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론을 읽다 - 마르크스와 자본을 공부하는 이유 유유 고전강의 2
양자오 지음, 김태성 옮김 / 유유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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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 마르크스. 무수한 풍문의 사나이. 내겐 언젠가 꼭 알고 싶었던 사람 이였다. 인문학 서적이면 으레 들어볼 수 있는 이 마르크스라는 인물은 누구인가. 손꼽히는 지식인들에게 끊임없이 회자되며, 명명백백한 '공산주의'라 선언한 이 사람을 어찌하여 당당히 거론되고 있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마르크스를 이해하기 위해 필히 읽어봐야 할 책 『자본론』은 수많은 학식을 지닌 사람들 조차도 고개를 내 저을 정도로 쉽게 접하지 못한다. 마르크스의 논증법은 하나의 가설에 하나의 주장이 아닌 하나의 가설에 세 개의 주장과 또 뒷받침해줄 세 개의 논증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자본론을 쉽게 풀어줄 입문서가 필요했고 그렇게 선택한 책이 양자오 저자가 쓴 『자본론을 읽다』이다. 그런데 제목 보다도 ' 마르크스와 자본론을 공부하는 이유'라는 부제목이 더 마음을 끌었다. 그러니까 100년도 더 지난 사상을 왜 알아야만 하는가, 공부를 해야만 하는가' 하는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것 같았다.

 

 

 

 

『자본론을 읽다』는 서양 고전강의 시리즈로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다』와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읽다』에 이어 '자본론' 정독에 필한 역사적 맥락과 개념을 정리한 세 번째 책이다. 타이완 학자인 저자는 반공주의가 팽배하던 시절 남몰래 도서관에서 발견하게 되었던 자본론을 쉽사리 꺼내들지 못하고 복사본을 만들어 하루에 한 두장 들고 다니며 읽었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금서에 대한 야릇한 감정 때문 이였을까. 저자의 책을 읽다보니, 마르크스의 사상에 흠뻑 취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래서 내용을 더 쉽게 풀이해주고자 노력한 흔적들이 영력했다.

 

 

 

그러나 저자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는 백지 상태였기에 신중성을 기해야했다. 정치, 경제, 사회, 국가와 세계관등의 거시적 안목으로 들여다봐야만 볼 수 있는 특성 때문에 나의 책은 노트인냥 필기들로 넘쳐나게 되었고, 나의 노트는 정리한 생각들로 넘쳐났다.

 

 

 

 

 

우리가 자본론을 공부해야만 하는 이유.

 

' 생산의 결과는 분명히 이전과는 다른 이윤을 가져다 주었고, 이 바늘도 분명히 노동자가 노동한 결과인데, 더 많아진 이윤은 노동자와는 무관하다. 이 여덟 배나 차이가 나는 이윤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마르크스가 주장하는 이론은 단 하나. '노동자는 자신이 생산하는 만큼의 이익을 왜 분배받지 못하는가' 에 있다. 한땀 한땀 정성으로 물건을 만들어내는 장인들은 자신이 생산해 놓은 양만큼 보상을 얻었다. 생활 속에서 시간과, 노력을 적절히 배분하여 배분한 만큼의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셈이였다. 그러나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후 수많은 자본가들의 세력 아래서 노동력을 소모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보상은 장인의 보상과는 사뭇 다른 개념이 되었다. 자본가들이 산출해놓은 일정한 금액만 받을 수 있게 된 것인데, 여기서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분명히 노동자들의 생산 효율에 따른 이익은 발생하는데 그 발생된 이익 즉 '잉여 가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왜 노동자에게 분배되지 않는 것일까 하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를 다루기가 쉽지가 않다. 노동자의 가치 문제는 자본 사회를 설명해야 했고 자본 사회는 정치와 경제 더 넓게는 국가간의 문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단순한 철학 사상서가 아니라 정치, 경제학서 이면서도 정치 경제학 비판서이며, 노동자를 변론하는 변론서 이자, 오늘날 우리가 마르크스와 자본론을 공부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사실 그의 목적은 복잡한 조작 아래서 자신의 노동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자신에게 노동력의 가치를 이해하고 주장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르는 노동자에게 자기 평가 기회를 주는데 있다'p201

 

 

노동 가치산출과 자본주의 사회와의 관계는 무엇일까.

 

이 주장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거시적 안목이 필요하다. 거대한 자본들의 움직임, 자본을 움직이는 자본가들의 행태, 노동력의 가치 산출과 불평등한 임금임에도 노동력을 제공할 수 밖에 없는 모순들을 설명하기 위한 논증이 필요한 것이다.

