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알라딘 고객센터에 <소설가의 공부> 파본에 대해 변상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 보았다.

솔직히 전에도 고객센터에 이런저런 일로 문의를 해서 만족한 답변을 얻은 경우가 거의 없어 이번에도 그냥 넘어 갈까 하다가 혹시 또 의외의 결과를 얻을지 누가 알겠는가.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무슨 소리하나 들어나 보자고 문의를 해 봤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혹시나 했다 역시나 였다. 

나는 그냥 복잡하지 않게 이 책을 샀을 때 주문번호와 증빙서류로 책의 찢어진 부분을 찍은 이미지와 간단한 설명이면 뭐 깔끔하게 같은 책으로 (그것이 새책이든 중고책이든) 받을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겠다 싶었다. 

헉, 그런데 웬걸. 그렇게는 할 수는 없고 반품을 원하면 접수를 받겠단다. 나는 그게 첨엔 새책을 보내주겠다는 뜻인 줄 알아 좋아라 했다. (우리가 글을 정확히 읽는 것 같아도 의외로 오독할 때가 많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래서 접수를 하면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으니, 일단 포장을 두고 접수한 날로부터 1일에서 3일 이내로 기사님이 방문할 거란다. 그후 환불은 7일에서 10일내에 환불을 받을 수 있단다. 

어머, 환불 기다리다 숨 넘어가게 생겼다. 

그전에 포장을 해야하고, 기사 방문 때까지 꼼짝없이 집에 붙어있어야 한다니. 잘하면 화장실도 못가게 생겼다. ㅠ 어차피 책을 반품 받아도 폐기할 거면서 그런 절차를... 그래서 반품을 할까말까 잠시 망설였는데 이미 접수를 했다니 철회해 달라는 것도 좀 그런 것 같아 그냥 내버려 뒀다. 

게다가 알라딘은 중고 상품 품질 문제로 인한 별도의 보상정책은 마련되어있지 않단다. 아니, 중고샵이 생긴지가 언젠데 보상정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는 건가. 중고샵을 이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데 나중에 가만 생각해 보니 내가 너무 심했나 싶기도 하다. 물론 같은 상품을 받으면 좋겠지만 환불이면 된거 아닌가. 환불조차도 안 해 준다면 난리법석를 치겠지만 그게 최선 아닌가.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잘못 사면 직접 물건을 들고 가서 같은 물건으로 바꿔 오던가 환불해 오지 않는가. 근데 온라인에서 뭐가 문제란 말인가. 

그저 나의 입장만 생각하면 포장하고, 사람 기다리고, 환불 기다려야 하고 그게 넘 부담스러운 것이다. ㅠㅠㅠㅠㅠ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진상 고객이 됐다. 

근데 또 생각해 보면, 아무리 문의라고 하지만 문자로 알아보려고 하니 뭔가 점점 말려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문구가 있으면 이봐, 이봐 하면서 꼬투리를 잡으려고 한다. 그러니까 아예 이런 일을 만들지 않도록 하면 좋지 않은가.

그래도 노력하느라고 하는데도 인간이 하는 일이니 실수가 없을 순 없겠지. 물론 내가 알라딘의 20년된 고객이지만 회사의 입장에선 주문서류와 사진만으로 나를 어떻게 신뢰하겠는가. 어디 되도 않은 이미지 끼워넣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새책 보내달라고 하면 보내주겠는가. 내가 믿지 못할 사람은 아니지만 나라도 안 믿을 거 같긴하다.

앞으로 모르긴 해도 알라딘 중고샵은 이런 일에 더 촉각을 곤두 세울 것 같다. 글치 않아도 조금의 흠만 있어도 매입하지 않기로 유명한데 나 같은 진상 때문에 책을 팔려고 하는 사람들이 더 못 파는 일이 벌어질까 그도 좀 염려스럽긴 하다. 


그런데 고것이 궁금하긴 하다. 어디나 진상고객은 있게 마련인데 알라딘도 있지 않을까. 언젠가 전화응대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쓴 무슨 에세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제목이 기억이 안 나네. 갑자기 그 책이라도 읽고 싶어진다.           

어쨌든 오늘은 내가 실수한 거 같다. 누군지 나를 응대해 줬던 고객센터 직원분께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내가 여기에 이렇게 밝히는 건, 다른 알라디너도 참고하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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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23-05-30 23: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찢어진 책, 정확히 말하면 상품가치도 없는 책을 알라딘에서 구매시 제대로 검수를 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물론 그런 책을 알라딘에 중고 판매한 인간은 정말 악질이구요. 그런데 문제의 책을 모르고 구매한 스텔라님 스스로 진상 고객이라고 자책까지 할 이유가 있나요. 그저 환불받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불편한 점은 참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환불받는 기간이 7일에서 10일까지 걸리지 않습니다. 무슨 외국과 거래하는 것도 아닌데 그럴리 없습니다. 그래도 알라딘 중고거래에 찢어진 책이 거래되는 나쁜 예가 있다는 것을 환기시켰다는 측면에서 스텔라님께 공이 있다고 봅니다.^^

stella.K 2023-05-31 10:02   좋아요 2 | URL
앗, 니르바나님이 뿔낫다! ㅎㅎ
맞아요. 어쩌다 재수없어서 하고많은 책중에 그런 것을 골라서 이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ㅠ 환불기간 넘길고. 환불받아도 똑같은 책을 살거같지도 않고. 옛날같으면 빡친다고 그랬을텐데 이상하게 저도 나이가 드는지 그 직원분도 일하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을까 다시 생각하게되더라구요. 백프로 만족이 어딨습니까. 그냥 늦게라도 환불 받으면됐지요. ㅋ
근데 정말 이런 일은 다시없었으면 합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십시오.^^

yamoo 2023-06-02 11: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파본에 대한 변상보다는 불량 번역본에 대한 변상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불량 번역을 해 놓고 읽은 흔적이 있다고 절대 바꿔주는 법이 없어요. 이런 건 어디서 하소연해야될지..

