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올리비에 여행 - 수채화판 실크로드 여행수첩
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 프랑수아 데르모 그림, 고정아 옮김 / 효형출판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9월과 10월에 걸쳐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 1~3> 를 즐겁게 읽었던 터라 이번 '수채화판 실크로드 여행수첩 ' <여행>이란 책에 기대가 컸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책이 절판되어 여기저기 수소문해보다가 품절센터에 의뢰해서 받아볼 수 있어 감사했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수십번 이야기해도 부족할 정도로 그에 대한 애착이 좀 있는거 같다. 30년의 기자생활후 은퇴를 맞아 사회인으로써의 역할이 끝났다는 생각이 머물면서 극심한 우울증에 빠졌고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었다,  그 후 '걷기'를 통해 삶을 되돌아 보고 인생의 계획을 세워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가는 그의 의지와 열정이 멋졌기 때문에 생겨난 애착심인지도 모른다. 더불어  베르나르 올리비에 처럼 내 곁에도 은퇴후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분이 계시기에 그 모습이 겹쳤고, 그의 배낭이 유독 아프고 무거워보였는지도 모른다.

 

 

그가 포기하지 않고 걸었던 4년이란 시간과 1만 2천 킬로미터의 거리는 내 곁에 계시는 그 분과 함께 걷고 싶었던 길이였기에 비록 다른 나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두 분이지만, 그 분도 베르나르 올리비에 처럼 인생을 재발견하고, 삶을 디자인해가며 희망을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였는지도 모른다. 그 분이 독서를 좋아하신다면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책들을 선물하면 좋을테지만, 책과 친분이 없는 분이시라, 어떻게 응원하면 좋을지 고민스럽기도 하다. 이럴땐 어떤 방법이 있는지 그것도 알려주면 참 좋으련만.

 

 

 

이번 '수채화판 실크로드 여행 수첩'은 전작 <나는 걷는다> 시리즈를 읽은 독자들의 성원에 못이겨 떠나게된 여행기다. 다시말해 <나는 걷는다>에서 한 장도 실지않은(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모습은 한 두장 담긴했다) 사진을 아쉬워했던 독자들이 그에게 다시 여행을 다녀올것을 부탁했던 셈이다. 여행 동안 오직 도보를 고집했던 고집불통 올리비에의 팬들답게  고집불통인 독자들의 요구에 못이겨 수채화가  프랑수아 데르모아와 함께 길을 나선것인데, 그 저자에 그 독자인셈이라 그 덕에 이렇게 멋진 수채화판 여행수첩을 볼 수 있어 나야 감사할 따름이다.

 

 

이번 여행은 함께 가는 프랑수아 데르모아를 위해 도보 여행이 아닌 자동차 여행을 택했고, 터키부터 중국의 시안까지 각 나라의 여행사에 힘을 빌려 중요 서류를 해결하고( 나는 걷는다에서 각 국경을 지날때마다 서류를 해결하느라 애를 먹었다)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였을까? 이 책은 전작에 비해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탁월한 안목과 친화력, 여행기에서 볼 수 있었던 순발력등의 부재를 낳았고, 그래서 전작에 비해 그와 친밀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던거 같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전적으로 나라에 대한 특성, 기후, 인물들에 관한이야기가 짤막하다 못해 지(紙)면을 스쳐 지나간다는 표현을 쓰고 싶을 정도로 구성되어졌다. 그런면에서 무척 아쉬웠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나 혼자만 했던게 아닌거 같다. 역시 이런 나의 애증이 그와 잘 맞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어 혼자 큭큭 웃어보기도 했다.

 

 

" 허세나 위선을 떨지 않고, 실망감을 희석시키려 하거나, 남에게 터무니없는 것을 믿게 하려고 꾸미지도 않고, 더욱 냉철하게, 이번 여행에서는 실망감을 느꼈다고 고백하고 싶다. ....(중략) 내게 필요한 것은 느림이고, 무엇이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고, 풀길을 따라 어슬렁거리며 몽상에 젖는 것이다. 찌르레기의 비행. 어릴때 먹었던 솜사탕처럼 뭉게뭉게 짙게 깔린 산등성이, 자기일을 하느라 바쁘게 내 앞을 지나가는 전갈 - 하물며 전갈마저- 나처럼 풀밭 위를 돌아다니는 방랑자, 이런 모습들이야 말로 내마음에 드는 것이다"p223~224

 

 

내가 알고 있던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모습도 바로 이런 모습이였다. 위선과 거짓없이 사실을 전달해주던 말솜씨와 위험한 순간마다 빛을 발하던 그  순발력들! 그 생동감 넘치던 모습들의 부재로 인해 간이 되지 않은 밍밍한 음식을 먹은것 처럼 아쉬웠다고나 할까? 그렇더라도 상상만으로 그려봤던 그의 글을 사진이라는 경직된 찰라의 영상이 아닌, 화가의 섬세한 솜씨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로 부족함을 위로받을수 있었다.

 

 

 

 

       < 왼쪽부터 타블과 도홀을 연주하는 남자들 그리고 현악기를 타는 우리의 가이드 쇼레>

 

      

                                  < 올록볼록 팬 바위땅을 파서 마을을 이룬 칸도반의 바위집>

 

 

 

 

 

 

< 등대 혹은 사형대. 부하라의 칼란 첨탑>

 

 

<나는 걷는다>에서 만났던 인연들을 반가운 마음으로 찾아보았지만, 만날 수 없게 되었던 사연(그곳에 더 이상 살지 않거나, 심장병으로 하늘나라로 간 친구도 있었다)들을 읽으며 정말 인연이란 '하늘에서 내려주는것' 이란 생각과,  '여행길에서 우리는 이별 연습을 한다. 삶은 이별의 연습이다'(책은 도끼다 에서 김화영'시간의 파도로 지은성'의 일부) 라던 말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4년이란 시간이 흐른뒤 찾아간 여행지였지만, 여전한 인심(두 팔을 들고 환대해주는 사람들)과 또 여전한 불신(외국인, 관광객이란 시선으로 시세보다 높게 값을 부르며 이익을 보려드는 사람들)들은 세월의 흐름을 무색하게 만들기도 했다.

 

억압의 상징인 터번을 두른 이란의 여성들은 볼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몇일전 이란 에서 발생했던  기사가 떠오르기도 했다. 자신의 몸을 지키기위해 살인을 해야만했던  레이하네 자바리 (19살)라는 여성이  정당방위가 인정되지않고 사형집행을 당해야만했던 사연을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들었다면 과연 어떤 이야기를 들려줬을지. 법의 테두리가 보호가 아닌 억압이 되어 살아가는 이란 여성들을 안타까워했던 그였기에 그에게 더 가슴아픈 소식이였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이렇게 아쉬움을 남기며 마무리 하게된 그의 여행기를 덮으며 생각해보았다. 늘 어디론가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고집불통 베르나르 올리비에. 나이가 무색할 열정이 있는 그이기에 어느날 갑자기 또 다른 여행기가 혹은 그가 타클라마칸 사막을 지나며 구상했던 상상의 여인 로쟈가 (나는 걷는다3 당시 로쟈라는 소설을 구상하고 있었다)라는 소설이  세상밖으로 나와주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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