 

 

노동 가치산출은 노동자의 하루 생활비로 산출하는데, 하루 8시간을 근무하는 노동자가 1만원을 생산하고 하루 필요한 생활비는 2000원이라 가정 했을때, 노동자의 '하루 생산금액 - 하루 생활비 = 잉여 가치' 라는 공식을 얻게 된다. 즉 1만원에서 2000원을 뺀 8000원이 잉여가치이며, 자본가들은 축적된 잉여 가치를 노동자와 나누지 않고 스스로 축적해 버림으로써  부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일과 불가분(不可分)관계에 놓인 노동자는 불균형한 현실 속 에서도 자본가에게 묶일 수밖에 없는 노동도구로 전락되었다는 사실로  노동자의 생활은 변질되고, 여가 생활의 축소를 불러온 것이다..우리의 삶은 멀리서 바라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숨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에 비춰 나아지지 않고 더 빈곤해져만 가는 납득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조롱이 아닌지 생각이 든다. 불가분의 관계속에서 지속적인 불균형의 관계로 연결된 쇠사슬을 우리는 묵묵히 동의 해야만 하는 것일까?

 

 

자본의 흐름은, '사용자가 필요에 의한 가치'를 뺀 '공급' 과 '수요'라는 중점만 두고 조절 하므로써 이익에 가격을 상승시키거나 하락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자본가 혹은 국가 간의 이익에 의해 얼마든지 조절될 수 있는 ‘공급’과 ‘수요’는 노동자들의 가치를 상실 시키므로써 노동비를 절감시켜  불균형을 초래하고, 착취에 가까운 잉여 가치의  이익을 취하는 자본가들은 계속된 불균형에도 부를 누릴수 있는 특권을 갖게 되었다 . 현재  자본가 마져도 통제불능의 상태에 이르는 수많은 금융 산업의 문제가 오늘날 자본가들의 부의 축적이 불균형 상태였음을 지적하는 셈이 되는 것이며, 이 또한 마르크스 사상을 부정하지 못하는 하나의 근거가 되는 셈이 되었다.

 

 

 

또한 헤겔의 사상을 이어받은 마르크스의 변증법을 살펴보면 공급의 수요로 인해 양적인 창출은 질적인 창출로 이어지고, 이때 발생된 질적인 창출은 처음 갖었던 순수한 목적을 잃게되므로써 부패하고, 새로운 가치 창출 되었다. 예를 들어 그 옛날 과자는 값싼 가격과 넉넉한 양에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점차 과자에 다양한 화학 첨가물이 들어가면서 과자의 가격은 상승하고, 양은 줄어들면서 부족한 부분은 질소로 충만한 과자가 생산되는 것이다. 이런 상태를 설명한 것이 ' 정립- 반정립- 종합' 이라는 변증법이다.

 

 

이 새롭게 창조된 가치로  오늘날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을 살펴본다면, 의식주 어느 하나 안전한것이 없고, 불안하기만 하다. 모두다 이익을 위한 일이였음에도 공평하지 못한 이익의 분배가 옳은 일을 옳지 못한 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내다본 100년의 미래가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이해할 수 있음이 여기에 있고 또. 그렇기 때문에 마르크스를 꼭 알아야만 하는 이유가 된다. 국경없이 흐르는 자본들이 더 높은 수익에 의해 흐르고, 세계 국가의 다양한 수익 창출의 꿈과 맞물림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뿌리내린 상하 구조에 얽힌 가치들이 옳은 것인지 우리는 하나하나 살필 필요가 있음이 절실히 느껴지는 사회속을 살게된 것이며, 무수히도 쏟아져 나오는 자본에 관한 책들이 이를 뒷받침 해주는 것이다.

 

 

' 현재의 경제 생활은 평가 할 수 없는 것들을 교환체계에 집어 넣어 원시 상태에서 교환상태로 타락시켰다. 계량화 시킬 수 없는 것들까지 계량화 시켜 '교환가치'를 얻게 되고 교환가치가 화폐로 통합 되면서 '금전'이 가치의 높고 낮음을 드러나게 했으며 그로인해 원래 계량화 될 수 없고 소외될 수 없는 근본 가치를 망각 시켰다'p154

 

 

자본론은 이런 종합적인 문제점을 통해 자본 시대에 발생되는 부를 공평하게 나누며 불필요한 노동가치를 줄임으로써 소외될 수 없는 삶의 근본 가치를 찾아 자본이라는 물질적 욕망에 휩쓸리지 않도록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되어주는 것이다.

 

 

 

잠재적 자본가가 되어버린 우리의 모습과 공산주의의 잘못된 편견.