stella.K 2023-06-03 19:53   좋아요 0 | URL
그건 역시 서점 소관은 아니죠? ㅎㅎ
번역협회 같은 곳이 있다면 그런 곳에 하소연 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별로 받아 줄 것 같진 않죠? ㅠ

얄라알라 2023-06-13 10:03   좋아요 1 | URL
yamoo님 제기하신 문제, 알라딘에서 좀 키워서 얘기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중요한 말씀이십니다!

페크pek0501 2023-06-03 18: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환불이 된다니 다행입니다. 저는 그것도 안 되는 줄 알았어요.
옷은 환불이 안 되는 경우가 많고 다른 옷으로 교환만 되잖아요.
진상 고객은 절대 아니올시다...ㅋㅋ

stella.K 2023-06-03 21:04   좋아요 1 | URL
오, 그런데 아직 좋아하긴 이른 것 같습니다.
좀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네요.
어제 환불 받았는데 오늘 뭐가 소멸됐다면서 돈이 확 빠져나갔어요.
그 소멸이 뭐에 대한 소멸인지도 밝히지도 않고.
빡칠려고 그래요. 또 무슨 이유를 댈지 궁금하네요.
월요일이나 되야 이유를 알겠죠?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가지고 있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드네요.
줄친 곳도 많은데.
지네들이 검수 잘못한 걸 왜 애꿎은 저 같은 고객이 피해를 봐야하는 건지
모르겠네요.ㅠ

하긴 진짜 진상은 따로 있겠죠?
이를테면 자기 의견 관철될 때까지 대자로 누운 사람같은.
그 사람도 첨부터 그러진 않았겠죠?
얼마나 많이 당했으면 그럴까 싶기도 하고...
 

                                



루이스 라무르(1908~1988)


일단 이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들은 흥미롭기는 하다. 주로 특정 분야에 대한 공부 나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실용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책들이 많다. 특히 '소설가의 공부'라니. 내가 좋아하는 단어 두 개가 하나로 묶여있다. ㅋ 요즘 책값이 비싼 것을 생각하면 저렴한 것도 매력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막상 이 책을 책을 받고 보니 좀 가볍게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든다. 더구나 루이스 라무르는 우리나라엔 알려지지 않은 작가다.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단어가 책 제목이라고 해도 의심이 많은 나로선 일단 읽어보고 별로다 싶으면 소장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웬걸, 의외로 재밌다. 미국에선 꽤 저명한 작가인가 본데 우리나라엔 이 책 외엔 번역된 것이 없다는 게 왠지 세계 10위 안에 드는 출판 강국이란 말을 무색하게 만든다.


게다가 이 작가가 읽어 온 책 목록 중 우리나라에도 출판된 책과 겹치는 경우가 별로 많지가 않다. 읽으면서 여러모로 좌절을 안겨 준다. 특히 저자의 지식욕, 독서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이 작가는 주로 역사 소설과 미국의 서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썼다고 한다. 집안이 워낙에 책을 좋아해 어려서부터 늘 책을 가까이하고 살기도 하고.


얼핏 우리나라의 장정일과 황석영의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작가는 대학을 진학하지 않았다. 독학으로 문학을 (공부했다기보단) 정복했다고나 할까. 또한 작가의 지적 탐험은 그야말로 산 넘고, 물 건너, 바다 건너서 셔 셔 셔... 무한대로 뻗어 나간다. 그게 꼭 황석영을 닮은 듯도 하다. 이 책은 그의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안정된 직장을 갖지 않고 여기저기를 떠돌며 육체노동을 하고, 틈만 나면 책을 읽던가 소설(습작)을 썼다고 한다. 사실 작가가 되는 몇 가지 공식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거절과 탈락을 밥 먹듯 하는 거다. 그렇게 책을 엄청나게 읽었다면 루이스 라무르는 왠지 이 공식은 뛰어넘었을 것 같은데 알짜 없이 이 과정을 거쳐 작가가 된다.


당시는 인터넷이 발달이 되지 않은 때라 원고를 꼭 우편을 통해 출판사에 보내곤 했다. 요즘도 원고를 우편으로 보내는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랬다고 하니 좀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니 그보단 출판사의 거절을 당했다는 것이 더 짠하게 느껴진다. 나 같으면 두어 번 도전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포기했을 것 같은데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 놓고 곧바로 그다음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런 은근과 끈기는 확실히 귀감이 될만하고, 어쩌면 그는 정식 작가가 되기 전부터 그런 식으로 작가의 태도를 견지했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라무르는 어떤 상황에서도 책을 읽는 일을 놓지 않았다. 그러므로 독서는 가히 높은 경지에 올랐고, 그는 무슨 글을 쓸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이 책 말미에 '독자의 잘못'에 관해 지적하기도 했다. 그게 좀 눈에 띄어 여기 정리해 옮겨 본다.


