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책을 읽는 다는 핑계와 다시 처음 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모종 만들기를 차일 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작년에 채소를 키웠던 사진을 종종 보신 주변분들이 올해는 안키우냐는 성화에 다시 시작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요즘 날씨가 영 좋지 않다. 실종되어 버린 봄과 다시 찾아온것 같은 겨울 날씨 때문에 모종을 만들어 놓고도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작년 이맘때쯤엔 모종을 만들면 빠른 녀석들은 다음날에도 움트기도 했는데 어제 만들어 놓은 녀석들은 날씨 때문인지 아직도 쿨쿨 잠을 자고 있다.
어제 만들어본 모종의 종류는 '미니 방울 토마토' '미니 파프리카''오이고추''청경채''케일''깻잎''바질' '루꼴라''로메인 상추'다. 모종을 만들다보니 이것 저것 더 욕심을 내고 싶었는데 장소도 협소하고 작년에 힘들었던 걸 생각하면 적당함을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마무리 했다. 대신 주방에서 새싹을 키우고 작은 화분에 베이비 채소용 텃밭을 작게 만들어 먹을 예정이니 크게 아쉽지는않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 작년에 씨앗을 심었다가 실패한 '아라비카 커피 나무 씨앗'도 심어볼 예정이다.
총 4개의 씨앗중 2개를 발아시켜 보고 실패하면 남은 2개에 희망을 걸어볼 예정인데,
껍질을 벗기고 2~3일 물에 불렸다가 심어야 한다고 해 물에 담궈 놓았다. 이번에는 새싹을 만나 커피 열매까지 수확해보는 즐거움을 누렸으면 하는 욕심을 갖어본다.
혹시 베란다에서 벌레 때문에 키우기 힘드시다는 분들을 위한 팁을 하나 알려드리자면
천연 살충제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 30도 짜리 소주 15cc 식초 15cc 그리고 물을 혼합하여 섞어 놓고서 하루에 한 두번 분무기로 뿌려주는 것만으로 예방할 수 있다. 보통 500cc 짜리 분무기에 물을 넣고 소주잔으로 개량해 혼합하여 사용하기도 했다.(딱 15cc로 맞출 필요는 없지만 소주는 도수가 높아야 효과가 있다.)
더 간편한 방법은 커피를 우린 물을 뿌려주는 것이다. 설탕 커피도 상관없는데 물에 탄 커피를 살포해주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고, 마늘 물 우린 것을 살포해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마늘의 고약한 향기를 감당할 수 없다면 사용하지 않는게 좋다는. 켁!
내게 왜 모종을 사지 않느냐고 묻곤 한다. 그러면 나에 대답은 모종을 꺼낼때 딸려 들어오는 각종 벌레들에 학을 띤 나머지 모종을 구입할 수 없다는 대답을 하곤 한다. 자주 다니는 화원에서 화초들을 사다가 분갈이를 시도해보면 어김없이 땅강아지, 지렁이, 정체 불명의 벌래들이 기어나와 안방으로 피난가게 만드는 일들을 경험하고선 모종을 구입하지 않게 되었다. 아무리 만성을 들이려고 해도 벌레와 친해지는 일은 죽을때까지 불가능 할것 같다.
★ 눈에 밟히는 책들.
채소를 키우다 보니 다양한 채소 관련 책들을 찾아 읽게 되었다. 그러면서 알게된 사실은 공통되게 비슷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특별한 채소를 찾는게 아니라면 어떤 책을 골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엔 같은 '채소'관련 책이라도 특징있는 책들에 관심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두근 두근 처음 텃밭』은 학습만화를 그려온 저자 석동연님이 7년간 연애한 텃밭을 만화로 소개하는 책이라 더 앙증 맞게 읽을 수 있다. 채소 키우기 전에 준비사항, 손쉽게 키울 수 있는 채소와 주의 사항등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베란다 채소밭을 운영한 사람들에겐 좀 아쉬울 책으로 야외 텃밭을 소개하고 있지만 크게 문제될거 같진 않다.
그리고 『놀며 배우는 행복한 텃밭 놀이터』는 계절별로 아이들과 신나는 텃밭 활동을 묶어 놓은 책인데 채소를 키우는 재미와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곁들였다는 점이 흥미롭다.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가끔 뭘 하고 지내야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물론 아이가 없는 나로써도 뾰족한 이야기를 할 수 없지만, 방법은 평소에 이런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와 관련된 다양한 놀이도 좋지만, 계절의 변화를 경험하고 직접 키운 채소를 수확하는 기쁨. 먹는 기쁨도 누릴 수 있는, 손 쉽게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체험활동을 알아보는 것도 참 좋은 일이 될거라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도 미리미리 공부하는 중임을 고백한다.