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비타 - EVITA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감독 : 알란 파커
주연 : 마돈나 (Madonna), 안토니오 반데라스

전기 영화가 성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많은 물량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그저 그런 범작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무엇보다도 뮤지컬 영화가 아니던가? 뮤지컬 영화를 이토록이나 졸면서 본 건 이 작품이 처음인듯도 하다. 아, 물론 그렇다고 내가 뮤지컬 영화라면 사족을 못 쓰는 그런 류는 아니다. 그냥 보면 흥겨워서 보게 만드는 구석이 있어 보는 것일 뿐이다. 그러니 내가 이 영화를 졸면서 봤다고 해도 한숨지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왜 알란 파커는 이 영화를 뮤지컬로 만들 생각을 했을까? 어쩌면 이 작품도 <시카고>처럼 뮤지컬로 나왔다 나중에 영화로 만들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진 참사 장면도 나름 신선하다. 어떻게 뮤지컬 영화에 이 장면을 도입할 생각을 했을까? 군무씬도 나름 멋지다. 무엇보다 그 시대를 재현하고자 노력했다는 것이 박수를 쳐 줘야 할 것 같다. 1950년대 의상, 화장법 등이 말이다. 영화와 드라마가 꼭 같을 수는 없다고는 하나 가끔 드라마 보면 배경은 옛날인데 주인공은 현대적이라는 것이 못마땅하게 다가올 때가 많다. 특히 요즘 관심있게 지켜보는 <추노>를 보면 특히 여자 주인공이 떠도 너무 많이 뜬다는 생각이 든다. 이 페이퍼는 <추노>를 비판하기 위한 페이퍼는 아니니 더 이상의 언급은 안 하겠지만, 여자 주인공을 부각시키기 위해 오도카니 예쁘게만 꾸며 줄려고 하는 제작진들은 이런 영화보고 반성 좀 하면 좋겠다. 에비타 역을 맡은 마돈나. 난 솔직히 그녀의 등장에 조금은 놀라웠다. 얼마나 촌스럽던지. 하지만 그 시대에선 그것이 나름 최고의 패션 브랜드였을 것이다. 그것을 이해 못할 관객들이 어딨겠는가? 그래도 그녀는 자신의 배역에 최선을 다했다(그녀는 정말 한마디로 대단한 여자다). 

 

사실 역사상 일개의 창녀에서 한 나라의 대통령 영부인이 된 경우는 에비타가 전무후무 하지 않나 싶다. 또한 그녀는 아르헨티나 민중들에겐 성녀였다. 창녀와 성녀. 확실한 아우라를 지닌 인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녀를 그런 시각으로 보는 것도 어찌보면 지극히 남성 중심의 시각은 아닐까 싶다. 하긴 이 여자가 철저하게 남자를 이용해서 개과천선할 생각이었다면 이렇게 보는 것도 당연한 시각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인물에 대한 좀 더 다각적인 연구 노력없이 그저 뮤지컬이란 장르 안에 박제시킨 건 아쉬움이 크다. 더구나 에비타의 인기가 절정에 오르고 그녀의 정적들이 부통령의 자리를 노린다고 생각할 즈음 갑자기 병을 얻어 죽는다는 것은 클리셰란 생각이 들어 작가가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참 무책인 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적의 어떠한 갈등없이 갑자기 신병을 들이 민다는 건, 정적들에겐 손 안 대고 코 푸는 식인데 과연 이런 설정이 가능한가? 아무리 뮤지컬이라고 하지만. 그래서도 이 작품은 뮤지컬로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그래도 우리가 아는 건 에비타는 진정으로 민중을 사랑했었다는 것이다. 동시에 과연 이 시대에 이런 인물이 또 과연 한 나라의 정치사에 등장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알겠지만 정치를 좌지우지 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초특급 엘리트들이다. 사실 가방 끈이 길다고 누구나 정치 잘하는 것 아닌데도 국회는 늘 가방 끈이 긴 사람들의 전유물이요 놀이터로 인식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좀 더 나은 국가의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똑똑한 사람을 모아 놨더니 피터지게 싸우느라 하향평준화한 꼴 밖에 되지 않았다. 결국 똑똑한 사람이 나라를 살리는 것이 아니다라는 걸 보여준다. 민중을 사랑하는 정치인만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에비타는 기억될만한 존재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더구나 여자로써 말이다. 그래도 아쉽다. 누군가는 이 여자의 전기를 다시 써 줬으면 하고, 누군가는 이 작품을 다시 만들어줬으면 바랄 뿐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10-01-25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참 감명깊게 보았는데, stella님 리뷰를 찬찬히 읽어보니 저는 너무 감상적으로만 보았지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하긴 그때 제가 좀 그럴만 하기도 했지만요.
이 영화에 실린 노래들도 무척 좋아해서, CD를 지금도 수시로 듣는답니다. 대부분 노래가 슬프지요.

stella.K 2010-01-25 14:19   좋아요 0 | URL
그래요. 음악은 정말 좋았어요.
알란 파커, 나름 좋은 영화 만드는 감독으로 알고 있는데
이 작품은 많이 아쉽더라구요.ㅜ

릴케 현상 2010-01-25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싶었는데 못보고 지나간 영화네요^^ 스텔라님덕에 늦었지만 봐야겠어용~

stella.K 2010-01-26 10:50   좋아요 0 | URL
오, 산책님, 오랜만이세요. 잘 지내시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