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8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종길 옮김 / 민음사 / 200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갓 스무살을 지나며 인생의 모진 풍파를 알지 못했던 나의 사랑은 <<천장지구 2( 진목승.1992년)의 아부나 <<모던보이 (정지우. 2008)>> 해명의 사랑과도 같았다. 'endless love'가 유행하던 시절이기도 했던 나의 청춘은 단 하나의 사랑, 지구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고귀한 사랑이 진정한 사랑의 기준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당시 읽었던 <폭풍의 언덕> 속 히스클리프트와 캐서린은 사랑의 기준을 넘어선 집착, 위선, 미련등이 엉클어진 미치광이들의 모습과도 같았다. 서로 사랑했음에도 다른 이들과 결혼하고, 처절한 복수로 자신과 주변의 모든것들을 파멸시켜버리는 모습은 내 사랑의 기준에서 탈락해버린 셈였다. 그렇게 나는 설익은 사랑으로 세상을 재단하고 있었다.

 

 

세월의 모진풍파를 얼굴에 새기며 서른 중반의 가파른 언덕을 넘고 있는 지금. 나의 사랑은,  프렌체스카<<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로버트 제임스 윌러.시공사.2002)>>를 이해하게 된 원숙(圓熟)한 사랑이 되었다. 한때 불륜이라 찌푸렸던 마음들을 건너와 세월만큼 빛바랜 사랑을 견디다보니, 사랑의 열정으로 타올랐던 순간들이 그리워 지고 있는 내 모습에서, 프렌체스카를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얼마 전 나의 벗으로 부터 온 한통의 편지에서  <폭풍의 언덕>이야기를 듣는 순간 이토록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였던가 싶은 생각에, 원숙해진 사랑의 기준들로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어 펼쳐들게 되었다.

 

   

" 그때 그 언덕 너머로 폭풍이 맹렬히 불어왔어요. 천둥뿐만 아니라 바람도 사나웠고, 그 어느 쪽인지 집 모퉁이에 선 나무를 마구 부러뜨렸어요. 커다란 가지 하나가 지붕에 떨어져서 동쪽 굴뚝 한 모서리가 무너졌고, 돌이며 검댕이 부엌 난로 속으로 와르르 떨어졌답니다.(중략) 저도 그것이 정녕 우리에 대한 심판일 거라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p140~141

 

 

 

베르디의 '레퀴엠(Requiem)을 연상시키는 이 장면은 사랑했던 캐서린이 에드거 린튼과 결혼할 것임을 엿듣던 히스클리프가 사라지던 날의 모습을 묘사한것이다. 세입자 록우드에게 그날 맹렬히 불어오던 바람소리를  회상해주던 가정부 엘렌의 술회(述懷)는 변덕스러운 인간의 마음만큼, 변덕스런 날씨로 주제를 표현하며 주인공 히스클리프가 거센 복수극을 시작할 것임을 암시하는 복선을 나타낸다.

 

 

 

“ 인간이란 얼마나 허황한 바람개비같이 변덕스러운 존재인가! 세상과 모든 관계를 끊으려 결심하고 마침내 관계를 가지려야 가질 수도 없는 장소를 발견하여 내 운명에 감사한 나였건만, 약한 인간인 나머지 어두워질 때까지 우울과 고독과의 싸움을 계속하다가 결국은 손을 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p55

 

 

“ 저 방에 있는 저 고약한 사람이 히스클리프를 저렇게 천한 인간으로 만들지 않았던들 내가 에드거와 결혼할 필요도 없는거지. 그러나 지금 히스클리프와 결혼한다면 격이 떨어지지.그래서 내가 얼마나 그를 사랑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그에게 알릴 수가 없어”p133

 

 

황홀한 꿈을 꾸는듯 풍요로운 감정 속에 살아갈 수 있는 게 사랑이라지만, 사랑은 현실 속 극히 일부분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건 아마도 서른을 넘어서면서 인거 같다. 갓 스무살 시절엔 사랑을 저울질 하던 캐서린의 못된 모습이, 서른을 넘어서고 보니 현실과 이상사이에서의 갈등 이였음을 느낄 수 있게된 것이다. 사랑 후 찾아오는 다양한 현실의 문제들은 결코 사랑만으로 이겨낼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는 사실과, 그 끝이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날아들때 느껴지는 고통들을 생각해본다면 결코 그녀의 행동이 나빴다 손가락질 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자신이 선택한 에드거에게 마음을 쏟지 못하고 죽음 앞에서 사랑을 고백한 캐서린의 이기심이 히스클리프를 파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는 생각은 변할수 없는 사실인거 같다. 변덕스러운 인간의 마음이 빚어놓은 결말이며 변덕스럽던 사랑의 열정들과 그 파편들로 스산해진 마음이, 지독히도 잔인스럽던 히스클리프를 만들어놓았던것이라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소설에는 사랑이라는 주제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신랄한 비판과 죽음에 관한 통찰력들도 엿볼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 집에서도 일요일 저녁에 어른들은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웃고 눈알이 탈 정도로 불을 쬐는데 아이들은 구석에 서서 떨고 있나 보고 싶어졌어. 당신은 그렇다고 생각해? 아니면 설교집을 읽고 머슴한테 교리 문답을 받아서 옳게 대답 못 하면 사람 이름이 잇달아 나오는 성경 한 대목을 외우라고 할 것 같아?"p79~80

