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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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보는 김연수 저자님 책 참 유쾌하네요 ^^ 《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를 읽으시며 분노 하시는 모습과 책과 얽힌 여행지 추억을 이야기하시며 책을 옮기는 형벌을 감내하시는 모습 인상적이였어요 작가가 들려주는 책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참 설레이는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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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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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공 일명 '난쏘공'으로 유명한 이 책을 알게된 것은 구독하는 신문의 기사를 보고서다. 당시 신경숙 작가님의 기사가 실렸었는데 대학 입학시험을 치른 후 남는 3개월 시간동안 한국문학 전집 30권을 독파하고, 학창시절엔 이 책이 너무 좋아 여러번 필사했었다는 기사였다.(경향신문) 그때 이후로 틈만나면 이 책을 읽어보려고 했으나, 역시나 여러가지 핑계들만 겹겹이 쌓여 퇴색되어버렸다가 요 근래에 읽을 기회가 생겨 읽게 되었다.

 

더 솔직히 생각해보자면, 이 책을 읽지 않으려고도 했던것도 같다. 그것은 내 어린시절의 자화상과도 같았던 세월이 담겨있다는 것과 그 세월을 마주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였는지도 모른다.

 

내가 태어났던 70년대 끝무렵인 80년대의 시절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여섯식구의 삶을 어깨에 짊어지고 사셔야했던 아버지로써는 버겁기만 한 세월이였고, 힘겨웠던 시절을 헤치며 살아야했던 우리에겐 아픈 세월이였다. 모두가 가난했고, 모두가 아팠던 그 시절을 나는 이 책을 통해 보았던 것이다.

 

 

총 12편의 단편을 묶어 만들어진 소설의 내용은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난장이, 앉은뱅이, 곱추 라는 특징을 씌워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소외'라는 단어는 이 책의 내용을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폭압의 시대, 비상 계엄과 긴급 조치가 내려지며, 무참히 짓밟히던 인권, 희망이란 꿈조차 꿀 수 없었던 시대의 이야기를 막연한 '소외'로 담기엔 부족함이 크지만, 그 이상의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이렇게 담아본다.

 

 

등장 인물 중에 인상적인 사람들은 난장이, 신애,  윤호와 지섭이다. 소외당한 이웃을 보면 참지 못하고 그들의 불온전한 삶에 분노했던 지섭은 다시 말해 저자 조세희 씨의 모습이기도 했다. 난장이 아저씨의 집이 강제 철거될때 함께 밥을 먹고 있었고, 철거인이 철거를 시작할때 싸움을 했던 모습은 실제 저자의 모습이기도 했다. 저자는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작은 노트를 한 권 샀고 '칼' 대신 '펜'을 들어 시대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저항하는 모습을 담아낸것이다.

 

 

" 아저씨는 평생 동안 아무 일도 안 하셨습니까?"

" 일은 안하다니? 일을 했지. 열심히 일했어. 우리 식구 모두가 열심히 일했네"

" 그럼 무슨 나쁜 짓을 하신 적은 없으십니까? 법을 어긴적은 없으세요?"

" 없어"

" 그렇다면 기도를 드리지 않으셨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지 않으셨어요"

" 기도도 올렸지."

" 그런데 이게 뭡니까? 뭐가 잘못된게 분명하죠? 불공평하지 않으세요?"

 

 

평생동안 일을 해도 악취풍기는 재건축 지역에서  말린 고추를 찍어먹으며 언제 철거될지도 모르는 불안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나아질 수 없는 삶. 끝없는 구렁에 갇혀버린 모습은 정말 잔혹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그 모습이 비단 70년대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사실에 소름 돋는다. 떠올리기도 조심스러운  참사 사건들을 접할때 마다 세월앞에 숫자만 바뀌어 갈뿐 또 다른 형태의 착취가, 억압이 느껴지는 것이다. 우리가 왜 난장이가 되어야만 하는지, 그 아픈 이야기를 명쾌하게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스스로 부족하기때문에,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화살은 안으로 돌려질뿐.