 

' 모든 사물을 '상품'으로 간주하는 환경 속 에서 살고 있고, 필연적으로 가격으로 자신과 세계 사이의 관계를 구축 하는데 길들여져 있다'p117

 

' 우리는 이처럼 추상적인 시각으로 화폐를 대하며, 화폐를 늘리고자 하는 욕구를 가질때 우리는 이미 자본주의의 논의에 따라 잠재적인 자본가가 된다'p249

 

우리는 금전적 욕구 크기에 의해 판단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값비싼 의식주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삶이 되어버렸으며, 자본가의 모습을 모방하려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 놓여지게 된 것이다. 거대한 자본사회에 휩쓸려 자신의 주관을 잃어버린 우리의 모습들이 과연 옳은 일일까. 잠재적 자본가가 되어가는 우리의 미래는 무엇일까를 생각해 볼때  자본주의 사회속에 처한 인간의 억압과 모순, 착취와 거짓이 난무하는 집단 논리속에서 한 줄기 빛을 본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우리의 가치 판단을 일깨워주며, 노동가치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이 사상서가 어쩌다가 '공산주의'라는 나쁜 인식을 갖게 된 것일까. 

 

그것은 마르크스 사상을 신봉했던 레닌과 스탈린의 강렬한 권리욕 으로부터 생겨났으며, '공산주의' 하의 나라들이 지금도 강렬한 권리욕 을 앞세워 부패시킴 으로써 좋지 못한 사상으로 낙인 시키고 있음에서 유발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강렬한 권리욕은 절대 권력을 낳고, 절대 권력은 끊임없는 검증과 개선, 현실에 적응하려는 움직임을 잃고 외곡과 독단을 발생시켜 오늘날 부패된 공산주의라는 인식이 우리 머릿속에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내게 마르크스와 자본론을 공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말할 것이다. 그것은, 거대한 자본 사회를 살아가는 내게, 진정한 가치의 기준이 무엇인지, 금전적 기준으로 사람들을 재단하는 사회에서 어떤 의식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지, 여러 매체들이 전해주는 집단 논리에 빠지지 않고 집단 논리 속 모순을 찾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생각을 선사하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마르크스를 만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거시적 안목을 갖기 위한 노력이 수반되기 때문인데 그렇더라도 꼭 인생에 한번쯤은 누가 가르쳐주는 안목이 아니라, 스스로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안목을 갖기 위해서라도 만나봐야 하는 사상서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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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1-05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유출판사 사장님이 좋은 책인데 안 팔려서 아쉬워한다는 책입니다. 혹시 페이스북 계정이 있으면 유유출판사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좋아요` 누르면 페이지 관리자(출판사 대표님)께서 직접 번역하고 소개한 양자오의 칼럼을 볼 수 있어요. 아까 방금 유유출판사 페이지에서 확인했는데 마르크스에 대한 양자오의 글이 있더군요. 해피님께서 페이스북 계정이 없으시다면 내일 제가 그 글을 블로그에 올릴께요.

해피북 2015-01-05 00:05   좋아요 0 | URL
왓!! 이런 꿀팁!! 역시 좋은 이웃을 둔다는건 좋은 일이예요 ㅎㅎ 저 방금 페이스북 계정 어찌어찌 어렵사리 찾아서 읽고 오긴 했는데 블로그에 올려주신다면 (혹시 번거럽지 않으신다면) 다시 은미해가며 읽어보고 싶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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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뜻으로, 세상에 미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큰 일이란 없다는 뜻이다.(『미쳐야 미친다』 정민. 푸른역사 2004년) 여기 책에 대한 사랑을 넘어 애증의 관계에 도달한 오카자키 다케시를 보구 있자니 불광불급은 이럴때 쓰는 단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다양한 분야의 저술가이자, 헌책문화 알리기에 순수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그가 쓴 『장서의 괴로움』에 따르면 어디까지나 업무상 필요한하다는 이유로 (대략, 이게 어디까지나 대략적인 추산으로) 2만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많은 장서를 목조주택 2층에 쌓아두고 있어 책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바닥은 삐그덕 거리는 비명을 질러대고, 집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위험은 곧 현실이 되었다. 대단한 장서가인 구시다 마고이치나,  이노우에 히사시의 경우 실제 2층 목조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해프닝을 겪었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책을 보유하고 있기에 괴롭다고 표현할까 라는 순수한 나의 호기심은 순간  커다란 공포심으로 변했고 내 책장들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젠가부터 유자형으로 휘어가고 있는 책장의 선반이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임시방편으로 윗 선반과 아랫선반의 공간에 책을 끼워넣고 대충 지지대 역할만 하고 있었는데 내게도 큰 대책이 필요했다.

