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든 분들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지만 특히나 주부라면 또는 먹거리를 다루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쯤 읽고 함께 생각을 나눴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에도 다루마리와 같은 곳이 많이 생겨서 안전한 먹거리, 믿음이 있는 공간이 생겨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이 2015-03-15 14: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어야지!!!!

해피북 2015-03-16 20:57   좋아요 1 | URL
은근 추....천!! ㅎㅎㅎ 좋은 책인거 같아요^~^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다보니 얼마전에 인기리에 종영을 했던 드라마 '미생'이 떠오른다. 영업 3팀을 중심으로 사회의 부조리함, 직장내 계급사회에서 억울함들이 그려지며 많은 호응과 사랑을 받던 드라마 였다. 그중 오차장 이란 인물이 가장 인상적이였는데 회사내의 부조리한 행태를 눈감지 않고 부조리하다 외치던 모습과, 스스로 안정된 자리를 박차고 나와 완생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던 모습들이 훈훈하게 다가왔다. 왜냐면 우리는 안정적인 삶을 박차고 나갈 용기도, 부조리함을 부조리하다 외칠 용기가 없는 미생의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런데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의 와타나베 이타루 저자의 책을 읽다 보니 이분은 정말 완생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직장 생활에서 오는 부조리함을  부조리하다 외쳐 눈치밥을 먹어야 했고, 외부 업체의 뒷거래와 옳지 못한 행동을 바라보다 염증을 느끼며 안정된 자리를 박차고 나온 모습과 자신의 삶을 수 많은 도전으로 물들이며 개척해 가쓰야마 라는 작은 마을에 '부패하는 경제' 다루마리라는 빵집을 내어 장인 정신을 이어가는 모습이 완생이란 느낌을 갖어다 주는것 같다.

 

 

저자 이타루씨가 처음부터 완생의 삶을 꿈꿨던건 아니다. 학창시절에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학교 행사 무대에 무작정 뛰어올라가 게릴라 콘서트를 하다가 정학을 당해야 했고, 정학이 풀릴때쯤엔 양쪽 머리카락을 밀어버리고 가운데만 남겨놓는 독특한 헤어스타일을 할 만큼 자신을 표현하는게 서툴고 졸업 후에도 변변한 꿈도 직장도 없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연히 아버지와 함께 여행한 헝가리에서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안전한 먹거리에서의 행복을 잊지 못해 농사 짓는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농업과를 졸업하고 유기농산물 도매 회사에서 일을 하던 중 농가와 불합리한 일들이 벌어지고, 소비자에게 옳지 못한 결과를 안겨다 주는 일들에 염증을 느껴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고. 이후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꿈에 나타나 빵을 만들어보라는 권유에서 시작되는 빵집 이야기는 드라마 보다도 더 드라마 같은 이야기 같았다.

 

 

그렇게 시작된 빵집에서의 배움의 삶은 녹록치 않았다. 새벽부터 출근해서 오후까지 더 바쁜날에는 저녁시간 까지 일을 하며 제대로된 휴식시간이나 식사시간을 보장받지 못했고,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수량을 생산하기를 요구하는 사장의 욕심으로 더 이상 부조리와 불합리속에서 일할 수 없다고 느낀 이타루씨는 일을 그만두고 스스로 빵집을 만들어 불합리하지 않고 부패하는 경제를 만들기 위해 고심하게 된다. 그런데 '부패하는 경제'라는 의미가 이상스럽다. 보통 부패한다는 뜻은 썩는다는 뜻이 되어 부정스런 의미를 담고 있는데 부패하는 경제를 만들겠다니. 이런 의문스런 마음을 저자는 빵을 만드는 원리를 통해 설명한다. 모든 자연의 식물은 부패하며 균이 발생한다. 좋은 균은 인간에게 유익균이 되어 균형을 잡아주고 나쁜 균은 썩어 흙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런 순환하는 과정에서는 누구라도 독점하지 못한다. 그런데 경제에서 통영되는 돈은 이런 부패의 과정이 없어 독점하기 일쑤고 착취와 억압, 불합리와 부조리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런 마음을 그는 마르크스 사상을 통해 설명한다.  상품은 소비자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급등하거나 폭락할 수 있지만, 자본가들의 투기세력에 의해 수요와 공급이 결정되며, 이는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불합리한 조건을 제시하게 된다. 다시말해 투기세력의 개입으로  공급 가격이 하락하면 소비자들은 값싼 물건을 얻을 수 있고 자본가들은 박리다매의 효과를 누려 이윤을 보장받지만 노동자들은 같은 임금을 받고도 더 많은 생산을 요구하는 자본가들에게 노동력을 착취당하거나,  공급가격의 폭락으로 임금 삭감이라는 부조리와 맞서야 한다. 또는 공급 가격이 상승해서 큰 이윤이 발생해도 노동자에겐 일정한 임금만 제공될 뿐 모든 이윤은 자본가에게 돌아가는 특성 때문에 자본은 독점되고 사회는 순환되지 못한 모순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런 발전에는 기술혁신이 한몫 단단히 자리잡는다. 부패하지 않는 돈 만큼 부패하지 않는 음식을 만드는 기술. 이스트의 발견이나 농약과 같은 화학 물질들의 발전은 부패하지 않는 음식을 만들어 노동자의 기술력을 하락 시키므로써 누구나 할 수 있는 대체 가능한 일반화된 노동력으로 전락시킨다는 지적이 참 인상적이였다.

