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기대를 너무 많이 한 탓일까. 아니면 내게 남아있다고 생각했던 순수한 마음이 사라져버린 것일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출간부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었고, 아직도 수그러들줄 모르는 인기탓에 도서관에서도 겨우 만날 수 있는 책이였는데 물밀듯 밀려드는 감동도, 짜릿한 반전도 느낄 수 없는 책이란 생각에 대해 내 자신을 의심해보았다. 그동안 소설보다도 더 소설같은 세상살이에 찌들려 이런 순수한 이야기에는 감동 받지 못하는게 아닐까 하고.

 

 

이야기의 시작은 이랬다. 차량을 절도해 도주 중이던 세 친구가 차가 고장나는 바람에 평소에 봐두었던 폐가로 급히 몸을 숨기게 된다. 아침이 밝아오기 전까지 몸을 숨겼다가 떠나기로 의견을 모으고 막 잠을 자려던 찰라 폐가 안으로 날아든 편지 한 통. '나미야 잡화점 주인께'로 시작하는 이야기에 달토끼라는 닉네임을 사용한 여성이 자신 스스로 풀지못한 사연을 가득 담아 보낸 편지였던 것이다. 일순간 세 명의 친구는 동요스런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편지에 대해 차근히 알아보던 중에 몸을 숨기고 있던 폐가가 '나미야 잡화점'이라던 사실과 40년 전 잡화점 할아버지가 사람들의 고민이 담긴 편지를 읽고 답장을 써줬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달토끼가 쓴 글을 추리해가는 과정에서 삼십삽년전의 과거로 부터 날아든 편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며 소설은 판타지와 추리가 결합 된 소설의 급 물살을 타는듯 싶어 내심기대심도 커지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해리포터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야겠다. 내가 한때 흠뻑 취해 살았던 해리포터 시리즈는 정확히 말해 판타지 소설이다. 그것도 우리 일상에서 실제로 일어날법한 소재를 가지고 그려낸 단연 최고의 소설이다.(내가 읽어본 판타지중에 최고 였고 이후로 이런 소재의 소설을 찾을 수 없어 큰 아쉬움으로 생각하는 중이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어떻게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굳이 설명하진 않는다. 강아지는 강아지, 고양이는 고양이 인것 처럼 마법사는 마법사, 머글(사람)은 머글(사람)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야기. 왜와 어떻게를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판타지 소설의 장르로써 이해가 되는 소설이였기 때문에 더욱더 빠져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바로 이점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과의 차이라고나 할까.

 

 

세 명의 친구가 나미야 잡화점 안에서 겪게되는 환상의 세계.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상황 설정에 대한 설명을 여러가지 각도로 설명하려다 보니 재미의 반감이 급격히 줄어버렸다. 나미야 잡화점의 건물 안에서는 시간이 가질 않아서 뒷문을 열어두면 시간이 간다는 설정이라던가,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좀 억지스럽게 보였달까. 그렇다고 이런 부분만 가지고 전체를 평가할 수 없다. 내가 이 소설에서 흥미가 꺽였던 부분들은 이야기의 전개 방식까지 모든것을 딱딱 꿰 맟줘놓은 스토리를 읽다보니 후에는 아 또야? 라는 작은 탄식이 나와버렸다고 할까나?

 

 

소설 전체를 풀어버리면 혹여 읽으실 분들에게 스포일러가 될까봐 간략하게 아주 간단하게 간추려 설명하자면 등장하는 달토끼, 생선가게 뮤지션의 마쓰오카 가쓰로,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인 나미야 유지와 가와베 미도리의 사연,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인생의 전환을 맞게된 와쿠 고스케, 자신을 키워주신 이모 할머니를 모셔야 했던 길잃은 강아지의 하루미 까지 총 5장으로 구성된 이야기의 중심엔 환광원이란 고아원이 관통하며 각 단락의 주인공들 모두가 한 번씩은 서로 스치고 지나가는 구성 방식을 취했고 마지막의 이야기엔 맨 첫 이야기와 연결된 방식이다.  그러니까 시공간을 초월하는 이야기를 마치 과학적으로 검증하듯 이렇게 해서 이렇게 된거야 라는 식의 설명들이 눈에 띄어서 신비감은 반감되고, 앞 사람과 뒷 사람이 알고보니 모두 환광원 사람들이였다는 설정에서 추리적인 맛이 급격히 반감되어 버렸다. 너무나 딱딱 들어맞춰 이야기하다보니 환상적인 맛도 추리적인 짜릿함도 모두 날아가버린 이야기였다고나 할까. 다시말해, 굴비를 줄줄이 엮어 매달아 놓은 것 처럼, 또 드라마로 설명하자면 주인공을 기점으로 친척에 사돈이라는 한정된 인물 설정에서 오는 단조로움이 스토리의 전개를 반감시키는 것 처럼 소설 속 감흥과 즐거움 또는 뭉클함이 조금씩 배제 되기 시작하면서 소설의 마지막과 첫 부분의 연결에도 큰 반전을 느낄 수 없었다.

 

 

내게 판타지는 말로써 설명하지 못하는 신비로움이 느낄 수 있을때 가장 짜릿하다고 말하고 싶다. 이렇게 모든 구도를 하나로 연결 시켜놓고 보니 작가가 짜놓은 촘촘한 그물망을 구경한 느낌일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정말 나는 순수한 마음을 잃어버린게 아닐까를 생각해 보았다. 여기 스토리에 나오는 사람들의 인생에 관한 뭉클함은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리고 굳이 환상적이고 추리적인 요소에만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를 생각해봤지만 역시나 촘촘한 그물망 같은 구성이 스토리를 모두 덮어버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것 같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이 2015-03-13 2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계속 못 읽은 척 하는 걸로......

해피북 2015-03-14 07:02   좋아요 0 | URL
제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저도 딱히 권해드리기가....ㅋㅡㅋ,,

비로그인 2015-03-14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를 히가시노 게이고의 세계로 안내한 책이네요 ㅎㅎ

해피북 2015-03-16 20:59   좋아요 0 | URL
앗 그러셨군요 ㅎㅎ 저도 이든님과 같이 재밌게 읽었음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2015-03-14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5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5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5 1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5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5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5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5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5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5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