 

 

내가 책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잦은 병원 출입에서 였던거 같다. 병원이라는 따분하고 무료한 공간에 선물받았던 셜록홈즈 시리즈는 다른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는 마법의 문과 같았다. 책에서 즐거움을 깨닫게 되면서 부터 내게 허락된 유일한 '사치'가 책을 구입하는 일이 되었고, 벽면 한쪽을 가득 채울만큼의 책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요즘들어 책을 구입하는 횟수가 잦아지면서 책장 선반이 휘어지는 모습을 보며 남모를 불안감을 갖고 있었고, 무심한척 해보이는 가족들도 은근 걱정되는지 가끔 한마디씩 던질때마다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그래도 책은 팔아야 한다. 공간이나 돈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내게 무엇이 필요한지 꼭 필요한 책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해 원활한 신진대사를 꾀해야 한다. 그것이 나를 지혜롭게 만든다'p31

 

 

장서가인 오카나키 다케시가 선택한 일은 신선도가 떨어지는 책들을 선별하여 처리하므로써 원활한 혈관 즉 지혜로움을 가져보자 였다. 나는 이 구절을 읽으며 '책'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떤 목적에 의해 구입하게 되는 한 권의 책은 다른 물건들과는 다르게 애정이라는게 생기는데, 저자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만나는 지점이 그렇고,  종이의 질감과 펄럭일때마다 끼쳐오는 책의 냄새, 기차나 버스에서 읽었던 추억들이 만들어지는 이 모든 형태의 일들이 '독서'인 셈이며 무한한 애정심을 갖게하는 일련의 활동이된다.

 

 

' 대리석 무늬의 마블지로 만든 책갑에서 꺼낸 책은 기름종이에 싸인 새하얀 프랑스 장정이다. 손에 들고 팔랑 팔랑 넘기면 세이코샤의 옛날 가나 활자가 날아든다. 책갑에서 책을 꺼내 먼저 만지고, 책장을 펼치는 동작에 '독서'의 자세가 있다. 그에 수반하는 소유의 고통이 싫지 않기에 장서의 '괴로움'은 장서의 '즐거움'이다p181

 

 

 

이런 전체적인 맥락으로 책은 단순한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여러 복합적인 상황이 맞물려 한 권 한 권 마다 의미가 부여되고, 다른이들과 전혀 다른 책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내겐 욕망의 증식을 걱정하는 저자의 말보다도 또 지혜로움을 추구하는 그의 이상적인 이야기보다도, 책이 주는 애뜻함과 애정을 앞세워 판단해볼때 아직 그의 의견에 찬성할 수 없다. 내겐 아직도 팔아야할 이유보다 간직해야할 이유가 더 많다고 생각해두는 편이 좋겠다.

 

 

그렇다면 두번째 방안으로 생각해보자. 전자책은 어떨까? 휴대가 용이하고, 무게 따위를 걱정할 필요도 없는 전자책이라면 장서로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반짝이는 아이템은 분명하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독서'라는 의미는 단순히 텍스트를 읽는것을 넘어 복합적인 작용을 하는 그 일련의 과정에 무한한 애정심을 품고 있는 내겐 전자책 또한 그닥 끌리는 아이템은 아니다. 실제로 도서관에서 전자책을 대출하여 사용해봤는데 정확한 페이지의 구분이 어렵고, 도판(圖版)이 실린경우 도판이 넘어가버려도 본문에 그 도판에 관한 설명이 없을 경우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조차 없었다. 그래서 전자책은 그리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제시할 수 있는 방안으론 반복하여 읽을 수 있는 '양서'를 구입하자 이다. 책을 구입할때 호기심으로 사는 경우가 많고, 그럴때마다 생각과 맞지 않아서 실패를 경험하기도 한다. 또 어떤 책은 한 번만으로도 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책을 구입하기 전에는 이 책이 내게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직접 확인하여 책을 구입하는 습관을 갖자 이다. 또한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책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읽을 수 있는 여유도 갖으며 적정량을 선택하여 관리하는 습관도 갖어보자 이다.

 

' 책 5백 권이란 칠칠치 못하다거나 공부가 부족 하다는 것과는 다르다. 어지간한 금욕과 단념이 없으면 실현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를 실행하려면 보통 정신력으로 안된다. 세상 사람들은 하루에 세 권쯤 책을 읽으며 독서가 라고 말하는 듯 하나, 실은 세 번, 네 번 반복해 읽을 수 있는 책을 한 권이라도 더 가진 사람이야 말로 올바른 독서가다'p150

 

불광불급 이라고 했다. 미치지 않고서는 미치지 못하나니, 자신의 열정을 향한 광기와, 집착은 예술가의 혼을 불태우는 일과도 같다. 오카자키 다케시의 무모한 열정과 의욕이 내겐 신선하고 아름답게 다가오는것은 아마 그 때문인거 같다.  다만 그 열정으로 잠식당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절과 노력을 수반하여 나도 이렇게 멋진 장서가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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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4-12-31 0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개가 끄덕여지네요,,,,

해피북 2014-12-31 14:29   좋아요 0 | URL
ㅎㅎ 감사합니다^^

cyrus 2014-12-31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러니하게 들리겠지만 전 이 책을 애서가나 장서가에게 권하고 싶으면서도 권하고 싶지 않은, 애증의 책이라고 생각해요. 읽기 시작하기 전부터 제목만 봐도 벌써 괴로워져요. 책을 처리하지 못해 나처럼 고민하는 사람이 많구나 하고 느껴져요. 이제 본격적으로 읽을수록 더 괴롭습니다. 책을 버린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니까요. 다 읽고나면 책이 가득 꽂힌 책장을 보면서 한숨을 쉬지요... ^^;;

