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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 ㅣ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3
유홍준 지음 / 눌와 / 2017년 1월
평점 :
2년 전 이맘때쯤 동대문 디지털프라자에서 열린 간송 문화전을 보러 간 적이 있다. 당시 '우리 강산 우리 그림 진경산수화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마침 전시회를 관람하기 위해 백인산 저자의<간송미술 36> 과 이충렬 저자의 <간송 전형필>이라는 두 권의 책을 읽었던 터였다. 그래서 전시회를 본다는 부푼 기대보다도, 책에서 보았던 대작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한껏 부풀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전시관 입구에서부터 그만 주눅이 들어버렸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고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각 구역마다 배치되어 그 알수 없던 이질감과 작품 보존을 위해 실내조명은 어두웠고 유리 보호막에 둘러쌓여진 빛바랜 그림들은 눈으로 식별기 어려웠다.
그 때문이었는지 작품을 오랜 시간 들여다봐도 내 실력으론 어림잡아 생각하기도 힘들었다. 특히 책으로 봤을 때는 줌인하듯 끌어당겨놓은 선비들의 생동감 넘치고 익살스러운 표정들이, 어두운 조명과 먼 거리감 때문에 알아보기 힘들어 눈만 끔뻑거리다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전시회를 다녀온 후 다시 <간송미술 36>이란 책을 펴들고나서야 책의 가치를 크게 느낄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기억은 유홍준 교수님의 책을 접할때 마다 느낀다. 유홍준 교수님의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문화유산의 찬란하고 아름다움을, 당대 예술사가들의 뒷담화 같은 재미난 이야기를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또한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을 넘어서 많은 이들에게 쉽고도 재미나게 알려주시려 노력하시는 모습에 어찌 탄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안목>은 건축, 청자, 불상, 백자, 열전등 미술사 전반을 아우르며 교수님의 특유의 실사구시의 길을 보여주는 명저다. 우리나라 국보 78호 반가사유상과 일본 목조 반가사유상의 유례와 두 불상의 만남에 관한 이야기나, 곡선이 아름다운 청자와 백자를 감상해보는 것도 즐거웠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일화는 변월룡 화백의 발견이다. 생면부지인 고려인 화가 탄신 100주년 변월룡 회고전이 열린다는 신문기사를 읽고도 시큰둥 하셨던 교수님이 미술사 가인 허영환 선배님의 권유로 다녀오게 되었는데 벅찬 놀라움과 감동을 넘어 부끄러움을 느끼셨다고 했다.
1916년 연해주에서 태어나 일찍부터 그림 솜씨를 좋았던 변월룡 선생은 38세의 나이에 소련 최고의 미술교육 기관인 레핀예술아카데미에서 교수가 되었다고 한다. 1953년 소련 정부로부터 북한 미술계를 지도하라는 과제를 받아 평양에 파견되어 1년 3개월 동안 북한에 체류하게 되었는데, 그때 화폭에 담아낸 명작들을 소개하시며 동족상잔의 애잔함과 디아스포라적인 예술세계와 끝내 이름을 개명하지 않으셨던 화백의 지조에 탄복하시는 글들이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특히 이 전시회가 개최되기까지 20년의 세월 동안 각고의 노력을 했던 미술평론가 문영대씨의 자랑스러움에 감복하여 일일이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 전시회를 꼭 보러 올 것과 신문 지면을 빌려 얼마 남지 않은 전시회를 알리고 우리가 잊어버린 천재 화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가득 담아놓았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 서술하셨어도 독자들은 이런 부분을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부족했던 부분을 꺼내시고 20년의 세월 동안 고생했던 후배 문인을 살피시며 늦게나마 대중들에게 알리시려 노력하시는 부분이 비로소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이란 부제를 완성하고 있음을. 그래서 더욱 값지게 느껴지는 거라고. 더욱 유홍준 교수님의 책은 기다려지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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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를 창조하는 것은 생산자이지만, 문화를 창달하는 것은 소비자이다.' 이 명제는 아무리 뛰어난 예술품이 태어난다 해도 세상이 이를 알아보지 못하면 묻혀버리고 만다는 명구로, 예술작품이든 상품이든 똑같이 해당된다'(p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