믿을만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엄만 평소 건강하게 지내신 편이셨으니...

저의 어머니도 그전에 그러셨어요. 하나님 믿는 신앙과 다롱이 때문에
버티고 산다고. 나이들수록 가족이 참 소중해지더라구요.^^


페크pek0501 2015-08-13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한 생각이 들게 만드는 글이에요. 인생에서 늙음과 병듦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님만 겪는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 속에 있는 일이에요.

그런데 님.
어머님이 그러셔도 가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막상 가 보면 어머님도 생각이 달라지실 것 같아요.
왜 우리 그럴 때 있잖아요. 하지마 하지마 그랬다가 막상 상대방이 하고 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 경험 있잖아요. 누가 볼까 조마조마할 때보다 보아져 버리면
편해지리라 생각되어요.
게다가 님은 어머니께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자식이잖아요. 혹시 나중에 후회되지 않겠어요?
제 생각은 그래요.

어쨌든 스텔라 님, 힘 내세요!!!

2015-08-13 1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