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에 나라가 좀 어수선하긴 하지만, 올해 우리나라를 기분 좋게 해줬던 건 뭐니뭐니해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아닐까 한다. 그건 또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최초란 수식어도 함께 했다. 그렇다면 최초 여성 노벨문학상은 누군가 했더니 <예스타 베를링 이야기>란 단편집을 낸 1909년에 스웨덴의 셀마 라게를뢰프라고 한다. 


사실 한강 작가가 이 상을 받기 전만해도 나는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의 신포도'마냥 노벨문학상이 별거냐, 괜히 안 부러운 것마냥 시큰둥한 척 했다. 작품성은 있을지 모르지만 대중성은 없고, 최근엔 듣도 보도 못한 작가만 된다고 노벨문학상은 뭐 듣보잡 작가의 등용문이냐고 툴툴거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것도 내로남불일까? 막상 우리나라 작가가 됐다니 마치 오랜 숙원이 이루어진 것마냥 기분이 좋았고, 상 준다는데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노벨상을 거절한 사람도 있긴 하다. 이를테면 장 폴 사르트르,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레득토 같은.) 무엇보다 적지않는 상금을 생각할 때 별 것 아닌 걸로 치부해 버리기엔 아닌 것 같다. 실제로 한각 작가는 상금을 자신의 작품을 번역해 준 번역가와 함께 나눴다고도 한다.(적지 않은 상금이라 세금도 많이 냈겠다 싶지만 상금은 세금이 붙지 않는다고 한다.)

어쨌든 이로써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고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이래 두번째로 노벨상과 인연을 맺은 것 같지만, 사실은 그게 다가 아니다.   


알프레드 노벨이 노벨상을 제정할 때 국적을 논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만일 그렇게 따지면 역시 노벨평화상을 받은 바 있는 마더 테레사 수녀는 3개국을 아울어야 하고 지금도 국적 논쟁을 한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국적이 아닌 출신으로 따진다면 지난 1987년 화학상을 받은 찰스 J 피터슨은 미국 사람이지만 그의 출신은 1904년 아직 대한제국 시절 부산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나라가 노벨상과 인연을 맺은 건 생각 보다 오래다. 그걸 생각하니 내가 노벨상을 너무 신포도 보듯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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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12-18 0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시아 여성 작가로 첫번째로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받아서 더 좋네요 여성 작가가 처음 받은 건 1909년이었군요 그런 건 알아보려고도 안 했네요 이번에 한국 작가가 상을 받아서 언젠가 또 받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됩니다 벌써 그런 생각을 하다니... 세계에서 한국 작가한테 관심을 가지기도 할 테니, 그런 일 또 일어날지도 모르죠 미국 사람에 부산에서 태어난 사람이 있군요 그런 인연도 있었다니, 그것도 신기하네요


희선

stella.K 2024-12-18 12:12   좋아요 1 | URL
사실 한강 작가 말고도 오래 전부터 후보로 거론되어 온 작가도 많고 지금도 탈만한 작가도 많죠. 아마도 그런 일이 앞으로 몇십 년만에 한 번은 더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첫 여성 수상자는 저도 며칠 전 로쟈님 서재에서 알았네요. ㅋ

hnine 2024-12-18 0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찰스 피터슨이 한국 출생이라는 것은 최근에야 알았어요.

stella.K 2024-12-18 12:15   좋아요 0 | URL
아, h님도...?! 우린 왜 이제야 알게된 걸까요? 좀 더 일찍 알 수도 있었을텐데. ㅠ

니르바나 2024-12-19 14: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 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마디로 한국인의 위상을 높인 쾌거입니다.
그런데 상금을 번역가와 나눴다고요. 그 일도 대단히 훌륭한 일이네요.
여러모로 훌륭한 작가입니다.^^

stella.K 2024-12-19 15:51   좋아요 1 | URL
그렇죠? 근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다른 작가들도 그러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더라고요.
자신들이 누구 덕에 그런 노벨상 시상식 자리에 서 보겠어요? 적어도 답례 정도는 하지 않았을까요?
아, 그렇다고 오해는 마시고요. ㅎㅎ