 

 

“ 고약한 사람을 벌하는 것은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야. 우리는 용서를 배워야지”

“ 아니야. 하나님은 내가 맛볼 만족감을 맛보시지는 못할거야... 나를 가만히 놔둬. 생각해 내게. 복수를 생각하는 동안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p101

 

 

“ 싫어! 반대로 그것을 만든 조물주를 벌하기 위해서라면 내 영혼쯤 지옥에 보내는 일이라도 기꺼이 할 용의가 있어. 내 영혼의 온전한 파멸을 위해서 건배!”p125

 

 

 1847년에 출간된 <폭풍의 언덕>이나,  1884년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핀>, 1932년 로라 잉걸드 와이어의 <초원의집 1>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종교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담고 있다. 이것은 1800~1900년대 초반까지 해석되고 있는 종교적 관행을 엿볼 수 있을 뿐더러, 당시 절대적인 어른들의 권위와, 취약했던 아이들의 인권도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히스클리프가 느꼈을 소외감과, 잦은 폭력으로  생겨난 분노와 좌절감, 사랑의 배신으로부터 오는 절망들이 잔인한 복수로 이어지는 부분들이 시대적인 부분들과 무관하지 않다고 느껴지는것은 이 때문일것이다.

 

 

“ 미친 듯이 또는 절망에 빠져 슬퍼하는 사람과 함께 있지만 않으면 저는 시신이 있는 방을 지키고 있는 동안 대개 행복을 느낀답니다. 이승의 괴로움도, 저승의 괴로움도 깨뜨릴 수 없는 안식이 있거든요.... 린튼 서방님이 아씨의 그러한 복된 해방을 몹시 서러워하는 것을 보고, 그분이 지니고 있는것과 같은 애정에조차 얼마나 많은 이기심이 깃들어 있는지를 보았답니다."p270

 

" 죽음이 두렵다고? 천만에! 난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없거니와, 그런 예감도, 죽었으면 좋겠다는 희망 같은것도 없어. 왜 죽어야 하지? 이렇게 튼튼한 몸에 절제 있는 생활을 하고 위험 없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마땅히 내 머리에 검은 머리가 없어질 때까지 살아 있어야지"p541

 

 

꽃같은 나이 서른에 결핵으로 요절(夭折)했던 저자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엔 유독 죽음의 그림자가 짙고 무겁게 드리웠다. 소설 출간 후 1년 만에 생을 마감했던 에밀리의 삶을 짐작 해 보건데 , 당시 그녀를 둘러싼 고통에서 오는 절망감이 음산함이 워더링 하이츠를 더욱 스산하고 쓸쓸하게 만들었으리라 느껴진다. 또한 죽음에 직면했던 그녀가 죽음을 받아들이며 '안식'과 '해방'에 관한 표현으로 위로하다가도, 히스클리프의 말을 빌어 절규하던 모습을 통해 그녀 내면에서 겪었던 심한 갈등과 두려움들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서른살을 채 맺지 못한 나이에도 에밀리 그녀는 생의 깊이를 느낀듯 하다. 삶과 죽음, 사랑과 복수, 사회적 관념까지 아우르며 생동감 넘치는  에밀리의 작품은 설익었던 스무살의 사랑을 건너와 조금은 원숙해진 현실로  읽을 수 있었던것이 가장 큰 매력이였던거  같다. 그녀의 유작(遺作)된 이 소설을  세상에 흔들림이 없을 나이라는 불혹에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깊어진 시선으로 에밀리를 만날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총 균 쇠 (양장)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알고 있던 인류의 발전은 생명체를 멸종시킨 빙하기 시대부터 시작한다. 인간의 기원인 오스트렐로 피테쿠스가 호모 사피엔스로 되기까지, 혹은 수렵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발전되기까지, 각기 여러 나라간 문명의 교류를 통해 문화부흥을 일으켰고, 야심가들은 정복 전쟁을 통해 현대문명의 업적을 이룩하게 되었다는 것에 의문을 갖어본적은 없었다.