첫 번째로, 세상엔 정말 보석 같은 단편소설들이 많은데 그것을 사람들이 외면한다고 아쉬워했다. 특히 단편소설을 쓰는 일을 보석을 세공하는 일과 같다고 했다. 그는 여러 해에 걸쳐 단편을 읽었으며 또한 많이 소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왜 좋은 책을 읽을 기회들을 스스로 빼앗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한다.


그렇게만 보면 미국이란 나라도 우리나라만큼이나 책을 안 읽는 나라는 아닌가 싶기도 하다.(설마!) 무엇보다 우리나라와 좀 묘하게 반대가 아닌가. 우리나라는 대체로 책을 읽지 않고, 읽는다면 장편보다는 단편을 선호하지 않는가.


그 의혹을 뒷받침하듯, 무엇을 읽던 페이지가 빨리 넘어가는 책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어떤 사람은 오래된 책을 읽지 않는 한 새 책을 읽을 권리도 없다고 하는데, 그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지만 요즘 책만 읽지 말고 고전도 읽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역시 고전을 읽지 않고 독서를 감히 논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면서도 무수한 책이 계속 출판되다 보니 이제는 보이지 않는 옛날 책이 너무 많다고 아쉬워했다. 즉 오래된 새 책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아는 고전은 극히 일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사라져갔던 걸까. 우리는 고전과 베스트셀러만 기억할 뿐 그 중간에 낀 책 들이나 아니면 채 피워보지도 못하고 사라져간 책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출판사나 서점은 독자가 그런 책을 잊지 않도록 기억을 상기시켜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라무르는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는 것을 지적했다. 도서관은 엘리트를 위한 수도원이 아니며 보통 사람을 위한 곳으로,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그곳에 있는 부를 제대로 이용하지 할 줄 모르는 것이라며 그것 또한 독자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도서관 한 곳이 문을 닫는 건 한 도시의 몰락과 맞먹는 거란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시민을 위해 만들어진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도서관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무엇이 대신 차지하게 될지 알 수가 없다. 그게 당장은 나와 크게 상관이 없을 것 같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는지 알 수가 없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건 문자를 발명했고, 그것을 읽을 줄 안다는 거 아닌가. 무지가 인류에게 초래할 걸 생각하면 도서관은 마지막까지 지켜져야 할 중요한 공공장소는 아닐까. (공공화장실과 더불어. ㅋ)


그런 점에서 나는 작가의 생각에 동의하지만 이건 또 온전히 독자의 잘못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도서관도 독자들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도록 여러 방편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예를 들면, 회원증이나 열람증만 만들어 주지 말고 마일리지 제도 같은 것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또는 아이들의 학교 시간표에 일주일에 한 시간은 꼭 도서관을 들렸다 학교에 오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성적에 반영시켜보는 건 어떨까. 어쨌든 어느 정도의 강제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나는 여기에 저자가 지적하지 않은 독자의 잘못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다. 그것은 책을 귀하게 다룰 줄 모르는 잘못이다. 물론 책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 또한 귀하게 다룬다. 하지만 보라. 이 책은 369에서 370 페이지가 뜯겨있다. 이것을 뒤늦게 알고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었다.

              


나는 이 책을 중고샵에서 구입했다. 분명 이름 모를 어느 독자가 팔았을 텐데 어떻게 이런 책을 팔 생각을 했을까 의아스럽다. 그렇다고 그나마 중고샵에서 샀으니 다행이란 생각이 1도 안 든다. 만일 이 책이 별로였다면 조금 떨떠름하다 말았을까? 그렇지 않다. 아무리 중고책이라고 해도 폐지가 되기 전까지 이 책은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너무 괜찮은 책이어서 소장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저렇게 뜯겨져 나간 이상 소장할 가치가 없어졌다. 더구나 이 사실을 산지 얼마 안 되어 알았다면 당연 반품을 요구했을 텐데 몇 개월이 지난 터라 대략난감하다. 도대체 저 책의 원래 주인은 책을 뜯어 뭐에다 썼을까?


그도 그렇지만 서점 측의 책임도 없다고 할 수 없다. 항상 책을 팔러 가면 책에 무슨 흠이 없나 늘 매의 눈으로 검열하는 줄 알았더니 이렇게 허술할 줄이야. 하지만 이런 문제를 그 즉시 제기하지 못한 독자인 나의 게으름도 아주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독자의 권리는 나 자신에게서부터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이렇게 독자가 된다는 건 생각 보다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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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5-28 2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휴...책장이 찢겨 나가다니요.ㅜ
찢어야만 할 중요한 페이지였던가 봅니다?
암튼 읽어나가시다 좀 황당하셨겠습니다.ㅜㅜ

stella.K 2023-05-29 19:24   좋아요 1 | URL
정말 뒤늦게 알고 얼마나 황당하던지
머리가 어찔하더군요.
중요한 페이지라서 뜯은 것 같지는 않아요.
그렇다면 상당히 정교하게 찢었을 것 같은데
그냥 되는대로 찢은 것 같더라구요.
팔 때도 정신없이 판 것 같기도 하고.
암튼 누군지 운이 상당히 좋은 사람 같습니다. ㅎㅎ

moonnight 2023-05-29 1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악-_- 뜯겨나간 페이지라니요@_@; 약간의 흠에도 매입거부하는 알라딘님께서 @_@.;.; 황당하셨겠어요 stella.K님 ㅠㅠ

stella.K 2023-05-29 19:26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거의 새책이어야 매입이 가능한 줄 알고 있는데...
문나잇님도 혹시 중고샵에서 책 사시면 저 같은 일 당하지 않도록
받자마자 잘 확인해 보세요.^^