 

 

이런 모순점들을 들어 저자는 부패하는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모든 부패하지 않는 원인이 '이윤창줄'에 있다면 이윤이 창출되지 않는 순환구조를 만들어 경영하는 일화를 들려준다. 자신이 운영하는 다루마리는 천연효모로 반죽한 빵만을 판매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밀이나 쌀 등 각종 재료는 저자와 같이 자연을 중심으로 키워낸 농가에서 정당한 가격으로 구입해 만들고 자신들도 정당한 가격을 책정해 빵을 판매한다는 것. 거기에 더해 자신들이 사들이고 판매하는 가격을 직원들에게 공개해서 이윤이 남지 않는 시스템임을 직원들과 공유하고 이해시키는 모습이 진솔하게 다가왔다. 더욱이 연중 한 달과 일주일에 이틀을 쉬는 날로 잡은 것은 빵을 만드는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보호하고 질 좋은 빵을 만들기 위한 보상이란 말이 참 멋지게도 들렸다.

 

 

다루마리는 질 좋고 안전한 먹거리를 전한다는 자부심으로 다른 빵집 보다는 가격이 비싼 점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가격이 가장 정당한 가격임을 강조한다. 소비자에게도 경제를 부패하게 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믿을 수 있는 물건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정당한 가격을 지불해 물건을 사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런데 지은이 이타루씨가 잘 모르는 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소비자들이 물론 비싼 물건보다 값싼 물건을 선호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값비싼 물건이라도 믿고 살 수 있는 곳이라면 다른 물건을 덜 사더라도 소비자들이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믿고 살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어떤 곳이 좋다는 이야기에 물건을 구입하면 후에는 꼭 무슨 문제가 터지는 업체들이 참 많고 몇 퍼센트도 되지 않을 재료로 채워놓은 물건을 '유기농'이라 이름 붙여 판매하는가 하면, 나라에서 조차 안전성을 인정받은 제품에 유해물질이 발생되기도 하니 참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찾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불안감부터 차분히 거둬낼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농가의 끊임없는 노력을 위한 모습들이 비춰질때 소비자로써 가격을 지불할 용의는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많은 업체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점에서 다루마리의 와타루 저자는 완생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나 쉽게 접하지 못할 삶. 투명하고 건강한 사회를 꿈꾸는 그의 다루마리는 늘 그렇게 투명하고 건강한 빵을 만드는 곳으로 오래오래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책속에는 주종으로 빵을 만들거나 유익균을 배양하고 빵을 만들기 까지의 과정들도 볼 수 있어 재밌었고, 제빵에 적합한 효모를 공업적으로 순수 배합한 것이 이스트라는 것과 이스트의 발견으로 인해 빵의 가치가 하락하고, 부패하지 않는 음식들을 생산한다는 사실들이 참 놀라웠다.  먹거리를 다루는 모든 사람들에게 한번쯤 권해 함께 읽고 함께 생각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자연계에서는 균의 활약을 통해 모든 물질이 흙으로 돌아가고, 살아 있는 온갖 것들의 균형은 이 `순환`속에서 유지 된다. 자연의 균형 속에서는 누군가가 독점하는 일 없이도 누군가가 혹사 당하지 않고도 생물이 각자의 생을 다한다. 부패가 생명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자연의 섭리를 경제활동에 적응 시키면 어떻게 될까? 각자의 생을 다하기 위한 배경에 부패라는 개념이 있다고 하면 부패하는 경제는 우리 각자의 삶을 온화하고 즐겁게 만들어 주고, 인생을 빛나게 해주지 않을까?