해피북 2014-12-31 14:3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도 읽기 시작하면서 솔직한 심정으로 우와~ 출판사에서 이런 책도 내는구나 싶었어요. 장서의 고민은 잘못 생각하면 책 사는것을 줄이자 뭐 이런 식으로도 생각할 수 있는건데 싶은 생각에서요 ㅎ 그런데 장서에 대한 고민도 고민이였지만, 책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였던거 같아요. 나중에 집안에 주체하지 못할 책이 생긴다거나, 호기심에 너무 사고 싶은 책이 있다면 그때 다시 꺼내 읽어봐도 좋을듯 하구요 ㅎㅎ 그리고 이 책을 읽고 교훈이 생겼다면 목조건물에 살지말자!! 입니다 ㅋㅋ

북깨비 2015-03-04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담이지만 해피북님 글을 읽다가 갑자기 생각났어요 그 셜록홈즈 시리즈. 저도 어릴때 다니던 조그마한 동네병원 대기실에서 즐겨봤답니다. 아주 얇은 문고본이 수십권은 되었던거 같아요. 그때가 벌써 20년 전이니 이제는 절판 되었겠지요. 전집이 총 몇권이었을까가 문득 궁금해졌지만 이젠 알길이 없겠군요.

해피북 2015-03-04 22:44   좋아요 0 | URL
저는 북깨비님 같은 추억을 무척 좋아하고 부러워한답니다. 어릴적에 책방과 관련된 추억도 없고, 책과 관련된 애뜻했던 기억이라곤 스무살이 훌쩍 넘었던 시간들 뿐이라서요 ㅎㅎ 북깨비님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얇은 문고본의 책들이 지금은 어디에있을지 함께 그리워지게 되네요 ㅎㅎ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역사 이야기 2 - 중세편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역사 이야기 1 2
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 정병수 그림, 최수민 옮김 / 꼬마이실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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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역사책을 읽는 이유는 책을 읽기 위해서다. 책을 읽는데 왠 역사책이 필요할까 싶지만, 다시 말해 다양한 책을 막힘없이 읽기 위함이라고 말해두는게 좋겠다. 세상에 나와있는 다양한 책들을 다 읽어볼 순 없겠지만,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읽는데 막힘이 생기고 어려움이 생긴다면 당장 그만두고 싶고 포기하는 수가 많아진다. 특히나 한자어가 많이 사용되는 책이나, 역사 책에서 생겨나는 불편함은 책의 장르를 축소시키고 관심 분야를 적어지게 하므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나에게 생기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찾아보게 된것이 역사책중에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였는데, 수잔 바우어 교수가 쓴 『세계역사이야기 2』은 정말 혼자 읽기 아까울정도로 쉽고 알차게 구성되어졌다. 1권 고대편을 지나 2권 중세편에 이르러 600페이지의 방대한 양에 놀랍기도 했지만, 그녀가 이끌어가는 이야기에 또 한번 놀라게 되었다.  스토리 중심의 소설책은 이끌어주는 중심내용이 있기에 몰입을 하고 끝까지 읽을 수 있지만, 역사책의 경우는 이끌어줄 스토리가 없어 호기심이 떨어지면 읽지 못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완벽히 보충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 로마가 멸망한 지 수백 년이 지난뒤에, 유럽의 역사는 그 과정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는 것 같았어. 어느 작은 왕국의 군주인 탁월한 전사가 나서 이웃의 작은 왕국들을 차례로 병합해서 거대한 제국을 세워. 그의 후손들이 제국을 통치하는 기간이 한동안 이어지다가, 다시 여러개의 작은 왕국으로 갈라지지. 그러다가 또 다른 탁월한 전사가 나타나서 군대를 모으기 시작하고...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숱한 제국들이 일어났다가 무너지는 동안에 기독교와 이슬람 교는 서로 갈등했어. 로마 제국이 멸망한 이후의 몇 세기 동안을 우리는 '중세'라고 부른단다.'p464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고 동로마 제국이 멸망(16세기) 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2권에서는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지도를 보며 앞으로 읽게 될 지중해 일대를 돌아보는것을 시작으로 한다. 여타 다른 책들과 다른 점이라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전체적인 부분을 설명하려고 노력했고, 이야기 끝에도 앞 내용을 복습해주는것을 잊지 않는다는 것이다. 홈스쿨링하며 자녀를 가르친다는 그녀의 내공이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중세엔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의 종교이야기, 중국과 일본 한국의 동아시아이야기, 이슬람교 성지와 기독교 성지탈환을 위한 십자군 전쟁과 박해받는 유대인, 중국의 시초인 칭기즈칸과 쿠빌라이칸, 동방견문록의 마르코 폴로, 유럽 전역을 휩쓸어 죽음으로 내몰았던 흑사병, 프랑스와 영국의 백년전쟁, 영국의 왕위 다툼이였던 장미전쟁, 콜롬버스의 잘못 밝혀진 신대륙,  면제부를 비난했던 마르틴루터의 95개조, 그리스 로마의 문화가 다시 꽃피우는 르네상스, 천문학의 아버지 코페르니쿠스와 현대 물리학의 아버지 갈릴레이, 엘리자베스 여왕의 험난했던 왕위 계승, 위대한 극작가 셰익스피어와 맥베스의 이야기까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특히 흥미로웠던것이 종교의 생성과 분열에 관한 이야기 였다.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정치적 목적에 의해 분열되고 새 명칭으로 파생되는 과정들을 통해 현재 기독교의 분열(침례교,예수교등)된 상태를 짐작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종교적 정치적 전쟁들이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밝혔음에도 종교적 탄압에의해 자신의 주장을 밝히지 못했다는 사실 역시 흥미로웠다. 특히 중세시대에 전쟁의 촉발이된 것은 종교적인 부분이 많았는데 종교와 권력을 동일시하는 세태에서 생겨난 문제들이였고, 종교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져 버린 부분이라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짧게 언급된 부분이지만, 한국과 일본, 중국과의 관계에 대한 설명들도 인상적이였는데 야마모토 왕조의 탄생설화가 그리스 로마 신화와 유사한 부분이 그랬고, 일본으로 건너간 왕인박사가 일본에 끼친 영향의 묘사들이 흥미로웠다. 동양사람이 아닌 수잔 와이즈 바우어 라는 외국 사람을  통해 듣는 생경함 이랄까. 좀 신기한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한여름밤의 꿈』,『햄릿』,『로미오와 줄리엣』,『리처드 3세』,『헨리 5세』의 명작들이 당시 시대를 그린 풍자 소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마찬가지로 『로빈후드』라는 인물이 우리나라 임꺽정을 떠올리게 했고 풍문으로만 알고 있던 잔다르크의 실상은 하늘의 계시를 받았던 여성이였다는 사실등 중세시대의 다양한 이야기 꺼리를 무궁무진 만날 수 있는 시간이였다.