페크pek0501 2023-05-29 1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 제가 도서관을 가지 않는 이유 : 집에도 못 읽은 책들이 많이 쌓여 있기 때문.
2) 찢어 나간 페이지 : 너무 속상하죠. 이런 책은 소장하기에도 좀... 서점에 가셔서 그 찢겨 나간 페이지를 사진 찍어 베껴 써서 베낀 종이를 그 페이지에 꽂는 방법이 있긴 해요.ㅋㅋ
3) 보석 같은 단편이 많다 : 정말 그래요. 체홉, 서머싯 몸, 모파상, 알퐁스 도데 등 너무 좋은 게 많더라고요. 그런데 단편집은 리뷰 쓰기가 어렵더라고요. 그 모든 작품의 내용을 언급해야 해서 엄두를 못 내고 있어요. 몇 작품만 골라 써도 그 줄거리 요약을 몇 개는 해야 되니 그것도 어렵고요. 그게 흠. ㅋㅋ

2023-05-29 1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29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29 1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29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르바나 2023-05-29 2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좀 악의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저런 상태로 중고책을 파는 인간이나
이런 중고책을 판매하는 알라딘 측이나 다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확인 못한 스텔라님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사기치고 왜 사기당했냐 묻는 꼴이니까요.
상식이 없는 사회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썩을 인간들~

stella.K 2023-05-30 09:37   좋아요 1 | URL
아, 안되겠습니다. 니르바나님 이리 말씀하시니 아무래도 알라딘에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변상받을 수 있는지. 어쨌든 말이라도 해 봐야죠. 그죠?

니르바나 2023-05-30 1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암요. 당연히 그렇게 하셔야죠. 만약 알라딘에서 변상 안해주면 문의 진행상황을 중계하세요. 우리 이웃들이 응원할께요.^^

레삭매냐 2023-05-30 15: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파는 책들은 소소한
단점들까지 몽조리 찾아내서
하로 매겨 버리는 검사관들
이 어째서 다른 분들에게는
그렇게 관대한지 모르겠습니
다.

stella.K 2023-05-30 15:16   좋아요 1 | URL
ㅎㅎ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그래요.ㅠ

yamoo 2023-06-02 1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유출판사...허접한 책도 많아요. 물론 괜춘한 책들도 있긴 합니다만...^^;;
대개는 한번 읽고 버릴 책들...아니면 알맹이가 별로 없는 책들이 많긴합니다. 물론 실험적인 책들을 시도하는 건 좋지만...거기 따른 부작용도 있다는 걸 이 출판사 책들을 보고 알았죠..ㅎㅎ

stella.K 2023-06-03 20:24   좋아요 0 | URL
ㅎㅎ 역시 야무님!
뭐 그렇다면 이 출판사 뿐이겠습니까?
책이 좋고 나쁜 것엔 개인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죠. ㅎ
저 책은 나름 괜찮았어요.
근데 나중에 생각지도 못한 일이 변수로 작용해서 마음이 개운치가 않네요.ㅠ
 

<소설가의 공부>란 책을 최근에 읽었는데 페이지가 찢겼다.ㅠ 


비채 출판사가 할인전을 해서 적립금 탈탈 털어서 두 권을 사고 <왕과 서정시> 역시 정가인하해서 사 봤다. 중국 SF라고 해서. 약간의 호불호가 있는 것 같긴한데 싸니까.

사면서 드디어 흄세도 처음 받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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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DADDY 2023-05-22 1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이지가.. 어디로 갔을까요.. ㅠㅠ

stella.K 2023-05-22 19:26   좋아요 1 | URL
앗, 이거 감춘다고 한 건데. 한 발 늦었네요.ㅎㅎ
글쎄 말이어요.
위의 책은 소설가의 공부란 책인데 중고샵에서 몇달 전에 사 놓고
며칠 전에 읽었는데 찢겼더라구요. 얼마나 억울한지.
산지 얼마 안 됐을 때 발견했으면 바꿔 달라고 할 텐데.
나름 괜찮은 책이라 더 화가 나더군요.ㅠ

DYDADDY 2023-05-22 19:30   좋아요 2 | URL
페이지가 없으면 중고서적으로 팔지 말아야 할텐데.. 다 읽은 후에도 저 페이지에는 얼마나 좋은 내용이 있었기에 찢었을지 계속 생각날 것 같아요. ㅠㅠ

페크pek0501 2023-05-23 15: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없어진 페이지는 참 속상하게 하죠. 내용을 알 수 없잖아요.
스카치테이프로 붙여져 있다면 덜 속상할 텐데요...

stella.K 2023-05-23 18:12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좀 속상하더라구요. 알라딘 중고샵이 매의 눈은 아닌듯하기도 하구요.ㅠ

2023-05-23 1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24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연석을 좋아해 드디어 드라마 <사랑의 이해>를 지난 몇 주간에 걸쳐 봤다. 솔직히 말하면 다 보지도 못했다. 마지막 16회는 안 봤다. 한 중반까지는 괜찮게 봤다. 하지만 역시 연애 드라마는 나에겐 과유불급하다. 드라마가 나쁜 건 아닌데 역시 사람은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재확인하는 정도? 하지만 인스턴트 사랑만을 되풀이하는 사람에게 이들의 사랑은 얼마나 진지한가. 그 점은 높이 사 줄만하다.     