 

" 저희들도 난장이랍니다. 서로 몰라서 그렇지, 우리는 한편이에요"

 

다양한 난장이로 변주되는 단편들이 유기적이든 무기적이든,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로 묶여 살아가고 있으므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대의 이야기가 되는것이며 70년대의 자화상이 되는것이다. 난장이 아저씨에게 표현했던 신애의 마음은  또 다른 이름의 난쟁이인 내  아버지가 듣고 싶었던 위로이자, 표현하고 싶었던 울분이 아니였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고, 시대가 위로 받고 싶었던 손길이 아니였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 물, 물 어디를 보나 물뿐, 그러나 한 방울도 마실 수 없다."p127

 

바다위에 떠 있으면서도 물을 마실 수 없는 애타는 심정처럼, 거대한 산업혁명과 그들의 거대한 자본의 흐름이 눈앞에 보이지만, 어찌하지 못하는 사람들, 공평한 이익 배당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돌아오는 질타와 구속 그리고 폭력과 억압은 끝나지 않는 시대의 이야기이며, 변화해야할 우리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소설 속 윤호의 모습은 조금 위험스럽다. 자신의 옆집에서 살고 있는 경애와 경애의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은강공장을 비판하는 과정속에 보였던 모습이 조금 섬뜩하기도 했다. 경애의 할아버지가 이뤄놓았던 삶의 부유함이 착취와 억압에서 오는것임을 일깨워주기 위해 거짓으로 고문했던 장면은 자칫 위험한 발상이며, 이 책이 청소년 권장 도서임을 생각할때 생각해볼 문제 라는 생각이 든다.

 

 

윤호가 표현했던 방식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죄를 처단하기 위해 고문이라는 방식은 폭압 시대를 부정하는 사람으로써의 모습이기보다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기에 위험하다는 생각이들며, 스스로 세운 기준으로  처벌한다는 생각은 많은 위험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뫼비우스의 띠 처럼, 구분없이 돌고 돌아가는 쳇 바퀴 같은 시대의 아픔을 끊어내고 21세기의 추구하는 자유로운 사상을 또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공정한 사회가 찾아오기를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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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 남도답사 일번지, 개정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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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라는 글귀를 읽다보니 문득 떠오르는 일이 있다. 조선의 18세기 실학자 이덕무. 그를 너무 사모한 나머지 그가 살았다던 목멱산 아래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던 적이 있다. 그러나 그 목멱산 아래 그러니까 지금은 남산인 그곳을 마냥 가볼 수는 없는 일이기에 아쉬운 마음을 달래러 정조시절 규장각 검시관으로 생활했다던 경복궁을 거닐며 그의 모습을 그려본적이 있다. 여러 궁궐의 모습도 모습이지만, 수령이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나무들을 만나면 이렇게 말을 걸어본 기억이난다.

 

 혹시 목멱산아래  스스로 간서치(看書痴)라 부르며 청렴한것을 으뜸으로 삼았던 이덕무를 본 적 있나요?

 

 

유홍준 교수님의 책을 대할때면 나는 으레 그때의 일들이 떠오른다. 아쉽고, 그립고, 아름답던 그 나날들의 세월을 그렸던 마음 말이다. 그렇지만, 나와 다른점이 있다면 유홍준 교수님의 답사기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과거의 시각으로 복원해낸다 점이며, 그 복원해 낸 이야기를 마치 재미난 옛날 이야기처럼 술술 풀어주신다는 점이다.

 

 

재미난 이야기 처럼 술술 풀어주실수 있는 이유를 최근에야 알게되었는데 그것은 팟 캐스트 라디오 책다방(창비)에 유홍준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고서다.( 38회 2014년 1월 6일자). 내용인즉 답사기를 쓰실적엔 3가지 검증을 거치시는데, 첫번째로 유홍준 교수님이 직접 다녀오시고, 두번째로 전문 답사단을 꾸려 자신의 글을 검증하시고, 세번째로 학생들과 강의를 통해 반응을 보고 첨삭을 하신다는 점이다.