 

 

수잔 와이즈 바우어 교수의 이야기를 읽고 있다보면 머리속에 세계의 그림이 그려진다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방대한 양의 역사 이야기를 이끌기위해 노력한 그녀의 노고에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훗날 나의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은 유산이 있다면 그것은 다양한 책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방법과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겐 이런 방대한 이야기를 재밌게 들려줄 재주가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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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 지금 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당신에게 주고 싶은 시 90편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1
신현림 엮음 / 걷는나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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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힘들었던 한 해가 몇일 밖에 남지 않았다. 저 깊고 푸른 바닷속에 잠들어 있을 어린 영혼들의 아픔이 있던 시기에 내게도 뜻하지 않는 아픔이 찾아왔다. 슬픔은 겹치고 겹쳐 내 자신을 침몰 시키고, 문득 문득 느껴지는 삶의 허무함에 몸서리칠때 어떤이의 위로도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좋은일, 싫은일, 기쁜일, 슬픈일, 아픈일, 고통스런 모든 일들이 잠시 반짝이는 불빛에 불과하지 않다는 사실을 아는 머리는, 내 마음에 잠시 스쳐가는 일일 뿐이라 말하지만 허약해질때로 허약해진 나의 마음은  불빛과도 같은 고통에도 몸서리치며 그렇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고 있는적이 많았다.

 

어느날 문득 펼쳐든 시집에서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를 읽게 되던날 나도 모르게 앉아 펑펑 울어버리며 시가 주는 위로는 한 알의 알약과도 같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수선화 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 정호승-

 

<낚시질>

 

낚시질하다

찌를 보기도 졸리운 낮,

문득 저 물 속에서 물고기는

왜 매일 사는 걸까.

 

물고긴는 왜 사는가.

지렁이는 왜 사는가

물고기는 평생 헤엄만 치면서

왜 사는가.

 

낚시질하다

문득 온몸이 끓어오르는 대낮,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만은 없다고

중년의 흙바닥에 엎드려

물고기같이 울었다.