 

 

그런데 여기 제럴드 다이아몬드 라는 학자는 이런 인류의 발전사에 의문을 제시했다. 그것은 생태학자인 저자가 조류학을 연구 하던 중 만나게된 뉴기니인 '얄리'로부터 제시된 의문이기도 했다.

 

 

인류의 발전은 어째서 다른 속도로 진행되었을까? p16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 야심가들의 정복욕'에 있었다. 더 소유하고자 하는 정복욕은 나라에서 나라로 퍼지다가, 인종간 계급제도(인종차별)를 형성하고, 계급제도의 형성은 오랜 기간동안 불균형한 불평등을 초래했다. 그 결과 현재에 이르렀음을 생각했고 거기에 대한 제럴드 교수 역시 동의를 표현했다.

 

 

" 정복이나 노예 수입의 시대로부터 수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는 그 정복당했던 민족들의 일부가 여전히 하층계급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그리고 그것 역시 생물학적 결점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불리한 조건과 제한된 기회 때문이라는 말을 듣는다"p32

 

 

그런데 여기에 제럴드 교수는 새로운 의문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부와 힘은 왜 지금 같은 모습으로 분포되었을까?'p17, 유럽이 식민지를 확장하던 1500년 시대부터 뚜렷해진 차이가 현대의 문명을 만들었다면, 그 차이는 어떻게 빚어지게 된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였고, 그 차이를 인종 차별적 문제가 아닌 지리적환경과 생태학적 환경의 차이(p32)에서 기인된 것임을 새롭게 발견된 자연과학 분야의 정보를 들어 주장하는 것이다.

 

 

문자와 철기를 가진 산업사회 vs 문맹 상태의 농경사회 vs 석기 가진 수렵 채집민 사회.

 

 

여기서 사용되는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은 쉽게 말해 방사선을 이용해 유물을 측정하는 것으로 고고학에서 사용하는 연대 측정법의 하나다. 이 방식을 통해 측정된 방사성 양을 토대로 유물의 연대를 측정하는 방식인데, 대륙에서 인류와 동식물이 살았던 시기를 측정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사용된다. 그러나, 보정 연대와 비보정 연대를 구분하기 쉽지 않고, 측정하려는 유물에 오랜시간 쌓여온 환경적 요인(퇴적되어온 이물질)을 구별할 수 없다는 한계점으로 책은 어떤 부분도 명확한 결론으로 도달하진 않는다. 그런부분에서, 하나의 가설에서 생성되는 여러 의문점들이 또다른 의문점으로 파생될뿐, 명확한 추론으로 도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답답함을 느낀 부분이 많았음을 고백한다.

 

 

“ 종전의 연대는 주로 식물의 잔해와 동시대의 것으로 생각되는 목탄을 가지고 측정한 연대였지만 사실은 동시대의 것이 아닐 수도 있고 비교적 오래된 식물의 잔해는 더러 그것이 농작물이었는지 야생식물을 채집한 것이었는지 불확실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p561

 

 

앞서 저자가 제시한 현대 인류의 불평등의 차이가 지리적, 생태적 환경에서 기인 된 것임을 단편적으로 증명해 줄 수 있는 모델로 폴로네시아의 후손인 마오리족(1부2장)을 들고 있다. 뉴질랜드로 이주한 마오리족 중 일부가 채텀제도로 이주하면서 두 부족으로 나뉘게 되었는데 이주한 부족을 모리오리족으로 부르게 되었다. 채텀제도로 이주한 모리오리족은 한랭지역인 기후탓에 농업생활을 포기하고 수렵채집을 생활화 하게 되었는데 그 결과 문명발달( 수렵채집에서 필요한 도구들은 도끼나, 화살, 촉과 같은 간단한 도구들이였다) 의 후퇴를 야기했다. 반대로 뉴질랜드에 남아있던 마오리족은 따뜻한 기후로 농경생활이 기반이 되었고 그 결과 생활의 안정성을 토대로 문명 발전을 이루었다. 이후 강성해진 마오리족은 정복욕을 통해 같은 종족이였던 모리오리족을 살상해버리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된 것이다.

 

 

마오리족 사건을 전체적인 맥락으로 살펴보자면, 풍요로운 지형에서 문명을 발전 시킬 수 있었던 마오리족은 유목민으로서 살아가야하는 번거러움을 줄여 인구를 증대시켰다. 인구 증대는 인구밀도를 높여 각종 전염병 노출에 잦아졌고, 반복된 전염병(균) 노출에 면역력이 높아지며 사망률을 낮췄을 뿐아니라, 그들이 보유하고 있던 지식들( 식용이 가능한 동식물에 관한 정보들,문자사용)도 소멸되지 않고 전해질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은 동식물을 자가촉매역할을 통해 진화시키기며 작물화 시킬수 있었다. 또한 조직을 형성하여 중앙집권적 정치조직과 군사조직을 만들고( 총, 쇠, 무기, 말이 발달하게 되었다), 가축( 유형 물질을 생산과 소비)을 키우며 문명의 발전을 만들었는데 그 결과 강성해진 마오리족의 침략으로 문명의 발전 기회가 적었던 모리오리족은 소멸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인류의 문명의 불균형을 초래한 계기가 인종차별에 있는것이 아니라, 지리적 환경적인 특성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그 상징성으로 <총, 균, 쇠> 를 제목으로 채택한 것이였다.