 

 

이런 각고의 노력에 얻어진 귀한 (아주 귀한 이라 표현하고 싶다) 책(冊) 임을 알게된 후 나는 그간 미뤘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를 모두 구입하게 되었다. 더불어 유홍준 교수님이 쓰신 책들을 모두 구입중에 있다. 답사기 일본 교툐편(4권) 에서도 느꼈지만, 학자로써 그리고 문화유산을 계승하는 사람으로써 유홍준 교수님이 보여주시는 열정과 노력이 너무 값지고 귀해 소장하여 읽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들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믿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11권의 답사기 시리즈를 한 달에 한 권씩 읽기로 결심했고, 그전에 읽었던 답사기라 할지라도 다시 읽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한  제 1권 '남도 답사 일번지'는  강진과 해남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예산 수덕사, 가야산, 경주(고선사탑, 감은사탑, 삼화령 애기부처, 태종무열왕릉, 에밀레종, 불곡 감실부처님) 문경봉암사, 담양 소쇄원, 고창 선운사, 양양 낙산사 까지의 답사기를 풀어놓고 있다.

 

 

 

남도 답사 일번지.

 

우리가 흔히 문화유산하면 떠오르는 수학여행코스 ( 경주나 부여, 공주)가 아니라 강진과 해남을 시작으로 하는 이번 답사기는 흥미로웠고, 그래서 이 책을 가장 먼저 구입해 읽었던 기억이 난다.

 

" 거기에는 뜻있게 살다간 사람들의 살을 베어내는 듯한 아픔과 그  아픔 속에서 키워낸 진주 같은 무형의 문화유산이 있고, 저항과 항쟁과 유배의 땅에 서린 역사의 체취가 살아있으며, 이름없는 도공 이름없는 농투성이들이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는 꿋꿋함과 애잔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향토의 흙내음이 있으며, 무엇보다도 조국강산의 아름다움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산과 바다와 들판이 있기에 나는 주저없이 '일번지'라는 제목을 내걸고 있는 것이다" p18

 

18년 유배객이 머물렀던 다산과 추사의 이야기. 월출산과 월남사터, 무위사의 극락보전, 백련사, 윤고산 고택, 두륜산 대항사, 초의선사의 일지암등의 이야기는 그동안 유배지로 만 알고 있던 땅의 감춰진  속내를 들을 수 있어 흥미로웠고,  부제' 남도 답사 일번지' 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더불어 시뻘건 남도의 황토 이야기는 ' 쟁기질하는 농부가 땅을 뒤적일 때마다 제속을 드러내 보여주는 붉은 황토가 너무나 강렬했다. 남도의 땅은 헤적이면 헤적일수록 처연한 아픔을 드러내 보이는 것만 같았다'(<<다산의 아버님께>> 안소영. 진경문고) 던 소설이 떠올랐다. 시뻘건 황토의 빛깔을 남도의 땅에 발딛고 살았던 시절 눈여겨 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내 자신을 책망해 보기도 했다.

 

 

 

문화유산을 대하는 자세.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그동안 내 시선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내 눈앞에 보이는 탑, 절, 종 과 같은 유물을 단편적인 시각으로 봤다는 점인다.

 

"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치 설정 이른바 로케이션이다. 부석사 무량수전과 병산서원 만대루가 건축적 아름다움으로 칭송받고 있는 것은 반은 자리앉음새에 있다....(중략) 여기에서 건축적으로 더욱 중요한 것은 자연과 인공의 행복한 조화이다. 조용한 산세에는 소박하게, 화려한 산세에는 다채롭게, 호방한 산세에는 기세좋게 건물을 세운 것이 우리 산사 건축의 미학이다"p320

 

다시 말해 한 시대의 유물을 만났을 적에는 그 시대가 품고 있었던 역사적 가치(환경적 요인, 시대적 요인)와 위치설정이라는 전체적 시각으로 보지 못하고 그저 눈앞에 보이는 유물로 보고 평가하기에 이르렀다는 점을 깨닫게 된것이다.

 

 

유물을 대할때는 크게 두가지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데 그 첫째가 환경적 이른바 위치설정(Iocition)으로 바라보기다. 대표적인 예가 월남사터 삼층석탑, 감은사터 전경, 이황사 대웅보전, 담양 소쇄원, 예산 수덕사등을 들수 있는데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는 배경들 ( 월출산, 달마산 준봉들)과 가람배치, 원림(동산과 숲의 자연상태를 조경으로 삼으면서 적절한 위치에 집과 정자를 세우는것) 으로써 바라볼때 더욱 두드러지게 느껴볼 수 있다는 것이며, 그 유물이 전달하고자 했던 웅장함 내지 기품, 유려함의 모습들을 느껴볼 수 있는 것이다.