- 제 1부 부패하지 않는 경제-

노동자가 혹사 당하는 이유는 자본가(경영가)탓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구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며, 자본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구조에 편입되어
노동자를 학대한다는 것이다.p43

이 같이 부패하지 않는 음식이 먹거리의 가격을 낮추고
일자리를 값싸게 만든다. 나아가 싸구려 먹거리는 먹거리의
안정성을 희생시키고 사용가치를 위장함으로써 먹거리를 만드는
사람에게 귀속되어야 할 기술과 존엄성을 빼앗아 간다 p80

노동이 단순해짐으로써 노동자에게는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단순한 노동은 `누구나 가능한 일`로 전락해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게
되는것이다. 이 부분을 마르크스는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노동자는 기계의 부속물로 전락하고, 부속물로서의 그에게는 오직
가장 단순하고 가장 단조로우며 가장 손쉽게 획들할 수 잇는 기술만
이 요구된다. <공산당 선언>` p67

균을 찾겠다고 밤낮으로 밖을 헤매고 돌아다녔찌만,
결국 자연으 힘에 맡기고 공기 중의 균이 내려와 터를
잡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깨닫게 되었다p141

매일 돈을 쓰는 법을 바꿔보는 것도 경제를 부패하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라고 생각한다. 부패하지 않는 돈도 쓰기에
따라서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돈에는 미래를 선택하는 투표권으로서의 힘이 있다. 몇년에 한번있는
선거의 한 표보다 매일 쓰는 돈이 현실을 움직이는 데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믿을 수 있는 물건을 만들고 서비스 제공하는 사람에게 정당하게 비싼 값을 지불하는 것이다. 이윤을 남기려는 사람이 아니라 환경을 조성하고 흙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돈을 쓰는 방법이다.p232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이 2015-03-15 14: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고싶었던 책인데_ :)

해피북 2015-03-16 20:55   좋아요 1 | URL
저는 재밌게 읽고 많이 느껴 좋았답니다^^

비로그인 2015-03-15 1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본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한 책.

해피북 2015-03-16 20:56   좋아요 1 | URL
일상에 적용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정말 와타나베 저자의 자본론 실천기가 참 멋지게 느껴졌답니다^~^
 
아무래도 싫은 사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과 사람사이의 미묘한 감정들 때문에 속 앓이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편의 위로가 되어줄 책이란 생각이 든다. 책 속에는 특별한 정답이나 묘한은 없지만 작게 나마 나를 응원하고 위로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책에서 위안을 얻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래도 싫은 사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번에 고령화 가족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씨 댁의 이런 하루』를 읽으며 잔잔한 울림들이 좋아서 마스다 미리 작가가 쓴 다른 책들을 찾아봤다. 생각보다 많은 책을 쓴 베테랑 작가라는 사실과 '여성의 마음을 잘 그려내는 작가'란 타이틀이 인상적이였다. 그중에서 수짱 시리즈 『아무래도 싫은 사람』『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쑤장의 연애』『지금 이대로 괜찮을까?』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 먼저 수짱 시리즈부터 읽기로 했다.

 

수짱은 원래 모리모토 요시코란 이름에서  '요시'란 이름을 '스쿠'라고도 읽는데 스쿠의 첫 자 스를 따서 '수짱'이라고 부른다. 앞서 소개한 책들은 연애, 결혼, 대인관계, 인생에 관한 주제로 씌여진 수짱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인데 나는 대인관계에 관한 책을 먼저 끄집어 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가장 난의도가 높은 일은 직장의 업무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 이였다. 너무 사소한 일들이라 표현하지 못하는 일들을 두고 벌어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은 아무리 꿰메보려고 해도 꿰메어지지 않는 간극이 존재한다. 같은 일을 두고도 서로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 무심코 내뱉는 말에 때론 상처도 받고 때론 미워하게 되는 그런 시간들이 쌓이고 쌓이다보면 어느새 사회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던 시간들이 많았다.