 

 

 

그렇게 이해하게된 지리적 생태적환경적 특성들이 어떻게 현대 사회에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었는지 정리해보자면 가장 주요한 사항이 식량 생산 기술력이였고, 식량 생산 기술력에 따라 정주사회가 조직 사회로 발전하여 보다 세분화되는 과정들을 볼 수 있었다.

 

 

비옥한 초승달(서유라시아)지대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지중해성 기후대로 다양한 야생 동식물이 분포하고 있었고 지대의 각기 다른 기후로 인해 생산하는 시기가 달라 풍요로운 재비와 보리와 에머밀과 같은 우수한 종자를 가려 선택적으로 재배 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유라시아 지역이였던 중국에서 문명의 발달이 빨랐음을 지적했고 그에 반해 사막으로 가로막힌 캘리포니아 수렵채민들에겐 기술력이 확산되지 못했거나 적절한 동식물을 키울 여건이 되지 않았거나, 뉴기니나 미국동부 지역처럼 기후적 특성으로 야생동식물의 개량화가 쉽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지리적, 생태적 환경이 미치는 영향을 도표와 그림을 들여 자세하게 설명한다.

 

 

"다만 각 지역은 가축화, 작물화할 수 있는 동식물의 종수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는 것, 그에 따라 식량 생산이 시작된 시기도 달랐다는 것, 그리고 오늘날의 비옥한 지역들 중에서도 일부 지역은 근대에 이르기까지 아직 식량 생산이 시작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을 지적할 따름이다"p242

 

 

왜 현대 사회가 불평등 하는가에 대한 설명으로 조직의 세분화를 꼽고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유럽과 중국을 들어 설명할 수 있다. 거대한 땅덩어리를 가지고 있는 중국은 통일화되는 과정에서 집단간의 경쟁심이 사라져버렸다는것과, 유럽의 경우엔 세분화된 조직간에 집단 경쟁심이 문명발달을 촉진시켰음을 지적하였다. 인도와 같이 더분열된 사회는 왜 발전하지 못했는가에 대해 ‘최적분열의 법칙’을 들어 너무 많은 세분화를 이뤄도 발전하기 어려움을 지적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항 하나가 빠진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나 인도와 같은 나라들이 지형적, 생태학적 부분 때문에 도태 되어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여러 이동수단을 통해 각국 나라들의 성장소식을 익히 알고 있을거란 생각도 든다. 그런데 그들은 왜 변화를 시도하지 않을까? 무엇이 그들을 잡고 있는것일까, 그들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에 관한 이야기들, 성선설 성악설과 같이 순자, 노자, 공자가 이야기한 인간의 근본이 되는 사상에 대한 이야기들을 말이다. 또한 산업 혁명이 이륙한 엄청난 성과 앞에 냉담한 개인주의 사회의 우리와, 아직도 무질서한 사회를 살아가지만, 잡은 물고기 하나도 나눠먹는 그들 앞에 우리는 과연 행복하다 할 수 있는 것일까?

 

 

처음엔 789페이지의 방대한 책의 두께가 만만찮다 생각 했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그것은 다국어를 구사하는 생물학자이자 조류학자인 제러드 교수가 해주는 최대한의 배려가 아니였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한가지 더 이 책의 정말 정말 아쉬운 점은 총 4부의 내용 중에 1부에서 전체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2~4부 까지 1부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같은 주제의 내용은 하나로 묶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남북아메리카의 남북 축을 따라 느리게 확산된 가축작물p287 같은 경우에 ‘느리게 확산된 가축 작물의 경로’ 라는 주제로 각 대륙 순으로 쭉 설명해주면 좋았을텐데 각 대륙을 하나씩 쪼개어 식량부터 하나하나 다시 설명하는 순이여서 같은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 착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부분만 신경썼더라면, 더 재밌게 읽을수 있었을꺼라 생각이 든다. 무튼 고고학, 언어학, 인류학, 지리 생태학 등 광범위한 제럴드 교수의 25년간의 집렴에 감탄하며 책을 덮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한 평생 가만히 더듬어 보아도 목표없이 살다가 아무것도 이루워 놓은 것이 없으니 아무리 긴 한숨을 내쉬어도 이제는 어쩔 도리가 없을 것이다.....(중략)  조그마한 뜻을 세워 말과 행실에 힘쓰고자 하였으나 세상일에 빠져 때때로 중도에 끊어지는 순간이 있었으니, 그 애석함을 어찌 한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덕무의  세정석담(歲精惜譚)중 일부 구절이다. 헛되이 보내고 나면 가장 아까운 것이 세월과 정신이라고 생각한 이덕무가 스스로 지침을 삼기위해 쓰게 되었다는(<<책에 미친 바보. 이덕무. 미다북스) 세정석담은 한 해를 보내야할 때면 어김없이 떠오른다.