 

 

두번째가 시대적 요인을 들 수 있다. 시대가 추구했던 이상과 문화, 사상들을 이해하고 바라볼때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경주의 첨성대 이며 또다른 예로는 사찰이나 승탑, 범종, 서체등을 들 수 있다. 수학여행코스 1번지이자, 유물에 대한 실망감을 안겨줬던 첨성대에 하늘과 땅의 음양과 24절기, 365일 날수, 기본 별자리 28수를 담고 있으며 선덕여왕 시절 문화가 발전하고 강성해졌다는 사실과 황룡사 구층석탑은 큰 배포와 웅장함을 느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찰을 살펴볼때는 지붕의 모양(맞배, 팔작, 우진각) 과 기둥의 모양(주심포, 다포, 배흘림) , 기둥과 기둥을 잇는 창방,  앞뒤를 가로 지르는 들보, 들보를 매듭짓는 공포(珙包)의 모양을 관찰하므로써 하나의 유물로 이해할 수 있는것이다. 예를 들어 삼국시대 이래로 사용되어온 단아한 기품의 맞배 지붕이 고려시대에 멋스러운 팔각지붕(양반지붕)으로 바뀌게 되는 양상등을 이해할 때 혹은 삼국시대 이래로 사용되어온 배흘림 기둥의 모습의 변화를 통해 예술적으로 추구했던 가치의 변화를 이해해 볼 수 있다. 또 통일 신라 시대 이후 범종에 새겨진 비천상을 통해 융성해진 불교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것이다.

 

 

'왕'은 '부처' '귀족'은 '보살' 이라던  왕즉불(王卽佛) 사상이 도의선사의 자심즉불(自心卽佛)과 일문일가(一門一家) 사상으로 전환되며 생겨난 승탑( 승려의 탑으로 사리를 모시는곳) 이 생겨나게 되었고 그 대표적인 예가 전진사 삼층석탑인것이다. 또한 탑을 바라볼때 단의 높이 기둥의 모양, 돋을 새김등을 살펴 추구했던 사상이 웅장했는지, 백제의 사상처럼 우아하고 부드러웠는지, 또는 소담했는지를 통해 유물이 담고 있는 시대적 사상을 함께 살펴볼수 있고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옥동 이서의 서체를 통해 인품을 느껴볼 수 있는 것이다. 유물은 사용자 입장에서 봐야  제 맛을 알 수 있다는 말씀처럼, 시대가 추구했던 가치와 이상을 놓고 문화적 흐름으로 함께 살펴볼때  문화유산을 제대로 이해하고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문화재를 보호해야하는 이유.

 

문화재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크게 두가지로 들 수 있는데 하나가 에밀레종과 또 하나는 양양의 낙산사이다. 첨단 기술력으로도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에밀레종과, 산불로 인해 잃어야했던 낙산사의 이야기를 통해, 어떤 유물이든 그 가치는 따질 수 없이 보호하고 관리해야할 테지만, 이 두가지 사례는 우리가 더욱더 인식하고 노력할 필요성을 느꼈고 이 책을 더욱 가까이 두고 봐야할 이유이기도 하다.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 같은 답사기 1권을 진즉 읽고 정리했지만, 글로 정리하는데 크게 망설여졌다. 역사나 미술학도도 아닌내가 느낀부분을 쓴다는게 어렵기도 했고, 부족한 부분이 보일까 걱정스럽기도 했기 때문이다. '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낄 만큼 보인다. 예술을 비롯한 문화미란 아무런 노력없이 획득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p12  말씀처럼, 부단이 노력하여 11권으로 완주하는날. 더 값진 시각을 얻게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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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올리비에 여행 - 수채화판 실크로드 여행수첩
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 프랑수아 데르모 그림, 고정아 옮김 / 효형출판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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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과 10월에 걸쳐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 1~3> 를 즐겁게 읽었던 터라 이번 '수채화판 실크로드 여행수첩 ' <여행>이란 책에 기대가 컸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책이 절판되어 여기저기 수소문해보다가 품절센터에 의뢰해서 받아볼 수 있어 감사했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수십번 이야기해도 부족할 정도로 그에 대한 애착이 좀 있는거 같다. 30년의 기자생활후 은퇴를 맞아 사회인으로써의 역할이 끝났다는 생각이 머물면서 극심한 우울증에 빠졌고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었다,  그 후 '걷기'를 통해 삶을 되돌아 보고 인생의 계획을 세워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가는 그의 의지와 열정이 멋졌기 때문에 생겨난 애착심인지도 모른다. 더불어  베르나르 올리비에 처럼 내 곁에도 은퇴후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분이 계시기에 그 모습이 겹쳤고, 그의 배낭이 유독 아프고 무거워보였는지도 모른다.