 

 

책  『아무래도 싫은 사람』의 수짱 역시 이와 비슷한 생활에 힘들어 하는 모습이 보인다.  카페 매니져 일을 하는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의 서른 여섯살 수짱. 다른 직원들을 배려할 줄 알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상대에게 전할때는 상대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최선을 다해 진심어린 마음을 전달하려 애쓰는 모습이 참 예쁜 아가씨다. 그런 수짱에겐 말못할 고민거리가 있다. 카페 사장님의 조카라는 타이틀을 단 무카이는 사사건건 직원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수짱의 여린 심성을 지적하며 직원들을 험담하기 일쑤다. 그런데 그것보다도 더 참기 힘든 일은 험담한 직원들과 어느새 어울리며 수짱을 무시거하나 비난하는 어투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런 수짱에게 직장은 하루하루가 말 못할 지옥이 되어버렸다.

 

 

이 책에는 수짱의 사촌동생 서른살의 아카네도 등장한다. 아카네의 자재부팀엔 기무라라는 여성이 있다. 그녀는 마흔이라는 나이를 앞세워 갖은 애교와 아양으로 자신의 잘못된 일을 무마시키는 스킬이 있다. 덕분에 아카네는 자신의 일이 아닌 기무라의 업무까지 도맡아가며 해야하는데 직장의 남자 직원들은 모두 기무라의 편만 들어 속상하고 때론 그만 두고 싶다는 감정에 휩싸인다. 아키네는 빨리 남자친구에게 청혼을 받아 직장을 그만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이 두가지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무카이와 기무라는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는 인물이다. 상대방의 기분 따위는 생각지도 않고 생각 나는 말을 다 해버리고 나야 직성이 풀리거나, 다른 사람의 잘못된 행동을 험담하며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듯 동정을 바라다가도 험담했던 당사자와는 또 잘 어울리는 사람들. 또는 업무를 잘 모르겠다는 핑계아닌 핑계로 상대에게 자신의 일을 전가시키거나, 의지하려고만 하는 사람들 때문에 업무에서 받는 스트레스 보다 건강의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스트레스로 고통을 받기도 했다. 이럴때의 정답이 있을까. 그렇다면 어떤게 정답일까 매 순간 고민했던 시간속에 내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상대를 이해 하는것인데 그것 역시 쉽지 않다. 아무리 좋아하려고 노력해도, 아무리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한번 싫어진 감정은 엉켜진 실타래처럼 쉽사리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결론이 참 궁금했다.

 

 

그런데  마스다 미리 역시 큰 답은 없는것 같다. 수짱의 이야기도 아키라의 이야기의 결말에도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선에서 마무리된다. 책은 그렇게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받았던 상처들을 끄집어 내어 위로하며 아! 정말 내 성격같다는 외침과 공감을 해볼 뿐. 꽉 꼬집어 이렇게 해보자는 식의 메세지는 찾을 수 없다. 그래서 더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모두다 '나 처럼 싫은 사람들을 만나고, 싫은 말을 듣고 싫은 상처를 받고 나의 싫은 성격을 한탄하며 살아가는 구나'하는 위안을 얻는것 같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며 조금씩이라도 내 기분을 표현해내는 일이 참 중요하다는 사실을 느낀다. 상대에게 싫은 감정이 들었을때 직설적이지 않게 내 기분을 상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느껴본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내 마음을 정리하고 생각하는 시간동안 나는 상대에게 더 많은 상처를 받고 있을테니까. 하지만 서로 감정을 드러내놓고 싸운다고 해서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는것, 강하기만 한것은 부러지고 만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먼저 한 수 물러나 상황을 지켜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호~ 대인관계. 사람과 사람사이의 감정은 세계7대 불가사의보다 더 풀기 어려운 문제같다.