 

" 만일 이 시기에 책을 읽고 나를 위한 학문에 힘쓰지 않는다면 머리 긁적이며 후회하는 때가 곧 나에게도 돌아올 것이라"

 

봄이되면 파릇파릇 새싹을 돋고, 여름이면 푸르른 잎사귀를 뽐내다, 가을이면 온 힘을 다해 화사함을 선보이며, 미련없이 묵은 잎사귀를 떨궈내며 겨울을 맞이하는 저 나무들 조차도 자신의 목표를 이루며 살아가건만, 나는 어떤 목표로 한 해를 보냈고 또 무엇을 이루워 놓았나, 내게 떨궈낼 잎사귀들이 있을까 싶은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달이기도 하다. 

 

한 해 동안 읽기로 다짐했던 책들을 살펴보니  호기심에 밀리고 밀려버린 책들 위로 어느새 묵은 먼지들이 뿌옇게 쌓였다. 비록 약속만큼 읽어내지 못하는 한 해 였지만, 마무리 만큼은 잘 해보는 달이 되길 바라며 책들을 정리해본다.

 

 

 

 

 

 

 

 

 

 

 

 

 

 

 

 

 

 

 

 

 

1.   총.균.쇠   12월4일. 708킬로미터

 

http://blog.aladin.co.kr/757848145/7254000

 

'무기, 병균, 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라는 부제만으로도 충분하다. 문명의 흥망성쇄를 명쾌하게 풀어주는 책이라는 호기심과 역사의 기초를 다질때 함께 읽으면 좋을것 같아 구입해 둔 책이였다.

 

 

 

2. 폭풍의 언덕 12월 6일.572 킬로미터

 

http://blog.aladin.co.kr/757848145/7262075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은 고교시절 읽었던 책인데,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미치광이 같은 사랑 이야기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책이기도 했다. 그런데 나와  책 이야기를 나누는 벗에게서 전해들은 이야기는 색다른 느낌이였고, 다시 한번 읽어보겠노라 약속했던 책이기도 했다. 나도 그 벗과 같은 느낌으로 읽어낼 수 있을지 은근히 기대되는 책.

 

 

 

 

 

 

 

 

 

 

 

 

 

 

 

 

 

 

 

 

 

 

 

3. 여행자의 독서. 12월 16일 364킬로미터

 

http://blog.aladin.co.kr/757848145/7284813

 

<<책과 삶>> 독서 신문을 통해 알게된 이희인 저자의 책이다. 여행칼럼을 담당하는 그녀의 글의 특이점은 독서를 통한 여행이라는 점이다. ' 금각사를 가지고간 일본 간사이 (11월호),'그리스인 조로바를 가지고간 그리스(10월호)' '돈키호테를 가지고간 스페인(12월호)'등 책을 읽고 떠나는 여행지에서 떠올리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표현해주는 모습이 좋았고, 수록된 사진도 마음에 들어 구입했던 책이였다.

 

 

4. 인문내공 12월 8일. 347킬로미터

 

http://blog.aladin.co.kr/757848145/7281517

 

< 책 읽는 책> 이라는 책을 읽은후 저자 박민영님에게 깊은 호감을 느끼게 되었는데 그분이 지은 책들이 참 많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망설임없이 구입해 놓았던 책이였다. 호시탐탐 읽을 기회만 노리다가 이제서야 꺼내들어보는 책. 읽기, 쓰기 생각하기를 아우르는 인문내공은 과연 어떨지 빨리 만나보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5.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12월 18일. 312페이지

 

http://blog.aladin.co.kr/757848145/7288272

 

저자 박완서님의 유년기 를 다룬 성장소설인 이 책은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그동안 여러 책들을 읽으면서도 정작 우리나라 문인들의 글을 소홀히 했다는 반성에서 시작해 구입해뒀던 책이였는데,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 대표 문인들의 글에 흠뻑 취해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보는 책이다.