 

 

그가 포기하지 않고 걸었던 4년이란 시간과 1만 2천 킬로미터의 거리는 내 곁에 계시는 그 분과 함께 걷고 싶었던 길이였기에 비록 다른 나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두 분이지만, 그 분도 베르나르 올리비에 처럼 인생을 재발견하고, 삶을 디자인해가며 희망을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였는지도 모른다. 그 분이 독서를 좋아하신다면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책들을 선물하면 좋을테지만, 책과 친분이 없는 분이시라, 어떻게 응원하면 좋을지 고민스럽기도 하다. 이럴땐 어떤 방법이 있는지 그것도 알려주면 참 좋으련만.

 

 

 

이번 '수채화판 실크로드 여행 수첩'은 전작 <나는 걷는다> 시리즈를 읽은 독자들의 성원에 못이겨 떠나게된 여행기다. 다시말해 <나는 걷는다>에서 한 장도 실지않은(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모습은 한 두장 담긴했다) 사진을 아쉬워했던 독자들이 그에게 다시 여행을 다녀올것을 부탁했던 셈이다. 여행 동안 오직 도보를 고집했던 고집불통 올리비에의 팬들답게  고집불통인 독자들의 요구에 못이겨 수채화가  프랑수아 데르모아와 함께 길을 나선것인데, 그 저자에 그 독자인셈이라 그 덕에 이렇게 멋진 수채화판 여행수첩을 볼 수 있어 나야 감사할 따름이다.

 

 

이번 여행은 함께 가는 프랑수아 데르모아를 위해 도보 여행이 아닌 자동차 여행을 택했고, 터키부터 중국의 시안까지 각 나라의 여행사에 힘을 빌려 중요 서류를 해결하고( 나는 걷는다에서 각 국경을 지날때마다 서류를 해결하느라 애를 먹었다)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였을까? 이 책은 전작에 비해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탁월한 안목과 친화력, 여행기에서 볼 수 있었던 순발력등의 부재를 낳았고, 그래서 전작에 비해 그와 친밀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던거 같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전적으로 나라에 대한 특성, 기후, 인물들에 관한이야기가 짤막하다 못해 지(紙)면을 스쳐 지나간다는 표현을 쓰고 싶을 정도로 구성되어졌다. 그런면에서 무척 아쉬웠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나 혼자만 했던게 아닌거 같다. 역시 이런 나의 애증이 그와 잘 맞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어 혼자 큭큭 웃어보기도 했다.

 

 

" 허세나 위선을 떨지 않고, 실망감을 희석시키려 하거나, 남에게 터무니없는 것을 믿게 하려고 꾸미지도 않고, 더욱 냉철하게, 이번 여행에서는 실망감을 느꼈다고 고백하고 싶다. ....(중략) 내게 필요한 것은 느림이고, 무엇이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고, 풀길을 따라 어슬렁거리며 몽상에 젖는 것이다. 찌르레기의 비행. 어릴때 먹었던 솜사탕처럼 뭉게뭉게 짙게 깔린 산등성이, 자기일을 하느라 바쁘게 내 앞을 지나가는 전갈 - 하물며 전갈마저- 나처럼 풀밭 위를 돌아다니는 방랑자, 이런 모습들이야 말로 내마음에 드는 것이다"p223~224

 

 

내가 알고 있던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모습도 바로 이런 모습이였다. 위선과 거짓없이 사실을 전달해주던 말솜씨와 위험한 순간마다 빛을 발하던 그  순발력들! 그 생동감 넘치던 모습들의 부재로 인해 간이 되지 않은 밍밍한 음식을 먹은것 처럼 아쉬웠다고나 할까? 그렇더라도 상상만으로 그려봤던 그의 글을 사진이라는 경직된 찰라의 영상이 아닌, 화가의 섬세한 솜씨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로 부족함을 위로받을수 있었다.