                               


근데 지루하다. 또 얘기하는 거지만 16회에 맞출려고 길게 늘려놨다는 생각만 든다. 안수영 보단 내가 더 마음이 간 건 상수를 사랑하다 팽 당한(적당한 표현이 생각이 나질 않는군.ㅋ) 박미경이다. 뭐 부자라는 재수없는 조건만 빼고 당당하고 적극적이고 인간성도 좋다. 적극적인 거까지는 좋았는데 상수의 아파트까지 찾아가 하룻밤 재워 달라고 하는 건 좀 너무 들이덴다 싶기도 하지만,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쿨하게 웃으며 안녕하고 돌아서는 게 보기 좋았다. 


솔직히 세상엔 사랑을 이루는 커플 보단 이루지 못한 싱글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때마다 원망하고 우울해하면 이 지구상에 살아 남을 존재는 없다고 본다. 또 너무 결과만을 따져서 여자가 먼저 사랑하면 손해라는 구세대적인 사고방식도 이제는 하지 말아야 한다. 어느 쪽이 됐든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더 많은 모험을 하게되어 있다. 그것을 싸잡아 그렇게 말하는 건 그 사람의 사랑을 너무 가볍게 평가하는 것이다. 


그러다 지난 주, 연애에 관한 이야기는 뻔하니 문장으로 승부를 걸아야 한다는 한 알라디너님의 리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과연 그렇겠구나 싶은데 그건 역시 소설이나 해당되는 말인 것 같다. 드라마는 대사에 너무 날을 세우는 경향이 있어 그 감동이 오히려 반감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도 굳이 16회까지 볼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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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DADDY 2023-05-22 16: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랑이라는 것은 손을 마주잡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내가 먼저 내밀어도 상대가 잡지 않을 수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겠죠. 때로는 맞잡고 있다가 어느 순간 서로 비어버린 손을 보며 당황하기도 합니다.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손해라고 하는 것은 사랑이 아닌 권력관계로 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어요. 개인적으로는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사랑이 끝나도 그 관계 안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더 많다고 생각해요. 더 많이 아플수록 더 많은 깨달음을 얻을 기회가 생기는 것이겠죠.
댓글은 이리 써놓았지만 멜로물은 안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stella.K 2023-05-22 16:53   좋아요 2 | URL
오, 대디님! 드디어 저의 서재에 첫 댓글을 남겨주시는군요! ㅋㅋㅋ
이거 원작소설이 있는데 그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드라마 괜찮다고 해서 봤는데 배우들의 연기는 나름 좋은데
저도 멜로물은 끝까지 본게 별로 없어요.
이리도 구구절절이 쓰신 걸 보니 사랑을 많이 해 보셨나 보군요. ㅎㅎ

DYDADDY 2023-05-22 19:27   좋아요 1 | URL
음? 첫 댓글이었어요? ^^;;; 투비에서 댓글 남긴 것을 서재에도 댓글을 남겼다고 생각했었나봐요. ㅋㅋㅋㅋ
멜로는 체질이 아니라 소설도 잘 안보는 편이에요. 더군다나 드라마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꾸 멀리 하게 되요. 제가 읽는 책을 보시면 아실거에요. ㅋㅋㅋㅋ
사랑에 대해 쓴 것은 사랑에 대해 쓰신 부분에 대해 느낀 것을 쓴 것이라 사랑을 많이 해봤냐고 물으시면 그다지 자신은 없어요. 다만 지금도 사랑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확실해요. 신생아실을 들어가는 것부터 지금까지 봐왔는데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죠. ^^

stella.K 2023-05-22 19:37   좋아요 0 | URL
엇, 마지막 말씀이...그럼 대디님 혹시
산부인과나 소아과에서 일하시나요?

저도 예전엔 TV 보는 시간이 아까워 안 봤어요.
유일하게 보는 게 주말의 명화 같은 거였죠.
그런데 대본 쓰는 일을 하다보니 바뀌더라구요.ㅎ

DYDADDY 2023-05-22 19:53   좋아요 1 | URL
딸아이 이야기입니다. ㅋㅋㅋㅋㅋ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존재죠. ^^

stella.K 2023-05-22 19:54   좋아요 0 | URL
ㅎㅎㅎ 선을 넘었군요.ㅠㅠ

DYDADDY 2023-05-23 15:25   좋아요 0 | URL
댓글을 늦게 봤어요. ㅠㅠ 제가 쓴 문장에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니 괘념치 마세요. ^^

서곡 2023-05-22 1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끝까지 다 보긴 했지만 다 안 보신 마음도 이해는 갑니다 ㅋㅋ 드라마 다 보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군요

stella.K 2023-05-22 19:01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그거 보통 일 아니에요.
그런데 이상하게 또 보게 되더라구요.
웬지 안 보면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그냥 소설 대신 본다고 생각해요.
소설 쓰시는 분들한텐 미안한 일이죠.ㅠㅋㅋ

