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싫은 사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번에 고령화 가족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씨 댁의 이런 하루』를 읽으며 잔잔한 울림들이 좋아서 마스다 미리 작가가 쓴 다른 책들을 찾아봤다. 생각보다 많은 책을 쓴 베테랑 작가라는 사실과 '여성의 마음을 잘 그려내는 작가'란 타이틀이 인상적이였다. 그중에서 수짱 시리즈 『아무래도 싫은 사람』『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쑤장의 연애』『지금 이대로 괜찮을까?』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 먼저 수짱 시리즈부터 읽기로 했다.

 

수짱은 원래 모리모토 요시코란 이름에서  '요시'란 이름을 '스쿠'라고도 읽는데 스쿠의 첫 자 스를 따서 '수짱'이라고 부른다. 앞서 소개한 책들은 연애, 결혼, 대인관계, 인생에 관한 주제로 씌여진 수짱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인데 나는 대인관계에 관한 책을 먼저 끄집어 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가장 난의도가 높은 일은 직장의 업무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 이였다. 너무 사소한 일들이라 표현하지 못하는 일들을 두고 벌어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은 아무리 꿰메보려고 해도 꿰메어지지 않는 간극이 존재한다. 같은 일을 두고도 서로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 무심코 내뱉는 말에 때론 상처도 받고 때론 미워하게 되는 그런 시간들이 쌓이고 쌓이다보면 어느새 사회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던 시간들이 많았다.

 

 

책  『아무래도 싫은 사람』의 수짱 역시 이와 비슷한 생활에 힘들어 하는 모습이 보인다.  카페 매니져 일을 하는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의 서른 여섯살 수짱. 다른 직원들을 배려할 줄 알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상대에게 전할때는 상대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최선을 다해 진심어린 마음을 전달하려 애쓰는 모습이 참 예쁜 아가씨다. 그런 수짱에겐 말못할 고민거리가 있다. 카페 사장님의 조카라는 타이틀을 단 무카이는 사사건건 직원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수짱의 여린 심성을 지적하며 직원들을 험담하기 일쑤다. 그런데 그것보다도 더 참기 힘든 일은 험담한 직원들과 어느새 어울리며 수짱을 무시거하나 비난하는 어투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런 수짱에게 직장은 하루하루가 말 못할 지옥이 되어버렸다.

 

 

이 책에는 수짱의 사촌동생 서른살의 아카네도 등장한다. 아카네의 자재부팀엔 기무라라는 여성이 있다. 그녀는 마흔이라는 나이를 앞세워 갖은 애교와 아양으로 자신의 잘못된 일을 무마시키는 스킬이 있다. 덕분에 아카네는 자신의 일이 아닌 기무라의 업무까지 도맡아가며 해야하는데 직장의 남자 직원들은 모두 기무라의 편만 들어 속상하고 때론 그만 두고 싶다는 감정에 휩싸인다. 아키네는 빨리 남자친구에게 청혼을 받아 직장을 그만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이 두가지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무카이와 기무라는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는 인물이다. 상대방의 기분 따위는 생각지도 않고 생각 나는 말을 다 해버리고 나야 직성이 풀리거나, 다른 사람의 잘못된 행동을 험담하며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듯 동정을 바라다가도 험담했던 당사자와는 또 잘 어울리는 사람들. 또는 업무를 잘 모르겠다는 핑계아닌 핑계로 상대에게 자신의 일을 전가시키거나, 의지하려고만 하는 사람들 때문에 업무에서 받는 스트레스 보다 건강의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스트레스로 고통을 받기도 했다. 이럴때의 정답이 있을까. 그렇다면 어떤게 정답일까 매 순간 고민했던 시간속에 내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상대를 이해 하는것인데 그것 역시 쉽지 않다. 아무리 좋아하려고 노력해도, 아무리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한번 싫어진 감정은 엉켜진 실타래처럼 쉽사리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결론이 참 궁금했다.

 

 

그런데  마스다 미리 역시 큰 답은 없는것 같다. 수짱의 이야기도 아키라의 이야기의 결말에도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선에서 마무리된다. 책은 그렇게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받았던 상처들을 끄집어 내어 위로하며 아! 정말 내 성격같다는 외침과 공감을 해볼 뿐. 꽉 꼬집어 이렇게 해보자는 식의 메세지는 찾을 수 없다. 그래서 더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모두다 '나 처럼 싫은 사람들을 만나고, 싫은 말을 듣고 싫은 상처를 받고 나의 싫은 성격을 한탄하며 살아가는 구나'하는 위안을 얻는것 같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며 조금씩이라도 내 기분을 표현해내는 일이 참 중요하다는 사실을 느낀다. 상대에게 싫은 감정이 들었을때 직설적이지 않게 내 기분을 상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느껴본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내 마음을 정리하고 생각하는 시간동안 나는 상대에게 더 많은 상처를 받고 있을테니까. 하지만 서로 감정을 드러내놓고 싸운다고 해서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는것, 강하기만 한것은 부러지고 만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먼저 한 수 물러나 상황을 지켜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호~ 대인관계. 사람과 사람사이의 감정은 세계7대 불가사의보다 더 풀기 어려운 문제같다.

싫다는건 대체 뭐지?
`그것을 보거나 듣거나 상대하는 것이 불쾌하다`

그렇다면 좋아하다는?
` 마음이 끌리다` 라는 뜻 p7

이것은 무척이나 사소한 일입니다.
하지만 사소한 것도 계속 쌓이다 보면
묵직해 집니다.

맨날 맨날 같은걸 물어보면서도
배울 생각이 전혀 없는거, 뻔히 보인다고
게다가, 절대로 `고맙다`는 말도 안하지!

늘 자기 유리 한대로만 하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차 있어 p26

사소하게 싫은 몇개가 마치 장롱뒤의 먼지처럼
조금씩 조금씩 쌓여가지고 커다란 먼지 뭉치가 된다 p33

왜 불평만 늘어놓은 사람이 있는걸까.
마음에 들지 않아도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것이
더 많은데 왜 마음속에만 담아두지 못하는 걸까

왜 나는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은 걸까?
나를 흉보는 것도 아닌데 나 무엇때문에 상처받는걸까.
뭔가 강요 받는 느낌이 들어.

이런게 마음에 들지 않아라는 타인의 불쾌감은
`너는 이런 일로 나를 화나게 하지 않겠지?`라는
공기 같은 협박.p44

정말로 나를 괴롭히는 건 그 지점이 아닌 것 같아
그런식의 말을 듣는 것보다 다른 무엇보다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던 내 자신.

난 왜 그때 실실거리고 웃었던 거야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라고 해줬으면 좋았잖아!!
최소한 화난 표정이라도 지었어야지
다음에는 꼭 그럴거야
아니.
다음이 또 있다는게 우울해.p63

`싫다`라는 감정이 점점 꼬여간다.
무카라이를 싫어하는 감정에서 끝나지 않아.
싫어하는 사람을 감싸는 사람도 싫다.
이건 대체 뭐야?

지카에게도 마키에게도 그 이유만으로 화가나
무카이에게 들러붙고 있는
무얼까. 이 느낌은.

내 자신이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있는 듯한
공허함과도 비슷한....

마음이 뒤틀리고 꼬여서 풀리지 않는 매듭이 될 것 같아.
단단하고 견고한 매듭이 되면
내 힘으로 풀 수 없게 되는 걸까.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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