 

 

 

 

       < 왼쪽부터 타블과 도홀을 연주하는 남자들 그리고 현악기를 타는 우리의 가이드 쇼레>

 

      

                                  < 올록볼록 팬 바위땅을 파서 마을을 이룬 칸도반의 바위집>

 

 

 

 

 

 

< 등대 혹은 사형대. 부하라의 칼란 첨탑>

 

 

<나는 걷는다>에서 만났던 인연들을 반가운 마음으로 찾아보았지만, 만날 수 없게 되었던 사연(그곳에 더 이상 살지 않거나, 심장병으로 하늘나라로 간 친구도 있었다)들을 읽으며 정말 인연이란 '하늘에서 내려주는것' 이란 생각과,  '여행길에서 우리는 이별 연습을 한다. 삶은 이별의 연습이다'(책은 도끼다 에서 김화영'시간의 파도로 지은성'의 일부) 라던 말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4년이란 시간이 흐른뒤 찾아간 여행지였지만, 여전한 인심(두 팔을 들고 환대해주는 사람들)과 또 여전한 불신(외국인, 관광객이란 시선으로 시세보다 높게 값을 부르며 이익을 보려드는 사람들)들은 세월의 흐름을 무색하게 만들기도 했다.

 

억압의 상징인 터번을 두른 이란의 여성들은 볼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몇일전 이란 에서 발생했던  기사가 떠오르기도 했다. 자신의 몸을 지키기위해 살인을 해야만했던  레이하네 자바리 (19살)라는 여성이  정당방위가 인정되지않고 사형집행을 당해야만했던 사연을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들었다면 과연 어떤 이야기를 들려줬을지. 법의 테두리가 보호가 아닌 억압이 되어 살아가는 이란 여성들을 안타까워했던 그였기에 그에게 더 가슴아픈 소식이였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이렇게 아쉬움을 남기며 마무리 하게된 그의 여행기를 덮으며 생각해보았다. 늘 어디론가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고집불통 베르나르 올리비에. 나이가 무색할 열정이 있는 그이기에 어느날 갑자기 또 다른 여행기가 혹은 그가 타클라마칸 사막을 지나며 구상했던 상상의 여인 로쟈가 (나는 걷는다3 당시 로쟈라는 소설을 구상하고 있었다)라는 소설이  세상밖으로 나와주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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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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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고갱의 삶을 통해 영감을 얻어 씌여진 이 소설은 150종의 번역본이 나와있을 만큼 사랑받는 고전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에 끌리는 것은 제목이지 싶습니다. 달은 현실적으로 만질수도 갖을수 없는 '상상의 세계' 이상적 세계를 표현하고 6펜스는 돈의세계 '물질적인 세계'를 표현하는데 우리가 늘상 현실과 머나먼 이상 속에서 갈등하는 문제들을 서머싯몸은 찰스 스트릭랜드라는 주인공을 앞세워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소설의 내용은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 에게는 1남 1녀의 자식과 기품이 있고 아름다운 여성이지만, 허황심이 많은 부인과 살아갑니다. 잘나가는 금융업을 하고 있던 그는 다른이들이 보기엔 남부러울것 없이 살아가는 모범적인 사람 입니다. 지성인을 흠모하는 아내가 사교 모임을 열고 그 자리에 남편이 함께 참석하여 빛내주며 자신의 삶이 '완벽'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친정으로 함께 놀러갔던 스트릭랜드가 먼저 집으로 돌아간 후  쪽지만을 남겨둔채  사라지게됩니다. 자신의 꿈이였던 화가가 되기위해 가족을 버린채 홀연히 떠나버린것이였습니다. 가정이라는 현실인 버리고 허황된 달을 쫓아 떠나버린 남편 스트릭랜드의 모습을 통해 책임감의 부재에 질타를 날릴수도 있고, 자신의 이상인 화가라는 꿈을 쫓아 날아간 자유로움에 박수를 보낼수도 있는 이 소설을 읽는 독자가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곁에두고 세월의 흐름을 함께 느끼기에 좋은 소설이며 오랜 시간 사랑 받고 있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제가 보는 시각은 꿈을 쫓아 떠나버린 그의 이기적인 마음을 크게  비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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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정을 꾸리고 있는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그가 선택한 꿈이 혼자만의 꿈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꿈은 누구에게나 존재합니다. 허영심이 많았던 아내에게도 한참 성장중이였던 자식들에게도 표현되지 못했던 꿈은 있습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서의 꿈은 개인의 꿈이아닌 '공동의 꿈'으로 이끌어 가족들과 공유하고, 이해와 지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때에 진정 자신의 이상이 실현 될 수 있다 믿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런 제 강한 반감에 대해 찰스 스트릭랜드는 자신의 처한 심정을 이렇게 토로합니다.