 

- 마종기-

 

나는 그렇게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 에게>에 기대어  모든 만물의 외로움이 나와 같다는 사실로 위로받고, 마종기 시인의 <낚시질>을 읽으며 삶의 허무함에 같이 엎드려 펑펑 울었다. 기형도 시인의 <빈집>을 읽을땐, 에일듯한 사랑의 감정들도 영원불멸은 없노라 위로받으며 지금 나의 사랑의 공허함을 이해해 보았다. 루쉰의 <희망>을 만났을땐 아무도 걷지 않던 그 길위에 홀로 서있는 내 모습이 다른이의 위로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했다는 사실을 느꼈다.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기도>를 만났을땐 그동안의 나의 기도가 모두 부질없는 일이였음을 알게되었다. 모든것들로 부터 안전한 보호를 원했던  나의 기도는, 모든 것들로부터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달라 기도하지 못했던 나의 무지함을  깨닫게 했다. 나는 이렇게 각기(各其) 다른 한 편의 시들을 통해 공감하고 위로받으며 허약해진 나의 마음을 달랠수 있었다.

 

     

 <희망 >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곳은 곧 길이 되는 것이다.

 

       - 루쉰-

 

    

 

< 기도 >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 기도하지 말고

위험에 처해도 두려워하지 않게 해 달라 기도하게 하소서.

고통을 멎게 해 달라고 기도하지 말고

고통을 이겨 낼 가슴을 달라 기도하게 하소서.

생의 싸움터에서 함께할

친구를 보내 달라 기도하는 대신

스스로의 힘을 갖게 해 달라 기도하게 하소서.

두려움 속에서 구원을 열망하기 보다는

스스로 자유를 찾을 인내심을 달라 기도하게 하소서.

나의 성공에만 신의 자비를 느끼는

이기주의자가 되지 않게 하시고

나의 실패에서도 신의 손길을 느끼게 하소서.

 

           -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

 

 

 

시집 한 권에 수록된 모든 시들이 나를 위로하는 것은 아니다. 때론 상황에 따라, 감정에 따라 펼쳐들다 우연히 만나게되는 한 편의 시들이 위로가 되어갈뿐. 그래서 비상약을 비치해두는 것처럼 마음에 드는 시 집 한권을 비치해두는 것도 참 좋은 일 같다. 그 어떤이의 손길보다, 위로보다  허약해진 마음을 달래주는 한 편의 시가 주는 감동과 여운은 어느날 흥얼거리는 노래 가사들 처럼, 조용히 읊조리게 된다는 사실을 나는 시를 통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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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요다 2014-12-26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가 마음을 위로해주는 약이 된다는 것. 참 좋죠?

해피북 2014-12-26 11:45   좋아요 0 | URL
네^^ 어떤 약보다 이롭게 힘이 되는것 같아 좋아요^^ ㅎㅎ

cyrus 2014-12-26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창 힐링 열풍이 불었을 때 사람들이 인문학에서 위로를 받으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이보다 더 쉽고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시집이 있는데 말이죠. 시집이야말로 힐링 독서에 적합한 책이라고 생각해요.

해피북 2014-12-26 14:11   좋아요 0 | URL
아마 좋은 시집 한 권씩 발견하지 못하셔서 그런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저두 시집을 읽고나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힐링독서라는 표현에100%공감 합니다 ㅎㅎ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 개정판 손철주의 그림 이야기
손철주 지음 / 오픈하우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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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 뒷 이야기 만큼 솔깃한 이야기가 또 있을까. 입에서 입으로 구전(口傳)되며 부풀어진 내용은 이미 앞 일의 형태를 구분할 수 없고, 일의 진위여부를 가리는 일은 저멀리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후 솔깃한 이야기들만 두리뭉실 떠다니는  바로 그런 이야기들의 모음이 야사(野史)다. 손철주 저자의 『그림 아는만큼 보인다』는 전세계의 동서양 미술사의 뒷골목을 종횡무진 다니며 떠도는 풍문을 한데 묶어놓은 책인데 특이점은, 미술 평론가이자 미술 담당 기자 생활로 단련된 내공으로 사실에 입각한 풍문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전한 읽을 거리가 된다는 것이다.

 

' 보는 이에 따라서는 그저 한담이나 진배없을 이 이야기는 그러나 미술의 철옹성에 틈입하는 데 쓸모 있는 연장이 되리라는 것이 글쓴이의 생각이다. 이 글들이 미술의 정체를 밝히고 있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오히려 변방에서 들리는 소식에 가깝지만 미술과 가깝게 지내려면 이 정도의 소식도 보탬이 될 날이 있을 것이다.'p11

  

신문에 연재했던 짧은 칼럼들을 묶어놓은 책이기에  미술에 문외한인 내게도 적절한 이야기거리가 되었다. 천재의 끼인듯, 희대의 미치광이인듯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세계와  칼을 들어 사회 혁명을 꿈꿨던 '콜비치'의 판화, 휴머니즘에 기초하여 현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았던 '밀레'의 작품들, 주체할 수 없는 과한 표현력으로 도리어 빈축을 사야했던 '프리다 칼로'의 <나의탄생 > ,무수한 염문과 풍문을 일삼다가 잔이라는 아내를 맞이하며 사랑의 결말로 치닫았던 '모딜리아니'의 작품이야기등 짤막한 글귀에 담겨진 미술사는 마치 인생사의 축소판을 보는듯 했다.

