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시력을 잃은 루벤. 그는 자신을 돕기위해 일하는 가정부들에게 난폭하게 굴어 모두 그만두고 새로 고용된 '마리'를 만납니다. 역시 마음을 열지 않는 루벤은 그녀에게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려 하는데 '마리'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되려 머리를 뜯긴 루벤은 그녀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합니다. 그녀의 냄새, 그녀가 책을 읽어줄 때의 목소리,...
'마리'는 백색증이 있고 얼굴과 온 몸에 흉터가 있습니다. 그녀의 엄마는 마리가 어릴때부터 왜그렇게 못생겼냐고 구박하고 학대한듯 보입니다. 그런 트라우마 때문인지 스스로 '거울'조차 바라보지 못하는 그녀는 늘 자신의 모습에 자신이 없습니다. 망토로 얼굴을 감추고 다닙니다. 다만 그녀에게 위로가 되는 것은 '독서' 그녀는 루벤의 대저택에 고용되자 마음껏 서재의 책들을 읽을 수 있는지부터 묻습니다.
루벤은 '마리'를 좋아하게 되면서 점점 차분해집니다. 그리고 마리가 읽어주는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에 귀를 기울입니다. 시력을 잃은 '카이'의 이야기에 빠져듭니다. 그리고 마리의 모습을 상상합니다. 손으로 '마리'의 얼굴을 느껴본 루벤은 자신이 상상한 것보다 더 아름답다고 말합니다. 둘은 서로를 사랑하게 됩니다.
이를 못마땅하게 지켜보던 루벤의 유일한 가족인 엄마는 '마리'에게 경고를 하고, 루벤은 곧 시력을 회복할지 모를 수술을 앞두게 됩니다. '마리'는 '루벤'이 시력을 되찾게 되면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꺼라고 생각하고 떠납니다. 수술 후 시력을 회복한 '루벤'은 애타게 '마리'를 찾지만 엄마도 돌아가시고 '마리'를 찾을 수 없어 방황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안데르센의 동화를 대출하기 위해 인근의 도서관을 찾은 루벤은 지나가던 사서에게 책을 찾아달라 부탁하는데 그녀는 다름아닌 '마리'였습니다. 당황한 마리는 책을 찾아주고 서둘러 자리를 피하려 하지만 스치는 그녀의 향기를 맡은 루벤은 그녀가 사랑하는 '마리'임을 눈치챕니다. 그리고 제발 돌아와 달라 말하지만 마리는 나는 아름답지 않다고, 현실에 동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목소리를 확인하기 위해 책을 읽어봐달라 부탁하는 루벤
아름다운 여성은 영원히 특정한 인간의 사랑이라는 보상과 책임에서 배제된다. 누구도 자신을 "그 자체로" 사랑할 거라고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 개인에 고유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특정한 개인과 상관없는 "아름다움"자체를 사랑의 필수 조건으로 만드는 신화에서는 아름다움이 사라지면 사랑이 어디로 가지 않을까 하는 지옥 같은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p.277
'마리'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루벤'은 '마리'가 스스로의 모습을 '루벤'에게 보이기 싫어 떠난 것을 깨닫고 자신의 눈을 찌릅니다. ㅠ.ㅠ 개인적으로 시력에 대해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영화에서 눈을 공격하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등등)장면은 차마 보질 못하는 편인데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충격이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시각적인 충격보다는 루벤의 마음이 안타까워서 오열했네요. '마리'의 외모가 아름다워서 사랑한게 아니라 '마리'이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생각한건데 '마리'는 트라우마 때문에 그걸 믿지 못하고 스스로의 모습을 보여주는걸 고통스러워하니 결국 그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이겠죠. 한동안 이 영화의 제목을 몰라 (영화소개 프로에서 줄거리만 보고나서 잊어버림)찾아보질 못하다가 우연히 알게되어 이제서야 영화를 봤어요. '눈의 여왕'을 오마주?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2007년에 만들어진 네덜란드 작품인데 작년에서야 국내개봉을 했다네요. 감각적인 영상도, 내용도 인상적이었고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