 

 

6.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2. -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 12월 22일. 389킬로미터

 

http://blog.aladin.co.kr/757848145/7296275

 

'전 국토가 박물관이다'라는 명언으로 답사 신드롬을 만든 유홍준 교수님의 두번째 책. 지리산에서 부석사 무량수전, 평창, 정선, 토함산 석굴암, 청도 운문사와 부안 변산 일대 등을 다룬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문화유산을 소개해주실지 손꼽아 기다려 지는 책이다.

 

 

 

 

 

 

 

 

 

 

 

 

 

 

7.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12월 25일. 360킬로미터

 

http://blog.aladin.co.kr/757848145/7301609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인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생각한다 라던 글귀가 떠오른다. 미술에 문외한인만큼 열심히 읽으며 풍부한 안목이 키워지기를 기대해보는 책으로 <<책은 도끼다>>(박웅현. 북하우스)를 읽고 구입했던 책이다.

 

 

8. 교양있는 아이를 위한 세계역사 이야기 2. 중세편 12월 28일 560킬로미터

 

올해 가장 하고싶었던 일 중 하나가 기초다지기 였다. 역사, 신화를 대할때마다 번거러워지는 행동들 때문에 책의 흐름이 끊기는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5권의 책을 한달에 한권씩 읽고 있는 책이다. 로마시대의 멸망으로 끝나는 1권에 이어 봉건제도 속 유럽의 이야기에서 아메리카 대륙의 흥망성쇠를 통해 재미난 이야기들이 가득할 것으로 예상되는 책이다. 르네상스, 종교개혁등 쉽지않은 이야기들을 어떻게 풀어줄지. 그녀만의 톡톡튀는 구어체가 기대되는 책이기도 하다.

 

9. 딸아, 외로울땐 시를 읽으렴 12월 26일 155 킬로미터

 

http://blog.aladin.co.kr/757848145/7302217

 


댓글(3)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후애(厚愛) 2014-12-01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년부터 읽지 않은 책들을 꺼내어 읽으려고 생각중입니다. ㅎㅎ
편안하고 행복한 오후되세요.^^

해피북 2014-12-01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인데요^^ 후애님두 저녁식사 맛있게하시구 어떤 책 읽으셨는지 소문 마구마구 내주세요ㅎ

후애(厚愛) 2014-12-04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수록 추워지고 있어요..ㅠㅠ
늘 건강조심하시고요, 감기조심 꼭 하세요.^^
행복한 오후되세요~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역사 이야기 1 - 고대편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역사 이야기 1 1
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 정병수 그림, 이계정 옮김 / 꼬마이실 / 200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읽을때 번번히 막히는 한자어를 만난것처럼 당혹스러울때가 내가 알지 못하는 신화나 영웅 이름을 빗대 표현하는 장면을 만났을때다.그럴때면 화장실 사용후 뒷끝이 있는것 처럼 찜찜한 기분으로, 다 읽은 책을 덮어도 유쾌하지가 않았다.

 

 

그간 왜 역사를 공부하지 않았을까란 물음을 앞에두고 생각해보자면 그 이유들은 자명했다.   호시탐탐 일쌈는 침략으로 수십번 변화하는 정세(情勢), 난세(亂世)속 불세출(不世出)의 영웅들과 얽힌 사건들, 세습되는 왕족들의 비스무레한 이름들, 길고도 딱딱한 연대표.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이건 꼭 외워라. 빨간줄 .돼지꼬리 땡땡!' 침을 분수대 처럼 튀겨가며 외쳐대던 선생님의 목소리가 귓가에 쟁쟁하다. 하지만 암기하면 할수록 꼬이는게 바로 역사 였던거 같다.

 

 

렇지만, 내게도 역사가 참 재미나던 시절이 있긴했다. 고3때 줄기차게 외워라만 외쳐대던 선생님들과 달리,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파생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선생님 덕분에 난생처음 만점을 받아본것이다. 그때의 경험으로 역사는  백번의 암기보다 한번의 이해가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최근 개봉했던 영화 『명량』의 이야기를 유쾌,상쾌,통쾌하게 알려준 설민석 선생님(무도 한국사 선생님)을 떠올려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것이다.

 

 