 

 

'예술의 혼은 고뇌하는 영혼이며, 표현할 수 없는 뭔가를 추구하는 혼'이라던 서멋싯몸의 표현처럼( 『달과 6펜스』. 민음사)  고뇌의 흔적이 영력한 추상화<계단을 내려오는 나부>의 뒤생의  작품을 만날때면 나의 안목으론 해석할 수 없는 그리고 이해하기 힘든 세계가 있다는것을 알게 되었고, '뚜렷하게 각인되어버린 형상들'이 그림을 이해하는데 큰 방해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는데, 일종의 편견처럼 자리잡은 생각들을 떨쳐내지 못한다면 미술세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큰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 미술계에서 젠체하는 사람들이 잘 쓰는 말로 '아방가르드'라는게 있다. 열린 마음, 트인 감각, 앞선 정신이란 뜻이 들어있는 용어다. 당대에 사는 사람들은 그런 정신의 질주를 따라잡기 힘들다. 아방가르드는 그래서 거부당한다, 인정받지 못한다, 안 팔린다는 말도 된다'p279

 

' 내가 초록색을 칠한다고 해서 풀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파란색을 칠한다 해서 하늘을 그린것은 아니다..... 기억속에 뚜렷이 인간된 형상은 실물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p116

 

동서양의 그림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나서야 나는 비로소, 동양화가 주는 매력이 무엇인지 느껴볼 수 있었는데 여백의 미, 선의 미, '먹'이라는 컬러에서 표현하는 육채(六彩)의 아름다움이였다. 유홍준 교수님을 통해 무수히 들었던 동양화의 아름다움이 먹의 농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는 사실과, 우리 선조만의 독특한 기법이였다는 자부심이 느껴지도 했다.

 

' 먹은 컬러가 나태내지 못하는 고유한 색을 가지고 있다. 그냥 검은색밖에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우선 칠하지 않은 종이는 흰색이다. 먹을 더하면 검은색. 그리고 바짝 마른 색과 축축한 색, 마지막으로 진하고 옅은색. 그래서 먹은 '육채(六彩)라고 했다'p204

 

                                  < 무제 >  자유푸.  1997.

 

책을 읽다보니 동서양 미술 야사들로 재밌는 이야기들이 가득하지만, 각 챕터마다  던져지는 화두(話頭)에 대한 명쾌한 답을 주지 않아 무작정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마치, 미술작품을 감상할때 화가의 이름을 먼저 알면 선입견이 생겨 작품에 영향이 미치는것 처럼, 던져지는 화두를 통해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들이 무엇인지 가만히 돌아보고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을 만들어보라는 저자의 깊은 배려가 아니였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덕분에 책의 빈 여백마다 생각을 정리하며 의문점을 적어보고 답을 찾아가는 시간을 만들 수 있어 책의 여백이 주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려보기도 했다.

 

 

' 보는것은 아는 것이다. 아는 방식으로 회화는 눈이 선택하고 싶은 부분만 골라내는 원근법을 채택했다. 화가가 그린 그림 속에는 그가 선택한 욕망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감상자는 화가의 욕망에다 자기 욕망의 초점을 두고자 한다. 그 초점이 삐긋긋할때, 감상자와 화가의 차이가 발생한다.p289

 

' 미술관에 들렀을 땐 작품 아래 붙은 이름표에 한눈팔지 말아야 한다. 작가가 누군지 몰라도 감동의 강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만일 누구 작품인지 몰랐기 때문에 감동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 작품은 결코 고전이 될 수 없다. 고전이 뭔가. 시대가 지나고 패선이 달라져도 여전히 현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대상이 바로 고전 아닌가.p275 

 

 

 

음악이나 책과 달리 미술은 그 희소성에 가치를 두는듯 하다. 쉽게 흉내내지 못할 그 창조적인 행위에 대한 일들을 모두 이해하고 받아 들일 순 없지만, 그동안 나와는 별개의 세계였던 미술사를 조금이나마 들여다보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 고마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는 손철주 저자의 다음 책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를 통해 '편견'과 '독단'속 그림 감상법을 배워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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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4-12-26 0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구판으로 읽은 적이 있었는데 구판 출판사가 망해버리는 바람에 영원히 절판본이 되어 다시 못 나올 줄 알았어요. 오랜만에 개정신판을 읽어보고 싶군요.

해피북 2014-12-26 07:55   좋아요 0 | URL
저두 이 책 검색해 보다가 구판을 알게되었는데 개정판에 실리지 않은 그림도 있고 내용이 첨삭된 부분도 있는거 같더라구요 ㅎ 그래서 도서관에 가면 나중에 확인해 볼까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