니르바나 2023-05-22 1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사랑의 이해, 연애의 이해 다 좋습니다.
드라마 제목이 철학책 제목 같아서 좀 부담스럽기는 해도요.
저 같으면 15회까지 시청했다면 그 동안 드라마 본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마지막 16회까지 다 보았을텐데...
스텔라님 유연석 좋아하시는군요.

stella.K 2023-05-22 19:12   좋아요 2 | URL
니르바나님 말씀에 백번 동의합니다.
저도 누가 저 같은 사람이 있다면 니르바나님처럼
말해 줬을 겁니다.
근데 이것 말고도 찜해 둔 드라마가 몇 개가 있어요.
언제 다 볼지 모르죠.
저는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뿌리를 뽑는 그런 스탈이 아니라
오래두고 보거든요. 그러다보면 좀 지치더라구요.ㅠ

사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배우는 강하늘하고 조승우죠.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배우중 하나가 유연석이란 말씀.^^

페넬로페 2023-05-23 2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드라마 정말 답답했는데 안수영이 처한 상황에서는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도 생각했어요.
저는 오히려 유연석의 미적지근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요~~
직장에서의 차별에 얼마나 열이 받던지요 ㅠㅠ

stella.K 2023-05-24 15:10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솔직히 이 드라마 10회안으로 끝냈으면 좋았을텐데
좀 많이 늘려놨다 싶더군요.
안수영 역을 맡은 배우는 차분하게 연기를 잘한다 싶은데
답답하긴 마찬가지더군요. 그래도 유연석은 뒤로 갈수록
좀 저돌적이기도 하던데...
암튼 전 그나마 박미경이 좋았어요.
근데 정말 직장에서 저럴까? 의문스럽기도 하더군요.
그러다가도 드라마니까 그런 거겠지만 저런 기류가
밑에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 정말 직장생활하는 거 쉽지 않겠다 싶어요.
드라마 평점이 생각 보다 높지 않던데 좀 아쉽긴 하더군요.^^
 
글로 지은 집 - 구십 동갑내기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주택 연대기
강인숙 지음 / 열림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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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 나는 '책으로 지은 집'으로 오독을 했었다. 오독을 하던 제대로 읽든 제목은 뭔가 상징성이 있어 보이긴 한다. 하지만 정말 책으로 집을 지을 수도 있을까? 얼핏 페트병이나 아이스크림바(일명 하드)를 먹고 나오는 나무 막대기를 모아 집을 지었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아주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책의 재질은 나무가 아닌가. 집 짓는데 나무가 사용되기도 하니 어떻게든 가능할 것 같다.


이 책은 1958년 이어령 교수와 저자가 결혼해 살아온 과정을 집의 연대기로 풀어간 일종의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발간 때부터 나의 관심을 끌었다. 발행 시점이 이어령 교수의 타계 1주기에 맞혀 나온 걸로 알고 있다. 이어령 교수는 자신을 위해서는 글을 쓰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어느 때가 되면 평전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때까지는 이어령 교수에 대해서는 이 책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집 이야기다.


나는 왜 집 이야기를 좋아할까. 그것은 나의 향수를 가장 많이 자극하기 때문일 것이다. 향수를 자극하는 다른 것들도 많을 텐데 하필 집이라니. 더구나 난 이사 경험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집에 관해서는 (저자만큼은 아니어도) 꽤 쓸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은 흔히 집을 부동산의 가치로만 보는 것 같은데 집도 오래 살면 영혼이 깃드는 법이다.


이 책은 크게 네 가지 정도로 보이는데, (교수도 누구도 아닌)남편 이어령 교수와 직업인, 아내, 어머니로서 치열하게 살았던 저자와 집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이들 부부가 함께 어울렸던 당대 문인의 이야기가 양념처럼 등장한다.


남녀가 결혼하면 아이 낳고, 살림 늘리고, 좀 더 넒은 평수로 이사하길 바라는 건 70년 전이나 후나 똑같은 것 같다. 이어령. 강인숙 부부도 부부의 연을 맺은 이상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데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서재를 꾸밀 수 있는 집을 갖게 되길 바랐다. 어쩌면 그것을 위해 그처럼 많은 이사를 하고 살았던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왜 이들에게 서재가 그처럼 중요했을까. 저자는 책에서 몇 번씩, 남편은 평론을 쓰려면 늘 책을 펼쳐놓고 써야하기 때문에 서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썼다. 그러자 평론가들을 조금 이해가 된다. 요즘엔 서재나 연구실을 갖지 않은 평론가가 있을까. 하지만 이들이 결혼생활을 시작했을 50년대 후반 60년대는 여간 부자가 아니면 서재 같은 건 꿈도 꾸지 못했다. 어느 시인에게 왜 시인이 되었느냐고 묻자, 종이와 펜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쓸 수 있으니까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평론가와는 아주 대조적이다.


그런데 이 책 읽으면 읽을수록 묘하게(?) 빠져든다. 나 역시 저자가 살았던 세대 안에 교집합처럼 살았으니까.