싫다는건 대체 뭐지?
`그것을 보거나 듣거나 상대하는 것이 불쾌하다`

그렇다면 좋아하다는?
` 마음이 끌리다` 라는 뜻 p7

이것은 무척이나 사소한 일입니다.
하지만 사소한 것도 계속 쌓이다 보면
묵직해 집니다.

맨날 맨날 같은걸 물어보면서도
배울 생각이 전혀 없는거, 뻔히 보인다고
게다가, 절대로 `고맙다`는 말도 안하지!

늘 자기 유리 한대로만 하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차 있어 p26

사소하게 싫은 몇개가 마치 장롱뒤의 먼지처럼
조금씩 조금씩 쌓여가지고 커다란 먼지 뭉치가 된다 p33

왜 불평만 늘어놓은 사람이 있는걸까.
마음에 들지 않아도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것이
더 많은데 왜 마음속에만 담아두지 못하는 걸까

왜 나는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은 걸까?
나를 흉보는 것도 아닌데 나 무엇때문에 상처받는걸까.
뭔가 강요 받는 느낌이 들어.

이런게 마음에 들지 않아라는 타인의 불쾌감은
`너는 이런 일로 나를 화나게 하지 않겠지?`라는
공기 같은 협박.p44

정말로 나를 괴롭히는 건 그 지점이 아닌 것 같아
그런식의 말을 듣는 것보다 다른 무엇보다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던 내 자신.

난 왜 그때 실실거리고 웃었던 거야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라고 해줬으면 좋았잖아!!
최소한 화난 표정이라도 지었어야지
다음에는 꼭 그럴거야
아니.
다음이 또 있다는게 우울해.p63

`싫다`라는 감정이 점점 꼬여간다.
무카라이를 싫어하는 감정에서 끝나지 않아.
싫어하는 사람을 감싸는 사람도 싫다.
이건 대체 뭐야?

지카에게도 마키에게도 그 이유만으로 화가나
무카이에게 들러붙고 있는
무얼까. 이 느낌은.

내 자신이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있는 듯한
공허함과도 비슷한....

마음이 뒤틀리고 꼬여서 풀리지 않는 매듭이 될 것 같아.
단단하고 견고한 매듭이 되면
내 힘으로 풀 수 없게 되는 걸까. p1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기대를 너무 많이 한 탓일까. 아니면 내게 남아있다고 생각했던 순수한 마음이 사라져버린 것일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출간부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었고, 아직도 수그러들줄 모르는 인기탓에 도서관에서도 겨우 만날 수 있는 책이였는데 물밀듯 밀려드는 감동도, 짜릿한 반전도 느낄 수 없는 책이란 생각에 대해 내 자신을 의심해보았다. 그동안 소설보다도 더 소설같은 세상살이에 찌들려 이런 순수한 이야기에는 감동 받지 못하는게 아닐까 하고.

 

 

이야기의 시작은 이랬다. 차량을 절도해 도주 중이던 세 친구가 차가 고장나는 바람에 평소에 봐두었던 폐가로 급히 몸을 숨기게 된다. 아침이 밝아오기 전까지 몸을 숨겼다가 떠나기로 의견을 모으고 막 잠을 자려던 찰라 폐가 안으로 날아든 편지 한 통. '나미야 잡화점 주인께'로 시작하는 이야기에 달토끼라는 닉네임을 사용한 여성이 자신 스스로 풀지못한 사연을 가득 담아 보낸 편지였던 것이다. 일순간 세 명의 친구는 동요스런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편지에 대해 차근히 알아보던 중에 몸을 숨기고 있던 폐가가 '나미야 잡화점'이라던 사실과 40년 전 잡화점 할아버지가 사람들의 고민이 담긴 편지를 읽고 답장을 써줬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달토끼가 쓴 글을 추리해가는 과정에서 삼십삽년전의 과거로 부터 날아든 편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며 소설은 판타지와 추리가 결합 된 소설의 급 물살을 타는듯 싶어 내심기대심도 커지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해리포터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야겠다. 내가 한때 흠뻑 취해 살았던 해리포터 시리즈는 정확히 말해 판타지 소설이다. 그것도 우리 일상에서 실제로 일어날법한 소재를 가지고 그려낸 단연 최고의 소설이다.(내가 읽어본 판타지중에 최고 였고 이후로 이런 소재의 소설을 찾을 수 없어 큰 아쉬움으로 생각하는 중이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어떻게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굳이 설명하진 않는다. 강아지는 강아지, 고양이는 고양이 인것 처럼 마법사는 마법사, 머글(사람)은 머글(사람)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야기. 왜와 어떻게를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판타지 소설의 장르로써 이해가 되는 소설이였기 때문에 더욱더 빠져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바로 이점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과의 차이라고나 할까.

