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알라딘 고객센터에 <소설가의 공부> 파본에 대해 변상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 보았다.
솔직히 전에도 고객센터에 이런저런 일로 문의를 해서 만족한 답변을 얻은 경우가 거의 없어 이번에도 그냥 넘어 갈까 하다가 혹시 또 의외의 결과를 얻을지 누가 알겠는가.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무슨 소리하나 들어나 보자고 문의를 해 봤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혹시나 했다 역시나 였다.
나는 그냥 복잡하지 않게 이 책을 샀을 때 주문번호와 증빙서류로 책의 찢어진 부분을 찍은 이미지와 간단한 설명이면 뭐 깔끔하게 같은 책으로 (그것이 새책이든 중고책이든) 받을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겠다 싶었다.
헉, 그런데 웬걸. 그렇게는 할 수는 없고 반품을 원하면 접수를 받겠단다. 나는 그게 첨엔 새책을 보내주겠다는 뜻인 줄 알아 좋아라 했다. (우리가 글을 정확히 읽는 것 같아도 의외로 오독할 때가 많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래서 접수를 하면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으니, 일단 포장을 두고 접수한 날로부터 1일에서 3일 이내로 기사님이 방문할 거란다. 그후 환불은 7일에서 10일내에 환불을 받을 수 있단다.
어머, 환불 기다리다 숨 넘어가게 생겼다.
그전에 포장을 해야하고, 기사 방문 때까지 꼼짝없이 집에 붙어있어야 한다니. 잘하면 화장실도 못가게 생겼다. ㅠ 어차피 책을 반품 받아도 폐기할 거면서 그런 절차를... 그래서 반품을 할까말까 잠시 망설였는데 이미 접수를 했다니 철회해 달라는 것도 좀 그런 것 같아 그냥 내버려 뒀다.
게다가 알라딘은 중고 상품 품질 문제로 인한 별도의 보상정책은 마련되어있지 않단다. 아니, 중고샵이 생긴지가 언젠데 보상정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는 건가. 중고샵을 이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데 나중에 가만 생각해 보니 내가 너무 심했나 싶기도 하다. 물론 같은 상품을 받으면 좋겠지만 환불이면 된거 아닌가. 환불조차도 안 해 준다면 난리법석를 치겠지만 그게 최선 아닌가.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잘못 사면 직접 물건을 들고 가서 같은 물건으로 바꿔 오던가 환불해 오지 않는가. 근데 온라인에서 뭐가 문제란 말인가.
그저 나의 입장만 생각하면 포장하고, 사람 기다리고, 환불 기다려야 하고 그게 넘 부담스러운 것이다. ㅠㅠㅠㅠㅠ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진상 고객이 됐다.
근데 또 생각해 보면, 아무리 문의라고 하지만 문자로 알아보려고 하니 뭔가 점점 말려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문구가 있으면 이봐, 이봐 하면서 꼬투리를 잡으려고 한다. 그러니까 아예 이런 일을 만들지 않도록 하면 좋지 않은가.
그래도 노력하느라고 하는데도 인간이 하는 일이니 실수가 없을 순 없겠지. 물론 내가 알라딘의 20년된 고객이지만 회사의 입장에선 주문서류와 사진만으로 나를 어떻게 신뢰하겠는가. 어디 되도 않은 이미지 끼워넣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새책 보내달라고 하면 보내주겠는가. 내가 믿지 못할 사람은 아니지만 나라도 안 믿을 거 같긴하다.
앞으로 모르긴 해도 알라딘 중고샵은 이런 일에 더 촉각을 곤두 세울 것 같다. 글치 않아도 조금의 흠만 있어도 매입하지 않기로 유명한데 나 같은 진상 때문에 책을 팔려고 하는 사람들이 더 못 파는 일이 벌어질까 그도 좀 염려스럽긴 하다.
그런데 고것이 궁금하긴 하다. 어디나 진상고객은 있게 마련인데 알라딘도 있지 않을까. 언젠가 전화응대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쓴 무슨 에세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제목이 기억이 안 나네. 갑자기 그 책이라도 읽고 싶어진다.
어쨌든 오늘은 내가 실수한 거 같다. 누군지 나를 응대해 줬던 고객센터 직원분께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내가 여기에 이렇게 밝히는 건, 다른 알라디너도 참고하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