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공부는 즐겁게 해야 제맛이다.
jlpt n3급을 준비하는 동안
단어를 외운다고 식탁에 몇 시간씩
붙어앉아 달달 외웠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잘 외워지지 않는다는 한탄.
내가 수험생이냐는 분노.
쏟아지는 졸음.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기억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폭발직전
까지 갔던 적도 있더랬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고보니
단어 몇 개 문형 몇 줄이라도
남아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이왕 공부를 한다면
재밌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원서를
구입하기로 했다.
원서를 사는 일은 용기가 필요했다.
내가 다 읽을 수 있을까?
이해할 수 있을까?
괜히 좁은 책장에
무게만 더하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으로.
그러나 요즘이 어떤 시대인가.
검색만으로 무궁무진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정보의 범람 시대가 아니던가.
이리저리 읽을 수 있는 원서를
검색하다가 <요츠바랑>이라는
만화책을 찾게 되었다.
온라인 중고숍에 올라와 있던 1권을 살 수 있었던 게
큰 행운이었다. 발행연도가 오래되다 보니 1권은
이미 절판이 된 상태. 그런데 어떤 마음씨 좋으신 분이
그 좋은 마음씨 만큼이나 좋은 가격으로 올려놓으셔서
덕분에 좋은 책을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함을 전한다.
요츠바는 네잎클로버 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표지의 어린 아이가 바로 주인공인데
머리 색깔이 연두색이라 요츠바라는 이름이 붙여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과 그저 평범한 일상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요츠바의 돌발 행동들이 즐거움을 주는데,
그런 즐거움들이 지루한 일상에 행운처럼
행복함을 안겨준다는 뜻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목차를 살펴보면
이사, 인사, 지구온난화,티비쇼핑, 매미잡기,큰비(장대비)
로 이루워졌고 첫 시작은 요츠바네 식구가
이사를 하는 장면부터다.
대략적으로 1권의 내용은 요츠바가 이사를 하게
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헤프닝을 담고 있다.
1권에서는 요츠바의 나이가 정확하게 나오지
않았는데... (내가 확인을 못했을 수도 있다는)
6~7세쯤 보이는 요츠바가 문화나 규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부분이 이 만화의
웃음 포인트이자 깨알 재미인거 같다.
그리고 이사를 하는 장면에서 부터
마지막 장에 이르기까지 등장하지 않는
엄마의 부재가 궁금했는데
어떤 사정으로 인해 외국에서 주워온 아이가
요츠바라는 사연이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요츠바는 누구일까?
어린 나이에 걸맞지 않은 힘과
갓난 아이처럼 모든 걸 새롭게 배워나가고 있는
모습이 앞으로 이야기를 더 궁금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리고 원서를 읽는 재미를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에서 듣기만 했던
표현들의 쓰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おれいをゆう
오 레이오유우
이 표현은 <블리치>라는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나왔었는데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찾을 수 없어서 정확한 뜻이나 쓰임을
알기 어려웠을뿐더러 내가 정확하게
듣고 있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했더랬다.
그런데 요츠바와 옆집 언니 아사키와의
장면을 통해 감사함을 전할 때 쓰인다는 것과
내가 들었던 단어가 분명했다는 점을
알고 무척 기뻤던 기억이 난다.
또 일본어를 공부할때
의성어 의태어 때문에
헷갈리는 경험이 많았는데
ゴロゴロ
고로고로 (우르릉우르릉)
소리와 함께 요츠바가
かみなり
카미나리 (천둥)다! 라며
뛰어가는 모습을 통해 확실하게
천둥과 천둥이 울리는 소리를
익힐 수 있었다는 점이다.
실 생활에 쓰이는 표현들이 많이
등장하고, 모르는 단어와 표현들은
그림을 통해 추측할 수 있다는 점도
좋은 점이 아닐 수 없다.
혹시 3급 정도를 공부하고 있거나 했다면
그리고 막연한 공부에 한계를 느낀다면
요츠바를 통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을 전하고 싶어지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