이후 역사를 알고 싶어 찾아본 책은 이야기 형식으로 술술 풀어줄수 있는 책이였고, 그렇게 찾아진 책이 <<세계 역사 이야기>>(수잔 와이즈 바우어. 꼬마이실)이다. 수잔  와이즈 바우어 교수는 어릴적 홈스쿨링의 경험을 토대로 자녀들도 홈스쿨링으로 키우며 아이들이 역사에 친근할 수 있도록 쉽고 재미난 역사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서문에서부터 시작된 '역사가 뭐지? 고고학이 뭐지'란  물음들을 통해 아이에게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했던 그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메소포타미아의 고대 문명에서 로마의 소멸(총 42장 구성)까지 많고 다양한 탄생과 소멸의 역사를 거치지만,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 우화, 신화들의 이야기를 곁들여 어렵지않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각 장에 실린 세밀화로 지도와, 유물들, 영웅들의 모습 살필수 있어 읽다가 찾아봐야하는 번거러움을 줄이고 집중력을 높일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구어체 형식이라 내용이 딱딱하지 않아 옛날 이야기를 전해 듣는듯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이야기의 흐름상 앞 부분에서 설명했던 부분이 뒷부분에서 다시 언급되야할땐 잊지않고 처음 내용을 상기시켜주는 부분, 어려운 단어는 풀이 해주는 노력들로 인해 아이 스스로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역사를 어려워했던 어른들에게도 좋은 책임을 느낄 수 있었다. 수잔 와이즈 바우어 교수의 노력이 엿보이면서 이 책이 초등학생들의 학습 책으로 사용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알파벳, 달력, 태양계의 이름, 종이, 책, 글자, 그림, 문명의 변천사에 관한 풍성한 볼거리로 지루할 틈이 없는 역사책이다. 바빌로니아 사람들에 의해 알게된 태양의 공전으로 1년을 12달로 나누고, 달력과 시계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에게해가 '아이게우스'라는 아버지를 기리기위해 테세우스가 붙인 이름이라는 사실 또한 새롭게 알게된 사실이였다. 바발론의 공중공원, 피라미드, 파로스의 등대는  '고대 7대 불가사의'라는것도 알 수 있었다. 그리스의 신화, 유대교의 단일신, 불교의 싯다르타의 탄생의 흐름과 함께 기원전 기원후로 나눠지는 이야기, 올림픽의 유래가 그리스 신화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 우화 혹은 설화를 통해 고대에서 전해진 메세지는  한층 성숙된 시야를 만들어 주었다.

 

 

역사책에서 흔히 겪어야 하는 탄생과 소멸 그리고 거기서 파생되는 영웅들이 복잡해 읽기가 어려울뿐더러, 무수히 반복되는 전쟁의 역사에 염증을 느꼈다면,  조금은 부족한 역사적 내용일지라도. 기초가 될 수 있는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런 부분들로 굳이 표현하자면 내 아이에게 꼭꼭 읽혀야할 책이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는데 그것은 학창시절 이 책을 읽었더라면, 적어도 역사가 지루한 시간으로 기억되진 않았을텐데 하는 진한 아쉬움과 자라나는 아이들만큼은 재밌는 수업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또한  세계역사를 이해하는 아이라면, 읽고 싶은 책만큼은 어려움없이 읽을 수 있을거라는 내 경험에 대한 확신인 셈이며, 이번 크리스마스에 내 조카에게 선물해야 할 1순위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우리 동네엔 마땅한 서점이 없는 나는 신간 구입을 자제하는 편이다. 호기심에 구입했다가 저자와 생각이 맞지않아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실패를 경험한 책들은 손에 잘 닿지 않는 곳에 두는데, 한번씩 눈길이 머물때마다 모진 겨울 바람처럼 마음이 시렸다. 그래서  오랜 시간을 견뎌낸 책들 일명 '고전'이라 불리우는 책들을 구입하자는 신조를 다시금 되새기곤 한다.

 

 

그런데 가끔 이런 생각을 송두리째 흔드는 기사를 볼때면 으레 나의 신조는 물거품 처럼 사라져 버린다. '창작의 비밀'이란 은밀한 단어가 전해주는 느낌이 그랬고, 어떤 문학 평론가의 단명 예감에도 20년 작가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랬고, 무엇보다도 첫 문장이 주는 신선함이 그랬다.

 

 

" 올해의 계획으로는 초심으로 돌아가 건성으로 소설을 쓰겠다. 다른 사람이 권하는 일은 반박하지 않고 무조건 해본다 등등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독한다'가 되겠다. p9

 

 

'창작의 비밀'을 알려주겠다던 작가의 첫 마디가 '건성으로 소설 쓰기'라는 사실이 왠지 좀 억울함 마음을 들게했지만, 마르셀 푸르스트의 책을 12개월로 나눠 계획을 세우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그것은 마르셀 푸르스트를 앞두고 긴 한숨을 내쉬며 어떻게 읽어야 할까 란 고심에 고심을 하는 내 모습과도 같았고, 작가로써 보일수 있는 권위 의식이 전혀 없는 소탈한 모습이 되려 매력적이게 다가왔다.