그렇게 저자는 고진감래 끝에 드디어 2층 집으로 이사를 하고, 남편과 자신을 위한 각각의 서재를 만들어 좋아라 했단다. 그러나 그도 잠시. 2층 집이 그렇게 추운 줄은 몰랐다는 쓴다. 그때는 새마을 운동 때문이었을까. 2층을 올리는 집도 많았다. 하지만 나의 엄마는 가장 쓸모없는 집이 2층 집이라고 했다. 아직 가스나 기름을 쓸 수 없고 대부분 연탄을 썼는데 그 연탄이 2층까지 덥히진 못했다.


지금도 기억하는 건, 피아노 선생님댁이 2층 집이었는데, 추운 날 피아노를 치러 갔더니 선생님이 입고 온 오버코트를 벗지 못하게 했다. 입에선 허연 김이 나왔고, 피아노 치는 손이 굳어질까 봐 선생님은 조그만 전기 곤로를 켜고는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손을 쬐게 하곤 했다. 그래서 대개 2층 집은 겨울 한 철은 비워둘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불편하고 쓸모가 없는 것이다. 그런 집을 저자는 7년인가를 살았다고 하니 생각만 해도 정말 입에서 김이 나올 것만 같다.


그렇게 이 책에 빨려 들어가고 있을 때 내 눈이 저자가 시구문 근처에서 살았다는 사실에 멈춘다. 와, 시구문! 우리 집도 시구문 근처에서 살았다. 지금은 철거된 지 오래지만 조선시대 시체가 나가는 문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렇게 저자의 삶의 배경과 내가 자꾸 오버랩되니 무슨 퍼즐을 맞추듯 이 책이 자꾸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그렇지 않아도 저자의 세 분의 자제 중 한 분이 나와 나이가 같거나 비슷한 연배인 걸로 알고 있다. 실제로 두 분은 나의 큰아버지, 큰어머니 벌쯤 된다. 아, 이거 너무 오버하나? 우리나라 사람들 누구와 조금만 비슷해도 뭔가의 동질성을 찾으려고 애쓰지 않던가. 이해하시라.ㅠ


그러다 결정적으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저자는 윤남경 씨가 학교 선배고 친하게 지냈다고 짧게 밝히고 있다. 이럴 수가.


윤남경 씨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분은 소설가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80년 대 초중반 K 본부에서 했던 '사랑방 중계'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원종배라는 아나운서와 YMCA 총무를 역임했던 전택부 선생이 MC를 맡고, 가끔 이분이 게스트로 나오기도 했다. 제목 그대로 내 이웃의 이야기를 사랑방에 온 느낌으로 오손도손 한 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였는데 나름 인기가 있었다.


이분의 백부가 윤보선 대통령이다. 그러니 어떤 집 자제인지 알겠지. 그런데 나의 아버지는 그 프로에 나온 윤남경 씨만 보면 왕고모, 왕고모 했다. 촌수에 그리 밝지 않은 나는 사촌 이상만 넘어가면 누가 누군지 잘 모른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아버지와 이분을 둘러싼 복잡한 촌수를 정리했다.


정확히는 이분의 어머니가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나의 친할아버지의 누이시다. 그러니까 이분과 나의 아버지와는 고종사촌 지간이 되고, 따라서 아버지가 왕고모라고 했던 건 이분의 어머니가 나에겐 왕고모님이 되신다는 말이었다. 처음엔 이 사실이 잘 믿기지 않았다. 무엇보다 우리 집은 그렇게 뼈대 있는 집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런 뼈대 있는 가문과는 단 1도 연관되어 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그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소년 시절 명절 때면 할아버지가 고모가 사는 집으로 심부름을 보내곤 했다고 한다. 이를테면 명절 선물을 드리고 오라는 것이다. 그런 것으로 봐 남매는 별로 친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긴 출가외인이고, 워낙 세도가다 보니 처가에서 무슨 말이라도 잘못 흘러 들어갈까 봐 조심이 지나친 거겠지.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렇게 내외를 하는데 아버지라고 그 심부름이 쉬웠겠는가.


그래도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시고도 한동안 왕래가 있었던 모양이다. 내가 이 책을 엄마한테 소개하면서 저자와 윤남경 소설가의 관계를 말씀드렸더니 엄마도 이분에 대한 기억 한 자락을 털어놓는다. 엄마가 시집온 지 얼마 안 돼서 자매가 놀러 왔는데 얼마나 자로 잰 듯 바른지, 나의 큰 고모 즉 아버지의 누나가 머리를 잘못 빗어서 머리카락 몇 가닥이 흘러내렸다고 한다. 그러자 그걸 그냥 안 지나치고 콕 집어 지적하더란다. 나는 역시 양반은 다르구나 했다.


내가 왜 이 얘기를 털어놓냐면, 사실 그때 내친김에 윤남경 소설가에 대해서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았다. 그랬더니 그 시절 기자도 하고(대단하지 않은가? 하물며 여자가.) 소설도 꾸준히 써서 그 편수가 꽤 여러 편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을 하면 동명이인의 책은 있지만 이분의 책은 단 한 권도 찾을 수가 없다. 심지어 절판된 것으로도 나오지 않는다. 이분의 출신학교 도서관에 가면 찾을 수 있으려나.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에 아직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여성 작가들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누군가 좀 이 분의 책을 발굴해 줬으면 좋겠다.