 

그려야 한다지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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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요.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나오는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p69

 

죽을것 같았던 열망이 자신의 현실을 무책임함으로 만들었지만,그림이라는 꿈을 통해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그의 자유로운 영혼은 비단 무책임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림을 향한 열정만큼 자신의 잣대로 주위사람을 파멸시켜버리는 무서움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스트릭랜드의 광기어린 그림을 본 후  그림에 매료되어 헌신적으로 도움을 주게되는 스트로브는 스트릭랜드의 천재성을 알아보는 유일한 친구이자, 후원자입니다. 무엇보다 현실적인 그림만 그리는 스트로브는 자신이 현실에서 놓치 못하는 것들을 과감히 놓아버리고 살아가는 스트릭랜드가 그의 달, 이상이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면과 대조적으로 스트릭랜드에게 헌신적 도움은 벗어던지지 못한 현실의 안락한 세계인것이며 6펜스라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겁쟁이인 것이므로  배타적인 대상이 되어 스트로브의의 아내를 빼앗아버리는  이기적이고 잔인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누구보다 사랑했던 아내가 돌아오길 애원하던 스트로브 앞에 그녀는 싸늘한 죽음으로 돌아오게됩니다. 이때의 스트릭랜드는 지독히도 냉혈적인 모습으로  '죽음'에 무감각하며 자신의 관심이 아닌 대상에겐 잔인하고 지독한 모습들은 섬뜩한 인간의 모습을  표현합니다.  이후 스트릭랜드는  외딴섬에 들어가 자신을 전혀 구속하지 않는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며 더할나위없는 천재적인 그림을 그리며 죽어가게되는데요 훗날 그를 회상하는 이의 이야기를 통해 이 책이  하고자 하는 의미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순간  한 순간 나는 언뜻 본것이 있었다.

육체와 결부된 존재로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위대한 무엇인가를 향해 뜨겁게 타오르는, 고뇌하는 영혼이 그것이다.

나는 표현할 수 없는 뭔가를 추구하는 혼을 언뜻 보았던 것이다" p207

 

결국 달을 쫓아 간다는 것은 고뇌하는 영혼이며, 표현할수 없는 뭔가를 추구하는 혼 인것입니다. 그러니까 작가는 결국 '이상'이란 다른 이들에게 이해를 바랄수 있는 동의를 구할 수 있는것이 아님을 표현하고 있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처럼 많은 이들이 달을 향해 스트릭랜드 같은 행동을 하게된다면 우리는 무질서한 세상속에 갇혀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마치 더글라스 캐네디의 소설  <빅피쳐>의 주인공 처럼 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한 단락의 사건이 마무리 되어감을 느꼈을때 겨우 중간지점에 와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한 단락의 사건속에는 무수히도 많은 인간의 내면을 표현했기에 마치 모든 인간상을 다 본듯한 착각에 빠져 들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은  지구상에는 수많은 삶들이 존재하듯이 수많은 인격들이 엉클어져  살아가고 그 내면의 세계란 끝없는 우주와 같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 한 번 살아가는 인생이라면, 그래서 자신의 꿈을 꼭 실현해보고 싶은 이라면  남에게 이해받거나, 동조를 얻지 말고 당당히 자신의 열정을 향해 살아보라 이야기해주는 소설 이였습니다

 

.그렇지만, 역시나 얄팍한 제 의지는 스트릭랜드 처럼 과감한 결단력도 없고, 죽을것 같은 열정도 부족한가 봅니다. 세월이 흐르고 지금보다 더 모진 세월을 견뎌내면 저도 그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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