페크pek0501 2024-12-23 1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미 소설을 읽을 때 문맥이 맞지 않거나 뜻이 잘 이해가 되지 않을 때 영미권 사람들을 부러워했어요. 번역본 탓을 하며 원서로 읽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죠. 저도 드디어 노벨상 수상 작가인 한강 작가의 소설을 원서로 읽게 되어 무한히 기뻤답니다. 이제 한강 작가를 좋아하는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을 부러워하게 되었습니다.^^

stella.K 2024-12-24 12:13   좋아요 0 | URL
그건 그래요. 근데 전 오늘 처음으로 그녀의 책 <채식주의자>를
읽었는데 잘 읽히긴 하는데 정말 내용은 별로더군요.
예전에 순수문학을 했던 작가들이 열린 결말이랍시고 이런 식으로 써서
대중의 외면을 받기도 했는데 그때가 떠올랐어요. ㅋㅋ
하긴 <채식주의자>가 2005년인가, 6년도 작이었으니.
이런 글이 외국에선 먹혔구나 싶더군요.
역시 어떤 작가는 자국에서 보다 외국에서 먹어주잖아요
지금은 잘 쓰는 작가들이 너무 많아졌어요.
노벨상을 떠나서 재밌게 쓰는 작가들이 많이 팔리고
해외에도 알려지게 되길 바래요.^^

yamoo 2025-01-02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님!
새해가 시작되었어요!
올해는 작년보다 건강하고 즐거운 한 해 되시길 빕니다~~

stella.K 2025-01-02 20:53   좋아요 0 | URL
아유,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보기 좋게 새해 연하 페이퍼를 올렸더라면 좋았을 걸
제가 뭐하느라고 이런 허접한 페이퍼에 야무님이 새해 인사를
받는지 모르겠습니다. 죄송하네요ㅠ
저도 야무님의 행복과 건강을 빌어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고맙습니다.^^

희선 2025-01-09 0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tella.K 님 새해가 오고 아흐레째군요 새벽이지만... 오늘과 내일이 가면 일월 삼분의 일이 가는 거네요 꽤 춥고... stella.K 님 감기 조심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죠 마음 몸 다...


희선

stella.K 2025-01-09 13:37   좋아요 0 | URL
이렇게 춥기는 몇년만에 첨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은 비교적 춥지않았던 것 같은데.
그러게요. 벌써 열흘이 가까워 오네요. 이러다 올해도 왜 이렇게 시간이 빠르냐고 하면서 보낼 것 같네요. ㅎ
독감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희선님도 건강 유의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고맙습니다.^^

2025-01-20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1-20 2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5-01-22 1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광풍이 불던 게 불과 몇 달
전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네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금은 조용
해졌지만요.

전 <작별하지 않는다> 못 다 읽
었네요.

stella.K 2025-01-22 18:07   좋아요 1 | URL
광풍은 잦아졌지만 아직도 시끄러우니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슴다. ㅠ
한강 작가가 매냐님도 쉽지는 않으신가 봅니다. 저도 얼마 전 잠시 짬을내서 채식주의자를 읽었는데 문장은 나쁘지 않은데 딱히 좋다는 느낌은 아니어서 그냥 우리나라에 기쁨을 줬던 작가로 기억할 것 같습니다. ㅎ

그레이스 2025-02-08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솝의 ‘여우와 신포도‘로 마음을 표현하신 부분, 재밌어요. 무슨 뜻인지 확 다가와요.
이제 우린 따 먹었으니 신포도가 아닌거죠^^

stella.K 2025-02-12 21:00   좋아요 1 | URL
앗, 제가 없는 사이 댓글 남겨주셨군요. 고맙습니다.
그렇죠. 그렇지 않아도 <채식주의자> 어제 겨우 다 읽었네요.
한강 작품의 첫 책을 읽은건데 첫번에 넘 어려운 작품을 골랐다고 하더군요.
오래 전 부커상 때문에 산 걸 이제야 읽은 건데.
근데 진짜 심란하더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