누구는 6명만 건너면 (누구는 4명이라고도 하고) 우린 어떤 식으로든 아는 사람으로 연결되어 있다더니 그 말이 맞는 것도 같다. 저자와 나의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먼 친척이 아는 사이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러다 보니 이 책이 심리적으로 가깝게 느껴지면서 본의 아니게 사심 가득한 리뷰가 되어버렸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면 이 책을 안다는 이유만으로 모일 사람이 어느 학교 운동장 한가득은 되지 않을까. 그냥 웃자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가장 좋은 책은 이렇게 저자와 독자가 어느 지점에선가 만나고, 공감하고 더불어 사고의 폭이 함께 넓어지는 책은 아닐까. 


요즘 저자는 어떻게 지낼까 감히 상상해 본다. 워낙에 이어령 교수가 드리운 그늘이 크다 보니 오늘도 홀로 영인문학관을 지키고 있을 저자의 고독이 감히 헤아리기 어렵다. 모쪼록 건강하고 평안하셨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좋은 책을 내주셔서 깊이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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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23-05-09 2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그러고 보니 뼈대있는 가문이시군요.
왕고모면 5촌이니 아주 가까운 친척이니까요.

집도 오래살면 영혼이 깃드는 법이란 말씀 맞습니다.
사람이 떠나가면 집에 귀신이 산다고 하지 않습니까.
시골에 있는 빈집 뿐 아니라 잘 지어놓은 집도 사람이 살지 않으면 금방 표시가 납니다.
집은 사람이 살면서 호흡하면서 관리를 해주어야 제 구실을 하니까요.
스텔라님 피아노 배우셨구나. 어디까지 치셨어요?
저는 바이엘로 졸업했습니다.



stella.K 2023-05-10 16:40   좋아요 1 | URL
ㅎㅎ 이론상으로는 그렇긴하죠.
하지만 저의 선대분들이라 그냥 풍문으로만 듣는 거죠.
저희 집은 사촌하고도 친하지 않아 안 보고 산지가
꽤 됐니다. 아마 길거리에서 만나도 잘 모르고 지나칠 걸요. ㅋ

저는 체르니도 치고, 하논도 친 기억이나요.
바이엘이면 가장 먼저치는 건데
니르바나님 정말 피아노와는 별로 친하지 않으셨나 봅니다.^^

yamoo 2023-05-10 1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 소설도 꾸준히 읽으시는 스텔라님~^^

작가와 평론가는 하늘과 땅 차이죠..ㅎㅎ
우리나라 평론가의 글 쳐놓고 좋은 글을 거의 못봤습니다.
평론은 창작자가 되지 못한 사람들이 주로 가는 루트...

작가는 책이 없어도 펜과 종이만 있으면 되죠..ㅎㅎ
책이 필요한 평론가는 아마도 대가는 아닐 겁니다..^^

stella.K 2023-05-10 16:52   좋아요 0 | URL
아유, 전혀요. 그냥 관심만 많습니다.ㅠ

그렇긴 하죠. 사실 우리나라가 책을 안 읽으니
평론집이라고 읽겠습니까? 평가절하된 것도 있죠.
근데 가끔 평론집도 읽으면 읽을만 해요.
우리나라 문학의 흐름도 알 수 있고.
특히 요즘 젊은 평론가들은 나름 톡톡 튀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것 같더라구요.
어쨌든 튀어야 사니까.^^

서곡 2023-05-10 1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한 가지 배웠습니다 시구문 ㄷㄷㄷ

stella.K 2023-05-10 16:52   좋아요 1 | URL
시구문을 모르신다니 서곡님은 저 보단 젊으신 분이신가 봅니다.ㅋ
그것도 모르긴 해도 사람을 살리기 위한 방편은 아닐까 싶기도 해요.
옛날엔 역병이 워낙 많았으니 산 사람과 죽은 자를 빨리
격리시켜야 하지 않았을까요?
예전에 조선총독부 건물을 없애는 것도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결국 철거됐죠. 시구문은 어땠는지 모르겠습니다.
언제 없어졌는지 모르게 없어진 것 같더라구요.

페크pek0501 2023-05-12 18: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부가 책을 가까이 하는 이들이라 얘기가 잘 통했을 듯하네요.
각각의 서재를 꾸며 놓는다면 멋질 것 같아요. 우선 집이 커야겠지요...
저는 집 구경이 재밌어서 그런 프로가 눈에 띄면 채널 고정하고 시청합니다.

stella.K 2023-05-12 19:34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저는 먹방이나 집방 같은 예능은 또 의외로
거의 안 보죠. 어차피 저의 욕망을 만족시키는 게 아니라
좌절을 느끼게 해 줘서 싫어한답니다.
대리 만족이 절대로 안 되는 인간이죠.ㅠㅠ

transient-guest 2023-05-20 08: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부가 각자의 서재를 따로 가졌다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만나 인연을 맺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 강남인지 사대문 안인지 몇 건너면 아는 사람들이 겹치는 경우가 있다던데 정말 그럴 수 있겠습니다. ㅎㅎㅎ

stella.K 2023-05-20 10:20   좋아요 1 | URL
저자의 서재는 조그만 방이 남아서 그렇게 했다고 하더군요.

어디 어느 특정지역 만이겠습니까? 페이스북만 봐도 알 수 있죠. 나는 잘 모르는데 내 아는 사람이 안다고 그러기도하고 나 아는 사람 때문에 오래 전에 알았던 사람과 다시 알게되는 연극같은 일이 있지않나요? ㅋ 그래도 또 안 만나게되는 사람은 안 만나긴 하더라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