 

 

세 명의 친구가 나미야 잡화점 안에서 겪게되는 환상의 세계.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상황 설정에 대한 설명을 여러가지 각도로 설명하려다 보니 재미의 반감이 급격히 줄어버렸다. 나미야 잡화점의 건물 안에서는 시간이 가질 않아서 뒷문을 열어두면 시간이 간다는 설정이라던가,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좀 억지스럽게 보였달까. 그렇다고 이런 부분만 가지고 전체를 평가할 수 없다. 내가 이 소설에서 흥미가 꺽였던 부분들은 이야기의 전개 방식까지 모든것을 딱딱 꿰 맟줘놓은 스토리를 읽다보니 후에는 아 또야? 라는 작은 탄식이 나와버렸다고 할까나?

 

 

소설 전체를 풀어버리면 혹여 읽으실 분들에게 스포일러가 될까봐 간략하게 아주 간단하게 간추려 설명하자면 등장하는 달토끼, 생선가게 뮤지션의 마쓰오카 가쓰로,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인 나미야 유지와 가와베 미도리의 사연,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인생의 전환을 맞게된 와쿠 고스케, 자신을 키워주신 이모 할머니를 모셔야 했던 길잃은 강아지의 하루미 까지 총 5장으로 구성된 이야기의 중심엔 환광원이란 고아원이 관통하며 각 단락의 주인공들 모두가 한 번씩은 서로 스치고 지나가는 구성 방식을 취했고 마지막의 이야기엔 맨 첫 이야기와 연결된 방식이다.  그러니까 시공간을 초월하는 이야기를 마치 과학적으로 검증하듯 이렇게 해서 이렇게 된거야 라는 식의 설명들이 눈에 띄어서 신비감은 반감되고, 앞 사람과 뒷 사람이 알고보니 모두 환광원 사람들이였다는 설정에서 추리적인 맛이 급격히 반감되어 버렸다. 너무나 딱딱 들어맞춰 이야기하다보니 환상적인 맛도 추리적인 짜릿함도 모두 날아가버린 이야기였다고나 할까. 다시말해, 굴비를 줄줄이 엮어 매달아 놓은 것 처럼, 또 드라마로 설명하자면 주인공을 기점으로 친척에 사돈이라는 한정된 인물 설정에서 오는 단조로움이 스토리의 전개를 반감시키는 것 처럼 소설 속 감흥과 즐거움 또는 뭉클함이 조금씩 배제 되기 시작하면서 소설의 마지막과 첫 부분의 연결에도 큰 반전을 느낄 수 없었다.

 

 

내게 판타지는 말로써 설명하지 못하는 신비로움이 느낄 수 있을때 가장 짜릿하다고 말하고 싶다. 이렇게 모든 구도를 하나로 연결 시켜놓고 보니 작가가 짜놓은 촘촘한 그물망을 구경한 느낌일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정말 나는 순수한 마음을 잃어버린게 아닐까를 생각해 보았다. 여기 스토리에 나오는 사람들의 인생에 관한 뭉클함은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리고 굳이 환상적이고 추리적인 요소에만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를 생각해봤지만 역시나 촘촘한 그물망 같은 구성이 스토리를 모두 덮어버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것 같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이 2015-03-13 2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계속 못 읽은 척 하는 걸로......

해피북 2015-03-14 07:02   좋아요 0 | URL
제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저도 딱히 권해드리기가....ㅋㅡㅋ,,

비로그인 2015-03-14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를 히가시노 게이고의 세계로 안내한 책이네요 ㅎㅎ

해피북 2015-03-16 20:59   좋아요 0 | URL
앗 그러셨군요 ㅎㅎ 저도 이든님과 같이 재밌게 읽었음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2015-03-14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5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5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5 1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5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5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5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5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5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5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