 

 

' 암기빵이 있다면, 그냥 책 내용을 다 찍어서 자기 전에 먹으면 될 텐데....."p11

 

시시 껄렁한 이야기를 하는듯, 그저 무심한 이야기인듯 툭 던져놓은 말들로 가득했다.  마치 저자의 일기장을 읽고 있는것 처럼 큭큭 거리며 웃게되지만, 김연수 저자의 내공으로 소개되는 도서의 수가 대략 50권을 넘는다는(45권까지 적다가 포기해버렸다)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저 웃을수 있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며 소설가의 일이란 결코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경험들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과, 견물생심(見物生心)의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가에 관한 고찰기(考察記)라는 사실을 깨닫게되는 것이다.

 

 

"  그래서 얼마만큼 자신의 삶을 생생하게 느꼈으며 또 무엇을 배웠는가 그래서 거기에 어떤 내용을 담았는가, 다만 그런 질문만이 중요할 것이다. 인생이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이 이야기는 계속 되기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이 질문에 대답해야만 하리라"p42

 

 

 글을 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만큼 인생의 경험을 풍부하게 살아가고 있는가, 감각을 앞세워 거리의 풍경을 바라보고, 사람들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살아가며 배우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이야기한다. 이것은 우리네 인생에서 끊임없이 던져보았던 질문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인생의 울림과 감동을 위해 촉수를 세워라 했던 박웅현 저자와도,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면 보인다던 유홍준 교수님의 말과도 일맥상통하는걸 보면 우리의 삶이란, 매일 같이 진부한 하늘색이 아니라 다른 색깔의 하늘이, 다른 색깔의 나무와 풍경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각기 다른 경험들에서 얻을 수 있는 풍부한 생각들이 한 편의 글이 될 수 있다는 말이 틀리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 누구나 죽기 전에 한번은 소설을 쓰는데, 그게 바로 자기 인생의 이야기다."p134

 

 

 매일같이 들고 다니던  지갑이 세월속에 낡고 닳아져 제 빛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거 처럼. 매일 지나는 길의 풍경에 다른 인물들이 차올랐다가 빠져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매일 같지 않다는 사실을 문득 알게 되는 것처럼, 견물생심(見物生心)의 자세가 우리에게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 그리고, 글을 쓴다는 것은 그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의 은밀했던 '창의적 글쓰기'의 비밀의 문을 열어보면  그  첫째가  매사 의문( 왜 와 어떻게?)을 가지고 생생한(경험많은) 인생을 살기 였다." 결국 비밀은 시간을 어떻게 경험하느냐에 달린셈"p14. 김연수 저자가 처음 구상하게 되었던 소설의 주제가 자신을 둘러싼 사회속에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려본다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둘째는 토고일지라도( 처음쓰는 글이 토가 나오는 글일지라도) 멈추지 말고 매일 같이  글을 쓰기 '( 매일 글을 쓴다. 한순간 작가가 된다. 이 두문장 사이에는 신인, 즉 새로운 사람이 되는 비밀이 숨어있다"p19 ) 다. 책을 덮기전 마지막 페이지에 하루의 코멘트를 남긴다던가, 떠오르는 생각들을 메모하거나, 일기를 적거나 매일 한결같이 글을 쓰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 그렇게 모여진 글들이 한 권의 책이 되는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되니, 작곡가 베토벤이 메모 광이였다는 사실과 정약용, 이덕무, 정조 와 같은 당대 최고의 위인들도 책의 여백에 끊임없이 메모를 했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또한 셋째는 뭉텅거린 언어로 표현하지 않기 " 그제야 나는 그림을 잘 그린다는 건 형태와 색의 세밀한 차이를 본다는 뜻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면 소설가란 정확한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이리라. 화가가 울트라마린과 인디고를 구분할 있다면 소설가는 '휘청거리다'와 '지벅거리다'를 구분할 수 있어야만 한다."p176  이 부분에서 김연수저자의 독서 스타일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언어 습득을 위해 기회만 된다면 다양한 사전을 구입해 본다고 한다. 그의 수많은 소설에서 사용된 생생한 언어들은 이런 노력의 산물이리라 생각하니 존경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중요한 마지막 네번째 사항은 역지사지(감정이입)의 필요성까지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소설 역시 이해관계에 얽힌 세계라는 관점을 이해한다면 역지사지의 정신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

 

 

톡톡 튀는 공식들과, 조금은 엉뚱한 속담의 발상들 때문에 읽는 동안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딱 한가지. 우리가 '미워 죽겠어'라고 표현할때 왜  당사자가 미워 죽을까 라는 의문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고 표현한 대목이 있다p113.  그 부분에 대한 답을 김연수 저자에게 전한다면 나는 <<용서에 관한 짧은 필름>>( 앤디 앤드루스. 세종서적)의 책을 권하고 싶다. 그곳에 김연수 작가가 궁금해하는 이유가 있는데 이건 그가 50권에 육박하는 책을 소개하며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밀당을 했던것을 잊지않으며.. 김연수 저자도 구입해 보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